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바로 스톤 학교여

by 또하나의꾸엑 posted May 27, 201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인쇄



날이 밝았다.
지금처럼 하늘이 맑은 날이면 늘 그렇듯, 4대 마을의 수도라 할 수 있는 이곳, 샴기르 마을 광장은 붐비는 사람들로 인해 시끌벅적했다.
그래, 시장, 교역소, 무역소와 같은 역할을 하는 바로 이곳에서! 화창한 날씨가, 바로 이곳! 소년소녀들의 출발을 반겨주는 듯이 더럽게 맑고 쨍쨍하게!
한 마디로 그냥 쨍쨍한 맑은 날씨다.

 

"홍이야~ 얼른 일어나! 오늘부터 입학식 있는 날이잖니~!"

 

한 아이의 집에서 울리는 어머니의 목소리.
여느 집에서나 흔히 있을 법한 정겨운 풍경이 연출된다.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아이는 자신의 모습을 꽁꽁 숨겨놓고는 비몽사몽 다 기어들어가는 모기 목소리만을 이불 밖으로 내보낸다.

 

"엄마, 나 5분만..."

 

"첫날부터 지각하려고 그러니?! 얼른 일어나!!"

 

펄럭-
어머니의 이불 걷어내기 기술이 시전됩니다.

 

"으으~~!!"

 

빛과의 차단을 도와주던 녀석이 갑자기 사라지자, 차단 당해왔던 빛에 그대로 노출 된 소녀는 반사적으로 인상을 찡그리며 입으로는 알 수 없는 의사표현을 했다.
눈꺼풀이 '나 아직 준비 안 됐어 임마!' 라고 소리치는 것 같았지만, 밍기적 거리는 그녀를 향해 연이어진 어머니의 행동에 일어나지 않을 래야 않을 수가 없었다.
-찰싹 -찰싹
어머니의 애기 엉덩이 두드리기 기술이 시전됩니다.

 

"어여 일어나!"

 

"아, 알았어 엄마! 일어날게...!"

 

"얼른 씻고 와서 밥 먹어. 아버지는 벌써 나가셨단다. 입학 첫 날부터 지각하면 어쩌려고 그러니? 애들한테 창피하잖니."

 

"아우, 진짜... 졸린데...!"

 

-어푸 -어푸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가 세면을 하는 와중인 지금, 곳곳에선 그녀 말고도 입학 날 아침인 오늘, 부산을 떠는 아이들은 많았다.

 

"으아아아악!! 뭐야! 엄마! 왜 나 안 깨워줬어?!"

 

아마도 샴기르 마을의 아이들 중 가장 늦게 일어났을 것 같은 한 소년이 자리에서 일어나 엄마를 향해 절규를 쏟아낸다.
어리광이 가득한 억양과 달리 그의 외모는 감탄을 자아내게 할 만한 마치 조각 같은 인상이었다.
금처럼 빛나는 머리칼에 날렵한 턱선을 가진, 한 마디로 표현해 이 얼굴은 미남이다!...
그 조각같은 얼굴이 무엇이 마음에 안 드는 듯 울상을 짓는데, 워낙 잘 생겨 그 모습조차 멋져보이는 조각이 다시 한 번 소리친다.

 

"나 왜 안 깨워줬어~~?!!!"

 

"네가 알아서 일어나 이놈아!!"

 

소년은 늘상 듣는 엄마의 거친 억양이 담긴 목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한 순간, 이마에서 따금한 통증을 느껴야만 했다.
퍽- 소리와 함께 소년의 머리가 한껏 뒤로 젖혔는데, 그 찰나의 순간 그가 본 것 같은 수저는 환상인가?

 


그렇게 유일하게 집을 나서지 못한 금색머리의 소년을 제외하고, 사자가죽을 뒤집어 쓴 소년, 줄무늬 옷을 입은 소녀, 여우 귀를 단 소녀, 검은 머리칼을 가진 잘생긴 소년, 그리고 앞에 소개했던 물개가죽을 뒤집어 쓴 소녀까지.
그 외에도 오늘 입학이 예정되어 있는 많은 아이들이 문 앞을 나서며 어머니를 향해 힘차게 외쳤다.

 

"저 다녀올게요!!"

