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이야기

게임 속 이야기   |  미래의 소설가는 바로 나!

2012.07.1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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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박의 굴레> - 5 -


 불끈 쥔 나의 주먹이 그 녀석의 얼굴을 향해 날아가는 시간 0.2초. 그러나 나의 주먹이 올걸 예측이라도 한 듯 비틀리는 그의 얼굴, 그러나 피하는건지 춤을 추는건지 모르는 요상한 스텝이 0.5초. 새어나오는 분노를 잠재우며 그대로 녀석의 얼굴을 강타하는데 걸린 시간 1초. 1초 사이에 일어난거라고 생각하기는 조금 성가시지만 그 증오심에 깃든 나의 슬픔을 다 이루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야한다. 내 목표는 이 녀석이 아니라 저기 있는 두 남자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 녀석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잽싼 몸놀림으로 그들에게 다가가는 시간 1.3초. 그들이 반응하는 움직임이 포착되는 시간 1.5초. 그리고 그들에게 다가가 두 남자의 얼굴을 향해 빠른 주먹을 날리는 시간 1.8초. 마지막으로 아리아의 손을 잡고 달리는 시간 2초. 이 모든 것이 2초 안에 일어난 상황이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상황이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혼란스러울지도 모르는 시간, 그러나 이건 실제상황이고 나의 주먹에 휘둘린 녀석들은 하나 같이 바닥에 누워 마치 애벌레가 된 듯이 꾸물거리는 모습을 보는 것까지 약 5초. 이정도면 충분히 그들을 따돌릴 수 있는 시간이다. 이대로라면 아리아를 무사히 데리고 빠져 나갈 수 있다. 비록 의식을 잃고 휘청거리는 아리아 때문에 속도는 뎌디지만 그들이 정신을 차리고 우리를 쫓아올 즈음엔 우린 이미 숲 속을 빠져 나간 뒤겠지만.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시야가 흔들린다. 그렇지만 달리는걸 멈출 수는 없었다. 내가 달리는 것을 멈추고 잠시 숨을 돌릴 틈을 노려 그들은 나의 뒷덜미를 잡아 당길 것이다. 이번의 기회를 그렇게 하찮게 날려 보낼 순 없다. 달리고 또 달려 두 다리에 경련이 일어날 것처럼 저려오지만 절대로 멈출 수 없다. 갈대마냥 흔들리는 그녀를 두 손으로 번쩍 들어 앞으로 달리는 순간에도 나의 모든 감각은 오로지 뒤를 향해 멈춰있다. 뒤는 볼 수 없지만 느낄 수 있다. 우릴 위협하는 것들이 언제쯤 우리의 목에 칼을 겨눌지도 말이다.

 "헉…헉…헉…."

 심장박동소리만이 숲 속을 맴돌고, 차갑게 식은 땅 위를 달리는 내 발은 금방이라도 얼어 붙을 것만 같은 한기를 느끼며 계속해서 달리고 있었다. 

  "저기 아인, 나와 약속 하나만 해줄래…?"

  "약…속?"

  "다음에 왔을 때는 아리아와 함께 있어줄래? 원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친구들이 기다리고 그러잖아? 그러니까…."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아리아를 데리고 이곳을 빠져 나가야한다. 난 두 번씩이나 거짓말쟁이가 되고 싶지 않으니까.

 「 퍼억 」

 무작정 앞으로 달리던 순간 무언가로 인해 얼굴을 얻어 맞고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용케 여기까지 왔지만 이걸 어째? 도로 되돌아와서 말야."

 "너…."

 "감히 우리를 공격하고 도망가려고 해? 그 댓가는 톡톡히 치뤄주마."

 바닥에 쓰러진 나를 향해 무차별적인 공격을 하는 안토니오를 나는 그냥 바라만 볼 수 밖에 없었다. 아직까진 이 주변에는 이 녀셕을 제외하곤 나머지 놈들은 오지 않았는지 주위엔 쓸쓸히 불어오는 바람소리만이 나의 청각을 가볍게 자극시켰다.

