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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7 10:14

Noble Princess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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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꽃 - 6]

 

  사흘 째 계속되는 숲의 풍경에 그들은 혹시나 자신들이 길을 잃은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그들은 오솔길을 따라서 전진하고 있었고 그들이 길을 잃을 만큼의 복잡한 길도 아니였다. 그들은 이 계속된 풍경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몸소 보여주려는 듯이 그들은 점점 미쳐가고 있었다. 그둘 중 가장 미쳐가는 것은 단연 돋보이는 레인이였다.

 

  "윽. 미치겠어."

 

  "공주님이 점점 멀어지니까 미치겠죠."

 

  "그래. 점점 멀어지니까…… 가 아니잖아!"

 

  "아니, 왜요? 그런거 아니였어요?"

 

  "그게 아니라 반복되는 이 숲의 풍경이 점점 사람을 미치게 만들고 있다고. 너는 못느끼겠어?"

 

  크론은 진지한 표정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레인은 그를 바라보며 정말 답답한 녀석이라고 느꼈고 그 시선을 느낀 크론은 당신이 더 답답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두 사람이 영양가 없는 대화로 시간을 보내는 사이에 루미너스가 창가로 고개를 내밀었다.

 

  "저기, 레인 경?"

 

  "예? 공주님."

 

  "조금만 더 달리면 마을이 나올텐데 거기서 하루 정도 머물 생각인가요?"

 

  "예. 보급상의 문제도 있고 늦어도 하루 정도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흐음. 저 왠지 가고 싶지가 않아요."

 

  "어디 불편하시기라도 하신가요? 혹여나 몸이 불편하시다거나……."

 

  "멘스 때문에 배가 너무 아프네요."

 

  "멘스가 무엇입니까?"

 

  "그, 그런 것을 물어요?!"

 

  루미너스의 얼굴이 급격하게 붉어졌다. 그 순진한 병사는 자신의 공주에게 꽤나 곤혹스러운 질문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의 얼굴이 발갛게 잘익은 사과의 그것으로 변해졌을 때 루미너스는 비명을 질렀다.

 

  "꺄악. 이제보니 정말 저질이셨군요. 레인 경."

 

  "예? 그게 무슨 소리인지……."

 

  "몰라요. 묻지마세요."

 

  그녀는 다시한번 비명을 지르며 창문 안쪽으로 고개를 도로 넣었다.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크론은 울상을 짓고있는 자신의 상관에게 한심스러운 시선을 보내었다. 그는 혀를 찼고 레인은 크론을 째려보았다. 그러나 그는 당신이 그런 표정으로 보면 어쩔꺼야라는 표정으로 레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순진한 상관은 자신의 부하에게 한심한 질문을 던졌다.

 

  "저, 저기. 크론. 멘스가 뭔가?"

 

  "에휴. 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은 참 대단한 분이십니다."

 

  그렇게 한심스럽다는 듯이 대답하고는 그는 레인 보다 더 앞으로 말을 걷게 했다. 이 순진한 상관은 자신의 잘못도 모르고 부하가 내뱉은 힐난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는 단지 크론도 자신과 같이 그것이 뭔지 잘 모르고 있다고 생각했다. 결국 그는 루미너스의 하녀들에게 멘스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함으로서 그녀들에게 따귀를 맞았다는 사실은 훗날 크론이 그 모습을 훔쳐보고는 그의 동료들에게 그 사실을 퍼트림으로서 그의 동료들이 모두 그 사실을 알았고 그가 웃음거리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는 맞은 뺨을 우울하게 문지르고 있었다. 결국 그는 멘스가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고 뺨만 맞았던 것이다. 크론이 낄낄 웃으며 그에게로 다가왔다. 레인은 그를 째려봤으나 곧 고개를 숙이고 한숨을 쉬었다. 크론이 바닥에 앉으며 말했다.

 

  "정말 당신은 마법사들에게 가져가서 연구하고 싶은 연구대상이군요. 어떻게 그렇게 순진하십니까?"

 

  "아, 이런. 보아하니 칭찬은 아닌 것 같고 하고 싶은 말이 뭔가?"

 

  "레이디들에게 멘스가 무엇인지 묻는 바보가 당신말고 어디있겠습니까?"

 

  "하하. 크론 너한테 묻는다면 난 분명 비웃음을 살테고 그렇다고 다른 녀석들에게 묻는 들 똑같겠고 그래서 공주님의 하녀들에게 물었지. 그랬더니 이꼴을 만들더군."

 

  레인은 우울한 웃음을 지어보였고 그 표정을 지어보임으로서 크론을 다시 한숨 짓게 만들었다. 이 순진한 상관을 어디서부터 뜯어 고쳐야할까? 아니 고칠 수나 있을까나?

 

  "하아. 멘스란 월경이란 뜻입니다. 그런 부끄러운 질문을 공주님과 하녀들에게 하다니. 정말 당신은 저질이라고 불려도 딱히 변명거리가 없는 듯 싶습니다."

 

  레인은 그 소리를 듣고는 사레가 들린 듯 콜록거렸고 그의 얼굴은 아까 낮에 보았던 루미너스의 얼굴보다 더 붉어져 있었다. 아무리 순진한 그 인들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진 않을 것이다. 그래서 루미너스에 대한 무례와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 때문에 얼굴이 붉어졌다. 크론은 이 상관을 왕국 순진남 1호로 지정할까 생각하다가 자신의 권한의 벽 앞에서 포기를 느껴야했다. 어떻게 이렇게 무지각 할 수가 있는가?

 

  "당신 공주님을 좋아하잖아요?"

