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이야기

|  나는 작가가 될 테야! 글을 창작해요

2014.01.15 08:53

망각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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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각> - 5 -

 난 줄곧 기다려왔어. 네 녀석이 저지른 행동들에 대한 사과를 받고 싶었어. 지금껏 묵묵히 걸어왔던 이유도 그것 때문이야. 어떻게하면 너에게서 미안하다는 말로 용서를 구하는 날이 올지를 나로서도 감이 잡히지않았거든. 하지만 이제서야 감이 잡히고 상황은 막바지에 이르렀어, 남은건 거의 바닥난 채로 이 길고도 끈질겼던 속박도 종지부를 찍을 때가 온거야. 대답해, 그리고 네 녀석이 한 행동에 책임을 지고 용서를 구해. 그것이 네 놈의 목숨을 구제해줄 유일한 수단이자 희망이야. 만일 내가 원하는 답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나타난다면…두 번 다시 네게 기회란건 오지않을테니까.
 바닥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상처를 입은 용병들이 바닥에 쓰러져있었고 내 손에는 묵직한 무언가가 뭔가를 뚝뚝 흘리며 깊은 숨을 고르고 있었다. 녀석의 얼굴에선 더 이상에 표정을 찾아볼 수가 없을 정도로 그는 모든걸 포기한 듯 아무런 생각조차도 허용되지않는 이 상황을 벗어나고픈 욕망인지 휘청거리며 중심을 잡고있던 그의 다리가 이내 힘을 잃고 바닥에 풀썩 주저 앉고만다.
 나는 그를 응시하고 마지막으로 그를 향해 말했다.
 "용서를 구해."
 그 말은 진심이고 그를 향한 최후의 아량이었다. 이 이상의 자비는 없을 것이며 그 뒤의 미래는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이 말은 무겁고도 간결히 그에게로 향했다. 그는 나의 말에 살짝 몸을 움찔거렸고, 푹 숙인 고개를 잠시 몇 초동안 경직된 모습으로 유지하더니 순간적으로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보며 그가 내 눈을 쳐다보며 말했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지?"
 그 말은 내 기대를 산산히 부서트리고도 남을 정도로 잔혹한 의미를 지닌 단어였다.
 "난 이 나라의 주군이야. 그러니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어."
 뻔뻔하기도 짝이 없을 정도로 당당한 그의 표정이 나의 기대를 산산히 무너뜨렸다. 쉽게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 있다고는 들었지만 이 절박한 상황에서 그럴 수 있는지 궁금할 정도로 내 얼굴은 좀처럼 미소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이보게 아인 경, 다시 한 번만 생각해주게. 내 내가 모든 들어주겠네. 돈을 원하나? 명예를 원하나? 아니면 힘을 원해? 다 주겠네. 그러니까 나 좀 살려주게. 이대로 죽기에는…."
 "…아직도 부족해? 네가 한 짓이 어떤 짓이었는지, 네가 지은 죄가 얼마나 큰 죄인지도 모르는 놈이 어디서 목숨을 구걸해!"
 "아인 경…!"
 "용서를 구할거라면 너는 아주 오래 전에 그들 앞에서 빌었어야해. 애초에 일을 저지르기 전으로 돌아가 그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네 죗값을 치뤘다면…."
 "아인 경, 부탁이네. 제발 부탁이네."
 그는 급기야 내 다리를 부여잡으며 빌고 또 빌었다. 그는 이미 주군의 권력이라고는 바닥에 내팽개쳤질 정도로 그의 모습은 비굴하기 짝이 없었다. 이런 놈이 이 나라의 왕이 되어 그런 짓을 꾸몄다는 것이 나는 도저히 용서가 되지 않는다. 이놈의 야망으로 인해 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상처를 입었다. 도리어 그런 자기의 잘못 또한 자기는 모르고 있어. 돌이키기엔 놈에게 준 기회가 모두 수포로 돌아갔고 이제 더 이상의 기회는 없어. 이 자리에는 놈과 나, 둘 뿐이니까.
 "물어보고 싶은게 있어."
 "내 내가 다 말하겠네! 그 그러니까 제,제 제발 살려주게."
 "…아리온을 납치한 이유가 뭐야?"
 "그…건."
 놈의 눈빛이 바뀌었다. 
 "왜 주군을 죽인거지?"
 "…건."
 놈의 행동이 수상해졌다.
 "…크…크흐흐…흐흐흐…크하하하하!"
 이 주변에 가득 메워진 그의 웃음소리가 점차 기괴스럽게 변해갔다. 눈물을 흘리며 목숨을 구걸하던 그의 모습은 사라지고, 알 수 없는 행동을 하며 큰 소리로 웃는 그의 모습이 마치 미치광이처럼 보였다. 나는 그의 이상행동에 살짝 그에게 물러났고 한 참을 괴상망측한 웃음소리를 흘리던 그가 이내 빨갛게 변질된 눈동자로 나를 쳐다보았다.
 "…알고싶어? 내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알려줄게, 지금까지 내게 닥쳤던 모든 상황을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줄게…."

