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이야기

게임 속 이야기   |  미래의 소설가는 바로 나!

2012.04.01 17:56

루에르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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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을 땐,
이미 이 세상은 내가 알던 세상이 아니었다.


루에르

- 영원의 신념 - 

1 - 10



  “ 그 뒤로 계속된 그의 무자비한 공격에, 그 남자는 막을 겨를도 없이 양 쪽에서 날아오는 주먹을 그대로 맞고 있었다. 민가 쪽에 숨어 이 모습을 계속해서 지켜보던 라셀의 얼굴에도 식은 땀이 맺힐 정도로 그의 공격은 날코롭고도 무거웠다. 그의 눈가엔 주체 못할 눈물이 계속 흘렀다. 닦아도 닦아도 닦이지않고 점점 번져가는 그의 슬픔, 하지만 제 잘못도 인정을 하지 않는 그 남자의 모습에 그의 눈시울은 더욱 붉어져만 갈 뿐이였다. 하지만 그도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앞뒤불문, 머리 끝까지 차오른 화를 표출하며 내지른 주먹 사이로 번쩍이는 칼날, 그도 이미 그 남자로 인해 많은 상처를 입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한치의 미동도 없이 같은 모습으로 그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이미 그에겐 고통은 사치일테니까.
  수 차례 반복된 공격 끝에 그와 그 남자는 너무나도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그의 주먹은 한시도 가만이 있질 않고 그 남자를 향해 움직였고, 피할 기운도, 그렇다고 맞을 생각도 없는 그 남자가 힘을 잃은 두 손에 들린 검으로 그의 주먹을 막으며 그에게 말한다.

  " 이 자식…아직도 날 공격할 셈이냐? 이미 너도 많이 지친 상태일텐데…. "

  그 남자도 지쳐있긴 매 한가지였다. 그 남자의 말을 듣기 이전부터 그는 알고 있었다. 계속 싸워봤자 서로 이득 볼건 없다는걸, 하지만 왜일까, 그의 주먹은 머뭇거림이 없었다. 그저 지금 눈 앞에 벌어진 사건에 대한 분노만이 가득 할 뿐,  그의 주먹은 쉬지 않고 그 남자를 향해 돌진했다.

  「 탁 」

  그 순간, 지금껏 민가에 몸을 숨기고 이 광경을 묵묵히 지켜보던 라셀이 도저히 더 이상을 지켜볼 수 없었는지, 민가에서 튀어나와 그의 앞을 막아서며 날아오는 그의 주먹을 힘겹게 받아치며 말한다.

  " 이제 그만둬, 이 이상 싸워봤자 너만 더 힘들 뿐이라고. "

  " …비켜라. "

  그러나 이미 제정신이 아닌 듯한 그의 얼굴엔 냉랭한 기운만이 서려 있었다. 그는 자신의 앞을 막아선 라셀을 지나치며 바닥에 주저 앉은 남자를 향해 걸어갔다. 자신의 경고를 무시한 채 걸어가는 그의 모습에 약간 화가 난 듯한 눈빛으로 또 한 번 그의 앞길을 막아선다.

  " 비키라고 했다. "

  그가 인상을 찌푸리며 그를 위협하는 목소리로 말했지만, 라셀은 꿈쩍도 하지 않고 그의 눈을 주시했다.

  " 내가 그만두라고 했다. "

  라셀 역시 똑같은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말하자, 그의 얼굴이 더욱 더 찡그려진다. 이 모습을 뒤에서 잠자코 지켜보던 남자는 은근슬쩍 자리를 피하려는 듯한 몸짓을 취하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그가 라셀을 노려보며 당장 비키지 못하겠냐라고 소리치지만, 라셀은 묵묵히 그의 앞을 막아서며 움직이지 않았다. 그 덕분에 이 자리를 피할 수 있게 된 그 남자는 방긋 웃으며 자신을 도와준 라셀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말한다.

  " 덕분에 하나 뿐인 목숨을 부지할 수 있게 됬군. 이 은혜는 나중에 갚도록 하지. "

  라셀에게 감사의 인사를 한 남자는 맞은 편에 세워진 울타리를 짚고 올라가 황급히 수풀 사이로 사라졌다. 