 

***

 


홍이라 불린 주홍색의 머리칼을 지닌 소녀는 품에 물개가죽을 꼬옥 안은 채 긴장한 듯 전방만을 응시했다.
기본적인 입학 절차가 끝난 이후에는 모든 아이들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마지막 단계가 남아있었다.
이 대륙에서 살아가는데 절대 없어서는 안 될, 파트너의 존재.
단짝 공룡.
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있어본 적도 없었던, 그렇기에 생에 있어서 처음으로 얻게 될 파트너였기에, 그녀를 포함한 많은 아이들은 자신과 처음으로 함께하게 될 공룡이 어떤 공룡인지에 대한 기대감 반, 불안감 반으로 긴장을 풀지 못했다.
물론 대개가 그렇다는 이야기지 언제나 예외라는 것은 존재하는 법이다.

 

'엇?! 뭐야 저 녀석?!'

 

입학식이 시작됐을 때부터 도통 집중을 하지 못하던 금빛 미소년은 마지막 필수 과정을 남겨놓았을 때까지도, 여전히 정신 사납게 주변 아이들이나 관찰하며 딴 짓을 하던 중이었다.
그러던 그의 시선이 어느순간 딱 한 곳에 멈추어서 움직일 줄을 몰랐는데...
그곳엔 검은 머리칼을 가진, 조각처럼 잘생긴 미소년이 서 있었다.
마치 거기에 서 있는 행위 자체가 아름다움을 뽐내기 위한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올 정도였다.

 

'우와~~!! 재수없네? 세상에 나 말고도 저렇게 잘 생긴 녀석이 있었단 말야?! 이런 미친! 말도 안 돼! 자타공인 이 마을의 최고 미남은 바로 나여야 한다고!!'

 

검은 소년을 향한 금빛 소년의 눈은 천천히 달아올랐다.
적을 향해 금방이라도 돌진할 것 같은, 그것은 흡사 불을 뿜는 황소의 눈빛과도 같아 보였다.
적의를 태우는 그 모습조차, 너무나도 멋져 보인다는 게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으음?... 뭐지? 웬 등 뒤에서 한기가?...'

 

의도치 않게 적의의 대상이 된 그는 뒷머리를 한 번 긁적일 뿐, 그 이상 정체불명의 기운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 역시 한 미모 하는 모습이지만, 그 자신은 그 사실에 대해 별 생각을 갖고 있지 않는, 뒤에 있는 소년과는 달리 점잖은 성격이다.
현재 그는 눈 앞에 남은 마지막 과제만이 가장 집중해야 할 중요한 일이었다.

 

'첫 파트너... 입학식 날에 주어질 공룡은 각자 무작위로 지급된다... 과연...'

 

이곳에 모인 모든 아이들의 공통적인 관심대상.
금빛소년을 제외한 모든 아이들은 딴 짓을 할 여유 따위 존재하지 않았다.

 

"자, 그럼 의식을 치르는 방법에 대해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학교의 교장이 나서 아이들을 향해 힘차게 외친다.
그의 설명이 이어진다.

 

"자, 제 옆을 보아주십시오! 여기 단상 위에 있는 검은 천이 보일 겁니다!"

 

교장의 설명에 모든 아이들의 고개가 일제히 오른쪽으로 돌아간다.
교장이 말해준 대로, 거기엔 입학식이 시작하기 전부터 둘러처지듯 검은 천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 의식이 가장 처음으로 이루어지던 당시엔 분명 그 천의 존재에 대해 아이들이 의문을 표했을 지도 모를 일이지만, 지금에 와선 해마다 열리는 이 의식에 대해서 모르는 아이가 없다.
교장의 설명도 단순히 관례일 뿐이다.

 

"이제부터 여러분들과 함께하게 될 파트너는, 이 천막 뒤에 차례대로 세워지게 될 겁니다. 물론 그 공룡이 어떤 공룡인가는 무작위. 순서 또한 무작위. 그리고 단상 위에 올라올 여러분의 순서 또한 무작위 입니다. 의식을 치르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옆에 단상 위에 오를 여섯 개의 계단이 보이실 겁니다. 여러분은 이 여섯 개의 계단 중, 자신이 원하는 계단을 올라가 그 앞 천막에 숨은 자신의 파트너와 마주하게 될 겁니다. 그럼 계단을 오르는 순서는 어떻게 정할 것이냐."

