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이야기

|  나는 작가가 될 테야! 글을 창작해요

2015.01.13 05:32

크로니클 어비스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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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로니클 어비스> - 9 -


 녀석은 르를 언급할 때마다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을 보였다. 마치 르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녀석의 대뇌 전두엽을 콕콕 쑤시는 것이었을까, 이에 나는 내가 원하는 방향의 것은 아니었지만 이 녀석이 르를 안다는 것은 분명 나에게 큰 도움은 되진 못해도 약간의 기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나는 이곳에 온 이유와 함께 르에 대해 몇 가지 궁금증을 털어놓았고 나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가 된 듯, 아까와 달리 녀석의 굳은 표정이 좀처럼 바뀌질 않았다.  

 〃후우….  결국, 또 그놈들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거군,〃

 놈은 골머리가 썩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 숨을 내쉬었다. 역시나 이 녀석에게 상황설명은 한 것은 옳은 선택이었을지도.

 〃그래서 르 님은 지금 어디에 계시지? 이 일에 대해 따로 말씀드릴게 있는데.〃
 "나도 어디에 있는지 몰라."
 〃뭐? 그게 무슨 소리야. 같이 왔다면서 왜 몰라?〃
 "내가 방금 말했잖아, 동료들과 떨어져서 이곳에 온거라고."
 〃아니 뭐 이런 또라이 새끼를 다 봤나? 그걸 지금 자랑이라고 지껄이는거야?!〃

 딱히 자랑한답시고 말한건 아닌데. 아니 근데 이 새끼는 왜 나한테 지랄이지? 

 "무튼,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조금이나마 다른 동료들과 연락이 닿을까싶어서 온건데, 혹시 아는 것 좀 있어?"
 〃몰라, 네가 알아서 해.〃
 "아니…. 그러고 싶어도 내가 이쪽 지리를 하나도 모르는데 어떡해?"
 〃후, 일단은 좀 기다려봐.〃 
 "왜? 뭐 좋은 방법이라도 있어?"
 〃아, 좀 닥쳐보라고 생각 좀 하게.〃
 "아~ 늬예 늬예."
 〃새끼가.〃

 음, 어찌됬건 조금이나마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녀석을 찾아온 것 같긴한데 이놈도 좀처럼 방법이 떠오르지않는지 같은 자리만 걷고 있다. 딱히 나도 영 방법이 떠오르지않아 머리가 지끈거리기 매 한 가지지만. 

 〃야, 그런데.〃
 "?"
 〃네놈을 여기까지 데려다 준 놈의 이름이 로렌이라 그랬지?〃
 "그렇지, 근데 왜?""
 〃하…. 상황 참 좆같이 굴러가는군 ….〃

 녀석이 한 숨을 쉬며 슬쩍 나를 쳐다보며 또 다시 한 숨을 내쉬며 뭔가 내가 마음에 안 드는지, 애꿎은 머리를 사정 없이 긁적거린다. 뭔진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 똥개 새끼가 화근인게 분명하다. 하, 처음부터 내게 호의를 베푸는 가식적인 웃음을 따라오는게 미심쩍긴 했어도 나를 이 지경으로 몰고 갈지는 생각도 못했단 말이지. 어찌됬던간에, 그놈들이 이 마을에 있는 한 내가 움직일 수 있는 시간적 한계가 있기 마련인데 말야, 그놈들을 따돌릴 수 있는 방법은 따로 없는건가?

 "궁금한게 있는데."
〃잠깐.〃

 말을 하려는 내 입을 손으로 틀어 막으며 무언가에 귀를 기울이는 녀석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녀석은 숨을 멈추고 작은 소리 하나라도 건지려는건지, 엄청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살짝 내 입에서 손을 떼더니 이내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저기 뒤쪽에 보면 내 조수들이 입는 옷들이 있을거야, 지금 당장 가서 그 옷으로 갈아입어.〃
 "무슨 일인데?"
 〃그냥 좀 입으라면 입어, 네놈 도와주려고 이러는거니까.〃

 뭔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일단은 녀석이 하라는대로 옷 먼저 갈아입는게 좋겠다.

 「 쾅 쾅 쾅 」
 
 "어이, 메네시스. 잠깐 문 좀 열어보지 그래?"

