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이야기

게임 속 이야기   |  미래의 소설가는 바로 나!

2012.04.22 21:43

루에르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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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을 땐,
이미 이 세상은 내가 알던 세상이 아니었다.


루에르

- 영원의 신념 - 

2 - 9



  날…죽이려던게 아니였나? 

  금방이라도 나의 목을 베고 지나갈 것만 같던 검날이 채 1cm도 되지 않는 거리로 나를 빗겨 나갔다. 운 좋게 내가 검에 빗나간건지, 아니면 일부로 나를 빗겨 간건지 모르겠다. 다만 지금 나의 얼굴을 노려보고 있는 그 남자의 얼굴에선 한치의 당황스러워하는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벽에 걸린 검을 뽑아 들고는 그대로 허리춤에 걸려 있는 칼집에 검을 집어 넣는다. 그리곤 나를 슬쩍 쳐다본다.


  " 마음만 먹었다면 너는 이미 저세상에 가 있었겠지. "


  " 왜, 날 베지 않았지? "


  " 굳이 그걸 말해줄 필요를 못 느끼겠군. "


  " …도대체 무슨 꿍꿍이냐. "


  " 너에겐 볼일 없다. 어서 비켜라. "


  나를 비켜가려는 그 남자의 앞길을 재차 가로 막은 나는 그 남자를 노려보며 절대로 이 앞을 넘어갈 수 없다는 경고의 눈빛을 보냈다. 그 남자는 나의 경고를 봤음에도 불구하고 내 경고를 사뿐히 즈려 밟고 가려는 모양인지 나의 어깨를 밀치며 앞으로 걸어간다. 


  " 이 자식이!! "


  나는 그 남자를 향해 달려갔다. 그 남자를 로라에게 떨어트리기 위해 그 남자의 몸을 밀치며 벽 쪽으로 그를 밀쳤다. 그러자 그 남자는 두 눈을 치켜 뜨며,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아 들더니 이내 검의 손잡이 부분으로 나의 목을 내려 친다. 피할 겨를도 없이 그대로 목을 강타 당한 나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엄청난 충격 때문일까? 온 몸이 바들바들 떨리며 다리의 힘이 풀려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 이…이런 젠장…. "


  팔 다리가 저려와서 제대로 말도 꺼내지 못하겠다. 이대로 저 남자에게 로라를 빼앗기고 마는 것인가…. 젠장, 내가 조금만 더 신중 했더라면 이런 일은….


  " …무사하셨군요. 다행입니다. "


  …?!

  

  " 혹시나 어디 다치지 않으셨는지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무사하시군요. "


  대체 저 남자, 로라에게 무슨 말을 하는거지? 갑작스레 나를 공격한 것도 모잘라, 갑자기 로라의 안부를 묻다니? 저 남자는, 레안과 함께 다니던 4명의 검은 남자의 일원 아니였나? 그렇다는 것은 이 근처에 그의 동료가 있다는 말일텐데…. 젠장, 이럴 시간이 없다. 재빨리 여기에서 탈출해야만 해. 크흑, 하필 이럴 때 다리의 힘이 풀리다니…. 피해, 로라, 그 남자에게서 떨어져!!

  " 안본 사이에 많이 초췌해지셨군요…. 예전에 뵜을 때는 이런 모습이 아니셨는데…. "


  이,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나를 죽이려던 남자와 로라가 정답게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대화를 이어 가고 있다. 별안간 벌어진 상황에 황당해하는 나와는 달리, 그 둘은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이인 듯, 한치의 어색함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로라가 무사한 사실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로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그를 말 없이 쳐다보던 로라는 슬쩍 바닥에 쓰러진 나에게로 눈길을 건네며 조용히 그를 향해 입을 열었다.


  " …레안도 여기에 있나요? "


  " 여긴 저 혼자 뿐입니다. 그분의 눈을 피해 움직인건 조금은 힘들었지만, 이렇게 로라님을 뵙게 되어서 다행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뭘하고 계시는겁니까? 곧 있으면 그분이 이곳에 도착할지 모릅니다. 서둘러 움직이지않는다면 그분의 눈에…. "


  " 걱정마세요. 저는 무사할테니…. "


  " 그게 무슨…. "


  " 저분과 함께 있다면 아무 일 없을테니. "


  "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 자와 함께 있다니요? "


  " 저분이 절 여기까지 데리고 와주셨습니다. 어찌보면 제 생명의 은인이라고 볼 수도 있죠. 그리고 저분은 죽은 란이 제게 보낸 수호자이기도 합니다. "


  " 수, 수호자요? "


  로라의 말에 그 남자가 믿겨지지않는 표정으로 나를 돌아본다. 그 말을 듣고 있던 나 또한 저게 무슨 말인가하는 표정으로 로라를 바라봤다. 


