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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25 06:55

일상물 2

조회 수 414 추천 수 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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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똥이 마렵다. 


 "씨발."


 방금 전까지만해도 청정한 장상태를 유지하던 내 뱃 속에서 갑자기 천둥이 치기 시작할 때부터 나는 눈치챌 수 있었다. 


 '이 배는 필시 폭풍설사야. 지금 당장 어떻게든 일을 저지르지않으면 똥쟁이로 낙인 찍힐지도 몰라!'


 나는 서둘렀다. 이대로 머뭇거렸다간 내 항문에 모인 원기옥이 프리더를 향해 갈색빛 오오라를 풍기며 날아갈지도 모르니까. 


 "여, 비트로돈. 어디가냐?"

 "꺼져, 이 씨발년아!"

 

재수 없게 실실 쪼개면서 걸어오는 이블티거의 면상을 후려치면서 앞으로 달려갔다. 씨발 그러니까 상황파악도 제대로 못하면서 왜 앞으로 기어나오냔 말야! 가뜩이나 못생긴 얼굴이 더 좆같이 느껴졌잖아? 


 "크윽, 젠장. 이상한걸 봤더니 뱃 속이 요동치고 있어!"


 이대로는 위험하다. 이 상태가 유지되었다간 나는 폭풍 똥쟁이가 되어 온 마을, 아니 온 세상 어린이들의 놀림감이 될 수 있다. 그렇게되면 나는 살아갈 수 없을거야.


 "여, 똥쟁이 왔어?"

 "야, 오늘은 똥 안 마렵나?"

 "설사에는 변비약이 최고래. 구경하기에 최고래."

 "어이 또옹~쟁이!"

 

 씨발, 그럴 순 없다. 절대 그런 일은 벌어져선 안돼!

 흙먼지를 뒤집어쓰며 빠른 속도로 달려가던 나는 전방에 보이는 풀숲을 발견하곤 그쪽으로 황급히 몸을 숨겼다. 여기라면 안전하겠지? 이곳이라면 그 누구도 나를 발견할 수 없을거야. 아니 그딴게 중요한게 아니야, 내가 똥을 지리냐 마냐의 문제라고!!


 「 뿌다ㄷㅏ닫ㅏㄷ닫ㅏ다닫 - !! 」


 난 그 순간, 내 몸에서 한 마리의 흑룡이 사지가 분해되고 장기가 튀어나오는 광경을 목격했다. 


 "아아아..."


 이곳이 바로 천국? 내가 똥을 쌀 수 있게 만들어준 신의 아량인가? 멀리서 이 상황을 보고 안쓰럽게 여긴 신이 내게 내린 자그마한 선물인가? 평소에 기도를 잘 드린 탓에 내게 이런 갸륵한 온정을 베푸신건 아닐까? 아아, 신 님...


 "야이 씨발눔아, 어디서 죽빵을..."

 "..."

 "..."

 "..."

 "...똥 싸니?"

 "...응."

 "먼저 마을에 돌아가볼게."

 "저기..."

 "비밀로 해줄게."

 "아니 그거말고... 휴지 있으면 좀 줄래?"

 "여기."

 "...고마워."

 "나 이만 갈게."

 "어..."

 "걱정마, 비밀로 해줄게."

 "응..."


 그 샊, 아니 이블티거가 돌아간 뒤 나는 한참동안 자리에 앉아있었다. 뭐부터 잘못된걸까. 내가 똥을 싼거? 배가 아픈거? 아님 그 녀석을 만난거? 모르겠다. 어떤 이유에서든간에 난 그놈에게 똥 싸는 모습을 들켰고 미세하지만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걸 봤다. 그 새끼는 틀림없이 이 사실을 마을에 소문내고 다닐거다. 그리고 나는 장차 이 마을을 대표하는 똥쟁이가 되겠지. 헤헿 씨발. 좆같은 새끼, 좆같은 인생. 됬어 이미 내 인생은 조졌어. 똥쟁이가 되든 마약쟁이가 되든, 아냐 똥쟁이보단 마약쟁이가 나. 요즘 꾸엑이 마리화나를 취미 삼아 재배한다는데 가서 좀 얻어올까? 근데 그러려면 마을로 가야하잖아? 난 틀렸어.


 "후..."

  

 일단 가보자. 똥이 되든 쟁이가 되든 다 포기하자. 어처피 내 인생 볼품없었잖아? 허구언 날 친구들에게 똥쟁이 소리나 듣고 숨 쉴 때마다 어디서 똥냄새 안 나냐고 묻는것도 그렇고, 이미 그때부터 난 똥쟁이가 될 기질이 돋보였던거야. 그래 이젠 인정하자. 난 똥쟁이야. 이제부터 난 비트로돈이 아닌, 비트로똥이다!


 "여, 똥쟁이 왔냐?"

 "이블티거에게 들었는데 너 설사였다며?"

 "페브리즈 좀 빌려줄까? 아니다 넌 뿌리지말고 마셔야겠다."

 "요즘 집에서 신던 양말 모아두나봐요?"


 그만해 씨발놈들아.



 끝.




Who's 하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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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탓하지마라.

시간을 흘려보낸건 나 자신이다.

시간은 주어진게 아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 우연히 나라는 존재가 있을 뿐이다.

그 시간의 흐름에 어떻게 따라가느냐의 내가 증명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증명해보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