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 Collector 제 6 장

by 아인 posted Feb 04,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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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뭐라고요? 지금 뭐라고 하신거에요? "

  그의 말에 어이가 없는 목소리로 묻자, 그가 다시 한 번 굳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 시간 관계상 오늘은 못 만날 것 같으니, 내일 다시 만나는게 어떨까요? '

  "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시는거에요!! "

  ' 그럼 어쩝니까. 제가 지금 바빠서 거기엔 못 갈 것 같은데.. 아, 그럼 되겠군요. 당신의 핸드백은 제 집에 있으니 가서 가져오세요. 문은 안 잠겼으니 들어가는덴 문제 없을겁니다. 그럼 되죠? 이만 끊겠습니다. '

  " 이봐요!! "

  ' 뚝 ――― '

  그가 전화를 끊었다. 약속시간이 2시간이나 지난 후에야 겨우 걸려 온 전화에 무슨 일인지 들어보자고 받았는데 결국 이건가? 자신의 일이 바빠서 못 온다고? 고작 사람의 머리를 컬렉션으로 삼는 살인자 주제에.. 바(Bar)에 앉아 그 사람을 기다린 내가 병신이다. 화가 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가자 갑작스러운 돌풍에 코트가 휘날리고 머리가 내 얼굴을 뒤덮었다. 지겹다.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슬쩍 쳐다본 삼겹살 집은 어느 덧 문을 닫았는지 안이 컴컴하다. 아직 끝날 시간도 아닐텐데 이렇게 일찍 닫는거지? 뭐, 상관 없다. 나는 무지한 그 사람의 태도에 화가 난다. 살인자라고 했는데 그닥 무섭지도 않다. 지금 나는 머리 끝까지 화가나서 그 사람이 눈 앞에 있다면 그 사람을 죽여버릴 수도 있다. 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너무 과잉반응일까. 의자에 앉아 긴 한숨을 내뱉으며 저 멀리 도로를 질주하는 차들을 쳐다봤다. 왠지 모르게 내 자신이 초라해보인다. 

  " . "

  의자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던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 사람의 집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핸드폰은 그 사람께 있어서 그닥 상관은 없지만, 그 사람이 내 핸드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꺼림직하다. 그 사람의 집을 가기 위해선 이 곳에서 꽤 먼거리를 걸어야한다. 그때 그 사람과 처음 만난 그때도 여기까지오는데 한 20분이 걸렸을거다. 그때 그 사람은 오랜시간 걸었더니 배가 고프다며 삼겹살을 먹자고 제안했고. 나는 그 사람에게 쫄아서 싫은 내색 없이 그 사람의 말에 OK신호를 했지만.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 사람이 무섭다는건 느껴지지도 않다. 고작 하루, 아니 하루도 안된 지금. 그 사람이 나의 핸드백을 가져가고 나와 한 약속을 어긴 것에 대해 그 사람의 인격을 파악 할 수 있게 된 계기가 됬다. 그 사람을 처음 보면서 이 사람이 정말 내가 찾던 ' 머리 수집가 ' 가 맞나? 하는 의심을 품었지만. 이젠 믿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지독히도 사람의 고통을 좋아하며 자신이 갖고 싶어하는 머리는 꼭 갖겠다는 의지를 품고 심장 속에 붉은 칼을 숨기고 다니는 ' 연쇄 살인마 ' 에 불과하니깐...
  한 참을 그가 지내는 폐가로 발걸음을 돌린지 꽤 됬는지. 도심의 시끄러운 소음이 차차 줄어들기 시작한다. 조금씩 사라지는 밤하늘의 별들도 다시 제 빛을 찾아 반짝거리고. 탁한 매연가스로 가득한 도시와는 다르게 이 곳의 공기는 꽤 깨끗하고 청량했다. 이내 그 사람이 지내는 폐가에 도착한 나는 조금은 긴장한 기색을 띠고 폐가를 향해 한 걸음 내디뎠다. 아침에도 들어가기가 꺼렸는데 이렇게 늦은 밤에 폐가에 들어가다니. 아무리 사람이 산다고해도 이 곳은 변함 없이 폐가...

