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보기

|  뿌야의 스톤에이지 커뮤니티 전체글을 모아봐요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인쇄



'으윽!… 어? 내가… 어떻게 된 거지?'

 

깨질 듯 아파오는 머리의 통증을 느끼며 나는 희미하게 다시 찾아오는 의식의 끈을 부여잡았다.
감았던 눈을 서서히 들어올리면서, 그 동안 눈꺼풀 안쪽만을 바라보고 있던 시신경에 새로운 정보를 보내주기 시작했다.
이윽고 흐릿했던 초점이 점차로 맞춰지기 시작하자 나는 곧 눈 앞의 광경을 정확하게 알아볼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덧붙여 나의 몸이 자유로운 상태가 아니라는 것도 금방 알아낼 수 있었다.

'

뭐, 뭐야 이게?!'

내 눈 앞에 서 있는 저 쿠링을 향해 의아함을 표하려 하기도 전, 내 양팔이 나무를 뒤로해서 결박이 되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순간, 나는 무언가 알 수 없는 위기감을 느꼈다.

 

"네가 나쁜 거야…."

 

상황판단이 잘 서지 않아 이도저도 못하고 있던 그때, 쿠링이 내게 던진 말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어딘가 갈라지고 쉰 듯하여 스산한 기운을 풍겼다.
대체 여기는 어디지?
고개를 이곳저곳을 돌려 위치를 파악해본다.
초록색으로 가득한 이 숲의 풍경은 나에게는 매우 익숙한 곳이다.
장소 자체는 내게 낯선 곳은 아니다.
단지, 어쩐지 내 눈 앞의 저 쿠링이 위험해 보였다.

 

"넌, 무슨 짓을 하려는 거지?!"

 

용기를 쥐어 짜 그에게 말을 걸어보았다.

 

"뭐? 무슨 짓…? 크큭, 그걸 지금 나한테 묻는 거야? 네가 했던 행동을 자알~ 한 번 생각해보라고…."

 

현재로선 그가 나에게 왜 이런 짓을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 상황을 연출한 건 눈 앞의 저 쿠링이 분명해 보인다.
내가 한 짓?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일까?
곰곰이 의식을 잃기 전의 상황을 머릿속에 떠올려본다.
내가 무얼 하고 있었더라?
맞아… 난… 홀로 산책을 즐기고 있었을 뿐이었는데?
혼자 즐기고 있었나?
아니야… 옆에 무언가 하나가 더 있었어.
아아, 생각났어!
난,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고기를 옆에 껴안고 산책을 즐기고 있었어!

 

"그러다가… 이제 막 한 입 배어물려던 순간이었는데…!"

 

"그래, 바로 그거다!"

 

기억을 더듬어가며 무의식 중에 입 밖으로 말이 새어나온 모양이다.
쿠링이 나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었다.
하지만 난 단박에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그거라니? 무슨 소리야?… 설마 내가 고기를 먹는 거?"

 

"이봐, 잘 생각해 보라구. 네 행동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잖아? 하루이틀 일이 아니잖아? 늘~ 넌 언제나 혼자 고기를 가져갔잖아!"

 

빈정거리듯 말꼬리를 늘어가며 이야기를 하던 쿠링이 마지막 말 끝에서는 언성을 높였다.
그래, 이제야 그가 이러는 이유가 명명백백해졌다.

 

"하, 뭐야… 난 또 뭐라고. 그런 거였어? 이봐, 그 고기는 내 고기야. 솔직히 너의 이런 행동은 불합리 해. 내가 도둑질 같은 걸 한 것도 아니고 이미 그 고기는 임자가 있는 고기였단 말이야!"

 

나의 말에 쿠링이 몸을 떨기 시작하며 말을 이어간다.

 

"넌… 알지 못할 거다. 나 역시 고기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한 마리의 육식동물이란 사실을…! 아직 익지 않아 선홍빛으로 물들어있는 그 탐스러움도 내겐 너무나도 사랑스럽지만… 불 속에 들어가 한껏 자신을 꾸미고 나온 익은 고기의 모습도 내겐 너무도 사랑스러워!"

 

쿠링은 그렇게 말하며 얼굴에 양손을 가져갔다.
무언가를 상상하는 듯한 그의 표정은 황홀함으로 가득차 있었고, 어느샌가 그의 숨소리조차 거칠어져 있었다.

 

"난… 고기가 좋아! 좋아, 좋아, 좋아, 좋아서 미칠 것 같아! 난 고기가 너무나도 좋은데… 난 녀석이 너무나도 좋아서 미치겠는데!! 어쩔 줄을 모르겠는데에~!! … 녀석은 나한테 오지를 않아… 그 괴로움을, 네가 알아?"

 

말을 이어가는 쿠링의 억양이 시시때때로 변한다.
이 녀석은 위험하다.
나의 온 신경이 그렇게 경고하고 있었다.
이대로 두면 놈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몰라.
하지만, 내 몸은 자유롭지 못하다.
어떻게 해야하지?

 

"그래서, 넌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속셈이지?"

 

나의 질문에 쿠링이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띄운다.
입술을 핧짝이는 그의 입가에는 침이 가득하다.