 『』

 「 퍽 」

 "어억."
 녀석의 발길질로 인해 내 몸이 만신창이가 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해지는 무자비한 발길질과 주먹질에 이미 정신까지 혼미해질 지경이다.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이 상황을 보고있지만 이 상황을 그저 지켜보기만 할 뿐, 나서서 이 상황을 제지해주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너, 눈 똑바로 뜨고 댕겨. 더럽게시리…."
 내 멱살을 부여잡던 놈이 부릅뜬 눈으로 내게 경고를 주며 그 자리를 떠났다. 내팽개쳐진 나는 신음을 내며 바닥에 쓰러져있었고, 상황이 종료되자 지켜보던 사람들은 한 명씩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말이다.
 어찌보면 서럽거나 화가 나는 일인 것 같지만 이미 나는 익숙해져있다. 태어날 때부터 나는 줄곧 혼자였다. 날 낳아주신 부모님은 먼 옛날에 돌아가신걸로 기억한다. 그때에 나는 굶주린 배를 부여잡고 이곳 저곳을 방황하며 먹거리를 구하려했지만 그때마다 나는 사람들에게 퇴짜를 받고 말았다. 어찌 어찌해 식량을 얻는다해도 그거는 곰팡이가 핀 썩은 음식이었지만 내게는 그 썩은 음식이 너무나도 달고 맛있었다.
 그렇게 이리 저리 방황을 하다보니 어느 정도 나는 삶이란 것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되었다. 이렇게 굶는 내게도 미래가 있다는걸, 어떻게서든 악착같이 살아남는다면 나도 언젠간 저들처럼 풍요롭게 먹고 살 수 있다는걸 말이다.
 그러나 이 믿음은 얼마가지않아 깨지고 말았다. 활기차게 뛰어다니는 아이들에게는 부모가 있었고, 그 부모는 돈이 있고 힘이 있었다. 그렇기에 그 사람들은 굶주릴레야 굶주릴 수가 없었다. 내 생애 그렇게 많은 음식들이 놓여진건 처음 봤다. 음식들에게서 뿜어져나오는 맛있는 냄새가 내 허기진 배를 더욱 애타게 만들었고, 급기야 나는 내 앞에 놓여진 그 수 많은 음식들에게로 달려가 허겁지겁 음식들을 집어먹고 말았다. 물론 그 뒤에 상황은 처참했지만….
 둔기로 얻어맞아 크게 부풀어오른 눈두덩이, 머리에서 흘러나오는 피로 인해 시야는 잡히지않고, 각종 날카로운 것에 찔려 여기저기가 긁힌 상처들 뿐이었다. 다행히 허기진 배를 달래긴 했지만 그로 인한 위험부담은 컸다.
 그 일이 있은 후엔 절대로 나의 음식에 손을 대지않겠노라 다짐했지만, 또 다시 배가 고플 때는 이성을 놓고 달려갔고 그 후에는 전처럼 상처투성이가 된 몸으로 가까스로 도망쳐나오기 일쑤였다. 어떨 때는 너무 심하게 다쳐 그들에게 잡히곤 했지만 뒷 일이 무서운 까닭인지 그들은 나를 강가에 집어 던졌고. 나는 그들이 사라지기를 기다리다 유유히 강에서 빠져나왔다. 
 그래도 다행인건, 그런 일들이 몇 번이고 일어나니 어느 정도 내게도 눈치가 생겼다. 어떨 때 그들이 시선을 돌리는지, 그들이 나를 잡을 수 있는지, 내가 그 짧은 시간 안에 얼만큼 저 음식들을 빼돌릴 수 있는지를 스스로 터득해나갔고, 이후 나는 조금은 유명한 좀도둑이 되어 있었다. 보통 평범한 사람들에겐 도둑놈새끼일 뿐라도, 내게는 살아가기 위한 발버둥에 지나지않았다. 아무리 내가 날고 기어도 그들처럼 될 수 없다는걸 알았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많이 알아야하지만 나는 그들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한 지식을 갖고 있다. 그리고 배우기 위해서는 꽤나 큰 돈이 필요했다. 그러나 나에게는 돈도, 지식도 없었기에 나는 그들처럼 될 수 없다. 
 하지만 내게는 그들이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을 가지고 있다는걸 알았다. 그렇기에 나는 그들과 똑같이 될 수는 없지만, 더 이상 굶지않을 수는 있었다. 내 빠른 두뇌 회전력과 눈치, 손놀림만이 있다면 그 어떤 것도 다 훔쳐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항상 내 배가 풍족했고 내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지금껏 생각지도 못한 일을 계획하고 말았다.
 "이 나라를, 내 것으로 만들겠어."