 그 순간 누군가가 문을 거세게 두들기며 소리쳤고, 녀석은 꾸물거리며 옷을 입는 나를 보며 복장이 터지는지 양쪽 사이드에서 뭔가를 유심히 관찰 중인 조수 두 명을 불러 내가 옷을 갈아입는 것을 도와주도록 말하였다. 그러자 그들은 일사분란한 손놀림으로 옷을 갈아입혔고, 조수 중 한 명이 건네주는 두건과 마스크를 낀 채 그들 사이에 앉아 무언가를 골똘히 연구하는 척을 하자, 그제서야 놈은 준비가 끝났는지 헛 기침을 하며 천천히 문을 연다.

 "오랜만이야? 잘 지냈는지는 내 알 바 아니고 그놈 내놔."
 〃오자마자 뭔 헛소리야?〃
 "하핫, 요 놈 봐라? 지금 나랑 장난이라도 치자는거냐?"
 〃여전히 헛지랄하는건 똑같군, 전에 약속했던건 벌써 잊어 먹었나보지?〃
 "약속은 무슨…. 애초에 네놈 멋대로 군거잖아? 그러면서 무슨, 비켜."
 〃내 작업실에 함부로 들어오지 말라했을텐데.〃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구만 작업실은 무슨…."
 
 「 콰당 」

 건물 안으로 들어오는 그의 목을 단숨에 낚아챈 녀석이 한순간에 그를 바닥으로 메쳤고, 그와 같이 온 두 명의 남자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황급히 녀석을 저지하려했으나, 그놈의 성질머리를 꼭 빼닮은 녀석의 꼬리가 눈 감을 새도 없이 놈들을 후려친다.

 "끄윽."
 
 부들부들 다리를 떨며 발버둥을 치는 그를 보며 녀석은 날카로운 눈초리로 나지막이 말하였다.
 
 〃당장 꺼져.〃
 "끄으으윽…."
 〃다시 한 번 경고하는데, 두 번 다시 내 작업실에 얼쩡거리지마. 또 한 번 내 작업실에 허락 없이 들어오는 순간…. 너희들 모두 죽어.〃

 녀석은 놈의 목을 잡고 있던 손을 놓았고, 바닥으로 떨어진 그는 잠시동안 일어나질 못했다. 족히 2m 이상 높이에서 떨어진 셈이니 그럴 수 밖에 없을라나, 무튼 곧이어 정신을 차린 두 남자로 인해 그는 무사히 녀석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도망가는 와중에서도 악당 특유의 대사를 날리며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녀석은 별로 개의치않음과 동시에 괜한 소동으로 인해 어질러진 모습이 몹시 거슬린 모양인지, 한동안 아무 말 없이 공허한 천장만 바라보다 이내 내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네 이름이 뭐냐?〃
 "바벨인데, 왜?"
 〃그러냐.〃
 "네 이름은?"
 〃메네시스, 메네시스라 불러라.〃
 "그렇지 뭐."

 뜬금없는 통성명이었지만, 그래도 녀석의 이름을 알았으니 조금은 편하달까.

 〃그나저나, 너 이 새끼. 대체 무슨 짓거리를 했길래 저놈들이 네 녀석 찾느랴 눈에 불을 키고 돌아다니는거냐.〃
 "내가 말했지, 난 그저 그 망할 로렌인가 뭔가하는 베르푸스 따라 온 죄 밖에 없다고. 근데 저놈들이 날 찾는지는 어떻게 알고?"
 〃저놈들이 움직이는 이유는 네놈 같은 녀석을 찾는 일 뿐이거든.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네 녀석과 관련된 일 때문에 널 쫓는거 같다.〃
 "역시…. 내가 잘 생겨서인가."
 〃미친 놈.〃

 나와 연관된 일이라, 딱히 있을 법하지도 않아. 그냥 처음부터 나를 노리고 쫓아온게 분명해. 그때 르와 헤어지기 전에도 그놈들은 나와 피유를 쫓아왔으니까.

 "응?"

 잠깐만, 설마 그때…. 생각해보니까 그때, 그 자리엔 르와 나 말고도 피유가 있었어. 그때 당시 피유는 정신을 잃고 내 등에 엎혀있었고 나와 르가 다른 동료들을 찾아 걸어가고 있을 때 르의 이상반응과 함께 놈들이 나타났어. 그와 동시에 르는 놈들의 공격으로 인해 쓰러졌고 뒤이어 나도….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두 손이 묶인 채 강금 당한 채였고 어찌저찌해서 겨우 탈출했더니 그 앞에는 그 똥개가 있었고, 그러더니 갑자기 나에게 마을을 소개해준다는 호의 섞인 속셈이 나의 단 맛 세포를 자극하는 모세혈관에게까지 도달해 나는 의심할 여지없이 놈을 따라갔고 그 결과는 지금의 상황을 낳았지. 젠장….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에서야 눈치채고 말다니, 이런 제기랄!

