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이야기

게임 속 이야기   |  미래의 소설가는 바로 나!

2013.08.20 22:57

망각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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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엉킨 실타래> - 1 -

 「」

 애뜻하면서도 조금은 서글픈 그런 하루가 지속된다. 가까스로 무언가를 넘겼다 생각하면 또 무언가가 나의 뒷덜미를 세게 낚아채는, 그렇다고 피할 수도 없는, 아주 기묘하고도 복잡해지는 전개다.
 또 다시 레오스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번에는 레오스에서 '숲' 자가 빠졌지만 그렇다고해도 똑같은 레오스에서 일어난 이야기다. 이번에도 그때와 같이 가르톨이 속해있다. 최근 들어 그런 사건이 번번히 일어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해선 알 방법이 없었지만 끝에 가서는 결국 가르톨이 사건의 주모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져서 한시름 놓을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해서 이번에도 마음을 놓을 수만은 없다. 또 뭔가가 나의 뒷통수를 세게 후려치며 나를 골탕 먹일지 모른다. 단지 모습을 감추고 제 덫에 걸리기만을 숨 죽여 기다릴 뿐. 아무 의심 없이 냅다 앞으로 걸어갔다간 그 덫에 걸려 그 녀석에 마수에 사로 잡힐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닿을락 말락 그 녀석의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만들어 녀석의 빈틈을 찾는다. 그 빈틈을 노려 그 녀석의 허점을 공격, …어쩌다가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됬는지 모르겠다.
 「 끼익 」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가니 여전히 공허하기 짝이 없는 텅 빈 집 안 내부가 나를 쓸쓸히 맞아주고 있었다. 나보다 일찍 집을 나선 베르에트는 아직도 어디선가 무엇을 하는지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다행일지도 모르지, 만약 그 녀석이 여기에 있었다면 꽤나 골치 아팠을지도. 
 레오스로 떠나기 전 간단한 것들을 챙겨 집을 떠날 생각으로 왔지만 딱히 챙겨갈 것이 없다. 오랜시간 혼자서 이곳에 있었던 것도 아니고 최근에 발견한 낡은 폐가였으니까. 어차피 나한테는 집 같은건 필요치 않으니까. 언제 어디서 죽을지 몰라 오늘만을 살아 남기를 바라는 나의 바람이 이루어져 지금까지 무사히 이곳에서 지내고 있지만 언제 내가 이곳을 떠나게 될지는 그 누구도 모르는 일. 그때까지만하더라도 아무 근심 걱정 없이 평온히 지냈으면 하는게 내 욕심이다. 그 욕심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희생도 감수해야하지만, 이미 너무 많은 것을 놓쳐버린 나에게는 그 희생마저도 머뭇거리게 된다.
 「 끼익 」
 딱히 챙겨 나갈 것이 없어서 간단히 나의 몸을 감춰줄 망토 하나를 뒤집어쓰고 밖으로 나왔다. 여전히 대지를 향해 강렬한 빛을 내뿜는 태양이 언제쯤 자기 자신을 돌볼지 조금은 걱정되는 눈빛으로 나는 그 길을 따라 걸어갔다. 다시는 보지 못할 것만 같은 붉은 길을 따라서.
 레오스로 가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굳이 레오스 숲을 지나지 않아도 레오스로 향하는 방법은 많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레오스 숲을 지나는 이윤 딱 하나, 베르에트의 흔적을 찾기 위해서. 사흘 전 베르에트가 걸어온 이 길에 무언가를 발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
 두 달, 두 달만에 베르에트는 전장터에서 돌아왔다. 더군다나 그 전장터는 이미 두 달 전 막을 내린 전쟁이였다. 이미 돌아올 용병들은 모조리 마을로 귀환했고 돌아오지 못한 용병들은 그 전장터에서 붉은 신음을 내며 천천히 모습을 감추었다. 하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인해 복귀가 늦은 용병들은 몇몇 있다. 최소 사흘에서 최고 일주일 안으로 살아 남은 용병들이 마을로 돌아오는 일을 종종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베르에트의 경우엔 두 달이란 긴 시간이 걸렸다. 나는 베르에트에게 도대체 그 두 달간 무슨 일이 있었길래 지금 도착했냐고 물었지만 그는 그저 실 없이 웃을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 또한 두 번 이상 그에게 묻지 않았다. 도대체 전장터에서 무슨 일이 생겼는지에 대해선 알 수 없었지만 그의 소리 없는 미소에서 어느 정도 예측은 가는 상황이였다. 그렇지만 가볍게 볼 수 없었다. 두 달이란 시간은 너무나도 긴 시간이였고, 그 사이에 엄청난 일들이 있었으니까.
 「 바스락 」
 또 다시 알 수 없는 적막감이 내 가슴 속에 스며든다. 생각하고 싶지 않은 그날의 기억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하루가 멀다하고 다시 내 머릿속에 기운다. 지울 수 없는 기억이란 이런 것일까, 애초부터 지울 생각은 없다. 이 기억을 곱씹고 곱씹다보면 언젠간 극복할 수 있는 일. 그러나 너무나도 먼 이야기이자 불가능할 것만 같은 암담한 생각마저 든다. 그러나 난 해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불안정한 현실을 나아갈 용기가 나지 않을 것만 같다. 그 용기가 무엇인지에 대해선 지금의 나로서는 잘 모르겠다.