 나는 틈을 노려 그 녀석의 다리를 붙잡고 그대로 땅바닥에 내려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신을 못 차린 듯 휘청거리는 그 녀석을 다시 한 번 발길질로 넘어뜨린 뒤에 바닥에 쓰러진 아리아를 등에 업고 또 다시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다.

 "이, 이자식이!!"

 바퀴벌레마냥 엄청나게 달라 붙는 그 녀석이 이제는 신물이 나도록 지겹다. 당장이라도 궤도를 바꿔 그 녀석의 얼굴을 짓밟고 가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으니 언제 들이 닥칠지 모르는 그 녀석의 동료 때문에 그러할 여유 또한 없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달리는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 그래야만이 아리아를 무사히 집으로 되돌려 보낼 수 있는 방법. 그리고 이 녀석과 그놈들의 거리를 넓히는 하나의 방법. 이렇게만 한다면 그 녀석들을 물론이고 아리아까지 무사 할.

 「 쿠당탕―!! 」

 또 다시 무언가로 인해 넘어진 내 앞에는 그놈들이 서 있었다. 마치 아까의 타격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듯이 굳은 표정의 놈들은 내 앞과 뒤를 포석하며 나의 진입로를 막는다. 그리고 뒤이어 안토니오까지 내가 있는 곳으로 돌아오며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이 자식…감히 날 두 번씩이나 물 먹여? 너, 죽는다."

 "이만하면 충분하지않나?"

 "아니, 넌 오늘 이곳에서 죽는다. 그리고 그 녀석 또한 오늘 너랑 같이 죽는다. 왜인지는 안 물어봐도 잘 알고 있을테니 바로 시작해볼까?"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휘두르기 시작하는 단도를 나는 재빠르게 피하며 녀석의 팔을 꺾어 단도를 빼앗았다. 그리곤 재빨리 그 녀석의 목을 감아 그대로 녀석의 움직임을 제어했다.

 "정말…이렇게까지 해야하는거냐?"

 "처음부터 이럴 생각 아니였나?"

 "나는 그저 이곳을 빠져 나가고 싶었을 뿐이다. 너와의 싸움은 하고 싶지 않았다고."

 "그런 녀석이 내 목에 칼을 갖다대? 까딱하면 내 목을 베어버릴 녀석이 그런 말을 꺼내는걸보니까 이거 웃겨서 말이 안 나오는데?"

 "…정말 그만둘 의향은 없는거냐?"

 "멈출 생각이였으면 애초에 널 건들지도 않았어. 오늘 너는 여기서 죽는다. 이것말곤 아무 것도 흥미 없어."

 "…후우. 결국 이럴 수 밖에 없는건가."

 마지막 경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절대 굴복의 여지를 보이지 않는 녀석의 목을 그대로 베어버렸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눈치로 뿜어져나오는 붉고 따뜻한 선혈이 그대로 앞에 있던 놈들의 얼굴과 몸으로 흩날린다.

 "이런 결말을…원한게 아니였다. 하지만 결국 이렇게 만든건…."

 숨이 끊어질 듯 말 듯 꺽꺽거리는 그를 보고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금방이라도 황천길로 가 평안함을 느꼈으면 하는 작은 바람에 나는 다시 한 번 녀석의 목을 향해 칼을 갖다대자, 부들거리던 녀석의 손이 칼날을 잡으며 흔들리는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크극…너…내가 한 말은 잊어 먹은거냐…? 내가 죽으면 그 녀석도 죽는다고…."

 "…."

 "차, 참…나…이렇게 말해줘도 들어 먹질 않으니…내…내가 널 싫어하, 할 수 밖에 없잖아…?"

 "…."

 "흐…흥…여, 역시 재미 없는 녀석이네…."