 

"어떻게 할 셈이긴, 어떻게 해서라도 내 것으로 만들 수 없다면… 어떻게 해서라도 내 걸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어?"

 

쿠링은 그렇게 말하며 등 뒤로 숨겨놨던 듯한 커다란 고기를 꺼내보인다.

 

"!!!"

 

생각지도 못한 그의 행동에 난 어쩔 줄을 몰라 멍하니 입만 벌린 채 그의 하는 양을 지켜보는 수 밖에 없었다.
그의 손에 들린 그것은, 분명… 내가 의식을 잃고 여기로 오기 전까지 함께 산책을 즐겼었던… 나의 소중한, 소중하고도 소중한 고기임이 분명했다.
저 비겁한 녀석이!!

 

"자, 잠깐만… 쿠링, 허튼 생각하지 마! 도대체 무얼 하려는 거야?!"

 

"응? 뭘 하려고 하긴… 큭큭."

 

당황하는 날 비웃는 그의 행동에는 아랑곳이 없었다.
슬쩍 얼굴 옆으로 고기를 가져갔던 쿠링은, 살며시 혀를 내밀더니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무방비 상태인 고기를 향해 가져갔다.

 

-할짝

 

"으, 으아아아아아~~!! 이 나쁜 자식아 그만둬어어어!!"

 

나의 외침은 절규에 가까웠다.
비명에 가까웠다.
하지만 쿠링은 나의 그런 모습을 즐기는 듯 했다.

 

"이야~ 표정 죽이는데! 큭큭, 크크크크큭…! 이봐, 날 이렇게 만든 건 바로 너야. 난 며칠 전부터… 아니지, 꽤 오래전부터 이 녀석을 좋아했어… 분명 이 고기도 사실은 너에게 가고 싶지 않았을 거야. 사실 이 녀석도 나를 좋아하고 있단 말이야! 근데!! 근데 이런 우리 둘의 사이를 갈라놓은 게 바로 너란 말이야!!"

 

말을 하는 내내 그의 억양이 점점 언성에 가까워지더니 마지막에 가서는 또 한 번 고함을 질러댄다.
그렇게 한 손에는 고기를 들고 한 손으로는 나를 가리킨 쿠링의 눈은 맛탱이가 제대로 간 듯한 눈동자였다.
고통스럽다.
내 눈에 보이는, 저 놈의 한쪽 손에 들린 고기가, 내가 아닌 다른 남자의 침에 몸을 허락한 채 무방비 상태로 놓여있는 저 모습을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게 너무나도 괴롭고 원통했다.
증오에 찬 눈으로 쿠링을 노려보며 씹어뱉듯 말했다.

 

"이 나쁜 새끼…!"

 

"아아~ 역시 익은 고기의 몸은 너무도 아름답고 맛이 좋구나!"

 

놈은 나 같은 건 안중에도 없다는 듯 자신의 행동을 계속할 뿐이었다.
저항할 수 없도록 양손으로 단단히 붙잡고, 쿠링은 아까부터 할짝할짝 고기를 핥아댄다.
이렇게 난 고기가 더럽혀지는 모습을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걸까?

 

"너희들이 나쁜 거야! 날 이렇게 만든 게 바로 너희들이라고! 그러니까… 서로 나눠가졌으면 좀 좋아?! 아앙!!"

 

"무슨 말도 안 되는 개소리야?!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

 

"… 맞아… 하긴 그런 게 가능했으면 나도 처음부터 이런 짓을 꾸미지는 않았겠지. 자, 난 아직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어. 이제부터 시작이야!"

 

"… 뭐?"

 

말을 마친 쿠링은 나의 반문에는 아무런 대답도 없이 자신이 해야 할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한껏 간을 보아왔던 그는 날카롭게 이빨을 세우더니 있는 힘껏 고기의 몸을 깨문다.
고기를 문 입가로 침이 흘러내리는 것이 언뜻 보인다.
고기의 몸을 찢는다.
내게 잘 보이기 위해 불 속에서 익어 갈색으로 덧칠했을 터인 겉부분이 벗겨지며 안의 새하얀 속살이 드러난다.
다른 그 누구도 아닌 나만이 봐야했던 거였고, 또 다른 누구도 아닌 나만이 맛을 보고 나만의 입속에 들어갔어야 할… 그것은 고기였다.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슬픔에 몸이 저려오며 눈에선 눈물이 흘러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그만… 그만해…!"

 

더 이상은 보지 못할 것 같다.
내가 아닌 다른 자의 손에 더럽혀지는 고기를, 인정사정 없이 찢어발겨지는 내가 사랑하는 고기의 모습을 더는 볼 수 없어, 난 그만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이건 사기야! 쿠링… 넌 초록색이잖아! 색깔에 맞게 풀떼기나 뜯어먹으란 말야!!"

 

"앙? 색깔 타령이라니 웃기는군… 자기자신을 한껏 꾸몄다곤 하지만, 내 눈은 속이지 못한다."

 

입가에 뜯어진 고기의 잔해를 묻힌 채, 그 입가에 비릿한 비웃음을 띄운 채, 그는 내 얼굴 앞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져오며 나에게 말했다.

 

"이 쿠링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