  " 저분이라면 이 모든 상황을 끝매듭 지을 수 있을겁니다. 아니, 저분이 아니라면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할지도 모르죠. "


  " 그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십니까? 저자에게 무슨 힘이 있다고 어찌 그런 말씀을…. "


  " 전, 알 수 있어요. 저분이라면 저를 구제해주실 수 있다고요. 저분이 아니면 전 평생 레안에게 사로 잡혀 있을거에요. 제가 레안에게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그것 뿐이에요. "


  " 로라님…. "


  나를 바라보는 로라의 얼굴엔 환한 미소가 흘렀다. 로라는 정말로 내가 자신을 구해줄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로라의 말이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는 그 남자는 이내 바닥에 쓰러져 있는 내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리곤 쓰러져 있는 나와의 눈높이를 맞추며 내게 말한다.


  " 정말…네 녀석이 로라님을 그분의 손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나? 그 누구도 함부로 다가서지않은 그분에게 대등하게 맞설 수 있냔 말이다!! "


  " …할 수 있다. "


  제대로 나오지않는 목소리를 내며 나의 의사를 확실히 밝혔다. 지금에 나로서는 로라는 둘째치고 나조차도 감당하기 벅차다. 하지만 그녀를 지킬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라도 할 생각이 있다. 설령, 그게 나의 목숨을 위협할 수 있는 위험한 일이 될지라도. 그 남자는 나에게 대답을 얻고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의 대답을 듣고도 아직은 껄끄러운 면이 있는지 조금은 망설이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이내 그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돌려 로라를 바라봤다. 


  " 알겠습니다. 저 자를 믿도록 하죠. 하지만 이것만은 꼭 명심해주세요. 만약 이 자가 로라님을 도와줄 수 없는 처지에 처하게 된다면, 저는 무조건 당신을 위해 싸우겠다는걸…. 설령, 그 상대가 그분이라 할지라도 말이에요. "


  로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럼 이만 여기서 벗어세요. 이제 곧 그들이 여기에 닥칠겁니다. 저는 미리 여기서 대기하여, 그들이 도착하면 대충 얼버무리며 로라님과의 거리를 충분히 넓혀놓도록 하겠습니다. 그 틈에 로라님은 저 자와 함께 ' 그곳 ' 으로 향하세요. 그곳에 도착하기만 한다면 모든게 순조롭게 진행될테니까요. "


  로라는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 그리고, 너한테도 할 말이 있다. "


  나한테…?


  " 절대로…포기하지마라. "


  !


  " 만약, 네 녀석이 갈피를 못잡고 방황을 하고 있는다면…난 가차없이 네 녀석을 죽여버리겠다. 그리고 네 녀석을 대신해 로라님을 지켜주겠다. 혹여나 그게 잘못된 방향이라해도, 나의 신념만을 밀어 붙힐테니까. "


  그는 바닥에 쓰러진 나를 자리에서 일으키며 말했고, 이후에 생길 일에 대해선 모두 나에게 맡긴다는 말을 꺼내며 나를 믿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 자, 그럼 로라님. 안위를 빕니다. "

  

  그 남자는 나를 부축이며 로라와 함께 밖으로 빠져 나왔다. 아직까지 그 남자에게 당한 공격 때문에 몸이 휘청거리긴 하지만, 다행히 두 다리로 서 있을 정도는 된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불안정한 상태임만큼, 조심하지않으면 금방 그들에게 잡힐지도 모른다. 그 남자는 그런 나에게 자기가 갖고 있는 단검 하나를 쥐어주며, 만약에 있을 위급상황에 사용하라며 서둘러 나와 로라를 그 민가 쪽에서 멀리 떨어지게 했다.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저 남자의 말대로 이곳에서 멀리 떨어지는 수 밖에 없다. 간신히 로라의 부축을 받고 움직이긴 하지만, 내가 빨리 힘을 되찾지 않으면 금세 따라 잡히고 말거다. 우리가 민가에서 꽤 멀리 벗어난 것을 보자, 그 남자도 조심스럽게 민가 옆으로 빽빽하게 세워진 수풀 사이로 모습을 감췄다. 

  나를 부축하며 조심스럽게 앞을 걸어가던 로라의 눈길이 이내 민가 쪽을 돌아보며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더욱 더 로라와 그 남자의 관계에 대한 궁금증이 솟구친다.