 "할 말은…그게 단가?"

 "주…죽기 전에 이 말 하나 할까…? 조…조만간 바티칸 마을에 피바람이 불어올거다…. 왜인지에 대해서 가르쳐줄 생각은 없지만…이, 이름만은 알려주도록하지…."

 "…."

 "씨…알려준다고해도 대꾸가 없네…."

 "…그자의 이름이 뭐지?"

 "헤, 헷…내가 가르쳐줄가보냐…."

 "…."
 "카르카테론…."

 "뭐?"

 "카르카테론, 그 남자의 이름이다…. 꼭 명심해라…."

 "…고맙다."

 "시, 시끄러…이 살인자야…. 어, 얼른 죽이기나 해…."

 "…미안하다."

 마지막으로 그와 나눴던 이야기, 아마 그때 전장에서 했던 대화가 마지막이었을거다. 이렇게 얘기를 나눈 것이. 나를 봤을 때는 정말로 나를 경멸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금방이라도 나를 죽이네 살리네 할 것 같은 녀석이 죽을 때가 되니 모든걸 포기한걸까, 예전 그 모습을 그대로 보는 듯한 말투와 행동이 나를 더욱 더 가슴 아프게 만들었다. 필시 이 녀석 또한 마음에도 없던 말을 내뱉은 것이였을까, 아님 그때부터 지금까지 담아두었던 말들을 하나씩 꺼내어 자신의 불만을 토해낸 것이였을까. 그게 전자이든 후자이든간에 마지막으로 그가 한 말은 진심이였다.

 "…카르카테론."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이름이다. 하지만 안토니오가 내게 이 이름을 꺼낸 이유는 필시 무언가가 있는게 분명하다. 그러나 대체 이자가 무슨 이유로 마을을 공격한다는지에 대한 정보는 알려주지도 않은 채, 그 녀석은 너무나도 먼 길을 떠나버렸다. 비록 마지막은 조금 비참할지라도 어찌보면 녀석과의 이별에 걸맞은 결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잠깐 잠깐식 나를 침묵에 빠트린다.

 "!"

 잠시 잊고 있었던 아리아가 갑작스럽게 생각난 나는 황급히 뒤를 돌아보며 아리아에게 달려갔다. 안토니오의 말과는 달리 아리아는 아까 전의 그 외상을 제외하곤 아무데도 다친데가 없었고, 더불어 나의 앞길을 막고 있던 두 남자는 이미 오래 전에 여기를 떴는지 보이질 않는다. 대체 그들이 누구며 어떤 자였는지에 대한 미스테리를 품은 채, 나는 곤히 잠든 아리아를 등에 업고 조용히 레오스 숲을 빠져 나갔다.

 

 그때는 미쳐 몰랐다. 그때 안토니오가 한 말이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켰는지를, 더군다나 그 녀석이 죽으면 아리아도 죽는다는 그 말을, 나는 가볍게 여겨서는 안될 문제였다는걸….


 『』


 "아인, 혹시 나한테 할 말 있나?"

 "아뇨, 그런거 없습니다."

 "그래? 그런데 요즘 왜 이렇게 아인을 자주 보는 것 같지…?"
 "…기, 기분 탓일겁니다."

 "그런가…?"

 "그런데 주군, 제가 전에 드린 말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조만간 바티칸 마을에 피바람이 분다는 말인가? 그 점에 대해서 주군들과의 대화를 나눠봤지만 그런 소문은 처음 들어본다고 하더군. 더군다나 그런 계획이 있다면 제일 먼저 사람들의 귀에 들어갈 턱, 하지만 그런 얘기는 처음이라네."

