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이야기

|  나는 작가가 될 테야! 글을 창작해요

2015.01.13 05:36

크로니클 어비스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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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로니클 어비스> -10-

 메네시스의 뒤를 따라 작업실 밖으로 나온 나는 그의 조수가 들고 있던 미역 한 줄기를 목에 감고 천천히 주위를 살피며 이동했다. 왜 내가 이 꼴을 하면서까지 움직일 필요가 있나싶지만, 메네시스의 말을 듣고 난 뒤에는 조심할 수 밖에 없다. 무슨 이유에선지는 모르겠지만 그때 만난 그놈의 대사가 거슬린다. 처음부터 그놈들은 내가 이곳에 올 것을 알고 있었다는 식의 말투였는데….

 〃얌마, 어딜 한눈 팔고 다니는거야? 정신 못 차려?!〃

 앞장 서 가던 메네시스가 발악을 하며 소리를 지르는 통에 깊은 생각은 잠시 접어둘 수 밖에 없었다. 일단은 이 녀석의 말을 따르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는 것을 내 직감과 육감의 혼연일체의 눈치가 말해주고있으니까. 
 그나저나 꽤나 먼 거리를 이동한 것 같은데 메네시스의 움직임은 멈출 기미를 안 보인다. 이대로 걷다보면 온 세상 어린이를 다 만나는 것도 모잘라 잃어버렸던 내 어린 날의 추억들까지 다 만나고 올 기세다. 나와 함께 메네시스의 뒤를 따르던 조수도 어느 순간부터 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 사람도 이렇게 먼 거리를 이동한 것이 처음인가?

 "많이 힘들어요?"
 "똥 마려워요."

 조수 씨(이름을 물어 볼 타이밍을 놓쳤음에 일단은 '조수' 라고 부르자.)의 갑작스러운 대장활동으로 인해 걸음을 멈춘 나는 이때를 기회 삼아 메네시스에게 접근해 궁금한 몇 가지의 이야기를 꺼내 물었다.

 "대체 날 쫓던 녀석들의 우두머리는 뭐하는 녀석들이지?"
 〃알 필요 없어, 애초에 타지에서 온 외부인에게 그런걸 발설하느리, 차라리 입 닥치고 가만히 앉아 저 녀석 똥 싸지르는거나 망 봐주는게 훨씬 낫지.〃
 "놈들은 왜 나를 노리는거지? 아니 왜 우리들을 노리는거야?"
 〃네놈들을 노리는 이유 따윈 없어. 뭐 있다면 르님과 관련된 일이 좀 있어서 르님에게 접근하는 것 빼곤 말야.〃
 "놈들은 르와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알거 없어, 너와는 관계 없는 일이니까. 그리고 내가 왜 일일이 답해줘야하는거지? 애초에 내가 널 없는 놈 취급했다면 네 녀석은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어.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고도 남을 일인데, 뭐가 더 궁금해서 이런 염치 없는 짓까지 해대며 묻는거냐? 난 네 녀석의 대변인도 그런 류의 것으로 네 녀석을 감쌀 이유 없어. 단지 네놈이 르님과 친분관계라는 것 하나만으로 다른 사실을 암묵하고 도와주는거니까.〃

 내 의도와는 달리 이 녀석은 불신과 의심으로 가득찬 아주 극악무도한 놈이었다. 날 도와준다길래 여러가지 사실들을 물어본 것뿐인데 이런 반응이 나온다면 말 다한거지. 

 "어처피 날 도와주는 것도 르 때문이라고 했지? 그럼 이럼 어때, 놈들이 르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다면?"
 〃나와 상관 없는 일이다.〃
 "그래 당연히 구하고…. 뭐?"
 〃그 일은 르님과 놈들과의 일이다. 아무리 내가 르님을 존경하고 그의 제자이긴 해도 나와는 상관 없는 일엔 절대 가담하지않는 것이 내 신조다. 하물며 르님 역시 자신의 일에 다른 이가 가담하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하시는 분께서 제자인 나를 두고 다른 이에게 도움을 구할 성 싶으냐? 어디 딜을 할게 없어서 그딴걸로 딜을 하려고.〃
 
 이 녀석, 르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놈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내가 르에 관해서 이야기를 꺼내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겠다는 것도 느껴진다. 이대로 아무런 근거도 사실도 모른 채 이 녀석 뒤만 쫄쫄 따라다녀야하는건가.