 〃한심한 놈, 뭐 그래 동생이라도 두고 오니 형편을 좀 나아지셨냐?〃
 "이런 젠장, 그럼 피유는…. 지금 어디에 있는거지?"
 〃아마 놈들이 데리고 있을거다. 네 녀석을 끌어들이려면 그 방법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을테니.〃
 "…근데 내가 피유를 두고 온걸 네 녀석이 어떻게 알아?"
 〃뭐래, 지 입으로 떠들어 재껴놓고선.〃
 "피유를 찾아야 해."
 〃무리야, 그놈들 눈을 피해 찾기는 거의 불가능이라고. 그냥 잠자코 그놈들의 움직임이 멈출 때까지 기다리는 법 밖에.〃
 "그때까지 기다릴 순 없단 말야!"
 〃아니 이 새끼가, 어따대고 승질이야 승질이?! 그럼 눈에 훤히 보이는데 그놈들이 널 발견하고도 못 본 척 지나갈거라고 생각하는거냐 지금? 닌 지금 새꺄, 국제적 범죄자급이라고. 지 분수를 알고 설쳐야지. 하여간 이런 새끼를 데리고 다니는 르님은 얼마나 골치가 아프실런지….〃 

 메네시스는 나를 한심하기 짝이 없다는 눈으로 쳐다보며 혀를 찼지만, 이렇게 발 뻗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막 말로 피유가 그놈들에게 잡혀간거라면 엄청나게 위험한 상황이 벌어진거라는걸 아니까 잠자코 있을 수가 없는거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밖을 함부로 돌아다니다간 경비병 눈에 띄어 내 몸 하나 간수하기 힘든 상황이 되겠지. 이래도 문제 저래도 문제, 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추고 노래를 불러야하는거야.

 〃어휴, 대책 없는 놈. 내가 도와주마.〃
 "정말?!"
 〃나 참, 나 같은 고위지식을 가진 최상급 골드 드래곤이 한낱 찌끄래기용 인간 하나 도와주겠답시고 나서는걸 보면, 내가 오래 살긴 했나보네.〃
 "별로 달갑지않는 부분도 있지만, 넘어가도록하지."
 〃네 녀석이 마음에 든건 아냐, 단지 르님의 수제자라서 도와주는거니 나중에 르님 만나면 감사의 인사나 하라고, 아 뭐 내 안부도 심심치않게 전해주고.〃
 "나 걔 수제자 아닌데."
 〃집 가기 싫어?〃
 "아닙니다, 꼭 가고 싶습니다!"

 젠장, 하필 걸려도 이딴 놈이 걸리다니. 하지만 의외로 다행일지도 모른다. 방금 상황과 이 녀석의 성격을 보면 절대 다른 놈들이 이 녀석에게 접근하는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의심과 고집을 겸비한 캐릭터인 만큼 어느 정도 믿고 따라갈 수 있다. 하지만 이 녀석만 믿고 나서기엔 여기 저기 뻗어있는 위험요소가 많기에 나도 어느정도 준비는 해야되겠지.

 "그래서 하필 네 심부름꾼이냐?"
 〃가는게 있으면 오는 것도 있어야지, 어디서 날로 쳐 먹을라고. 도와주는 것만으로도 하루 세끼 약초만 캐다 날라도 모자를 놈이 말이 많네.〃

 그 스승의 그 제자란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니군….

 〃서둘러, 그놈들이 또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일이니.〃
 "어디로 가려가는거야?"
 〃있어 그런데, 네 녀석 같은 놈에게 딱 맞는 장소.〃

 P.s : 2014년 9월 17일에 작성했던 글을 지금에서야 올립니다. 즐감하세요.

Who's 하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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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탓하지마라.

시간을 흘려보낸건 나 자신이다.

시간은 주어진게 아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 우연히 나라는 존재가 있을 뿐이다.

그 시간의 흐름에 어떻게 따라가느냐의 내가 증명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증명해보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