 …역시 안토니오가 가볍게 던진 떡밥이였단 말인가? 죽어가는 마당에 거짓말을 할리가 없어서 깊이 새겨 들고 주군께 말씀드렸더니만, 도리어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된 것 같다. 하지만 너무나도 진실된 그 말이 난 거짓말이라는게 조금은 미덥지않다. 아무리 그런 마인드를 가진 녀석이라도 해야 할 농담과 하지 말아야 할 농담의 기준을 알고 있을텐데, 아무리 죽는다고해도 그런 불길한 말은….

 「 덜컥 」

 "주, 주군!!"

 "갑자기 무슨 일인가? 마을에 무슨 일이 생긴건가?"

 "큰일 났습니다! 아리아님께서 괴인의 습격을 받아 레오스 숲으로 끌려 가셨습니다!"

 …!! 아, 아리아가?

 "그, 그게 사실인가?"

 "그것 뿐만이 아닙니다. 지금 서쪽 외곽 쪽을 향해 수 백명의 용병들이 한꺼번에 이곳 바티칸 마을을 향해 오고 있습니다."

 수 백명의 용병…? 그렇다는건 안토니오는 내게 거짓말을 한게 아니란 말인가? 

 "아마도 전에 주군께서 하신 말씀대로…."

 정말로 안토니오는 나를 생각해서 그런 말을 남긴거란거야? 그렇다는건…설마 아리아도…!!

 「 쿵 ― ! 」

 "주, 주군…?"

 "…아인."

 "네, 주군."

 "미안하지만 내가 급히 마을로 가봐야 할 것 같은데, 대신 내 딸 좀 부탁해도 되겠나?"

 "맡겨만 주십시오. 기필코 아리아를 무사히 이곳에 데려오겠습니다."

 "자네는 지금 당장 마을에 흩어진 용병들을 데리고 서쪽 외곽에 집합시키게. 나는 곧 합류하겠네."

 "알겠습니다!"

 "그럼 부탁하네, 아인."

 "…네!"


 『』


 "꺄아아악!!!"

 "이, 이게 무슨 난리냔 말이야?!"

 "사, 사람 살려요!!"

 마을은 이미 쳐들어온 용병들로 인해 난리통이였다. 그들은 하나 같이 검은 천 같은걸로 얼굴을 가린 채 무자비하게 마을사람들을 공격하였고, 그 수는 상당히 많아 멀리서 보면 마치 개미 떼마냥 들끓는 모습이 몹시나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으아아악!!"

 사람들의 비명 섞인 고통이 나의 발목을 무척이나 붙잡는다. 하지만 나는 그 붙잡는 손을 팽개치고 달리는 수 밖에 없었다. 지금 나는 이곳에서 이렇게 시간을 허비할 시간이 없다. 한시라도 빨리 레오스 숲으로 끌려간 아리아를 찾아내는게 내 임무자, 주군의 명이다. 주군의 명은 곧 내 목표이자, 나의 삶 그 자체. 만약 주군의 명을 어기는 날에는 내 목숨 또한 버리는 날, 어떠한 일이 닥쳐도 주군의 명만큼은 지켜야 한다.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갈수록 커져 마을 곳곳에 피를 흩뿌린다. 레오스 숲에 다가갈수록 더욱 더 질척해지는 바닥과 무거워지는 내 두 다리가 금방이라도 으깨질 것만 같은 통증이 수반된다.

 "아, 아인님!!"

 재빨리 앞으로 달려가는 내 귀에 내 이름을 부르는 한 소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아리나?"
 그 목소리는 아리나였다.

 "아인님, 살려주세요!!"

 "시끄럽게 굴지말고 죽어라."

 "아인님!!!"

 「 쿠당탕탕 - !!」

 "아, 아인님!!"

 "…괜찮은거냐, 아리나."
 "너, 이 자식…."

 "꺼져라, 네 녀석을 상대할 시간 없다."

 "웃기는 소리하고 있네…. 감히 날 건들여 놓고서 그냥 갈라고?"

 "다시 한 번 말한다. 꺼져라."

 "이게 감히 어디서!!"

 「 퍼억 」

 이럴 시간…없다니까!!!