 〃후, 웬만해선 내가 이런 말까지 하진 않는데 말야. 네가 하도 답답해하는거 같아서 한 가지만 말해준다. 넌 절대 이 크로니클 어비스에서 르님을 찾아서도 만나서도 안된다.〃
 "뭐?"
 〃명심해, 절대 그 어느 누구도 르님께 접근해서는 안돼. 그 상대가 누구든간에 절대로.〃
 "대체 르가 무슨 일을 저질렀길래, 놈들이 이런 짓까지 벌이는건데? 그게 제일 궁금하다고!"
 〃거기까진 내가 말해줄 필요가 없어. 그냥 그것만 알아둬, 네가 정령 네 동생을 찾고 이곳을 무사히 벗어나고 싶다면 크로니클 어비스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을 지워. 지금 나와 있는 사실도 지워야할거야. 그렇지않으면 너는 이곳을 빠져나갈 수 없어.〃

 대체, 그 무엇이 이토록 나를 죄어오는 것인가. 그 어느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뜻을 지닌 그 말이 왜 갑자기 이렇게 소름이 끼칠 정도로 차갑게 들리는지 모르겠다. 단지 가벼운 마음으로 물어본건 아니었지만 예상외로 묵직한 이야기가 터져나왔다. 솔직히 내가 원한 대답은 나오지않았다. 추측 혹은 의문에 불과한 대답의 허물을 뒤집어쓴 또 다른 문제만이 도사리고 있는 이곳에서 대체 나는 어떠한 방향으로 나서야하는걸까. 과연 나는 무사히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을까?

 「 뿌웅 」

 〃얌마, 다 쌌으면 빨랑 움직여. 네놈 때문에 벌써 지체된 시간만해도 이곳에 석상이 세워지고 또 다른 마을이 생겨 생계를 꾸리며 또 다른 아름다운 미래를 향한 지표를 꿍꾸는 악당의 작은 로망이 담긴 히스테리를 느낄 판이다!〃
 "죄송합니다. 장시간을 걸쳐 만들어진 작품의 희소성을 위해 그만…."
 〃더러우니까 닥쳐.〃
 "…."
 〃그리고 너, 바벨.〃
 "어?"
 ­〃미안하다.〃

 「 퍼 억 」



 으, 뭐가 어떻게 된거지? 왜 내가 이런 곳에 의식을 잃고 쓰러져있다니. 젠장, 뭔가 단단한 오함마 같은걸로 손모가지가 날아갈 것 같은 충격량을 입은 것 같은 고통이 내 융털 하나하나에 새겨지는 것 같아. 분명 아까 메네시스가 나를 불러세운 뒤부터 기억이 나지않아, 그때 분명 미안하다라는 말을 한 것 같은…. 설마, 그놈이 날 팔아 넘긴건가? 잠깐,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그 말을 믿으라고?"
 〃사실이라고 새꺄, 언제까지 같은 말 반복시킬래?〃
 "르님이 이곳에 올 리 없어. 그때 분명 르님은."
 〃야이 새꺄, 너 입 조심 안해? 다른 놈이 들으면 어떡하려고!!〃
 "이미 듣고 있는 것 같은데."
 
 메네시스와 함께 있던 사내가 나를 지그시 바라보자 잠시 격앙되있던 메네시스가 사정 없이 내 머리카락을 잡아 올리며 나의 의식유무를 확인한다.

 〃너 언제 깼냐? 깼으면 말을 해야 할 거 아냐!〃
 "왜, 깨어나는 즉시 팔아 넘기게?"
 〃뭔 개소리야, 아직 잠이 덜 깼냐?〃
 "네가 바벨인가?"