 처음 기획했던건 단순히 그들처럼 동등한 대우를 받으며 살아가는 것이었지만, 욕심이 커지면 커질수록, 나는 그것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이 일을 실패하면 나는 죽겠지만, 만약 성공한다면 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걸 알았다. 그렇기에 나는 더욱 큰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어처피 내게는 남은 것도, 남을 것도 없기에 단 한 번의 기회로 모든걸 뒤바꾸겠다는 '야망' 또한 생기고 말았던거다.
 그렇게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지 좀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나는 우연히 이 나라의 왕을 만나게 되었다.
 "괜찮습니까?"
 "…아, 네. 괘 괜찮습니다."
 "많이 다치신거 같은데, 치료를 받아야겠어요."
 "아 아닙니다. 워낙에 잘 다쳐서 이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아요."
 처음 만난 왕의 모습은 너무나도 거대했다. 지금까지 느껴보지못한 중압감과 근엄함이 눈에 보일 정도로 왕은 너무나도 광채로운 빛을 띄고 있었다.
 "이거 받으세요."
 "…이건."
 "쑥이에요. 상처에 바르시면 금방 나으실거에요."
 왕의 곁에 있던 꼬마가 건네준 쑥을 건네 받은 나는 한 참동안 그 자리에 일어서지못했다. 왕을 봤다는 두근거림일까 아님, 그에 대한 질투 어린 시기일지는 그때는 잘 몰랐다.
 "그럼 몸조리 잘하시길 바랍니다. 어서 가자, 아리온. 아리아가 기다리겠다."
 아리온…. 저 아이의 이름인가. 남자아이치고는 이쁜 이름이야. 나도 저렇게 이쁘게 태어났다면…. 나도 저 아이처럼 왕의 자식으로 태어났다면 이런 꼴이 되지않을텐데…. 사람들은 누구나 공평하다는데 왜 나는 이토록 불공평한 삶을 살고 있는거지? 나도 누군가에겐 하나뿐인 아들이자, 하나뿐인 자식이었을텐데. 그런데 내게는 지금 아무도 없어. 하루하루 살아가기 위해 남의 제물이나 탐내는 내가, 저 아이보다 모자른게 뭐야? 지금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철부지 꼬마 주제에, 그저 아버지가 왕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저렇게 풍요롭게 살고 있다는게 용납되지않아. 절대로 용서못해!
 그때부터였다. 내 계획이 조금씩 틀어지기 시작한 것이 말이다. 
 "이 나라를…그 아이를 납치해, 내가 그 왕의 아들이 되는거야. 그러면 나도 왕이 될 수 있어. 나도 이 나라를 움켜쥘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어!"
 계획은 완전히 방향을 잃고 무너졌다. 나는 항시 그 아이의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며 언제 어느 시각에 녀석이 혼자가 되어 다른 이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를 알기 위해 단 한시도 그 아이에게 시선을 떼지않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 기회는 찾아왔고, 나는 아이를 납치하는데에 성공했다.
 나는 아이를 내 집으로 데려갔다. 이곳이라면 남들 눈에는 절대 띄지않을거다. 마을에서 널찍히 떨어진 곳에 위치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 주변에는 나무가 울창해서 쉽사리 사람들이 찾기에는 불가능하다. 
 나는 아이의 손과 발을 꽁꽁 묶은 뒤 의자에 앉혀 또 한 번 녀석의 몸을 밧줄로 묶었다. 입에는 두꺼운 헝겊을 묶어 절대로 풀 수 없도록 밧줄로 그의 입을 고정시켰다. 이러면 비명도 발버둥도 모두 소용이 없을테니.
 그 후 나는 이 녀석을 어떻게 할지와, 어떻게하면 내가 왕의 자식이 될 수 있을지 곰곰히 생각했다. 하지만 애초에 이 계획은 엉망진창이었다는걸 뒤늦게 깨달았다. 내가 이 아이를 죽인다고 왕이 나를 자식으로 삼을 리는 없을테고, 이대로 순순히 돌려보낸다면 나는 왕의 자식을 납치한 죄로 죽게되겠지. 이래 저래 갑갑한 현실에 나는 화가 날 뿐이었고, 그 불똥은 아이에게 떨어졌다.
 「 퍽 퍼억 퍽 퍽 퍽 」