 

  "난 공주님을 좋아할 자격이 없다."

 

  "당신 정말 바보로군요. 당신이 제 상관만 아니였다면 턱을 날려버렸을 겁니다."

 

  "……."
 

  "정말 당신 혼자하는 사랑 보기도 안쓰럽다고요. 그만 고백해버리던가 아니면 그만하세요. 전 전자 쪽을 추천하고 싶어요. 보고 있는 사람들도 생각해달라고요."

 

  레인은 잠시 크론의 말을 생각해보았다. 그러나 어제 나눴던 제이크와의 대화가 생각났다. 그는 진지한 어투로 크론에게 말했다.

 

  "제이크가 말하더군. 혼자하는 사랑도 충분히 아름답다고. 난 그 말을 한번 믿어보고 싶더군. 지금에 와서 말해봐야 어차피 공주님은 한 나라의 왕의 신부야. 폐하를 능멸하는 꼴이 되어버리지. 날 잡아가지 않는다면 그것 참 고맙겠군. 이것도 나름 기쁜 것이라고."

 

  레인은 자신을 걱정하는 부하에게 싱긋 웃어보였다. 그러나 크론은 그 웃음에서 슬픔을 느껴야했다. 혼자하는 사랑은 아름답다. 말은 참 그럴 듯 하지만 당사자로선 그렇게 아름답지 못하다. 그렇지 않다면 이 세상에 상사병 환자는 대체 왜 있겠나?
 
  "레인 경. 당신의 말에는 진실성이 없어요. 그렇지 않다면 대체 왜 그렇게 아파하는 것입니까?"

 

  "봉선화의 꽃말을 알고 있나?"

 

  "봉선화……말입니까?"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

 

  "……."

 

  "공주님은 그 꽃과 같아. 마치 건드리면 터져버릴 것 같은 사람."

 

  "그렇다면 당신은 금련화의 꽃말을 아십니까?"

 

  "금련화?"

 

  "당신은 매우 이기적입니다."

 

  "……."

 

  "이정도로 당신이 알아줬으면 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언젠가라도 알아주시길 바랍니다."

 

  레인은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금련화의 꽃말. 내가 정말 그렇게 이기적인 것일까? 남을 위한다는 것이 모두 나의 이기심이였던 것일까? 정말 그런 것일까?
  레인은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다. 문득 그는 울고 싶어졌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냥 울고 싶었다. 그는 젖은 목소리로 혼잣말처럼 말했다.

 

  "그렇다면 상사화의 꽃말은 알고 있나?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더군."

 

 

 

  "레인 경?"

 

  누군가가 부르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레인은 움찔하면서 살며시 눈을 떴다. 누군가가 허리를 숙여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여자?
  자신이 듣기엔 그렇다고 생각했다. 여자라면 공주님과 하녀들 뿐인데. 나에게 말을 걸 만한 사람이라면?

 

  "고, 공주님? 무, 무슨 일이십니까?"

 

  루미너스는 싱긋 웃으며 허리를 폈다. 그녀의 눈엔 역시나 장난끼가 어려있었다. 자신의 얼굴을 보고 놀라며 얼굴을 붉히는 사내가 매우 재미있다는 듯이 말이다. 그녀는 문득 생각에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크론 경에게 모두 다 들었어요."

 

  "예에? 무, 무엇을 말합니까? 하하."

 

  레인은 그녀에게 어색하게 웃어보였고 그는 크론을 반드시 자신의 손으로 등에 칼침을 놓아주겠다고 마음 먹었다. 루미너스는 고개를 갸웃하고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꽃을 좋아신다면서요?"

 

  "예? 아, 뭐. 싫어하지는 않죠."

 

  "봉선화라던가, 금련화. 그리고 상사화요."

 

  레인은 움찔한 표정을 지었다. 상사화의 꽃말까지 들었던 것인가?

 

  "전 저 꽃들의 꽃말은 잘 모르겠어요. 궁금하긴 하지만요. 그렇지만 이 꽃말 하나만은 알고 있어요. 매쉬메리골드의 꽃말을 알고 계시나요?"

 

  레인은 그것의 꽃말을 알고 있었다. 그가 그 꽃말을 생각했을 때 그녀가 말했다.

 

  '반드시 오는 행복.' "반드시 오는 행복."

 

  루미너스는 다시 허리를 굽혀 그의 얼굴 가까이로 다가갔다. 레인은 뒤로 물러나려 했지만 뒤에 나무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빠르게 그 생각을 포기해야 했다. 그녀의 밤하늘보다 아름답고 반짝이는 흑발이 어깨 앞으로 흘러내렸다. 루미너스는 그 당황해하는 얼굴을 보며 싱긋 웃었다.

 

  "마치 꿈 같은 꽃이죠. 그래요. 꿈 같은. 이상적인 꽃이죠. 반드시 오는 행복. 강박도 강요도 없어요. 그냥 언젠가는 오는 행복. 레인 경에게도 그런 행복이 있을거예요."

 

  레인은 마음 속으로 한 숨을 쉬었다. 공주님이 왜 자신을 이렇게 위로하는지 모르겠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자신을 위로하고 있는 것일까?
  루미너스는 그를 향해 싱긋 웃고는 몸을 돌려 천막 쪽으로 걸어갔다. 왠지 허탈한 마음이 드는 까닭을 알 수 없었다. 마치 이 대화는 어린 날의 친구처럼. 공주와 그 호위무사가 아닌. 마치 친구처럼.

 

  "당신은 정말로 제 마음을 흔들어댑니다."

 

p.s 본격 공주님 레인 까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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