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여행이라면, 내가 밟아온 길과, 그 뒤로 남은 발자국은 암담했던 것만 같다. 때로는 좋은 일도 있었고, 하루하루 행복할 순 없어도 그 중 행복한 일은 있다는 곰돌이 푸의 말처럼, 그래왔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정신적으로도 기댈 곳 없고, 마음도 약해서 인지 어느새인가 부터 스멀스멀 슬픔이 몸을 기어오르고, 덮고있었다.
그것은 우울함이었다, 나를 휘감고, 비틀고, 쥐어짰다, 이윽고 우울증이 되었고, 나는 그렇게 풍랑속에서 힘겹게 살아왔다. 용기도 없고, 자신감도 없었던 나는 자살을 할 수도 없었고, 그저 죽지못해 살기만 했다. 너무 비관적이었다, 친구들은 자신의 세계에만 살았고, 나는 내 세계를 열어 그들과 통할 길을 만들 수 없었다, 만들지 않았을 수도 있다, 내 자신을 사랑하지 못해서, 내가 싫고, 그저 우울해서.
하지만, 나는 다른 친구와 담임선생님의 도움으로 늪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했고, 서서히 빛을 찾아가는듯 했다. 내 앞날도 손전등을 꺼내서 비추어보고, 무엇이 될지 방바닥을 머리와 함께 굴러보기도 했다. 그렇게 2년이 지나고, 다시 난 다시 어두워졌다.
그간, 다른 친구들에게 희망도 넣고, 이끌기도 하면서, 여러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정작 나에겐 그러지 않았다. 누군가 날 화나게 해도 그냥 시원하게 넘기면서 상대방을 들어주고, 누군가 날 기분나쁘게 해도 웃으며 넘어갔다, 그렇게 쌓인 스트레스와 분노와 슬픔과 자괴감은 한데 모이기 시작했고, 나는 다시 날 잃어가기 시작했다, 남아서 강렬히 움직이는 이성과 죽어가는 감성을 가진 상태로, 난 어둡고 차가워졌다. 나 자신에게 무언가 오는걸 두려워하고, 거부하고, 허용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난 누굴 용서하지 않는 것 같다, 더 이상 상처받지 않으려고. 하지만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정말로 미안하단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왜 일까. 난 무엇이 필요하고, 왜 이런 것에 집착할까, 왜 강인해지지 못할까.
이유를 알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