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부터 현관 쪽에 벌집 하나가 조그맣게 봉우리를 트고 있었음.
우연히 집 문을 열다가 각선미를 뽐내며 날아다니는 벌을 보고 식겁한 탓에 황급히 집 안으로 들어감.
아침에 나갈 때 현관 윗 쪽을 보니까 작은 벌집이 있음.
엄마를 소환, 빗자루로 가볍게 따버림.
그리고 며칠 뒤, 현관 윗 쪽을 살며시 쳐다보니 또 벌집이 생김.
근성이 노련한 녀석인 듯 싶음.
또 떼려고 보니까 집에 찰싹 달라 붙어서 안 떨어짐.
아마 전에 집이 사라진걸 보곤 우리들의 소행인걸 알고 있는 모양.
그 모습을 보자니 왠지 가슴이 찡함.
평소에 혼자 다니면서 집을 짓는 모습을 보니 왠지 불쌍하게까지 느껴짐.
다른 벌 같으면 몇 마리가 모여서 벌집을 만들텐데, 지 혼자 열심히 장인의 손길로 집을 만드니 얼마나 기특함?
여러 마리가 한 곳에 뭉쳐서 집을 만들면 ' 아오, ㅆㅂ. ' 하고 화염방사기로 쏴 버렸을테지만.
혼자서 열심히 새 집 장만을 하는 녀석을 차마 건들일 수 없기에 웬만하면 같이 공존하기로 결정.
하지만 집을 다 지으면 언제 몇 십마리의 벌들이 우리 집으로 집들이를 하러 올지도 모르니 조금씩 긴장이 됨.
그러던 어느날, 내 주먹보다 약간 작은 크기의 벌집을 보니 왠지 마음이 뿌듯함.
내가 지은건 아닌데도, 혼자서 저렇게 집을 지은 녀석을 보니 기특한 생각도 듬.
이대로 계속 냅뒀다가 완공되는 그날에 축하기념으로 사진 한 방 찍을려고 생각해둠.
그런데 방금 전에 엄마가 벌집 떼고 옴.
ㅋ
+ 또 다시 집을 짓는 벌, 미안하다. 두 번씩이나 개고생을 시키게해서. 그런데 이왕 이렇게 된거 다른데로 좀 이사를 가면 안되는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