 나의 폭력은 아이의 몸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무자비했지만, 나는 멈추지않고 갖은 매질과 폭력을 휘두르며 아이를 때렸다. 한 참을 아이를 두들겨 패다보면 힘이 빠져 이성이 돌아오지만, 아이는 그때마다 숨을 거칠게 호흡하며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이 미세한 신음소리와 함께 피를 토하며 잠이 들곤했다. 
 그렇게 아이를 납치한지 열 흘 정도 지났을까, 내 집 주변에서 낯선 인기척들이 느껴졌다. 아마도 이 아이를 찾기 위해 온 용병들이 분명하겠지. 하지만 이 집을 찾기는 불가능해. 여긴 나만이 아는 장소기 때….
 「 콰당탕 ― !! 」
 "놈이 있다!"
 어떻게…? 여길 어떻게 발견한거지? 여긴 나만의….
 "아리온!"
 "이럴 수가, 상처투성이야!"
 "이 자식!"
 「 퍼억 」
 "납치, 폭력을 가한 죄로 네 녀석을 연행한다."
 "…저리 비켜!"
 나는 녀석을 밀어 넘어뜨린 후, 황급히 그 자리를 벗어났다. 나를 쫓아오는 그들을 피해 요리조리 내가 다니던 지름길로 그들을 혼란케 만들었고 간신히 그들을 따돌리기에 성공했다. 하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몸엔 또 다시 상처가 즐비했다. 뚝뚝 흘러나오는 피들이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삶을 부정이라도 하려는 듯 하였다.
 밤이 되어 나는 집으로 향했다.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집 근처에 다다른 나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여기 저기 흐트러져있는 피와 살점들, 아까 전 내 집에 들이닥친 녀석들의 잔해로 내 집이 어지럽혀져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리송할 무렵, 어디선가 아이의 훌쩍임으로 들리는 소리가 이 주변에서 들려왔다. 나는 그 아이임이 확실하다는 생각에 다급히 그 울음소리를 따라 움직였고, 그곳에는 무언가에 긁힌 듯한 상처를 가진 아이가 서 있었다.
 나는 자리에 풀썩 주저 앉았다. 아이가 있다는 안도감 때문일까, 내가 저지른 행동에 대한 후회였을까. 이제서야 내가 하려던 행동들이 어떠한 위험을 주는지를 뒤늦게 깨달은건지로 모를 정도로 나는 거친 숨을 내뱉고 있었다.
 이성을 되찾은 나는 그 아이를 품에 껴앉았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이 숲에 울려 퍼져, 이곳을 이 지경으로 만든 누군가가 다시 찾아올 두려움 때문인지, 아님 순수한 마음으로 아이를 달래고 싶었는지, 계속된 물음, 혹은 후회감이 시간이 흐를 수록 커져 흘렀고, 어느센가 내 눈에서도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이대로 아이를 돌려보낼 것인지 아닌지를, 확실히 이 아이를 납치한다해도 변하는 것이 없다는걸 알았다. 그저 내 무모한 생각이 나를 이렇게 만든 것뿐이다. 애초에 왕이 되고 싶었다면, 내가 왕이 되면 되는 것이었는데, 그렇다면 이 아이를 납치하지않았어도 내가 왕이 될 수 있었는데….
 그 순간, 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또 다른 생각이 어렵사리 다시 붙잡고 있던 이성을 또 다시 놓게 만드는 계기가 될 줄은 몰랐다. 
 "이 나라의 왕이 되는거야…이 나라를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왕이 되는거야!!"
 나는 웃었다. 이 숲이 떠나갈 정도로 큰 소리를 내며 웃었다. 지금껏 세웠던 계획은 모두 어린 애들 장난으로 여겨질 만큼, 실로 엄청난 계획을 세운 것에 대해 나는 내 스스로를 너무나도 존경했다. 또한, 이 계획을 도와줄 내 첫 부하가 바로 이 나라 왕의 아들이라는 것에 또 한 번 웃음을 터트렸다.
 난 그 아이에게 말했다.
 "날 도와주면 네가 그토록 가고 싶은 집으로 돌려보내줄게."
 아이는 끄덕였고, 나는 그 아이를 보며 또 다시 웃었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이 나라의 왕이 되기에는 아직 내게 주어진 힘은 너무 적어. 점차 이 힘을 키워 이 나라를 무너뜨린다. 그리고 내가 이 나라의 왕이 되는거야. 그리고 그 왕에게 주어지는 이름을 만들어야겠지.
 "카르카테론. 너와 나, 하나가 되는거야. 내가 죽으면 너도 죽고, 너가 죽으면 내가 죽는거야."
 카르카테론, 이 나라의 새로운 왕의 이름이자. 너의 새로운 이름이다.