 

잠시 교장의 설명이 멈추었다.
그 뒤에 이어질 말이 어떤 말일지 역시, 대개의 아이들은 알고 있었다.

 

"선착순입니다! 자신이 오르고 싶을 때 올라가면 됩니다! 단, 천막을 들춰내는 건 여섯 사람이 동시에! 그리고 앞 사람이 계단을 올라 파트너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줄을 서는 건 금지되어 있으니 순서를 빼앗기면 멀찌감치 뒤에 서주시길 바랍니다!"

 

"으아! 역시...! 왜 단순히 선착순으로 정하는 거야?!"

 

알고 있는 내용이 그대로 교장의 입에서 튀어나오자 설명을 듣고 있던 홍이의 입에서 탄식의 소리가 흘러나왔다.
아마 그녀만이 아니라 이 단순한 방법을 반기지 않는 아이들은 꽤 되지 않을까 싶다.
먼저 올라가는 사람이 임자.
이 방법으론 의식을 치르는 와중에 아이들끼리의 몸싸움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물론 반칙과 같이 비겁한 행동은 학교 측에서 제지를 가하긴 하지만...


 

***


 

아직 이름없는 킹크랩은 곧 만나게 될 자신의 파트너가 어떤 사람일지에 대해 기대 반, 불안 반으로 긴장을 유지한 채 전방을 응시하고 있었다.
킹크랩의 마음은 천막 밖에 있는 아이들의 마음과 다를 바 없이 같았다.
두근- 두근-
심장이 힘차게 펌프질을 가하는 감각을 온몸으로 느끼며, 킹크랩은 자신 말고도 다른 애들도 모두 자신과 같지 않을까? 슬쩍 눈을 흘겨 옆에 있는 공룡들의 눈치를 살폈다.
자신과 같은 줄에 서 있는 옆의 상어가 눈에 띄었다.

 

"으흠흠~ 흠흠~ 흐음~~ 흠흠흠~~"

 

무엇이 그렇게 신이 났는지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다크론의 모습엔 긴장의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 모습에 내심 당황한 킹크랩은 혹시 자신만 어쩔 줄 몰라하는 건가 싶어 괜시리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저, 저기 다크론?"

 

"예스?"

 

대답하는 그의 목소리에서도 떨림이라던가 하는 건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냥 마치 클럽에라도 놀러온 듯한, 리듬 타는 대답이었다.

 

"아, 아니, 단지... 다크론은 긴장 같은 거 안 돼?..."

 

"예스! 나 같이 그레이트한! 남자한테는 언제나 럭~키~! 라는 녀석이 항상 따라오게 되어있지! 그런 내가 긴장 따윌 할 이유가 없지 않겠어? 틀림없이 나와 마주하게 될 뽜트너는 나와 같은 그레이트한 놈일 게 분명하다고! 그렇지 않아? 킹크랩!"

 

"어?... 어, 어 그래..."

 

"너도 긴장하지 말고 허리... 오, 노! 이런!... 집게를 쳐 들어! 그렇게 바짝 얼어있다가는 잘 만나게 될 너의 그레~이트한 뽜트너와 좋은 만남을 갖지 못할 수도 있다구!"

 

"으...응, 고마워, 다크론..."

 

에이, 설마 나만 이렇게 긴장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내 옆에 있는 다크론만이 특이하게 여유만만인 걸 거야.
킹크랩은 애써 그렇게 생각하며 이번엔 다크론과는 반대쪽에 서 있는 타이혼을 향해 말을 걸어보았다.

 

"저, 저기 타이혼..."

 

"으응?"

 

착각일까?
킹크랩은 그에게 말을 건 순간, 그의 음성에서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거친 기운이 풍긴다는 것을 느꼈다.
자신도 모르게 움찔, 말문이 막혀 말을 잇지 못하자 그새를 참지 못한 타이혼이 거칠게 물어온다.

 

"야, 뭐야? 불렀으면 말을 해."

 

눈매도 어딘가 무섭고, 목소리 톤도 낮은 게... 오늘 처음 만난 타이혼이지만, 킹크랩은 그가 무섭다고 생각했다.
빨리 대답하지 않으면 뭔가 사단이라도 날 것 같다는 생각에 킹크랩은 서둘러 말문을 이었다.