 「」

 푸른빛 통로를 지나자 낯 익은 문명의 냄새가 그윽하게 밀려온다. 오랫만에 다시 찾은 이곳 레오스의 공기는 늘 이런 탁한 모습으로 나를 반기었다. 웬만해선 찾아오지 않은 이곳을 또 다시 무언가의 고리로 인해 다시 찾게 되니 반가운 마음은 없고 한숨만 절로 흘러나온다.
 "…후우."
 이런 곳에서 그 녀석과 대면하는게 썩 좋지만은 않은 일이지만 그 녀석이 이번 사건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그 녀석을 찾는 것을 미뤄둘 수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마을이 그만큼 넓지 않은 곳이라서 손 쉽게 녀석을 찾을 수 있지만 그 때문에 나는 더욱 더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고 만다. 설마 이런 작은 마을에서 가르톨을 잘못 봤을리가 없을테니까. 더군다나 한 번도 아닌, 몇 차례에 걸친 사건이라 더더욱 그들의 눈이 잘못 됬다고 생각할 수 없는 노릇, 그렇다는건 이번 사건에 가르톨이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은….
 「 그아아아아아―!! 」
 …적지만은 않단 말인가…. 이 목소리는 분명 가르톨의 목소리, 더군다나 이성을 잃어버린지 꽤 된 듯한 숙성감. 이미 너무 많이 발길을 늦춰버린건가 녀석이 제정신이였던 시간대에 맞춰 도착해야만 했거늘, 이런 저런 방황 때문에 이 지경이 되도록 나는 손도 못 써보고 다짜고짜 가르톨을 막을 수 밖에 없는건가. 녀석의 변명 또한 듣지 못하고 그저 무작정 검을 휘둘러서 녀석의 횡포를 막아야만 하는, 또 다시 나는 녀석에게 검을 들이대야하는 운명이란 말인가….
 서쪽 등지에서부터 몰려드는 수 많은 인파들이 가르톨이 어디에 있는지를 짐작하여 알려준다. 소리 없는 아우성이라고 보기엔 너무나도 소란스러운 사람들이였지만 내 귀에는 그저 가르톨의 슬픈 울음소리 밖에 들리지 않는다. 자신의 본능을 겨우 억제하며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선택했던 그 녀석이 갑자기 이런 행동을 저지르게 된 이유가 무척이나 궁금하고도 애석한 마음이 든다. 그날의 약속을, 녀석이 자신의 힘으로 깨트리게 됬으니까.
 허겁지겁 언덕 위를 올랐을 땐, 이미 녀석은 초점 없는 눈동자로 주위를 훝어보며 천천히 내 앞을 향해 걸어왔다. 아직 제 시야에는 내가 보이지 않았는지 거칠게 내뱉는 그의 숨소리에 나는 차츰 피투성이가 된 그의 손을 말 없이 잡아주었다.
 〃…아인?〃
 그제서야 내가 왔음을 눈치 챈 가르톨이 나를 쳐다보며 의아한 눈빛을 보냈다. 왜 내가 이곳에 있는지 심히 궁금한 듯한 눈초리였다. 
 "후우…이 지경이 되면서까지도 네 충동을 막을 수 없던거냐. 보통 이 정도 상처라면 더 이상 팔을 휘두를 재간도 없었을텐데."
 나는 한숨을 깊이 내쉬며 녀석의 얼룩진 손을 조심스럽게 쓸어 내렸다. 녀석도 지금까지 아픈 것을 참았는지 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뒤늦게 아픔이 느껴지는지 살짝 눈을 찡그리며 황급히 손을 뒤로 빼낸다.
 "대체 무슨 일이…."
 〃아인, 미안해….〃
