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이야기

|  나는 작가가 될 테야! 글을 창작해요

2013.12.04 09:05

망각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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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각> - 2 -

 머리가 뜨겁다. 마치 누군가가 내 머리 위에 뜨거운 물을 부은 것마냥 쓰라리고 아리다. 하지만 내 눈가에 맺히는건 붉은 피었다.
 잠시 세상이 흔들린 듯, 시선이 이리 저리로 왔다 갔다를 반복, 그 뒤엔 가까스로 정신을 곧잡은 듯 싶었지만 역시나 사물이 여러 개씩 겹쳐보였고, 이내 무언가가 뚝 끊긴 듯 제자리에 주저 앉고마는 내 앞에는 녀석의 시커먼 웃음소리만이 내 머리부터 흘러내릴 뿐이었다.
 잠시동안이었지만 그들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않았다. 무방비상태에 놓인 이 상황이 그들에겐 기회일지도 모르는데 그들은 움직이지않고 멀뚱히 그 자리를 지킬 뿐이었고, 입이 귀에 걸려 다물어지지않는 두 입술로 깔깔거리며 웃던 녀석은 바닥에 떨어트린 검을 주으며 차가운 칼알을 내 어깨 위에 올리며 비꼬는 듯한 말투와 함께 형용할 수 없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이 상황을 얼마나 기다려왔는지 모르겠어. 그렇게도 드넓은 대지마냥 치가 떨릴 정도의 치욕감을 준 상대는 네놈이 처음이거든. 아무런 행동도 말도 하지않았는데도 나를 바라보는 그 눈빛이 얼마나 싫었는지…. 어떻게보면 이 일들이 결코 우발적인 사고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얘기야."
 그는 나를 보며 말했다. 그의 눈빛은 지금껏 나를 대했던 눈빛과는 너무나도 다른 눈빛으로 나를 흘겨보고 있었다. 인간의 존재 또한 무색해질 듯이 쏘아보는 그의 눈빛이 부담스러워질 때마다 뒷통수가 아려오는걸 알 수 있었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쓰러진 내 주위로 더 많은 병사들이 몰려왔다. 아마 이 나라에 있는 모든 병사들이 이곳에 몰려들고 있겠지. 아마 이 자리에서 벗어나는건 무리일지도 모르겠다. 이미 다리는 풀릴 때로 풀려 힘조차 들어가지않고, 시간이 지날 수록 호흡마저 거칠게 모아 쉴 수 밖에 없으니 도망칠 수 있는 기회가 온다하더라도 그리 쉽게는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 그 와중에도 다행이라고 하면 이 자리에 나 혼자만이 있다는거다.
 …이로써, 나는 지금껏 나를 조여오고 꼬여오던 그 속박에서 풀려날 수 있겠지. 아니 조금이라도 그 무게를 덜 수는 있겠지. 하지만 죄가 없어지는건 아니야. 이 죄는 앞으로도 계속 내 주위를 맴돌 것이다. 손을 휘둘러도 그 자리에서 나를 바라볼 것이며, 냅다 달려간다한들 내 두 다리가 무너질 때까지 나를 가만히 쳐다볼 것이다. 마치 지금 나를 금방이라도 죽일 수 있다는 듯이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내게 검을 겨누는 지금의 저 녀석처럼.
 사뭇 진지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자칫하면 정말로 이 자리에서 끝장날 것만 같은 무거운 공기마저 흘렀다. 한치의 미동조차하지않는 병사들을 앞에 두고, 그 안에 에워싸인 내 주위를 맴도는 녀석의 행동이 몹시나 불쾌하다. 마치 나를 갖고놀기라도 하려는 듯, 칼날 끝에서 살짝 살짝 흘러내리는 피를 허공에 흩뿌리며 나를 도발하려는 것만 같은 놈의 행동에 슬슬 내 인내심도 바닥나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달려나가 녀석의 검을 빼앗아 베어버리고 싶지만 그게 쉽지않다. 멈추지않는 선혈과 감각이 느껴지지않는 다리가 나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자물쇠와 같았다. 도리어 열쇠조차도 만들어지지않는 말 그대로 절대로 벗어날 수 없는 이 상황에서도 왜 나는 그때의 기억을 상기시키고 있는걸까.
 