 『』


 제길…마을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어. 아리나만 아니였다면 그렇게 많은 시간은 사용하지 않았을텐데…. 이렇게 됬다간 아리아가 위험해.

 "아인님, 괜찮으세요?"

 "난 신경 쓰지 말고, 주변에 의식이 남아 있는 사람들을 데리고 빨리 집으로 달려가라. 거기만큼 안전한데는 없을테니."

 "하지만 아인님은…."

 "빨리 가라니까!!"

 "아…네!!"

 젠장…다리가 부들거려서 제대로 걷질 못하겠다. 뭔 빌어먹을 자식들이 맨날 납치하면 레오스 숲으로 기어오고 지랄….

 "아, 아리아!!"

 "…아인? 아인!!"
 찾았다. 아리아를 찾았다. 

 "네 녀석이 아인이란 녀석인가?"

 "그렇다면, 어쩔거냐?"
 "죽여버려야지. 네 녀석이 죽인 안토니오처럼!!"

 "…안토니오를 아는거냐? 설마 네 녀석이…."

 "그래, 내가 바로 '프렌차이즈'다."

 …프, 프렌차이즈?
 "내 소문을 알고 있으니 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도 잘 알고 있겠."

 「 퍼억 」

 씨발…이름부터 참 좆같은 냄새가 풀풀 풍기는 새끼군.

 "어디서 굴러 먹던 녀석인진 모르겠지만, 당장 꺼져. 그렇지 않으면 네놈 또한 죽는다."

 "이 자식이…. 야, 덮쳐!!"

 약 3~40명 되보이는 놈들이 나를 에워싸며 나를 향해 달려든다. 가진거라곤 마을에서 들고온 작대기 하나 뿐, 그것마저도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마냥 위태위태한 포스를 뿜고 있었다. 

 나를 향해 달려드는 40여명의 발길질이 나의 몸 구석구석을 밟자 금방이라도 황천길로 워프될 것만 같은 고통이 느껴진다. 반항을 하고 싶었지만 이미 몸은 만신창이가 되어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아, 아인…!!"

 지금 내 귀에 들리는건 나의 이름만을 애타게 부르는 아리아의 목소리 뿐, 그 이외에 소리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다.

 "헷, 별 것도 아닌 새끼가 말야…. 야, 뭣들 해? 완전히 죽여놓지않고."

 "그만둬! 더 이상 아인을 해치지 말란 말이야!!"

 "가만히 못 있어? 확 같이 묻어버리기 전에 입 닥치고 가만히 있어. 뭣들 해? 어서 끝내라고!"

 "하지마! 하지말라고! 아인을 건들이지마, 건들이지 말라고!!"

 "아나…이런 썅년이!!"

 「 턱 」

 "이건 또 뭐…."

 〃그아아아아―!!〃

 이 목소린…가르톨?

 "으, 으아아악!!!"

 멀찍이 어디선가 들리는 낯 익은 굉음과 함께 붉디 붉은 고깃덩어리 하나가 내 머리 위로 떨어진다. 나를 신나게 밟고 있던 그들은 행방을 알 수 없는 고깃덩이의 모습을 보고선 하나 같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를 박차고 도망가기 시작한다. 무슨 영문인지 모르는 나는 후들거리는 팔로 몸을 지탱하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아리아의 옆에서 복슬복슬한 털을 자랑하며 가만히 나를 바라보고 있는 가르톨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인, 괜찮아?〃

 "…일찍 좀 나타나지. 늦었잖아 임마…."

 "아, 아인!!"
 "걱정마…잠시 빈혈이 있었을 뿐이야. 조금만 쉬고 나면…. 아, 이럴 시간이 없어. 지금 마을에 가지 않으면…."

 "그 몸으로 어딜 간다는거야?! 가만히 여기에 있어! 그 상태로 움직이면 죽는다고!!"