 녀석은 내가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대뜸 사과를 하며 나를 잠깐 당황하게 만들었다. 내가 이곳에 온 목적은 너에게 사과를 받으러 온게 아니라는걸 녀석은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단지 나는 왜 네가 이런 행동을 보이는지에 대해 궁금할 뿐, 녀석을 질책하거나 탓하러 온게 아니다. 반대로 녀석의 안위가 걱정되서 온거니까. 그런데 녀석의 눈은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만 같은 그렁그렁한 상태를 유지하며 슬쩍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시간이 없어 아인, 더 이상 지체했다간 너 또한 위험해져.〃
 "…그게 무슨 소리야?"
 〃아인, 지금의 나로서는 너를 보호해주기는 커녕, 내 몸도 내 스스로 가누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어. 하물며 내 이성을 붙잡을 수 있는 여건도 안되고. 그러니까 내가 조금이라도 이성이 남아있는 동안만이라도 서둘러 이곳을 떠나. 그것만이 아인이 무사할 수 있는 길이야.〃
 심각한 표정을 하며 무언가를 열심히 말하는 듯한 가르톨의 목소리가 조금씩 위태로워지는 것을 느꼈다. 녀석은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이제 자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또한 이렇게 나와 마주하여 대화할 수 있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사실을. 그러나 왤까, 내 발걸음은 쉽사리 가르톨을 등질 수 없는지 땅바닥에 철썩 달라 붙은 듯이 무거워진 두 다리가 점점 아려오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르톨을 그간 있었던 사건의 주모자로 낙인 찍기엔 너무나도 수상스러운 일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 수상한 것들 중 제일 내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은, 절대로 이 녀석은 먼저 다쳤으면 다쳤지 절대로 먼저 누군가를 해할 녀석이 아니라는 것이 무엇보다 더 나의 떨려오는 두 다리를 세게 짖누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렇게 녀석을 두고 가야만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끔찍할 뿐이다.
 〃부탁할게 아인, 제발 더 이상 나를 위해 네 몸을 함부로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지금껏 너에게 나는 너무나도 많은 것들을 받았으니까…. 이번만큼은 내가 널 지킬 수 있게…도와줘, 아인.〃
 자신의 몸이 부들부들 떨려오는 와중에서도 녀석은 나를 향해 씨익 웃으며 나를 짖누르던 수 많은 짐들을 조금씩 짊어지기 시작했다. 천천히 가벼워지는 두 다리에 나는 할 말을 잃은 채 멍하니 가르톨을 바라보며 인상을 구길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건 그 아무 것도 없다. 이성이 남아있는 가르톨을 막을 녀석은 그 아무도 없을테니까. 아니, 어찌보면 딱 한 사람 있을지도….
 〃그, 그…그아아아아―!!〃
 잠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가르톨이 이내 한계에 다다른 듯 입에서 검붉은 응어리를 쏟아내며 허공을 향해 굉음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녀석의 옆에서 그를 지지하고 있던 나 또한 나자빠질 정도로 커다란 녀석의 울음소리가 또 다시 나의 두 다리를 붙잡기 시작했다. 