  " 너…이게 무슨 짓이냐!! "

  그는 마음대로 그 남자를 놓아준 라셀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고, 피할 겨를도 없이 공격을 허용한 라셀이 바닥에 뒹구르며 나가 떨어진다. 라셀이 쓰러진 주변엔 먼지바람이 날리며 바닥에 쓰러진 라셀이 휘청거리는 두 다리를 움직이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 톡 」

   먼지에 가려 뿌옇게 보이던 라셀이 모습을 나타냈다. 그의 공격을 제대로 맞은 탓인지, 라셀의 코에선 빨간 액체가 코에서 흐르고 있었다. 라셀은 미간을 찌푸리며 오른 손으로 코를 닦아낸다. 그리곤 다시금 그가 서 있는 자리를 향해 걸어간다.

  " 이걸로, 만족하겠어? "

  " …뭐? "

  " 이 정도면 그 녀석을 놔준 대가로 충분하냐고. "

  " 너…지금 무슨 말을 하는거냐. "

  " 이러면, 그녀의 죽음을 대신할 수 있냐는 말이다. "

  라셀의 말에 그의 말이 멈췄다.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라셀을 보던 그의 눈가에 맺힌 눈물이 소리 없이 대지로 떨어진다. 그의 앞에 멈춰선 라셀은 멀거니 서 있는 그를 보며 마저 말을 이어간다.

  " 너도 필시 느끼고 있었겠지, 이렇게 한다해도 그녀의 죽음은 달라지지 않는다는걸. 네가 그 녀석을 때린 이유도, 그 녀석이 그녀를 죽여서가 아니라, 네 자신이 그녀가 그 지경이 되도록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 때문에 행한 일이라는걸. 그들의 규율을 알고 있음에도 이 지경이 되도록 그녀를 지켜주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으로 인해 네 자신도 너를 제어하지 못했던거야. 이렇게 한다 한들, 변할건 하나도 없는데 말이야. "

  " …그래서 마지막에 날 막은거냐. 그녀의 죽음에 먹칠을 하지 말라는 이유로. "

  " 내가 있다는걸 알고 있었나? "

  " 멍청하게 벽에 숨어서 지켜보고 있더군. 웬만하면 그냥 넘어갈라고 했는데 너무 신경이 쓰여서 말이야. "

  그의 말에 라셀이 멋쩍은 미소를 짓는다.

  " 하지만, 네가 한 행동은 현명했다. 잠시 이성의 끈을 놓고 제멋대로 행동한 내 앞을 막아서는 그 용기도 대단했다. 요근래 마을에서 자주 보이던데, 새로 온 수색꾼인가? "

  " 응, 며칠 전부터 이곳에 신세를 지고 있어. 내 이름은 라셀, 너의 이름은? "

  " 란. 란이라고 부르게. " ”



  " 그 남자가…란이라고? "

  " 응, 맞아. 그날 살해 당한 여자가 란의 부인이였어. 뭐, 형식적으론 부부가 아니였지만, 옛날엔 그럴 수 있었으니까…. "

  나는 휘둥그레진 두 눈으로 라셀을 쳐다봤다. 라셀이 말한 남자가 바로 란이였다니, 더군다나 그때 살해 당한 여자가 다름 사람도 아닌 란의 부인이였다니…. 

  " 그럼 잠깐, 그렇다는건…. "

  " 그래, 그때 그 여자를 살해한 사람이 마키야. 그때 당시엔 마우린의 족장은 아니였지만, 족장인 아버지의 뒤를 따라 어느정도의 실세를 지닌 인물이였지. 그 때문인지 그 당시의 마키는 아주 잔혹하고 비열한 녀석이였다는 것 밖엔 아는 바가 없어. "

  그럼, 그때….

  “ 모든 일은 우리들로부터 시작됬다. 그 끝을, 우리에서 끝내도록 하자. ”

  란 말의 의미가 바로 그거였단건가…결국 란은 마키에게 복수를 했다는거군. 

  " 그 뒤로 나와 란은 죽은 여자를 데리고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묻었어. 그녀를 묻는 내내 란의 얼굴엔 근심만이 가득 찼지. 하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어. 이미 벌어진 일이였으니까. 그렇다고 그냥 넘어가기엔 무리가 있었기 때문에 나는 란에게 한가지 약속을 했지. "

  " 약속…이라고? "

  " ' 이번 일은 너와 나 둘만의 비밀이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약속한다. 어떠한 일이 닥쳐도 5년 안의 그 녀석을 잡겠다. ' 라고…. "
 
  라셀은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그는 그때의 상황이 다시금 기억 속에 떠올랐는지 말 끝을 흐리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라셀 또한 란의 속박에 걸려 있는거구나. 단지 나 혼자만의 고통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녀석도 나와 같은 마음이였어.