 「」

 놈의 이야기는 더럽고도 추악한 냄새로 가득했다. 자신을 위해서 모든 것을 망쳐놓은, 말 그대로 흙탕물 싸움에서 피비린내가 나게 만든 장본인이라는걸 스스로 밝힌 셈이었다.
 "나는 이루었다. 내 새 삶을 내 손으로 이룬거야. 돈과 권력! 이 모든 것을 내 손에 가질 수 있었어. 그렇기 때문에 난 이 자리에 죽을 수 없어…."
 "…너의 행복을 위해, 남의 목숨을 빼앗는 것이, 정당하다고 말하는 것처럼 들려."
 "클린 말도 아니잖나, 나 역시 그랬는걸…."
 "너의 힘은 그들과는 다른 의미었다."
 "아니, 다르지않아. 내가 행복하기에 남들도 행복하게 해줬어. 두 번 다신 나와 같은 상황을 보고 싶지 않기에 이 나라의 백성들이 굶지않도록 노력했다고."
 "그 해결법이 전쟁인가?"
 "나와 백성들이 굶지않으려면 전쟁 뿐이었다. 우리 스스로 구할 수가 없다면 남의 것이라도 빼앗는게 도리 아니야?"
 "주군께서는 그렇지않았다. 그분은 모두가 잘 살 수 있도록 노력하셨다. 너처럼 그런 이기적이고 이타적인 행동은 보이지않으셨어."
 "이 나라를 위해서야, 이 나라를 위해서라고! 내가 무너지면 다들 무너져, 그러면 다른 놈들에게 치이고 치여 결국엔 빼앗기고 그 결과는 죽음 뿐이야. 나는 내 힘으로 이 나라를 손에 얻고 나만의 새 나라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 나라의 백성들이 굶지않도록 노력했단 말이다!!"
 "결국, 네 녀석은 네 놈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이 나라를 이용한거다. 풍족하다는 이유 하나로 모든 것을 합리화시키며 주군의 명분과 권력을 바닥으로 내팽개친 사람은 다름 아닌 너라는걸, 네 자신은 인지하지 못하는 꼴을 이 자리에서 밝힌거다."
 "…너!!"
 "네 녀석은 이 나라의 왕이 아니다. 더불어 자신의 불후한 환경을 탓하며 노력한 것은 뭐라 할 수 없지만, 그 노력이 이런 상황으로 치닫게 만든 것은 큰 중죄임을 밝히는 바다. 그 결과로 네 녀석은 이 나라의 주군을 죽이고 이 나라의 새로운 왕이랍시며 혼란스러운 이 세계에 발을 디딘 것이야."
 모든 원인이 밝혀졌다. 그동안 궁금했던 모든 실마리가 풀리고 있었다. 주군의 죽음과 아리온의 행방, 그리고 이 시점에서 흔들리는 그의 눈동자가 모든 상황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너는 이 나라에 존재할 이유가 없어."
 "나는 이 나라의 왕이야, 왕이 없는 나라는 존재하지않아!!"
 "…이미 이 나라는 1년 전에 무너졌다. 지금 존재하는 이 나라는 너의 허상일 뿐이야. 이제 그만 현실을 직시하고 이 나라에서 사라져라."
 "허상? 크흐흐…아쉽지만, 그건 안되겠는걸? 이미 내 부하들이 이곳으로 몰려들고 있거든…. 이곳에 존재하는 용병들보다 수 십배나 더 큰 힘을 가진 놈들이 오고 있다! 네 놈은 그들에 비하면 허수아비에 불과해!!"
 "때론 그 허수아비가 참새를 쫓는다는걸, 그리고 그 참새가 네 놈이라는걸 아직까지도 모르는 모양이군…."
 "이…이 자식!!"
 「 콰당 ― !」
 "넌 이제 끝났어. 이곳이 네 놈의 무덤이 되는거야!!"
 "그거 좋군, 적어도 주군이 계셨던 곳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용병들에게는 명예로운 일이니까…."
 "아인!!"
 베르에트가 다급한 목소리로 나에게 달려왔다.
 "아인, 여기서 벗어나야해. 지금 밖에 어마어마한 녀석들이 오고 있어!"
 베르에트는 겁에 질린 얼굴로 나의 팔을 붙잡으며 말했지만, 나는 그런 베르에트를 보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수 백, 수 천명의 적들과 비교하면 하품이 나오겠는걸…."
 "아…아인?"
 "그렇지, 베르에트?"
 "아인….  응, 그러게. 조금은 지루하겠는걸?"
 나와 베르에트는 서로를 보며 씨익 웃었다. 마치 옛날에 전장을 활보했던 때로 돌아간 것처럼 우리들은 두근거림과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카르카테론, 네 녀석이 보기엔 이 상황이 어떤 것 같지? 무모하고 바보스럽다고 생각하나? 하지만 이 상황이 너도 낯설지않게 느껴지지않나?"
 "뭐…?"
 "네 녀석이 말했지, 살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닥치고 할거라고. 나 역시 내가 살기 위해서라면 모든지 할거다."
 "지금 뭐라고 지껄이는거야…."
 "근데 너와 나의 의미는 달라. 네 녀석은 네 놈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싸우지만, 나는, 우리 용병들은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운다. 한낱 욕망이라는 그 하찮은 단어를 위해 싸우기에는 우리 용병들에게 가해지는 위험부담이 너무나도 크기 때문이야.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은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다. 네 녀석의 야망을 위해 거는 목숨이 아니라는거다!!"
 「 쿠구구궁 」
 "잘 봐둬, 우리가 누구인지를….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네 그 두 눈으로 확인해. 그리고 후회해라."
 "…!"