  메네시스를 자동문 열 듯이 제껴버리고 내 앞에 선 남자가 또 다시 알 수 없는 눈동자로 나를 스캔하기 시작했다. 메네시스 말대로 아직 잠이 덜 깼는지 몸이 제대로 움직여지질 않는다. 

 "길게 말 안한다, 르님은 지금 어디에 계시지?"
 〃그걸 왜 저놈에게 물어? 저놈도 놈들의 공격으로 길 잃고 이곳에 흘러들어온 놈인데, 지 몸 간수하기도 벅찬 놈이 그걸 알겠어?〃

 이 놈이 누굴 국제적 미아로 보나.

 "나도 몰라, 마지막으로 본게 언젠지도 까마득할만큼 기억에서도 흐릿하게 보이니까."
 "그래…. 그럼 너와 함께 있었다는 피유라는 꼬마 역시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는건가?"
 "알면 내가 여기에 있겠어?"
 "…그렇겠군."

 대체 왜 자꾸 그런 표정을 짓냐고….

 〃쓸데 없는 탐정놀이 그만하고, 이 근처에 놈들이 몇명이나 있는지나 알아봐.〃
 "보수는? 전에 밀린 보수도 아직 못 받은걸로 아는데."
 〃못 받았다고? 야, 너 내가 이놈에게 보내라는거 안 보냈냐?!〃
 "받았어, 근데 돈은 못받았지. 그놈의 빌어먹을 미역 말고 돈 좀 보내주면 안돼? 하다못해 미역 말고 다른걸 보내주던가, 맨날 미역, 미역, 미역. 이렇게 미역만 쳐 먹다가 몸 속에 미역이 자라날 기세다."
 〃이번 건만 해결되면 밀린 돈 다 줄게. 씨발 못 믿겠으면 각서라도 쓰던지!〃
 "됬다, 네놈에게 돈을 받느리 지금 당장 천장에 목 메달고 죽는게 더 빠르지."

 둘이서 뭔가 옥신각신하며 어떤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것을 그저 지켜만 보는 내 입장에서는 껴들기도 뭐하고 그렇다고 가만히 누워서 쳐다만 보는 것도 여간 골치 아픈 일이 아닌데.

 〃새꺄, 넌 언제까지 바닥에 밀착해서 누워있을거냐? 그렇게 도와달라고 소리칠 땐 언제고.〃
 "뭐라도 설명을 해주던가, 지금까지 둘이서만 얘기한 주제에. 그런데 여긴 어디야? 분명 아까까지만해도 밖에 있었는데, 그리고 왜 내가 의식을 잃은거지?"
 〃그거야 내가 네놈을 기절시켜서 그렇지.〃
 "왜 멀쩡한 사람을 기절시키고 난리야?!"
 〃그럼 네놈처럼 신원이 불명확한 녀석을 우리들만의 아지트에 어서옵쇼하고 들여보낼 줄 알았냐?〃
 "아지트라고?"
 "그렇다, 이곳은 나와 메네시스, 그리고 르님이 함께 지냈던 곳이다."

 그리고보니 조금 눈이 트이자 주위에서 풍겨오는 갖은 약초와 향 냄새가 났다. 르에게서 항상 풍겨오던 그 향과 거의 일치할 정도로 말이다. 이곳이 옛날에 르가 살았던 곳이란 말인가….

 "잠깐, 르가 여기에 살았단 말은. 르가 이 마을에서 살았다는거야?"
 〃당연하지, 너 그럼 르님이 어디서 태어나신지도 모르고 르님의 수제자가 된거란 말야? 이 새끼 완전 개새끼보다 못한 개새끼네.〃
 "아니, 난 르의 수제자가 아니라…. 이봐요, 당신은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졌겠죠? 르가 이곳에서 지냈던게 사실이에요?"