  ' 까아악 ― ! '

  폐가 옆에 불탄 나무에서 까마귀 한 마리가 내 앞을 스쳐지나갔다. 나는 놀라 뒷걸음질을 치다 뭔가에 다리가 걸려 넘어졌고. 까마귀 소리가 멀어지자 나는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툭툭 치고 애꿎은 하늘에다가 냅다 소리를 질렀다. 그리곤 다시 폐가에 한 걸음 다가갔고. 이내 차갑게 식은 문고리를 잡아 당겨 폐가 문을 열었다.

  ' 끼 이 이 익 ― '

  굳어버린 나무 틈새로 시끄럽게 요동치는 문 틈에 귀를 틀어막고 재빨리 문을 열었다. 이내 차가운 한기가 나를 휩쓸더니 아무 일 없다는 듯 차가운 바람만이 나의 뒤를 지키고 있었다. 나는 폐가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손전등을 찾았지만, 아침에 예비 삼아 챙겼던 손전등은 그가 가져 간 핸드백 안에 있었다. 나는 다시 올라오는 화를 꾹 누르고 조심스럽게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뎌 폐가 안으로 들어갔다.

  ' 딸 깍 '

  발에 뭔가가 밟혔다. 갑작스러운 촉감에 흠칫 놀란 나는 아까 전의 상황이 되지 않기 위해 아무렇지 않은 듯 살며시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그 밟은 물체에서 밝은 빛이 폐가 안을 밝혔고. 나는 이내 그 물체가 손전등이라는 사실에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나는 바닥에 떨궈진 손전등을 들어 주위를 살폈다. 

  " ! "

  폐가 안을 살피던 나는 뭔가에 놀라 자리에서 멈췄고. 내가 비춘 빛에 반사 된 물체만이 나를 쳐다 볼 뿐이였다. 나는 무서웠지만 왠지 회피하기가 어려웠다. 도망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도망 갈 수가 없다. 왠지 저건 나에게 도움의 손길을 바라는 무언가의 눈동자와 같아서 말이다. 미칠 듯한 떨림에 다리가 후들거리고 손전등을 잡고 있는 내 손 역시 수전증에 걸릴 뜻 멈출 줄 모르게 덜덜거렸다. 한 참동안 그 자리에서 그 물체를 비추고 있던 나는 용기를 내 한 발자국 그 앞으로 다가갔고. 내가 다가가자 그 물체는 움찔 놀란 듯 보였지만, 이내 내가 자기를 구해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조심스럽게 내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곤 힘이 없는 오른 손으로 나의 왼쪽 발목을 부여 잡으며 힘겹게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봤다.

  " 도 .. 도와 .. "

  말을 잇지 못하고 힘에 달았는지 그 사람이 나의 신발 위에 고개를 떨구고 쓰러졌다. 나는 황급히 쓰러진 그가 의식이 있는지를 살펴보곤 손전등으로 주위를 둘러보다 발견한 내 핸드백을 집어 들고 서둘러 핸드폰을 꺼내 119를.

  ' 밥 주세요~! '

  " ! "

  핸드폰을 켜는 순간 밝게 빛나던 화면이 컴컴하게 바뀌었다. 나는 다급하게 전원 버튼을 눌러 핸드폰을 켰지만, 또 다시 빛나던 화면은 컴컴한 암흑으로 바꼈다. 당황한 나는 어찌 할 줄 모르고 애꿎은 핸드폰 전원만 눌러댔다. 하지만, 또 다시 핸드폰은 꺼졌다. 이런 상황은 5~6번 반복하던 순간. 어디선가 낯선 발걸음이 폐가 근처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핸드폰을 켜고 있던 나는 갑작스러운 인기척에 어찌 할 줄 모르고 허둥지둥대다. 일단은 나부터 숨어야한다는 이기적인 발상을 하며 폐가 안에서 제일 눈에 안 띄는 곳을 찾아 그 틈으로 들어갔다. 냉장고와 가구로 보이는 낡은 나무 옆에 자그마한 틈새에 들어 간 나는 쓰러져 의식을 못 차리는 그를 쳐다보며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열린 폐가 문 쪽으로 가까워지는 발걸음에 숨도 제대로 못 쉬고 긴장을 하며 그 인기척의 정체를 확인했다.