  「 콰당탕 -― !」

 "우린 이 나라의 용병이다."

 「 파악 - !」




 『』




 "아인~! 베르에트~!"
 풀밭에 앉아있던 아리아가 나와 베르에트를 향해 웃으며 손짓하고 있다.
 "왜 그래, 아리아?"
 "이리 와봐, 너희들에게 줄게 있어."
 우리에게 줄게 있다며 어여 오지않으면 너희들의 관자놀이에 꽃꽃이를 해버리겠다는 묵언의 협박을 들은 우리들은 서둘러 아리아에게 달려갔고, 허겁지겁 달려오는 우리들에게 아리아는 꽃을 건네주며 말했다.
 "자, 선물."
 "…꽃?"
 "또 꽃 선물이야…?
 "뭐야, 그 말투는. 내가 꽃을 준거에 불만이 많나보다, 베르에트?"
 "아, 아니. 아니 아니야, 아하핫. 좋아서 그래 좋아서, 아하핫."
 박쥐가 인간으로 진화한다면 딱 베르에트가 되지않을까싶다. 
 "아인, 이 꽃의 이름이 뭔지 알아?"
 아리아가 기대만발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걱정도 팔자셔. 하도 너랑 같이 다녀서 웬만한 꽃 이름은 안다고~ 안 그래 아인?"
 오늘따라 깐족거리는 베르에트의 행동이 아리아에게는 조금 껄끄럽게 느껴졌는지, 아리아의 팔꿈치 공격을 당한 베르에트가 바닥에 데굴데굴 굴러다닌다. 그 틈에 나는 곰곰히 생각한 끝에 이 꽃의 이름을 기억해냈다.
 "바이올렛?"
 "빙고~ 맞았어."
 "오~ 아인, 멋져부러. 근데 아리아 이 꽃은 별안간 왜? 오늘 아인 생일이야? 아닌데."
 "하여간…. 이 꽃의 꽃말이 뭔줄 알고 그래?"
 "영원한 우정."
 "어, 알고 있었네? 맞아, 이 꽃의 꽃말은 '영원한 우정', 혹은 '사랑' 이라고도 불리우지만, 내 생애 처음으로 사귄 친구이자, 내게는 한 없이 소중한 너희들에게 주는 내 선물이야."
 "올, 아리아~ 근데 나는 너랑 그렇게 오랫동안 있고 싶은 생각은…."
 "꺼져."
 "아하핫, 농담이야 농담. 야~ 이 꽃 멋있다~!"
 "이쁜거겠지."
 "에이, 너무 야속하게 굴지말어~ 아인은 어때?"
 "꽃 선물 고마워, 아리아."
 "에헴, 알면 됬구. 자, 그럼 우리 기념으로, 꽃 구경하러 갈까?"
 "에엑?! 꽃 구경? 지금까지 했으면서 뭔 또 꽃 구경?!"
 "싫어?"
 "아뇨, 싫을리가요. 아하핫."
 "아인~ 너도 빨리 와~!"
 "그래~"




 「」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 모두가 함께였던 그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 지금껏 앞만 보고 걸어왔던 순간이 너무나도 야속하게 느껴질만큼, 뒤도 돌아보지않고 걸어왔기에 내가 무엇을 보았는지도 모르겠어. 내 기억은 1년 전 그때로 멈춰있었다. 하루가 하루 같지않은 그러나 돌이켜보면 내가 놓친 것이 너무나도 많기에 나는 후회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내게는 그런 시간을 후회로 낭비할 수 없기에 내 스스로를 가두고 그 안을 후회로 메꾸었다. 이 이상의 후회란 단어가 후회답지않도록…. 그리고 이 모든 상황들은 잊고 그 이전의 기억을 잇기 위해 나는 그 이후의 기억을 모두 '망각' 했다.
