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 먹었습니다. 역시 아침에 고기를 먹으니 기운이 솟네요. "
" 하하.. 그러세요. "
" 오늘은 왠지 일이 술술 잘 풀릴 것 같네요. "
" . 네? "
" 하하, 아시면서. "
" 아...... "
" 밥 사준 보답으로 제 컬렉션들을 보여드리려고했는데, 시간이 시간인지라. 늦어버렸네요. 나중에 또 한 번 찾아오세요. 아니다. 제 번호 가르쳐드릴테니 볼 일이 있으면 이 쪽으로 전화주세요. "
그는 왼쪽 주머니에서 꼬깃 꼬깃한 종이를 하나 건네준다. 건네받은 종이는 다름아닌 그 사람의 명함. 그런데 이 사람이 어떡해...
" 왜 그러시죠? "
" 아, 아무 것도 ... "
"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다음엔 제가 한 턱 쏘지요. "
" 아.. 네. "
그 사람은 싱글벙글 웃으며 어디론가 향했다. 삼겹살 집에서 나온 나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다시 한 번 명함을 살펴보았다. 명함에 적힌 그 사람의 이름은 ' 이현욱 ' . 그 사람의 명함엔 그렇게 적혀있었다. 머리 수집가인 그의 이름을 아는건 처음이였다. 수 년간 그의 데이터를 모으고 모아도 이름은 보이지않았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이름은 찾지 말고 그가 사는 집을 찾을 걸 그랬다. 하지만, 이 자가 회사를 다닌다는건 즉, 공동체생활을 한다는 말인데.. 어떻게 이 사람이...
" ! "
명함을 살펴보고있던 내 시선이 어디에선가 멈춰버렸다. 시선을 돌릴려고 애쓰지만 내 동공에 비치는 그 글귀가 나를 이렇게 놀랄 정도로의 타격을 줄지 몰랐다. 설령, 그렇다하더라도 이게 무슨 운명이란말인가? 명함에 적힌 이름 말고도 또 하나가 내 시야에 들어왔다. 그의 이름 옆에 적힌 회사의 이름이 말이다.
" . "
부들 부들 떨리는 손으로 인해 명함은 손에서 벗어났고, 그대로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나는 조심스럽게 허리를 숙이고 그 명함을 다시 주우려고 손을 뻗자. 저 멀리서 자동차 한 대가 내 옆을 지나치고 달려간다.
' 부아아앙 - ! '
자동차가 지나갈때 명함이 바람으로 인해 저 멀리 날아갔다. 놀란 나는 명함을 집기 위해 명함을 쫓아달려갔지만 명함은 하늘 높이 날아가고 있었다. 결국 명함을 놓친 나는 멍한 표정으로 한 숨을 쉬고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을 향해 걸어갔다.
" . "
겨우 그 사람을 찾아 연락처까지 받아왔는데 그게 다 헛수고가 될 줄은... 아쉬움이 큰 나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정류장 의자에 앉아 버스를 기다렸다. 수 많은 차들 중에는 내가 탈 버스는 지나가지않았다. 한 참동안 버스를 기다리다 저 멀리 낯 익은 버스가 보이기 시작한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지갑을 꺼내기 위해 핸드백을.
" . "
핸드백이.. 핸드백이..
" !!! "
아, 맞다. 그 사람과 밥을 먹으면서 옆에 놓고 온 걸 까먹고 있었다. 내가 탈 버스가 정류장에 다달았고. 버스 안에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그 버스 위로 탑승한다. 나는 서둘러 방금 전 나온 삼겹살 집을 향해 또 다시 달려갔다.
삼겹살 집에 들어 온 나는 가빠오는 숨을 고르며 신발을 벗고 내가 방금 전까지 앉아있던 테이블로 향했다. 나는 내가 앉았던 자리 옆에 핸드백을 찾았지만, 핸드백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고. 직원들이 내 쪽으로 오더니 다 드셨으면 치워도 될까요? 하고 묻는다. 나는 그 사람들 중 한 명에게 여기 있던 핸드백이 어디에 있는지 물었지만, 그들은 모른다고했다. 당황스러운 나는 카운터로 향했고, 방금 전 계산을 했던 사람에게 내 핸드백 못 봤냐고 묻자. 그 사람이 이상하다는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 아까 전에 남성분이 핸드백 들고 나가셨는데요. "
" 네? "
" 마침 잘 오셨어요. 그 분이 저에게 핸드폰을 주시면서 손님이 다시 오면 달라고 부탁하셨거든요. 여기요. "
그 사람이 카운터 옆에 놓여진 핸드폰을 내게 건네주며 말했다. 나는 당황스러운 눈초리로 핸드백을 건네받았다. 그때 갑자기 핸드폰 벨이 울리기 시작한다. 놀란 나는 조심스럽게 통화키를 눌러 귀에 갖다대었다.
' 많이 놀라셨나봐요. 목소리가 떨리시는거 같은데.. '
그의 목소리였다.
" 지금 뭐하는거에요? 왜 남의 가방을 들고 나가시는거냐고요? "
' 하핫, 화 내지마세요. 저는 그저 핸드백을 놓고 가시길래 들고 온 죄 밖에 없습니다. '
" 그럼 가방을 제게 주셔야지요! "
' 깜빡했습니다. '
" 네?! "
당당하다 못해 당돌한 그의 대답에 어이가 없는 목소리로 그에게 당장 이 곳으로 오라고 소리쳤고, 그는 미안하지만 지금 일이 생겨서 못 간다며 피식 웃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말에 잠시 이성을 잃은 나는 그를 향해 욕을 지껄이며 그 사람에게 소리쳤다.
' 숙녀 분께서 이렇게 입이 거칠면 되나.. 알겠습니다. 돌려드릴게요. 어처피 이걸 목적으로 가져 온건 아니니 말이죠. 하지만, 조건이 있습니다. 제가 이 일이 끝나면 연락드리지요. 그때까진 핸드폰 끕니다? '
" 뭐라고요? 이봐요. 이봐요!! "
' 뚝 - '
핸드폰이 끊어졌다. 나는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핸드폰에서 귀를 뗐고. 더 이상 봐줄 수 없다고 생각한 나는 112에 전화를 하기 위해 번호를 눌렀다. 그때 문자 하나가 통화키를 가렸고. 나는 문자를 보기 위해 확인 버튼을 눌렀다.
「 경찰에 신고하시면 아시죠? 만약에 경찰이 신고하신다면... 저도 어쩔 수 없습니다. 당신이 마음대로 들어 온 제 집. 무단침입죄. 과연 두 죄 중에 뭐가 더 무거울까요? 하핫, 물론 제 죄가 더 무거울 수도 있겠죠. 하지만, 한 가지 알아야할게 있습니다. 저는 깜빵 같은건 무섭지않습니다. 오히려 무서워해야할건 당신이죠. 당신은 신고하면 끝일거라 생각하겠지만, 저는 아니거든요. 하핫, 그러니깐 제가 다시 연락 드릴때까지는 조용히 입 다물고 계시는게 좋으실겁니다. 만약 경찰이 제 눈에 보이는 즉시. 당신도 제 컬렉션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 ^^. 」
그의 문자를 본 나는 입술을 깨물며 조용히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곤 절망스러운 모습으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P.s : 좋은 아침이네요. 오늘도 날씨는 매섭고도, 고요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