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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허허, 이것 참… 내가 하마터면 너를 잊어버릴 뻔 했구나."

 

나를 맡기고 떠난 지 한참, 공룡보호소에 다시 찾아온 그가 문득 나를 보고 꺼낸 발언이 저것이었다.
곰가죽을 뒤집어 쓰고 다니는 독특한 중년의 남자.
그게 바로 나의 주인이란 사람의, 저 남자의 가장 큰 특징이었다.

 

"오늘 이 애도 그만 데려가겠습니다."

 

그가 보호소 직원에게 나를 가리키며 말한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맡기신 공룡 중 오늘 데려갈 것은 방금 말씀하신 이 쪽의 프라키토스와…."

 

프라키토스.
그게 사람들이 나와 같이 생긴 공룡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주홍빛의 몸체에 길다란 목.
그리고 그 목처럼 길지는 못한, 짤막한 다리.
가끔씩, 아주 가끔씩 내 동종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데리고 다니는 사람을 볼 수가 있는데, 그게 아주 가끔씩이라서… 보기가 쉽지 않다.
어쨌든 난 이렇게 오늘, 언제 들어왔는 지도 가물가물한 이 보호소를 나오게 되었다.
이봐, 주인! 당신과 이렇게 함께 밖으로 나온 지가 대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고!

 

"그럼, 이 중요한 일을 끝마치기 위해 서둘러볼까…."

 

반가운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신나서 고개를 흔들어대는 내겐 시선도 주지 않은 채 어딘가로 급히 발걸음을 재촉한다.
어어? 잠깐만! 같이 가자구!

 

"빨리 따라오너라."

 

주인이 날 데리고 간 곳은 키 큰 나무가 우거진 수풀이 자리한 곳이었다.
오랜만에 날 데리고 산책이라도 하러 나온 것일까?
힐끔 쳐다보니 나뭇가지마다 열린 열매들이며 풀들은 모두 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보통의 공룡들과 사람들은 나무의 키가 너무 높아서 먹기가 불편하겠지만, 긴 목이 특징인 내겐 따먹기도 딱이다!
오히려 내겐 나무의 키가 너무 낮으면 먹기가 불편하다.
혹시 주인은 나에게 맞는 장소를 찾아, 날 생각해서 일부러 이런 곳으로 온 것일까?
나를 위한 장소를 찾고, 언제만인 지도 모를 단 둘만의 소풍을 내가 좋아할 만한 이런 곳으로 데려온 걸까?
그건 그렇고 언제까지 안 쪽으로 들어갈 생각인 거지?

 

"…새삼스럽긴 하지만, 넌 정말 느리구나."

 

나보다 한참이나 앞서 걸어가던 주인이 문득 뒤를 돌아 날 보며 던진 그 발언은, 바늘이 되어 내 가슴팍으로 날아오는 것만 같았다.
아닌 게 아니라 아까부터 난 열심히 네 발을 놀려 주인을 따라가기 바빴다.
여유로운 주인과 달리 주변 풍경을 자세히 볼 새도 없었다.
내 속도로는 아무리 바쁘게 움직이더라도 주인의 박자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
아니, 쉽지 않은 게 아니라 이쯤 되면 아예 불가능하다고 여겨진다.
그것은 딱히 내 주인, 저 사람에게만 국한 된 이야기가 아니다.
보통의 사람들은 모두 움직임이 빠르다.
그 속도는 내가 아무리 갖은 애를 써도 따라잡을 수 없는 광속의 세계.
나의 움직임은, 내가 아무리 24시간을 정신없이 뛰어다닌다고 할지라도, 사람들의 시선으로 바라볼 땐 너무나도 굼뜨다.
그 사람들 중에서도 나의 주인은, 유달리 빠른 사람이었다.
그 사실이 너무 마음이 아프다.
언젠간 주인의 단짝으로서 동등한 친구의 입장으로서 대륙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니고 싶다는 이 꿈은,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을 것만 같다.
지금의 주인이 아니더라도 보통의 사람들과 호흡이란 것을 맞춰볼 수가 없다.
이런 굼뜬 움직임으로는…

 

"여차, 이 정도면 될까?"

