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났다. 끝나 버렸다. 저 만치 멀리서 보아도 환했던 그 광채가 사그라드는듯 싶더니 붉게 물들은 석양 속으로 사라졌다. 이미 예견 했었던, 이미 예견 되었던 최후였지만 두 눈에 똑똑히 선명하게 새겨진 그 최후의 모습이 자꾸만 아른거린다. 이 아른아른 거리는 최후의 잔상을 지워내기 위해 난 잠시 눈을 감고 내 마음속에 먼 옛날의 이 공간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벅적거리고 소란스럽고 찬란했던,-내 기억으로는 예전에도 진짜 문자 그대로 낙원 같은 곳은 아니였지만서도-마을의 풍경화가, 내 마음에 있었다. 내 마음에 있었다. 그리고 그 풍경화가 그려진 내 마음 앞에는 최후를 맞은 풍경화 속의 마을이 있었다. 벅적거림과 소란스러움이 잦아 들면서 마을은 빛을 잃고 생명을 잃어갔다. 그리고 웅장하고 운치있던 건물들은 이제 내 눈에는 을씨년스럽고 이질적으로 보였다. 아! 얼마나 통탄할 일인가?
나는 밑동이 잘려나간-분명 옛날에는 무성한 초목들 중 한 그루 였을-그루터기에 앉았다. 이 사라지지 않고 끊임없이 내 뇌를 휘젓는 무상감을 조금이라도 덜어보기 위해, 다시 눈을 감는다. 그리고 이 그루터기 옆의 새싹이 한 그루의 나무가 될 때의 이 마을의 새로운 모습을 그려본다. 슬프게도 그려지지 않는다. 아니 그릴 수가 없다. 내 눈에 아른거리는 최후를 맞은 마을의 잔상이 내 눈을 덮고 내 마음을 쑤셔서, 나는 다시 눈을 떴다. 왠지 가야할 것 같다. 더 이상 이 곳에 있으면 나도 그 폐허에 동화될 것 같았다. 막 그루터기에서 일어나려던 찰나, 저 만치에서 피어오르는 반갑고도 아름다운 매캐해보이는 새까만 연기가 보였다.
"역시!"
나는 싱긋 웃으며, 발걸음을 돌렸다.
P.S: 오랫만에 스톤해보려하니 갑자기 섭종 한다길래 울컥해서 써본 글입니다. 겜게가 아직 살아있네요..ㅋ, 아니 근데 써놓고 보니까 상당히 미화한 구석도 없잖아 있군요. 글 다쓰고 갑자기 토가 쏠리는...!! 어쨌든, 오글거려서 죄송합니다..(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