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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07 07:59

생일 맞은 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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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청명한 하늘빛이 푸르른 향을 띄며 빛나고 있다.

 나의 이름은 베르가, 내 옆에 있는 "생일 맞은 할배" 의 가족이자 친구이다.  오늘은 생일 맞은 할배의 생일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의 생일은 계속될 것이다. 단 하루라도 그의 생일이 아니었던 날은 없었으니까 말이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내가 처음 이곳에 부임해왔을 때에도 이 할배의 입가엔 언제나 상큼한 봄냄새를 머금은 딸기 케이크의 잔해가 남아있었다. 내가 오기 전까지 이 자 곁을 지키고 있던 그 사람 역시 아직까지 그 수수께끼는 풀지 못하였다.

 

 "오늘은 몇 개의 케이크를 먹을 수 있을까. 츄릅, 상상만으로도 벌써 군침이 도네!"

 "그르르르르….(할배요. 왜 할배 생일은 끝나지않는거요?)"

 "이놈 새끼, 어디 주인에게 이빨을 드러내? 혼쭐이 나고 싶은 모양이구나!"

 

 궁금증을 유발한 댓가는 언제나 그의 폭력으로 끝이 난다. 매일 아침 시작을 알리는 나의 물음은 언제나 그의 호통이 따랐고 나의 상처는 아물 줄 모르고 점차 커져만 갔다. 더 이상 묻지 말아야지 묻지 말아야지를 반복하지만 돌아서면 잊는 법. 나의 궁금증은 시간이 흘러넘어 집착증까지 생길 정도로 간절했다. 그러나 돌아오는건 생크림이 가득 묻은 손 따귀 뿐. 나는 늘 그런 신세였다.

 이곳에 부임해오기 전에 나는 어떤 녀석이었을까 생각한다. 내가 태어난 곳은 쟈쟈 섬 외곽에 둘러쌓여진 유리 동굴 앞이다. 내가 처음 눈을 떴을 때 바라본 세상은 너무나도 아름답고 눈이 부셨지. 졸졸졸 흐르는 냇물 소리와 함께 휘몰아쳐오는 나무 향기가 나를 한 번쯤 뒤돌아보게 만든다. 나와 함께 뛰어놀던 베루루 또한 나의 가족이자 친구로 충분한 행복함을 안겨주었지. 그러나 시간이 흘러 우리들은 헤어질 운명에 처해 각각 다른 대륙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나 이외에 다른 녀석들 또한 나와 똑같은 루트를 가졌지만 그들은 이미 이 세상에 존재하지않는다. 갖은 매질과 심각한 폭언 등이 그들을 지치게 만들고 포기하게 만들었다. 이곳에 있던 그 자 또한 범상치않은 몰골로 가까스로 숨만 붙어있었지. 그 모습에 겁을 먹어 달아나려고했지만 쉽사리 발걸음이 떨어지지않았다. 이대로 도망에 성공한다한들 내가 돌아갈 곳은 없을테고 만약 도망에 실패하면 나는 어떻게 될까? 이런 생각이 나를 더욱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다.


 "네가 이번에 새로 온 베르가구나? 귀엽기도 하지 이리온."


 두려움에 떨고있는 내게로 따스하게 다가온 그의 손길이 나의 얼어붙은 마음을 천천히 녹여주었다. 그리고 땅에 붙어 옴짝달싹 못하던 나의 발을 움직이게 만들어주었지. 만약 이때 이 손길이 아니었다면 나는 행복했을까? 그게 아니라면 나는 이미 죽어있을지도 모르지. 차갑게 느껴지는 그의 미소가 그 날의 손길과 겹쳐져보인다. 하루라도 더 빨리 그의 손이 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으면 해. 더 이상 상처 받긴 싫어.


 "이놈 새끼. 개놈 새끼. 하는건 쳐 먹는거 밖에 없으면서 이런 식으로 뒷통수를 쳐?"

 "께겡-!!"

 "씨발놈 새끼들, 쳐 먹으면 새끼라도 많이 나을 것이지. 밥만 축 낼거면 나가 뒤져버려!!"


 여러 베르가들이 할배의 매질에 하나 둘 고꾸라지며 옅은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 마저도 허락되지않았는지 마지막 일격을 가한 이후 그들의 숨소리는 들리지않았다. 나는 이런 곳에서 5년을 보냈다. 베르가 평균 수명 7~8년. 내가 죽기 전에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을까? 늙어죽을 때까지 이 사람에게 농락만 당하다 죽는건 아닐까? 내 밑에 깔려 코를 찌르는 악취를 내는 몇몇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베르가들은 며칠 전까진 내 소중한 친구들이었다. 하지만 하루가 지날 때마다 사라지는 베르가 수는 점차 늘어가고 있었고 오랫동안 이곳에 있던 베르가들은 나이가 들어 새끼를 가질 수 없자, 그는 근처 정육점에 베르가들을 넘겨 이익을 챙겼다.

 이제 곧 내 차례가 올지도 모른다. 아니 이미 왔을지도 모르지. 항상 내게 해오던 그 매질이 익숙한 비린내를 풍기며 다가오고 있으니까. 이대로 끝인걸까? 이곳을 벗어나지 못한 채 내가 그리워한 고향 땅도 밟지 못하고 이대로 죽을 수 없다. 하지만 어떻게 헤야할까? 이대로 다른 동료들을 버리고 나 혼자 도망을 가야 맞는걸까? 하지만 이들 전부를 데리고 갈 수는 없다.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 그러나 이들도 나와 같은 희망을 가지고 있어. 삶과 죽음 사이에서 갈망하는 이들을 나는 두고 갈 수가 없다.