 "아인, 정신차려! 아인!!"
 베르에트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가 조금은 울려퍼지는 것 같아. 정신이 몽롱하고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않아. 마치 공중에 떠있는 것처럼 무기력해.
 "그 녀석을 죽여라, 내게 반기를 든 놈을 죽여!"
 녀석의 목소리도 들린다. 나를 죽이라는 그의 목소리에 맞춰 무언가가 내 흐릿한 시야 앞에 모습을 나타냈다. 한 손에는 뭔가 묵직한 무언가를 든 것처럼 검은 무언가가 내 앞에서 움직임을 보였다.
 "아인!"
 베르에트.
 "죽여!"
 사실 나도 너와 똑같았어. 그립고 또 보고싶지만 그 모습을 표현할 수가 없었어. 그 모습을 보였다가는 더 이상은 내가 버틸 수 없을 거 같았으니까, 또한 내 그 모습을 보고 베르에트 네가 애써 붙잡은 가슴에서 또 다시 눈물을 흘리게 만들까봐 겁이 났었거든. 너도 나와 똑같은 심정이었겠지? 아니면, 너가 나보다 더 간절했을려나…? 그런데 베르에트, 이제는 나도 더 이상 참지 않으려고. 이제는 더 참을 이유가 없다는걸 알았어. 참으면 참을 수록 힘들다는걸 이제서야 깨달은걸지도 모르지. 미안해, 베르에트. 너에게 너무나도 큰 짐을 맡기는 것 같아서 미안해. 이제는 네가 아리아의 곁에 있어줘.




 『』




 "영원한 우정을 위해!"
 "위하여~!"
 "위해~!"




 「」




 보고 싶어….
 아리아….




 P.s : 에필로그 및 후기로 찾아뵙겠습니다.

Who's 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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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탓하지마라.

시간을 흘려보낸건 나 자신이다.

시간은 주어진게 아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 우연히 나라는 존재가 있을 뿐이다.

그 시간의 흐름에 어떻게 따라가느냐의 내가 증명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증명해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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