 그는 잠시 뭔가 생각에 잠긴 듯 아무 말이 없었다. 옆에선 메네시스의 욕짓거리가 내 눈과 귀를 조지고 있었고, 난 그에 반응해 철저히 녀석을 무시하는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났음 무렵, 그는 생각을 정리했는지 닫혔던 말문을 열었다.

 "사실이다. 르님은 우리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이곳에서 약초를 연구하시며 의학을 전공하셨지. 그렇기에 이곳 파투스 마을에선 르님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총망 받던 신의에 가까운 분이셨다."
 "그렇다면 왜 르가 당신들을 두고 떠난거죠? 메네시스의 말을 들어보니 꽤나 각별했던 사이인 것 같았는데."
 〃르님은 우릴 버린게 아니야! 우릴 지키기 위해서 스스로 이곳을 떠나신거라고!〃
 "그게 무슨 말이야?"
 "르님은 추방 당하셨다."

 …!!르가 추방 당했다고?

 "자세한 이야긴 우리들도 잘 모르지만, 분명 그 배후에는 누군가가 있는 것 같다."
 〃딱 봐도 뻔하지. 그놈들이야, 그놈들이 르님을 쫓아낸거라고!!〃
 "그건 확신할 수 없어, 심증만 있을 뿐더러 그놈들이 했다는 증거도 없어."
 〃증거가 왜 없어? 르님이 나간 이후 얼마 되지않아서 크로니클 어비스의 문이 닫혔어. 그것만으로 충분한거 아냐? 자그마치 180년이야. 180년이 지난 뒤에야 가까스로 르님의 소식을 들었는데, 어찌 진정할 수 있겠냐고 씨발! 심지어 그 새끼들과 또 관련되어 있다는걸 듣고 제정신일 수 있겠어?!〃

 메네시스는 그를 보며 무차별적인 폭언을 내뱉으며 당장이라도 르를 찾지 않으면 너의 자손을 남기지않겠다며, 마지막 네 녀석의 핏줄을 구경할 시간을 주겠다는 말이 끝남과 무섭게 불을 내뿜으려는 메네시스의 주둥이를 막아서는 후손을 지키고자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담은 그의 일격에 나는 잠시 잊고 있던 아버지의 얼굴이 떠올라 울컥했다.

 "설령 우리가 르님을 찾는다해도 르님이 과연 우릴 반겨줄거라 생각하진 않겠지? 그건 네 녀석도 잘 알고 있잖아. 그저 우린 르님에겐 짐덩어리 밖에 안된다는걸. 그걸 제일 잘 알고 있는 놈이 갑자기 왜 이래? 뭐라도 잘못 먹은거야?"
 〃놈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졌어. 그 말은 즉, 이 녀석과 관련된 다른 놈들도 놈들에게 쫓기고 있을지도 모르지. 네 말대로 르님이 우릴 반겨주진 않겠지만 적어도 제자 노릇은 하게 해줄지도.〃
 "…후, 알았다. 바로 작업 들어가도록 하지."

 그는 자리로 돌아가 낡아빠진 책상에 놓여진 괴기스러운 상자를 두들기며 무언가를 찾는 듯 싶었고, 잠시 격앙되있던 메네시스는 냉정을 찾았는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한쪽 벽에 기대어 잠들어있던 조수를 발견하곤 망설임 없이 뒷통수를 내리친다. 잠시 꿀잠을 취하고 있던 조수는 갑작스럽게 벌어진 상황에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앞에 서 있던 메네시스를 바라봤고, 이윽고 다시 한번 가해지는 뺨따구 스매싱에 조수는 다른 방향으로 맞받아 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생각했다. 그놈이나 이놈이나 제 버릇 남 못준다란걸.

 "놈들이다."
 

 P.s : 즐감하세요.

Who's 하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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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탓하지마라.

시간을 흘려보낸건 나 자신이다.

시간은 주어진게 아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 우연히 나라는 존재가 있을 뿐이다.

그 시간의 흐름에 어떻게 따라가느냐의 내가 증명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증명해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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