 

한없이 발을 놀려 주인을 따라가기 바쁘던 어느순간, 그가 걸음을 멈추었다.
나는 꽤 한참이나 걸어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빠른 발을 갖고 있는 주인에겐 아주 잠깐으로 느껴졌을까?
주인이 나무 밑에 기대 앉으며 말했다.

 

"자, 여긴 너를 위한 장소야. 맘껏 뛰어놀아!"

 

여, 역시 그랬던 거였나?!

 

"키야오오오~~"

 

별 것 아닐지라도 주인이 날 위해서 무언가를 해 줬다는 것이 얼마만인 지 모르겠다.
지금 내 입에서 나오는 건 기쁨의 포효.
아까부터 느꼈던 거지만 이 장소는 마치 꼭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만 같은 장소.
계속 맛보고 싶었던 나무열매에 얼굴을 가져간다.
아까도 말했지만, 따 먹기가 딱이다!

 

-촵촵

 

열매와 같이 풀도 뜯고.
역시나 했지만, 역시 외관과 마찬가지로 맛 또한 기가막히다!
그래, 풀이라면 무리겠지만 나무열매는 사람도 먹을 수 있어!
이봐, 주인! 당신도 같이….
뒤를 돌아본 그 순간 나는 입 안에 열매를 머금은 채 씹는 것도 잊고 멍하니… 방금 전까지 주인이 기대 앉아있었던 나무 밑을 하염없이 바라보기만 했다.


 

***

 


하루 정도가 지나서야 난 내가 버림을 받았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버림받았다는 것을 인지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사람이 잘 찾아오지 않을 것 같은 이 장소에서 난 한 소녀를 만나게 되었다.
혹시라도 주인이 날 본다면 다시 데리러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앞발을 들고 나무에 의지하여 내 머리를 위로 바짝 쳐들어올린 그 순간, 날 보고 달려온 것은, 나의 주인이 아닌 낯선 소녀.

 

"프, 프라키토스다!!"

 

이건 내게 달려오기 직전 그녀의 외침이다.
소녀는 물개가죽을 뒤집어 쓴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혹시 사람들은 모두 가죽을 뒤집어 쓰는 걸 좋아하는 걸까?

 

"우와아~ 빨간 게 아주 근사해! 귀여워!"

 

방긋 해맑게 웃는 그녀의 얼굴은 내게로 고정된 채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무튼 내 두 번째 주인과의 만남은 아주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

 


두 번째 주인의 이름은 하은.
그녀는 뭐라고 해야할까… 정말 생각치도 못한, 사람들 사이에서도 특이하다 못해 이상한 소녀였다.
그녀를 따라 걸어갈 때, 난 버릇처럼 항상 하던대로 내가 낼 수 있는 최고의 속도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늘 나보다 앞서 걸어갔던, 주인과 멀어지지 않기 위해 늘 그랬던 것처럼.
아무생각 없이 달리듯 걷던 내가 이상함을 느낀 것은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서였다.
눈 앞에 있어야 할 사람이 보이지 않아, 설마 그새 내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저 앞으로 나아간 게 아닌가 싶어 불안해 하던 그때.

 

"홍룡아~ 헥헥… 네가… 주인보다 앞으로 나가면 어떡하냐~!"

'

어라아아아아아~~~~????'

뒤를 돌아보니 힘겹게 내 뒤를 쫓고 있던 주인, 하은은 거기에 있었다.
들어본 적이 없다.
저토록 행동이 굼뜬 인간이 존재한다는 것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행동이 굼뜨다 못해 나보다도 더 느리다니, 그런 사람이 존재할 수가 있었던 거야?!
무엇보다 한 가지 더 그녀가 남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으랏차아~~!"

 

그녀가 들어올린 도끼가 마주하고 있던 공룡의 머리에 적중한다.

