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이야기

게임 속 이야기   |  미래의 소설가는 바로 나!

2012.03.28 20:09

  라셀의 입 밖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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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셀의 입 밖으로 튀어 나온 말은, 잠시동안 나를 벙어리로 만들어 주었고, 할 말을 잃고 멍하니 서 있는 나를 보며 라셀도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 …그 소녀가, 로라였다고? "


  이건 무슨 운명의 장난일까, 이리도 가까이 있었음에도 나는 대체 어딜 향해 보고 있던걸까?


  " 말도 안돼…어떻게 이런…. "


  말이 다 나오지 않는다. 중간에 끊긴 말 뒤로 실 없는 나의 웃음만이 잔잔하게 흘렀다.

  그 뒤로 몇 분간은 라셀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며 하염 없이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한 눈동자로 흘러가는 구름만을 바라볼 뿐이다. 지평선 아래로 자츰 사라져가는 태양과, 그 뒤로 보이는 희미한 색의 달이 그의 뒤를 따라 올라온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이 나의 얼굴을 가볍게 쓸어 내리며 지나가자, 멍청히 하늘을 주시하던 나의 시선이 슬쩍 라셀을 향해 옮겨간다.


  " 그럼 넌 처음부터 알고 있던거야? 그녀가 로라라는걸. "


  내 물음에 라셀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 응, 이곳에 온 뒤부터 줄곧 알고 있었어. "


  " 그런데 왜 내게 말해주지 않았어? "


  " 알 수 있을거라 생각했어. 로라를 만나고 싶어 했던 사람은 너잖아. 그렇기 때문에 나는. "


  " 아니, 미처 생각지도 못했어. 이렇게 가까운 곳에 로라가 있을지는…. "


  " …. "


  또 다시 침묵이 흘렀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토록 만나고 싶어 했던 로라가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을지 몰랐고, 더군다나 나를 도와준 사람이 다른 사람도 아닌 로라라는 사실에 한 번 더 놀랄 뿐이였다. 역시 그때 느낀 느낌은 기분탓이 아니였어. 그녀가 로라였기 때문에 란의 모습이 비춰진거였어. 처음, 이곳으로 온 내게 란이 그랬던 것처럼, 부녀지간의 끈은 놓아지지 않았던거야. 내가 혼란에 빠졌을 때 란이 도와준 것처럼, 그의 딸인 로라 역시 나를 도와주려는거야. 처음보지만 낯설지 않은 이 느낌을 말이야.


  " 한가지 묻고 싶은게 있어. "


  " 말 안해도 알아. 왜 그녀가 이 마을 촌장이 아닌지에 대해 묻고 싶은거지? "


  " …. "


  라셀은 다리를 살짝 꼬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 그때, 네가 이곳을 떠난 직후, 마우 마을에 이상한 일이 일어났어. "


  " 이상한 일? "


  " 내가 전에 네가 부순 쿠피디타스가 다시금 생성 됬다고 말한 적 있지? 그때는 상황이 상황인지라 별 설명을 못해줬는데. 사실은 쿠피디타스가 생성되기 이전에 있었던 전모를 알려줄게. "



 

  “루에르가 쿠피디타스의 힘에 이끌려 다시 원래 세계로 돌아가기 전, 란의 부탁을 받아 제 스스로 쿠피디타스를 깨트린 루에르가 그간 쌓였던 피로가 누적됬는지 힘 없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때 마침 뒤를 따라 올라온 수색꾼들의 눈에 띈 루에르는 다행스럽게 마우 마을로 향했다. 그와 함께 그 위에서 란의 장열한 최후를 지켜본 라셀은 무슨 생각인지 그들과 함께 내려가지않았다. 그러나 수색꾼들은 그런 라셀을 보며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은 채, 축 처진 루에르를 부축해서 조심스럽게 마우리스 산 아래로 내려갔다. 그들이 마우 마을로 향할 때쯤, 홀로 마우리스 산 정상에 남아있던 라셀은 가까스로 몸을 추스리며 방금 전, 마키와 함께 벼랑으로 떨어진 란을 찾기라도 하는 듯 힘겨운 그의 발걸음에 바람소리마저 애처로운 듯 쓸쓸히 불어온다. 벼랑 끝에 가까스로 멈춰선 그의 눈빛은 멍하니 낭떠러지 밖으로 머물렀고, 금방이라도 다시 란의 목소리가 들려올 듯한 기분이 들지만, 메마른 허공엔 바람소리만이 잔잔하게 흘렀다.