 〃이, 이제 하, 한계야…더 이상 지체할 수…없어…. 아인, 미안해. 지금까지 내내 폐만 끼친 것 같아서…. 하지만 정말로 네게 미안한게 있다면…그건…바로….〃
 "그만해."
 〃…아인?〃
 "더 이상,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고 싶지 않아. 이미 나는 너무나 많은 시간을 그 틀에 갇혀 살아왔어. 그런데 지금 이 순간까지도 그 틀에 사로 잡힌 채 멈춰있으라는거냐…?"
 〃아인….〃
 "방금 전까지만해도 네 녀석 생각 밖에 하지 않았던 내 머릿 속으로 또 다시 그 기억이 떠올라 너를 밀어내려고 하고 있는데도, 너는 계속 그 이야기를 꺼낼 셈인가? 너를 도와주기 위해 여기까지 온 내게 기껏하는 말이 그딴 우는 소리를 하며 비는 잘못이야? 그때의 일은 오로지 나 혼자만의 것이다. 나 혼자만의 일이고, 나 혼자만이 행한 결과다. 그 누구에게도 떠맡기도 싶지 않았어 더욱이 그 짐을 짊어질 수 있는건 나 뿐이였고. 그만하자 가르톨, 너에게까지 그날의 기억을 상기시키고 싶지 않아. 지금 이 상황을 그날의 기억으로 메꾸려는 너의 의도, 나는 어떻게 받아 들어야하는거냔 말이야…."
 〃….〃
 "…앞으로 나는 그 기억을 떠올리지 않을 것이다. 그 기억 때문에 내 발목이 붙잡히는 것도 싫고, 그 때문에 슬퍼할 내 친구 때문에 더더욱 싫다. 더불어 그 기억 때문에 일어날 이런 상황이 반복될 것만 같은 두려움 때문에 그 기억을 엄청나게 증오한다. 하지만 잊지는 않을 것이다. 그 기억을 잊는 것은 모든 아픔과 슬픔을 떠나서 녀석을 잊는 것일테니까." 
 그러니까 나는.
 〃그아아아아―!!!〃
 잊지도, 잃지도 않을 것이다. 설령 그게 나를 함정에 빠트릴지라도. 
 "…."
 내 의지만큼은, 그 누구도 꺾을 수 없을테니까. 이번에도 나는 또 한 번의 희생을 거치지 않으면 안될지도 모르는 상황이 닥칠지 모른다. 하지만 망설이지않고 다가서겠다. 그것이 나를 위한 길이라면 얼마든지 받아 들일 준비가 되어 있으니…. 
 그날의 하늘이 붉게 물들었던 것처럼, 지금 내가 바라보는 하늘 또한 점차 검게 그을리 듯이, 그날의 하늘은 빠르게 흐르기 시작했다. 그 누구의 약점도 볼 수 없을 정도의 어둠을 이끌고….

 P.s : 제 4화 '엉킨 실타래' 입니다. 즐감하세요~!
 + 아…. 드디어 다시 뿌야가 열린건가요…. 기쁘면서도 레벨이 다시 낮아졌다는 사실이 조금 암울하지만….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지금껏 올리지못한 나머지 스토리를 올리겠습니다. 부디 이런 일이 또 일어나지않기를 빌면서 항상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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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탓하지마라.

시간을 흘려보낸건 나 자신이다.

시간은 주어진게 아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 우연히 나라는 존재가 있을 뿐이다.

그 시간의 흐름에 어떻게 따라가느냐의 내가 증명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증명해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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