 

-쿵

 

이어 마주하고 있던 공룡이 고꾸라진다.
한 방.
그녀에게 그 이상은 필요하지 않다.
그녀가 적을 상대로 한 방을 넘기는 것을 난 본 적이 없다.
비정상적일 정도로 그녀는 힘이 세도 너무 셌다.
나도 그렇게는 하지 못한다.

 

'이봐요, 주인… 당신 그래뵈도 여자라구요?'

 

공룡을 초월한 힘이라니, 그런 것은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다.
본래라면 적을 쓰러뜨리는 역할은 나에게 와야 할 터.
하지만 그녀와 다니는 내내 내가 하는 일이라고는 그녀를 보호하는 것.
적을 쓰러뜨리는 것은 온전히 주인의 몫이었다.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는데, 이 방법이 가장 효율적이란 것을 부정할 수가 없다.


 

***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것이 있다.
우리들의 지적능력은 결코 사람에 뒤지지 않는다.
단지 사람과 언어를 통한 의사소통이 불가능할 뿐.
아마 우리들의 구강 구조로는 사람의 말을 흉내낼 수 없는 게 아닐까 싶다.
그렇기에 우리들은 사람들의 말을 알아듣지만, 그들은 우리들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끼이익

 

내가 서 있는 이곳 건물의 문을 열고 누군가 들어온다.
평소에도 지겹도록 보아 와 그 사람이 누군지 잘 안다.
마을의 촌장.

 

"잘… 정말 잘 애써주었다, 홍룡아."

 

주인이 내게 붙여줬던 이름을 불러주며 다가오는 촌장의 품 안에는 이제 막 태어난 듯한 갓난아이가 잠들어 있는 게 보인다.
그래… 잘 태어났는가?

 

"이번에도 이 아이를, 하은이를 위해 네가 많은 도움을 주었으면 한다."

 

난 촌장에게서 시선을 떼 정면을 응시한다.
촌장이 굳이 그런 말을 할 필요는 없다.
딱히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고서는 내가 그녀의 곁을 떠날 이유가 없다.
단지… 치밀어 오르는 슬픔인지 뭔지 모를 이 복잡미묘한 감정만큼은 이제 더 이상 느끼고 싶지 않다.
아직도 눈에 선하다.
주인과 처음 만났던 그 순간.
그녀는 비정상적인 힘을 이용해 맨손으로 날 때려잡았었다.
다소 반항적이었던 내게 그녀는, 나의 맷집과 체력이 필요하다며 함께 여행을 하자고 말했었다.
난 아직도 기억한다.
그녀와 함께 다니면서 어느순간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난 점점 내 주인을 따르고 섬기게 되었다.
주인 역시 그 어떤 공룡들보다도 날 아껴주며 친구처럼 대해주었다.
난 아직도 기억한다.
그녀와 이곳저곳 새로운 곳을 탐색하며, 새로운 대륙을 찾아 헤매고 여행을 했던 것을.
난 아직도 기억한다.
그녀가 갑자기 내 눈 앞에서 쓰러졌던 그 순간…
아무런… 일도 없었는데….

 

"홍룡아, 이제 나한테 남아있는 시간이 얼마 없대."

 

다음 날 그녀가 나에게 와 했던 말이다.
그 말도… 난 아직도 기억한다.
되돌아 보았을 때 알 수 있었다.
주인과 함께 했던 모든 순간들이 너무나도 좋았었다.
즐거웠었다.
행복했었다.
나의 삶이 행복으로 가득 차 있었다.
주인과 함께 했던 여행은 너무나도 행복했었다.
그런데 어느순간 갑자기 아무런 예고도 없이 나의 행복이 깨질 위기에 처했다.
아직, 우린 가 보지 못한 곳이 많이 남아있는데….
그 일이 있은 뒤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촌장이 우리들에게 한 가지 방책을 얘기해 주었다.

 

"정령왕."

 

"… 정령왕이요?"

 

주인이 반문하자 촌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유일한 희망책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래, 그를 찾아가면 삶을 다시 되돌려준다는 얘기가 있더구나."