  " …결국 너마저도 떠난거냐, 그래도 너만은 무사할거라 생각했는데. "


  그도 란의 죽음이 믿겨지지 않는지 한동안 벼랑 끝에서 묵묵히 서 있었다. 


  " 하지만 안타깝게도 너의 죽음은 그리 탐탁치않아. 아직 네가 마우 마을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이 많은데…그럼에도 그런 선택을 한 이유는 대체 뭐냐. 이것으로 모든게 끝났다고 생각하지마. 너와 함께 이 아래로 떨어진 마키가 말했듯이, 너의 자손에게 큰 피해가 닿을거야. "


  그의 눈가에 자그마한 슬픔이 보였다. 하지만 그는 울지 않았다. 이대로 울게 된다면 란의 죽음이 헛으로 끝나게 될테니. 


  " 그러나, 우리 수색꾼이 가만두진 않을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내 이름을 걸고 네 자손만은 꼭 지켜줄게. 어떤 일이 있어도 꼭. "


  그는 웃었다. 허탈함에 웃는 웃음이 아닌, 무언가를 결심한 듯한 확신에 찬 미소였다. 

  벼랑 끝에서 무언(無言)의 약속을 한 라셀은 발걸음을 돌렸다. 그리곤 바닥에 싸늘하게 남겨진 쿠피디타스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산산조각이 난 쿠피디타스는 더 이상 수호신이 아닌, 그저 하찮은 고철 덩어리로 보였지만 그의 얼굴은 심상치않은 기운이 흘렀다. 


  " 이대로 두고 가기엔 너무나도 아깝지.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해도 일단은 가져가는게 도움이 될테지. 더군다나 수색꾼들 누군가가 이 쿠피디타스에 대해 철저히 알아낸다면, 그건 우리 수색꾼들에게도, 이 세상을 위해서도 도움이 될지 모르니까. "


  그는 바닥에 떨어진 쿠피디타스의 조각을 하나씩 주워 담아 자신의 주머니 안으로 넣었다. 그리곤 다시 한 번 뒤를 돌아보았다. 다시는 볼 수 없는, 다시는 오지 않을, 그의 모습을 기억이라도 하려는 듯, 그의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워보였다. 


  " …언젠간 다시 만날 그날을 위해. "


  그의 웃음이 바람을 타고 그가 떠난 자리를 메꾸었다. 그의 말은 대체 무슨 뜻이였을까? 하지만 기어코 그 말은 란을 위로 하려는 의도가 담긴 말은 아니였다.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자신을 위로하려는 자기만의 위로법이였을지도….

  그날 밤, 영문을 모른 채 사라진 루에르 때문에 마을사람들과 수색꾼들은 혼란에 빠졌다. 방금 전까지만해도 방 안에서 고요히 잠들어 있던 루에르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기 때문이였다. 그들은 마을 곳곳을 돌아다녔다. 혹시 마을 주변을 서성거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희망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이 찾고 있는 루에르는 그곳에 없었다. 그들이 사라진 루에르를 찾고 있는동안, 현대로 돌아간 루에르는 현재 자신이 이곳으로 돌아온걸 자책하며 슬픔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그걸 알 도리가 없는 그들은 날이 밝고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도 그를 찾아 헤맸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찾아 헤매고 다닐 때, 아무런 행동도 없이 물끄러미 그들을 지켜보던 라셀은 한숨을 푹 내쉬며 슬그머니 촌장댁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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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탓하지마라.

시간을 흘려보낸건 나 자신이다.

시간은 주어진게 아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 우연히 나라는 존재가 있을 뿐이다.

그 시간의 흐름에 어떻게 따라가느냐의 내가 증명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증명해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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