 "내가 여기에 쉬고 있는 동안에도 수 십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있어. 내가 가면 그 수 십명의 목숨을 살리는 셈이라고…."

 "하지만 지금 네 몸 상태를 봐! 이 몸으로 어딜 간다는거야? 제발 가지마, 여기에 있으라고!!"

 "가르톨."

 〃응?〃

 "아리아를 집에 데려다줄래?"

 〃응, 알았어.〃

 "아리아, 금방 갔다올게. 집에 있어."

 "안돼 아인. 나랑 같이 가. 나랑 같이 가!!"

 "…곧 갈게."

 "안돼 아인. 그 몸으로 가면 넌 죽어!!"

 "가르톨."

 〃응, 알았어.〃

 "아인, 아인…. 아인!!"

 "…."

 미안하다 아리아…. 금방…돌아갈게….


 『』


 마을로 돌아온 나는 주위에 떨어진 적군의 무기를 주워들고 그대로 적군을 향해 돌진했다. 이미 많은 마을사람들이 죽어나간 자리엔 그들에 억울한 눈물만이 붉게 물들어 있었고, 그들 사이에 보이는 어린아이들마저 두려움에 갇혀 채 헤어나오질 못하고 그렇게 차갑게 눈을 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욕구는 충족되지 않았는지 무차별적인 학살과 함께 그들의 추악한 미소가 나를 더욱 더 냉정하게 만들었다.

 전방에 4명. 그들의 사지를 절단하는데에 걸리는 시간 2초. 그들이 나의 습격을 눈치챈 시간 3초. 이미 1초 안에 모든건 끝나 있었다. 사방팔방으로 흩어져있는 그들의 팔과 다리. 그리고 그들에 마지막 데코레이션을 넣어주는 그들의 흉물스러운 얼굴이 그들의 죽음을 상기시키고 있었다.

 "이 새끼!!"

 내 뒤로 검을 휘두르는 2명의 남자들의 목을 매끄럽게 잘라내는 시간 1초. 그들의 목이 하늘 위로 날아가는 시간 1.3초. 그들의 머리가 대지로 떨어지는 순간 그들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는 시간 1.8초. 그들을 뒤로 한 채 또 다시 나의 뒤로 접근해오는 적군 3명의 배를 갈라내는 시간….

 "…."

 1초.

 "후우…후우…."

 숨이 차오르지만 나의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놈들을 베면 벨수록 더욱 더 시뻘겋게 달아오르는 나의 두 손이 그들의 피를 더욱 더 원하고 있었다. 한순간에 내 앞에서 사라진 수만 해도 어림잡아 100명, 그리고 단숨에 적군의 눈에 들어온 시간은 채 10분도 되지 않았다. 내가 없는 동안에 이 마을을 지켜준 수 많은 용병들은 이미 지칠대로 지쳐있다. 아무리 용병을 모았다해도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그 많은 용병들을 모을 수가 없기에 수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밀리는게 당연하다. 이때 그 녀석이라도 있었으면 그나마 1% 정도는 승산이 있는 싸움이였을텐데…역시 혼자서는 불가능한 일인가?

 "혼자서 이렇게까지 버티는 녀석은 네놈이 처음이다. 하지만 버티는 것도 이제 끝이다. 순순히 죽음을 받아 들여라."

 "…뭐 때문이지? 뭐 때문에 갑작스럽게 마을에 쳐 들어와 애꿎은 사람들을 죽이고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든 이유가 뭐지? 그저 장난삼아 했다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오랜시간을 공들인 것 같은데…."

 "그걸 적인 너에게 설명해야하는건가?"

 "…물론 그럴 필욘 없지…."

 "그럼 이만 끝내지."

 "좋으실데로…."

 그들 중 우두머리격으로 보이는 한 사내의 검이 하늘을 가를 듯한 위엄을 뽐내며 천천히 나의 목을 향해 다가왔다.