 

환생.
그것이 바로 촌장이 이야기해 준 방책.
하지만 이 방법엔 한 가지 문제가 있었으니.
그렇게 되면 그 동안 내가 좋아해왔던 주인이 이젠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한다는 것.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다시 태어난 그녀는… 더 이상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
나와 같은 시간대의 행복을 추억하며 함께 나눈다는 것이 더는 불가능해진다.
아… 어떻게 해도 나의 행복이 깨지는 순간은 눈 앞으로 다가온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주인을 이대로 내버려 둘 수도 없는 법.
그렇게 난 주인과 마지막 여행을 떠났고… 그 결과가 바로 눈 앞에 있다.
촌장의 품 안에서 곤히 잠들어 있는 주인은, 시간이 지나면 내가 기억하고 있는 그때 그 모습으로 성장하게 되리라.

 

"키야오…."

 

내 가슴을 짓누르는 이 복잡미묘한 감정은 분명 그녀가 날 기억할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한 슬픔.
그녀가 성장한다고 하더라도, 외관은 내가 기억하는 그 모습으로 돌아올 테지만 기억은 아니다.
그녀의 기억은 이제 앞으로 새로 쓰여져 나갈 것이다.
그렇다면… 나도 바라는 게 한 가지 있어!
나의 행복.

그것은 분명 주인과 함께해왔던 길고 길었던 모든 순간들이 그랬고, 앞으로도 그녀와 함께하는 시간들은 나의 행복을 향한 길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쭉 그래왔던 것처럼 그녀와 함께 하면서 지금껏 누려왔던 행복을 계속 느끼고 싶어!
물론 이대로도, 지금의 주인이 성장하길 기다리는 방법도 있지만…
촌장, 제발 알아 들어줘!

 

"키야아오오오."

 

"잠시만 실례하겠습니다~"

 

그때 낯선 목소리와 함께 갑작스러운 방문이 있었다.
곰가죽을 뒤집어 쓴 중년의 남성.
웬만한 사람들과는 다 알고 지낼 터인 촌장은 누군지 아는 듯한 눈치였지만, 난 처음보는 얼굴의 남자였다.
곰가죽이라니… 내 주인과 닮은 구석이 있잖아?
그렇게 생각하며 난 이전에 주인이 쓰고 다녔던 물개가죽을 흘끗 쳐다보았다.

 

-털썩

 

곰가죽 사내는 내 앞으로 다가오더니 자리에 엉덩이를 깔고 앉는다.

 

"어디, 네가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나한테 한 번 해보지 않을래? 혹시 모르잖아? 네가 원하는 바가 이루어질 지도."

 

그가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일까?
이와 같은 돌발상황에서 촌장은 그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분명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텐데, 혹시 공룡의 말을 알아듣는 초능력자라도 되는 것일까?

 

"키야아오오오오"

 

누구라도 내 얘기를 들어줬으면 하는 바램은 있지만, 그것이 이루어질 거란 바람을 담아 울음을 낸 것은 아니었다.
설령 상대가 내 얘기를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말이라도 하고 싶었다.

 

"응응, 그래~"

 

"키야아오오오오."

 

"으음… 그렇구나."

 

한참을 그 사람 앞에서 울어댔다.
그럴 때면 곰가죽 사내는 내 얘기를 알아듣기라도 하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맞장구를 쳐주었다.

 

"촌장 님, 이 아이 제가 데려가도 괜찮을까요?"

 

그의 말이 꽤나 충격적이었는지, 대답하는 촌장의 말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뭐? 안 되네, 미안하지만 이 공룡은 이미 임자가 있어. 주인이 있단 말일세."

 

"알고 있어요. 이 애한테 들었으니까. 아주 잠깐이면 됩니다. 이 아이를 위해서예요. 원주인에게 반드시 돌려줄 겁니다."

 

 

***

 

 

이곳은 내가 좋아하는 장소.

키 큰 나무가 우거지고 가지마다 열린 열매와 나뭇잎들은 모두 내가 좋아하는 것들.