 

 "이 개놈 새끼, 네놈이 제일 마음에 안 들었어. 감히 주인에게 이빨을 보이며 짖는 놈이 세상에 어딨어?!"

 "그르르릉...(살고 싶다. 한낱 불빛조차 들어오지않는 컴컴한 이곳을 벗어나고 싶어.)"

 "오냐, 그렇게 나온단 말이지? 그래 어디 한 번 끝장을 보자꾸나!!"

 "크앙-!!(난 살고 싶어.)"


 그에 대한 분노? 아니. 딱히 기대도 하지않았어. 당연히 내가 해야되는 일이었고 나 아님 다른 사람이 무거운 짐을 지게될테니 선택의 여지는 없다. 하지만 나는 살고 싶었다. 내가 고향을 떠나 이곳에 온 이유도, 사랑하는 동료들과 떨어져 이곳에 정착에 이 자가 하는대로 움직인 것도 우리들을 위한 일이었으니까. 그러나 나의 바람과는 달리 이루어지지않았다. 갖은 고통과 히스테리가 동반된 이곳에서 맨정신으로 살아갈 수 없었어. 하루가 달리 말라져가는 동료들의 모습도 싫었고 사랑하는 자식이 케이크 따위에 팔려나가버린 그들의 참담한 얼굴을 차마 볼 수 없었다. 우린 사육 당하고 있었다. 탐욕스러운 한 남자로 인해, 우린 속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 이 순간을 후회하지않는다. 다른 이들의 손이 아닌 내 손으로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버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 자, 다들 이제 일어나. 이곳을 벗어나는거야. 더 이상 갇혀있지않아도 억압 받지않아도 되. 우리 함께 떠나자, 우리의 고향으로….


 

 "어때?"

 "음, 상태가 별로 좋지만은 못해. 이대로 내비두면 죽어버릴지도 몰라."

 "고칠 수는 있는거야?"

 "방법을 찾고는 있지만 어지간히 까다로운게 아니라서 말이지."

 "뇌가 반쯤 날아갔다지? 경비대의 창을 맞곤. 할배는?"

 "다행히 무사해. 거기에 있던 베르가들도 아무 탈 없고. 근데 이 녀석 약물반응에서 양성이 떴어. 내가 보기엔 환각초 같은걸 먹은거 같아."

 "환각초라니? 이 근처에 환각초가 어디있다고."

 "내가 보기엔 간호사들이 흘린 환각초 샘플을 먹은걸로 보여. 그런데 한 두 개 먹은 것치곤 반응이 너무 세서 문제야."

 "흐음, 불쌍하게 됬네."


 온통 새하얀 방 너머로 보이는 두 명의 남자가 나를 보며 속닥거린다.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걸까? 그리고보니 아까부터 초점이 제대로 맞춰지지않아. 조금 졸린거 같기도 하고. 그들은 무사할까? 다들 고향으로 돌아갔겠지? 안타깝게도 나는 이곳에 있지만 그들이 무사히 돌아간 것에 위안을 삼는다. 이제 억압 받지않고 살아. 마음껏 뛰놀고 자유를 만끽하라고. 후후훗, 그렇게 행복한 삶을 살라고...


 "안락사할거야?"

 "하는 수 없이. 어처피 저 상태로 퇴원해봤자 위험하니까."

 "보호자 동의는 받았어?"

 "가까스로. 할배가 울면서 자기 자식을 죽일 순 없다고 대성통곡하는걸 겨우 말렸다니깐."

 "그렇겠지, 그렇게 옥이야 금이야 키웠는걸."

 "시작한다."


 자꾸만 졸음이 쏟아진다. 이대로 잠들면 나 또한 그들이 있는 곳에 도착해있겠지? 기대된다. 나를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이. 


 "아이고 내 새끼!!"

 "?! 어어, 할아버지. 여기에 함부로 들어오시면 안되요!"

 "이놈들아 누구 마음대로 내 새끼를 죽이고 말고냐!!"

 "진정하세요. 이런다고 달라지는건 없어요. 이미 시작했다고요!"

 "아이고 내 새끼, 르가야. 이 아빠가 왔다! 아빠가 왔어!!"

 

 왜 저 사람이 아직까지 살아있는거야? 분명 내가 물어뜯어죽였는데. 왜? 왜?? 왜?!?! 믿을 수 없어. 이럴 수는 없다고. 그럼 다른 동료들은? 다 죽어버린거야? 저 남자에게 뚜들겨 맞아 빛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죽어버린거야? 안돼, 그럴 수는 없어. 이건 말도 안되는 일이야. 지금 당장이라도 저 자의 숨통을 끊어, 남은 이들을 구해야...


 "르가야!!"


 구해야 한단 말이야...



 P.s : 즐감하세요.

Who's 하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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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탓하지마라.

시간을 흘려보낸건 나 자신이다.

시간은 주어진게 아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 우연히 나라는 존재가 있을 뿐이다.

그 시간의 흐름에 어떻게 따라가느냐의 내가 증명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증명해보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