  " 어? 여기 문이 열려있는데? "

  " 에이. 바람 때문에 열렸겠지. "

  " 어? 저기 안에 사람이 쓰러져있는데? "

  " 정말? 어, 정말이네. "

  " 살아있는건가? 들어가보자. "

  문 앞에서 기웃거리던 두 남녀가 조심스럽게 폐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곤 쓰러져있는 그 사람을 향해 조심스럽게 다가가던 그들 중 남자가 쓰러진 그 사람에 숨소리를 확인하는지 몸을 숙이고 숨을 죽인다. 한 참을 그 사람에게 귀를 갖다대던 그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여자를 보며 웃는다.

  " 다행히 아직 살아있어. 그런데 가까이 가니깐 피 비린내 같은게 나던데. 어디서 다친게 아닐까? "

  " 어쩌지 그럼. "

  " 일단은 이대로 두면 큰일 날 것 같으니깐 우리가 병원에 데려가는게 좋겠어. "

  " 그런데 냄새가 난다메. 나, 이 옷 사흘도 채 못 입었단 말이야. 냄새 베면 어떡해? "

  " 나도 이 옷 일주일 밖에 못 입었는데... 그럼 일단 119에 전화라도 하자. 이렇게 모른 척하고 갔다가 무슨 봉변을 당할지 누가 알아? "

  " 그건 그래. 그럼 자기가 전화 해. "

  쓰러진 그 사람 앞에서 두런 두런 얘기를 하던 두 남녀는 119에 전화를 걸고 이런 저런 상황파악을 한 뒤 전화를 끊었다. 그리곤 가던 발걸음을 가려는지 의식을 잃고 쓰러진 그를 본 채 만 채 한 뒤 밖으로 나갔다. 좁은 틈새 안에 낑겨있는 듯 싶이 들어 가 있던 나는 조심스럽게 틈새 사이로 몸을 빼냈고. 몸이 빠지자 급격하게 소모되는 체력에 깊이 숨을 들이내쉬었다. 다행히 내가 있다는 걸 몰랐나보다. 뭐, 상관은 없지만. 나도 핸드백을 찾았겠다. 이만 집으로 돌아갈까.

  ' 으아아악 ―― ! ! ! '

  문을 향해 걸어가던 도중 밖에서 들리는 낯 선이의 비명소리에 놀란 나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재빨리 방금 전까지 껴 있던 틈새 사이로 들어갔다. 급격하게 뛰는 심장박동에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려하지만 쉽사리 그렇게 되지 않는다. 한 편, 밖에서 들리는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사람의 비명소리가 자츰 멎어들었고. 이내 여성의 목소리로 들리는 비명소리가 또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분명, 저 두 남녀. 방금 전에 나갔던 그 사람들 아닌가? 그럼 도대체 저 사람들이 왜..

  " 남의 집엔 함부로 들어오는게 아니지... 설사, 경찰이라고 할지라도 말이야. "

  " 사 .. 살려 ... "

  ' 뿌 ― 직 ! '

  뭔가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비명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생생하게 들리는 현장의 공포에 질린 나머지 아무 행동 없이 틈새 사이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이내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그 사람의 얼굴이 보였고. 얼굴 곳곳에 뜨겁게 타오르는 핏방울을 닦으며 희열을 느끼며 쓰러진 그를 발견하고 이내 웃음기 쏵 빠진 얼굴로 조용히 그를 쳐다본다.




  P.s : 오늘 밤 중으로 루에르 44편 올라갑니다. 날씨가 갈수록 추워지는 것 같네요.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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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탓하지마라.

시간을 흘려보낸건 나 자신이다.

시간은 주어진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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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증명해보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