  " 저 남자는…누구죠? 누구길래 적인 우리를 순순히 보내준거죠? "


  나의 물음에 로라의 발걸음이 잠시 멈췄다. 

 

  " …그는 리오크의 동료였어요. 리오크가 이끌던 마키 족의 일원이였죠. 그리고 그는…리오크를 죽음으로 몰고간 자였고요. "


  그녀의 말에 나는 놀란 표정으로 황급히 뒤를 돌아봤다. 이미 오래 전에 모습을 감춘 그였기에 내 눈에 보일리는 없었지만,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로라의 상태를 제일 처음 묻고, 우리가 도망갈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준 그가 리오크를 죽게 만든 장본인이였다고? 그렇다는 말은 그 남자가….


  “ 네 녀석을 보고 있자면, 한 남자가 떠오른다. 그 남자는 너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신념이 두터운 남자였지, 

  “ 이곳에서 살아 나가고 싶다면, 너만의 신념을 찾아라. 

  “ 혹여나 그게 잘못된 방향이라해도, 나의 신념만을 밀어 붙힐테니까. ”

  “ 절대로…포기하지마라. ”


  꿈 속의 그 남자와…동일인물? 곤경에 처한 우리를 구해주고, 로라를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기꺼이 바치겠다고 말한 남자가 다름 아닌 리오크를 죽게 한 남자라고? 그런 남자가 리오크의 여자였던 로라를 위해 그런 다짐을 했단 말인가? 어찌 그런 행동을 보일 수 있는거지? 로라를 슬프게 한 사람은 자기 자신임을 알면서 어찌 그런 태연한 모습을 보일 수 있었냔 말이야! 어떻게…어떻게 그런…. 그런데 그런 그를 봐도 로라는 아무렇지 않다는건가? 자신의 행복을 빼앗은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아무렇지 않다는건가? 


  " 그는 저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어요. 제가 사랑했던 남자를 한 번 더 빼앗은 꼴이 되었죠. 하지만 그럴 수 밖에 없었어요. 그 역시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으니까요. "


  나의 속마음이라도 읽은 것일까, 로라는 대뜸 그 남자가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다며 그 남자를 감싸주려는 모습을 보였다. 


  " 그는 리오크에게 있어서 딱 한 명 밖에 존재하지 않았던 친구에요. 마우린에 있을 때부터 그래 왔고, 리오크가 마키 족을 창설했을 때도 그래 왔죠. 그 둘은 서로의 우정을 다짐하며 평생 그 우정을 변치 않자는 약속까지 한 남자였으니까요. 그 때문에 저 또한 그와 친해질 수 있었으니까요. 제가 알고 있는 그는 그런 남자였어요. 절대 친구의 의리를 배신하지않고 설령 자신이 죽는 한이 있어도 그와 한 약속을 절대로 배반하지않는 사나이였어요. 하지만, 그런 그가 리오크와 한 약속을 깨트릴 수 밖에 없는 일이 생겼어요. 그는 레안이 하는 말을 순순히 따를 수 밖에 없었어요. 자신의 목숨보다 중요한 친구의 가정을 지키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었으니까요…. "


  " 그게 무슨…. "


  " …리오크가 죽기 며칠 전, 레안은 그를 찾아 갔어요. 그리고 그에게 말했죠. 자신을 도와 리오크를 죽인다면 너를 내 부하로 임명하겠다고, 그는 당연히 거절했어요. 느닷없이 나타나 자신의 부하가 되달라는 레안이 우스울 뿐더러, 자신과 가장 친한 리오크를 죽이라는 말이였으니까요. 하지만 그가 거절하자 레안은 그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 날, 따르지 않으면 네 녀석에 가장 친한 친구의 여자가 죽을거다. ' 라고요.


  …!!


  " 결국 레안이 쳐 놓은 덫에 걸린 그는 결국, 하나 뿐인 친구를 죽음에 몰고 갈 수 밖에 없었고, 레안의 조건대로 그 남자의 밑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었어요. 그는 알고 있었으니까요. 자신의 친구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상대를 지키는게 친구를 위한 길이라는걸…말이에요. "

  P.s : 앞으로 6편, 즐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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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탓하지마라.

시간을 흘려보낸건 나 자신이다.

시간은 주어진게 아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 우연히 나라는 존재가 있을 뿐이다.

그 시간의 흐름에 어떻게 따라가느냐의 내가 증명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증명해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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