 「 척 」

 "이 정도로 충분하겠지, 마지막이니까."
 "…날 죽일거란건 알고 있었어."
 "그건 당연한거 아닌가? 말했잖아, 내 진짜 목적은 너였다고. 이 나라는 옵션에 불과해. 널 갖기 위한 상품."
 "…네 녀석이 여자였다면 조금은 기뻐했을텐데, 아쉽게 됬군."
 "나 역시 네 녀석이 여자였다면 조금은 재밌었을텐데…. 아, 그리고보니 이 나라의 전 주인에게 딸이 있었다지? 이름이 아리아던가? 꽤나 귀엽다던데…."
 말을 멈춘 그 녀석이 슬쩍 나를 쳐다보며 기분 나쁜 미소를 짓더니, 이내 녀석의 혀가 입술을 한 바퀴 훑으며 말한다.
 "지금 생각하면 아쉽군, 살아있었다면 재미 좀 봤을텐데 말이야…."
 "…뭐?"
 "그래도 아쉽네, 그 정도면 조금은 가지고 놀았을텐데…."
 
 「 빠각 」
 
 "움직이지마. 한 번만 더 움직였다간 즉각 처형이다."
 "…오메, 깜짝이야. 하마터면 심장마비 걸릴 뻔했네."
 너무나도 끔찍한 말이 내 귀에 들렸다. 그 말은 지금껏 내가 들어왔던 누군가의 원성이나, 원망이와는 차원이 다른 그런 말이었다. 힘을 잃고 주저 앉은 두 다리마저도 그 말에 반응하여 놈에게 달려갔고, 부들부들 떨린 채로 방치되어 있던 주먹이 경이로운 속도로 놈을 향해 질주했지만, 주위에 있는 병사들의 눈을 피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단 3초만에 제압을 당해 바닥에 쓰러진 나를 놈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한동안 놀란 듯 나를 쳐다보았다. 이 행동으로 인해 확실해졌다. 이제는 반격할 힘조차 남아있지않았다는걸….
 
 「 털썩 」

 온 몸에 힘이 빠져 더 이상은 내 의지로는 움직이지않는 내 몸뚱아리는 강제적으로 일으켜 앉힌 병사들이 나의 두 팔을 잡으며 내 옆에 섰다. 그리곤 또 다른 병사 두 명이 내 앞으로 걸어오며 길고도 날카로운 검을 들고 나를 쳐다봤다. 아마도 이제 곧 저 검이 내 목을 내려치거나 내 가슴을 뚫고 지나가겠군….
 "…조금은 무섭군."
 "그걸 아는 자가 이런 짓을 벌인건가?"
 은연 중 내뱉은 말을 한 병사가 들은 듯, 그가 내게 말했다. 그는 다른 병사들과는 달리 유독 무거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네 녀석에게 한 말은 아닌데 말이야."
 "주군께 대든 것은 죽어 마땅한 일인건 용병이었던 네 녀석도 알겠지. 그런데 왜 그런거지?"
 "이상하군, 내가 알기론 그런 조항은 없던걸로 아는데. 내가 신경을 안 쓴 동안 그딴 법도 생겼나봐?"
 "다시 한 번 묻도록 하지, 왜 주군을 해하려한건가? 누구보다도 주군께 충성을 다한 네놈이 갑작스레 반역자가 된 이유가 무엇인지 묻는거다."
 매번 똑같은 패턴이다. 한 번씩 용병들은 나를 보면 이런 말을 먼저 꺼내곤 한다. '왜? 왜? 왜?' 그들은 하나 같이 의문을 품으며 내게 묻는다. 당연한 결과다. 그들이 아는 것이 있을 리 없겠지. 그저 눈에 보이는 것들을 '진실' 이라 물으며 무작정 앞으로 전진하는 불나방 같은 존재가 바로 용병들이다. 주군에 임명을 통해 용병이 된 그들은 더 이상의 물음은 없다. 네냐, 아니냐의 차이일 뿐. 그들에겐 절대로 '물음표' 따윈 성사되지않아. 그런데 지금까지 내게 의문점을 품지않는 용병들이 몇 명이나 되지? 심지어 내 주위에 모든 것들이 내게 물음을 던져온다. 마치 자신들은 모르겠다는 마냥 다른 이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어. 자기 스스로 알아 볼 노력조차도 하지않고 계속해서 물어보기만 한다. 나 또한 이게 내가 알던 용병들이 맞는건지도 모르는 채 말이야. 
 "확실하지않나보군."
 "…그게 무슨 말이지?"
 지금도 그는 내게 물음을 던졌다.
 역시나 이곳에 모인 녀석들은 하나 같이 아무 것도 모르고 있어. 그저 따라갈 뿐이야, 다른 이들이 달리니까 나도 달려야하는건줄 알고 말이야. 사실은 뛰지 않아도 되, 그냥 걸어가도 되는 거리를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뛰어가고 있어. 남들이 마냥 뛰어가니까 자기도 불안한거지, 나 혼자만 다를까봐. 나 혼자만 남겨질까봐 그게 무서운거야. 그렇다고해서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말한다면 다른 사람들이 그걸 수긍해줄까? 아니면 반대로 나를 무지한 녀석으로 취급할까, 이 갈림길에 선 사람들은 하나 같이 후자를 생각하고 말아. 나만은 혼자가 될 수 없다는 이기적인 생각과 고독, 쓸쓸함, 적막이란 단어가 자기 주변을 맴돌지않았으면 하는 초조한 마음이 든거지. 처음부터 모든 사람들이 달리지않았다면 아무 일도 없었을 일인데도….
 "이제는 네 녀석도 어렴풋이 알겠지, 이 길이 옳은건지 혹여나 잘못 들어선 길이 아닌지하고."
 "아까부터 이해할 수 없는 말들만 지껄이는군…. 그래서 네가 하고자하는 말이 뭐지?"
 "믿어."
 "뭐?"
 "그리고 후회해. 이 모든 일이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후에 네놈들이 얼마나 우매한 녀석들이었는지를. 그때가서 슬퍼해도 늦지않으니까."
 내 말은 들은 녀석의 얼굴이 아까 전과는 달리 더욱 더 굳어가는 것을 보게 되었다. 내 말에 심기가 뒤틀린건지 아니면 이제라도 자신들이 바라는 이상향에 대해서 알게된건지는 모르겠다. 어느 쪽이든 이제는 나와 상관 없는 일이며 그 모든 일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져봤자 과거는 변하지않는다. 지금도 계속해서 시간을 흐르고 내가 알던 그때는 조금씩 더 멀어지고만 있을 뿐이다.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는 것 같군."