 "마지막 할 말은 없나?"

 "유언은 남겨주겠다, 이건가?"

 "아니, 그럴리가. 그냥 한 번 물어봐준거다."

 "그거 고맙군…."

 이제…이대로 끝인건가….

 "아인!!!"

 "…아리아?"

 〃그아아아아아―!!〃

 가르톨까지…. 

 "처치해."

 "네!"

 "안 그러는게 좋을텐데…. 이래뵈도 저 녀석은 레오스 숲을 주름 잡는 녀석이라고…."

 "그건 두고 보면 알 일이지. 자, 그럼 마저 할까?"

 "아직도 미련이 있는거냐…?"

 "물론, 너를 베어야한다는 사람이 한 명 있거든."

 "…그게 누구지?"

 "그걸 내가 굳이 말해줘야 하는건가?"

 "…똑같은 레퍼토리군. 이만 끝내, 추잡스럽게 굴지 말고."

 "안 그래도 그럴 참이였다!!"

 젠장…녀석들이 생각한다십고 여기까지 달려왔건만, 결국 저들의 수고는 헛수고가 되는건가….

 「 추아악―!」

 "…!!"

 아, 아리아?!

 "아리아, 정신차려! 아리아!!"

 "아, 아인…. 내가 뭐랬어, 가지 말랬지…."

 "아리아…."

 "하지만 한 번만 봐줄게…. 이렇게 아인이 무사한걸 봤으니까…."

 "아리아…. 아리아…."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왜 울고 그래…."

 "미안해 아리아…. 정말 미안해…."

 "왜 사과를 해…? 아인답지않게…. 그러지마…."

 "아리아……."

 "…미안."

 "뭐…?"

 "미안…나, 죽을 것 같아."

 "무, 무슨 헛소리야?! 죽긴 왜 죽어!!"
 "하지만…이미 늦었는걸."
 "아니, 안 늦었어. 병원에 가면 괜찮아질거야…. 그러니까 함부로 죽는다는 소리 하지마…."
 "…고마워. 날…좋아해줘서…."
 "아리아…?"
 "날…사랑해줘서…."
 "아리아…? 아리아…?"
 "…고마워."
 아…리아….
 "이런, 파리 한 마리가 내 거행식을 망쳐버렸잖아? 쳇, 재수 없게시리."
 "…너, 다시 한 번 말해봐."
 "뭐?"
 아리아가…죽었다. 그것도 나 때문에….
 "다시 한 번 말해보라고…."
 내가 고집만 부리지 않았더라면, 아리아는 죽지 않았다. 내가 아리아의 말대로 함께 돌아갔더라면….
 "다시 한 번 지껄여보라고!!"
 아리아는 죽지 않았을텐데….
 
 나는 아직도 그날을 기억하면 가슴 한 쪽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에 잠긴다. 약을 발라도 소용 없고, 참아도 소용이 없다. 그 통증은 조금씩 더 내 가슴을 후벼파고 나의 고통을 즐기는 듯이 더욱 더 활개를 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꿋꿋이 그 아픔을 참아낸다. 내 입에서 새어나는 목소리가 아리아의 눈물이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나는 악착 같이 버틴다. 그래야만이 내가 고개를 들고 아리아에게 찾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책이니까….
 그날.
 아리아는 아주 평온한 미소를 지으며 쓸쓸히 내 곁을 떠나갔다. 다시는 볼 수 없는 아리아의 미소만이 내 기억 속에 남으며…말이다

 P.s : 3화 ' 속박의 굴레 ' 종료. 즐감하세요! (아…. 이번 편 조금 슬픈데…?)

Who's 아인

profile

시간을 탓하지마라.

시간을 흘려보낸건 나 자신이다.

시간은 주어진게 아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 우연히 나라는 존재가 있을 뿐이다.

그 시간의 흐름에 어떻게 따라가느냐의 내가 증명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증명해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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