마치 나만을 위한 장소인 듯한 이곳은 새로 태어나기 이전의 주인과 함께 자주 찾아왔던 곳이다.

 

"이름이 홍룡이라고 했던가? 이제 앞으로 내가 이런 말을 했다는 것조차 넌 기억할 수 없겠지만… 넌 앞으로 이곳에 버려질 거야. 그리고 여기서 다시 시작하게 될 거다. 네가 원하던 그대로 말이다. 기다리는 동안 심심하지 않게 일부러 너를 위한 장소를 찾았다고, 꽤 괜찮은 곳이지?"

 

찾기는… 주인과 자주 찾아왔던 곳이라니까….

 

"홍룡이라는 그 이름은 내가 잘 전해주도록 하지."

 

그의 말을 들으며 난, 곰가죽을 뒤집어 쓴 이 신기한 남자를 바라보았다.

공룡의 말을 알아듣는 자.

그런 사람도 존재할 수 있다는 걸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다.

물론 이것도 조만간 잊혀지겠지….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 주인과 함께해왔던 모든 시간들이 너에게 소중했다는 것은 잘 알겠어. 그래서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 당시의 기분을 만끽하고 싶다는 네 뜻도 잘 알겠고. 하지만 굳이 이럴 필요까지 있어?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넌 네 주인이 성장하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함께 모험을 즐기면 되잖아? 그렇게까지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이 시간을 머리에서 지워버릴 필요까지는 없지 않아? 과거는 과거, 지난 일에 집착할 필요없이 새로 태어난 주인을 따라 새롭게 즐기면 되잖아? 새로 태어난 지금의 새 주인을, 마치 부모처럼 네가 보듬어주면서. 그렇게 새로운 행복을 향해 나아가면 되지 않겠어?"

 

물론 그런 방법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난 내가 더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방법으로 주인과의 행복한 시간을 향해 나아간다.

지난 일에 대한 집착.

그것을 하지 않기 위한 선택이다.

이봐, 난 말야 예나 지금이나 여행이란 놈을 무척이나 좋아해!

새로운 걸 보고 접하는 게 너무나도 좋아!

하지만 그만큼 쉽게 질려한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지.

내가 여행을, 모험을 즐기는 가장 큰 순간은 바로 알지 못했던 신세계에 발을 들여놓을 때지!

하지만… 새로 태어난 주인은 나와 이미 한 번 봤던 그 장소를 기억하지 못해.

사실, 어쩌면 주인과 함께하는 그 시간들을 즐기지 못할지도 몰라.

난 그게 싫어.

그리고 당신이 말한 것처럼 지난 일에 대한 집착을 하게 될지도 몰라.

이미 한 번 그녀와 보았던 곳, 지났던 곳에 다시 한 번 발을 들여놓으면서, 나는 기억하지만  기억하지 못하는 주인을 보면서… '아, 이전에 내 주인은 여기서 이런 행동을 했었는데, 저기선 저랬었는데' 하면서 끊임없이 과거를 회상하며 지난 일에 집착할까 봐, 그게 무서워.

그렇게 같은 시간대의 추억을 서로가 공유할 수가 없는 현실이 계속해서 날 슬퍼하게 만들까 봐 무서워.

혼자만 기억한다는 것은 싫어…

그래서 난 주인과 마찬가지로 나 또한 모든 것을, 둘이 같이 되돌아가고 싶어.

다시 새롭게 시작해서, 여지껏 우리가 즐기고 행복했던 그 순간들을 둘이서 다시 한 번 느끼고 싶다는 생각을 한 거야.

그리고 또 시간이 지난다면 그땐 우리가 다하지 못했던 여행을, 새로운 신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거야!

알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우리 주인은 그 누구보다도 걸음이 느려.

같이 시작한다 하더라도 당신처럼 따라가기 벅차지 않아.

난… 둘이 함께 했었던 과거로의 행복을 향해 나아가고… 그 이후엔 우리가 마저 느끼지 못했던 행복을 향해 나아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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