 「 척 」

 "죄인 아인, 반역을 포함한 각종 살인과 폭행 등을 저지른 죄, 그 죄를 벌하고자 이 자리에서 너를 처형하겠다."
 "…마음대로, 이제는 말할 기운조차 없어."
 "주군."
 내 목에 닿을락 말락한 거리에 검을 겨눈 그가 뒤를 돌아 놈을 쳐다봤고, 한 쪽에 서서 가만히 나를 지켜보던 녀석이 물끄러미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더니 이내 그 추악한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죽여."
 "그래."
 
 「 빠각 」

 누군가의 목소리와 함께 한 병사가 비명소리도 내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한순간에 그의 관자놀이를 막대기로 후려친 누군가가 바닥으로 곱게 놈을 눕혔다고 말해야할 것같다. 불과 3초만에 벌어진 상황이 그들은 당황케하기엔 충분한 시간이었고, 더불어 주변에 있던 용병들이 잠시동안 넋을 잃은 채 서 있게 만드는 스턴효과까지 주기엔 적합했다. 그들이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못한 채 멀뚱하게 서 있던 순간 병사를 때려 눕힌 자들이 천천히 모습을 들어내며 앞으로 나와 꽤나 불만적인 표정으로 그들에게 호통을 쳤다.
 "누구 마음대로 반역이라는거야? 이건 혁명이야. 내가 이 나라를 뜯어 고칠거니까."
 꽤나 낯익은 얼굴의 남자가 불만스러운 톤으로 그들에게 소리치고 있었고, 그 뒤로 또 다시 어디선가 봤을 법한 사람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게 달려오며 말했다.
 "아인, 괜찮아?!"
 "…베르에트?"
 낯익은 얼굴이라 생각했던 그들은 아리온과 베르에트었다. 그들은 각각 막대기와 빠루를 들고 적진에 침투하였고, 점차 주변에 있던 병사들을 향해 빠루와 막대기를 휘두르며 경계를 늦추는데 충분했다. 약간 흥분한 듯한 아리온이 바닥에 침을 뱉으며 슬쩍 내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여, 뭐하고 있어? 얼른 일어나지않고."
 "…아리온."
 "네가 찾고 있던 사람이 저기 있는데, 그러고 가만히 있을거야?"
 "뭐?"
 "저 놈이 아리아를 죽였어."


 P.s : 즐감하세요.

Who's 아인

profile

시간을 탓하지마라.

시간을 흘려보낸건 나 자신이다.

시간은 주어진게 아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 우연히 나라는 존재가 있을 뿐이다.

그 시간의 흐름에 어떻게 따라가느냐의 내가 증명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증명해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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