 

"아, 아, 아니, 난 그냥... 타이혼은 긴, 긴장 되지 않나 해서..."

 

"...긴장? 헹! 상관없어. 오늘 누구를 만나든 간에 달라질 건 없거든. 나와 만난 그 팀이 곧 최강의 팀이다! 가령... 너 같은 애가 주인으로 나타난다고 해도 말이지."

 

킹크랩은 마지막 말에서 씨익 입꼬리를 올리는 그의 모습이 자신을 비웃는다고 생각했지만, 그 사실에 대해 뭐라 항의할 만한 용기 따위가, 그에겐 존재하지 않았다.
힘없이 고개를 숙인 킹크랩의 심정을 대변해준 건 다른 곳에서 터져나왔다.
마찬가지로 같은 줄에 서 있는, 킹크랩을 건너 타이혼 옆에 있는 비트로돈이었다.

 

"야, 타이혼."

 

"음? 뭐야, 비트로돈. 너도 나한테 긴장이 되냐 마냐 하는 소리를 하려는 거냐? 이거 원 다들 나약한 녀석 밖에 없구만 그래~"

 

"긴장이 되고 말고 간에, 입은 조금 조심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데."

 

"엉? 그게 무슨 소리냐? 난 빙빙 돌려 말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 확실하게 말해."

 

"여기에 있는 애들은 모두 언제 동료가 될지도 모르는 녀석이다. 초면에 그렇게 남을 비웃는 건 별로 보기 좋다고 생각하지 않아."

 

"더 더욱 무슨 소리인지 못 알아듣겠는 걸? 난 비웃거나 한 적 없어! 그럴 의도도 아니었고. 난 단지 내 자신감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을 뿐이야."

 

이대로 두면 둘 사이에 불꽃이 튀기지 않을까?
괜히 자신 때문에 싸움이라도 벌어지는 게 아닐까 싶었던 킹크랩을 대신해 다크론이 아까와 마찬가지로 유쾌하게 개입해 들어왔다.

 

"헤이, 헤이! 오늘처럼 기분 좋은 날 설마 싸움이라도 하려는 건 아니지? 그건 매-우 베리 베리 다운이야! 좋은 날엔, 좋은 기분으로 있는 게 하-이! 하다고!"

 

그의 말에 대답을 해준 건 타이혼이었다.
물론 까칠했다.

 

"정신사나워, 다크론."

 

"오, 예스!"

 

"...... 흥."

 

다행히 켜지려는 불꽃은 켜지지 않은 채 꺼져갔다.
그 사실에 킹크랩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상황이 무사히 진정 되어지자,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이블티거와 오투투가 한 마디씩 거들어주었다.

 

"그렇게 긴장하지 마, 킹크랩. 헤헤헤헤! 날 가지게 될 사람은 아마 행운일 거야! 음화화화화화화!! 난 너무 좋은데? 하하하하! 왜 긴장해? 하하하하 음화화화! 우리 같이 웃기나 하자고!"

 

"마을 밖을 보지 못한 건 이번에 만나게 될 파트너나 우리나 마찬가지야. 설령 첫만남이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그걸 가꿔나가는 건 우리들의 몫이지. 누굴 만나느냐 보

단, 앞으로 만날 사람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할까 생각하는 것도, 난 좋다고 생각해 킹크랩."

 

이블티거는 겉모습 그대로 호탕한 호랑이구나...!
그리고 오투투는 차분해...
킹크랩이 그 둘을 보고 느낀 첫인상이었다.
허나 이블티거를 향한 감상평은 제각각이었다.
타이혼은,

 

'뭐지? 저 병x은?...'

 

오투투는

 

'음... 설마 어딘가 모자란 애는 아니겠지?'

 

다크론은

 

'오, 저 맨은 아마 그레~이트한 남자를 만날지도 모르겠어! 사나이는 베리~ 당당한 게 당연한 거지!'

 

마지막으로 비트로돈은

 

'재밌는 친구구만, 이블티거.'

 

이상이 각자의 감상평이었다.
이렇게 여섯의 공룡은 자신의 파트너와 마주하기 전, 천막 안에서 앞으로 자주 행동을 같이 하게 될 동료들과의 첫 만남을 가졌다.

 

 

 

 

이어질 수도 안 이어질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