  " 다행히 그 약속을 지키긴 했었지만, 그 녀석은 잡은건 내가 아니라 란이였지. 결국 나는 그 녀석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거야. 그 때문에 내가 이렇게 안절부절 못하는 것도 그렇고.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너의 도움이 필요한거다. 이 모든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나머지 쿠피디타스를 찾아내서 그들은 봉인 시키는 것 뿐. 다행히도 우리가 봉인 시켜야하는 2개의 쿠피디타스 중 하나인 검은 별이 이곳에 있다. "

  역시나, 검은 별은 이 마을에 있었어. 그때 라셀의 편지에 적힌 내용은 한치의 거짓도 섞여있지 않았던거야. 하지만 그녀, 아니 로라의 부탁을 받고서 이리저리를 훑어보며 검은 별을 찾아 헤맸지만, 발견된건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런 지금, 라셀의 눈동자는 유독 빛나고 있었다. 그는 안다. 검은 별이 어디에 있는지를.

  " 그렇지만 검은 별을 찾는다해도, 다른 쿠피디타스와는 달리 검은 별을 봉인 시키는건 유난히 버거울거야. "

  " 그게…무슨 말이야? 봉인하기가 어렵다니? "

  " 검은 별은 다른 쿠피디타스와는 달리 유독 특별한 성질을 띄고 있어. 전에 내가 보여준 책이 있었지? 그 책 안에 실려있던 쿠피디타스의 능력을 본 적이 있을거야. 현재 네가 가지고 있는 쿠피디타스의 능력은 시간이동, 그리고 네가 봉인 시킨 붉은 태양의 쿠피디타스는 빛과 생명의 능력을 띄고 있어. 그 쿠피디타스가 마을에 있다면 1년 365일동안 마을의 곡식은 해마다 풍년이며, 마을사람들은 무병장수를 할 수 있는 진귀한 능력이지. 그리고 우리가 찾아야 할 검은 별의 능력은 ' 디센트 ' 다. "

   …디센트?

  " 말 그대로 디센트는. 모든 일엔 순서가 있으며 그 순서를 따라야만이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허나 이 섭리를 거스르고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자를 벌한다는 사신의 능력이다. 만일 이 능력을 사용한 자는,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반면에, 자기 자신이 죽은 뒤, 그의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에게 해가 간다는 아주 무서운 능력이다. 이 능력을 본 자들은 이렇게 말하기도 하지. ' 사신의 족쇄 '. 대개는 이상한 병에 걸려 남은 인생을 힘들게 살아가지만, 그 중 소수는 그 병이 악화되어 빠르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달 안에 죽음에 이르지. 아마도 너도 이 병을 본 적이 있을거야. "

  " …내가 본 적이 있다고? "

  " 그 병의 증상은, 자신의 선조가 남긴 죄를 그대로 받는다고야 할까? 선조가 지은 죄, 즉, ' 검은 별의 능력 ' 을 사용한 것에 대한 형벌이 주어지지. 그 형벌은 매일마다 이 사실에 대해 후회한다는 것. 그 뿐만이 아니야. 자신이 해야만 했던, 자신이 차마 말 못했던 것을 떠올리며 왜 나 자신은 그런 행동을 보이지 못했냐며 자신을 자책하는 지경에까지 다다르지. 그래서 이 광경을 지켜본 사람들은 후회라는 이름을 따서 그 병의 이름을 지었다. "

  " …설마. "

  " 페니턴트. "

  !!

  " 그 병의 이름을 페니턴트라고 지었다. "

  그 말을 들은 직후, 나는 도저히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 마치, 누군가가 나의 발목과 어깨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것처럼, 혹은 목을 죄어오는 고통에 의식을 잃은 것만 같은 충격에 휩싸인 나는 흔들거리는 시야에서 라셀을 쳐다봤다. 두 손이 마구 떨리고, 숨소리가 거칠어지며,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만 같은 기분에 나는 그대로 입술을 깨물 수 밖에 없었다.


  P.s : 다음 편 예고. 지금껏 있었던 모든 일들에 실마리가 풀립니다. 그리고 그 사건의 종결을 위해 마지막 선택을 하는 루에르. 그의 앞에 펼쳐지는 믿지 못할 상황들. 루에르 마지막편. ' 영원의 선택… 그리고 만우절. ' 즐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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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탓하지마라.

시간을 흘려보낸건 나 자신이다.

시간은 주어진게 아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 우연히 나라는 존재가 있을 뿐이다.

그 시간의 흐름에 어떻게 따라가느냐의 내가 증명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증명해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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