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이야기

|  나는 작가가 될 테야! 글을 창작해요

2012.02.04 04:54

루에르 44

조회 수 669 추천 수 0 댓글 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인쇄


내가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을 땐,
이미 이 세상은 내가 알던 세상이 아니었다.


루에르

- 고동치는 보물 - 

5



  그립고도 쓸쓸했던 과거의 이야기를 하며, 즐거워하는 듯한 표정을 짓던 어르신이 도중에 말을 끊어버린다. 조용히 그의 얘기를 경청하던 나와 로빈은 살짝 당황한 눈치로 그의 얼굴을 쳐다봤을 땐, 이미 그의 얼굴엔 근심이 가득차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마냥, 그의 얼굴에 가득했던 핏기가 하나 둘 새하얗게 변하며 그의 두 손을 덜덜 떨리게 만든다. 도저히 안되겠는지, 옆에 앉아있던 로빈이 황급히 어르신의 옆으로 달려갔고, 나는 그 자리에 멈춰서 그의 얼굴을 응시할 수 밖에 없었다.


  " 괜찮네, 걱정하지말게. 어처피 죽은 몸, 또 죽을 필요는 없을테니 …. "


  라는 그의 말은 꽤나 자기 자신을 아프게 만드는 것 같다.

  로빈이 들고온 차를 조심스레 목구멍을 넘기던 그의 이마에서 주르륵 땀 한 방울이 흐르며 그의 무릎으로 떨어진다. 어르신을 걱정하던 로빈의 얼굴은 아까보다 더욱 사색에 잠긴 듯 보였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나 역시 한치도 방심할 수 없어, 마음 속으로만 걱정할 뿐이다. 어렵게 차를 입 안으로 들이던 어르신의 손이 멈추고, 들고있던 찻잔이 천천히 찻상 위로 올려진다.


  " 미안하네, 내가 잠시 옛 생각에 빠져서 그만 …. "


  그의 목소리는 떨렸다. 날씨가 추워서가 아닌, 무언가에 잔뜩 겁을 집어 먹은 모습이였다. 위축된 그의 어깨와 그의 정신 없는 눈동자가 주변을 계속 훑어내려가며 불안에 떨고 있었다. 그의 모습을 계속해서 지켜보던 나는, 이 이상 이 대화를 계속 진행해봤자, 진실되어 나온 얘기는 없을 뿐더러, 어르신의 정신까지 이상해질 것 같은 생각에 서서히 자리에서 일어나 슬그머니 밖으로 빠져나갔다.


  " 루에르 씨? "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로빈을 향해 별 일 아니라는 듯이 씨익 웃어주곤, 황급히 그 자리를 떴다. 더 이상 그곳에 남아있어봤자 시간 낭비며, 그에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도 방금 전에 끝났음을 알았으니. 잠시 머리나 식힐 겸 밖으로 나왔다. 그리 많은 정보는 캐내지 못했지만, 적어도 이곳에 쿠피디타스가 있었다는 것만은 알게됬으니 그 정도도 충분하다. 그 말은 즉, 내가 세웠던 가설과 함께 다른 마을 또한 쿠피디타스의 존재 유무를 알게 되었으니까. 


  " …. "


  만약, 그때. 내가 그 말을 그리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면, 과연 지금 나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평소와 똑같이 로빈과 함께 남아있는 인류를 찾기 위해 여정을 떠났을까. 아니, 그때의 나는 마음 편하게 여행을 할 만한 정신적 여유가 없었다. 갑작스럽게 미래로 돌아온 나에겐 크나큰 데미지가 성립 됬을 터. 내가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리고 현실을 판단했을 때는, 이미 한달이란 시간이 걸렸으니까 …. 만약, 그거라도 내게 남아있지않았다면, 나는 지금쯤 죄책감에 사로 잡혀 아무 것도 못한 잉여인간이 됬을테지. 하지만, 마지막 가는 길에 내게 남겨준 그 녀석의 말이 그렇게나 내게 힘이 되고, 목표를 세울 수 있었는지. 지금 와서도 그 사실은 너무나도 놀라울 따름이다. 그러나 그 사실 또한 내가 눈치채지 못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테지만 말이다.




  방바닥에서 느껴지던 온기는 어디 가고, 갑작스런 한기가 내 몸을 감싼다. 몽롱한 의식 속 조금씩 시야가 확장되던 나는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자리에 앉았다. 방금 전과는 확연히 다른 주위배경에 살짝 긴장을 하던 나는 조심스레 주변을 돌아보며 정신을 가다듬기로 하였다. 


  " 여긴, 숲 속인가 …. 그런데 왜 내가 이런 곳에 있는거지? "


  천천히 정신이 말짱해지고, 주위에 있는 모습에 불안감은 더욱 커져만 갔다. 몇시간 전까진 라셀과 얘기를 나누고, 잠자리에 든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왜 내가 이런 숲 속에 있는지 모르겠다. 평소에 몽유병은 커녕, 잠꼬대도 없는 편인데. 그런 내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런 숲 속에서 잠을 잤단 말인가? 하지만, 그렇다고해도 내가 여기까지 오는 동안, 그 누두도 나를 못 봤다는 말인가? 그렇지만, 그때의 마을은 ….


  " 젠장 …. "


  뭐가 어찌된건진 모르지만, 지금이라도 깨어나서 다행이다. 아직, 날이 밝지 않을걸 보니 이곳에 온지도 얼마 되지않은 것 같은데. 다른 누군가가 날 찾기 전에 내가 먼저 마을로 가야겠다.


  ' . '


  그런데, 이 숲. 왠지 낯설지가 앉다. 언젠가 한번 이 숲 속에 온 적이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런데, 그건 당연한건가. 나무들이 빼곡히 자리 잡고 있는걸 보면 산인 것 같은데. 그러면 이곳은 마우리스 산이겠군. 별 시답지않은 직감으로 꽤 멋진 척 연기나 하고 말이야. 그 정도로 나한테도 여유가 생긴걸까. 아무튼, 서둘러 내려가자.


  ' …. '


 이런 곳에 길이 있었나. 분명, 아까까지만해도 이곳엔 길이 없던 것 같은데.


  ' ! '


  이 길 뿐만이 아니라, 저기에도 길이 늘여져있다. 대체, 뭐가 어떻게된건지? 어떻게 한시간 사이에 하나도 아닌 두개씩이나 길이 생길 수 있는거지? 뭔가 이상하다. 여기는 내가 알던 곳이 아닌 것 같다. 분명, 지형으로 보나 산 아래에 마을이 보이는걸 보나, 이곳은 분명 마우리스 산이 맞을텐데. 마우리스 산이 맞다면 이곳에서 조금만 더 걸어가면 마우린의 본거지가 나올텐데. 그런데 왜 이렇게 변한거지?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거냔 말이야.


  " 뭐가, 뭐가 어떻게 된거지? "


  왜 저런 곳에 그 녀석들이 있는거지? 왜, 이곳에 그들이 있냔 말이야.


  " 말도 안돼 … 지금, 뭐가, 뭐가 어떻게 일어나는거야!! "


  설마했다. 이곳은 분명 내가 알던 수십년 전의 과거로 돌아온 마우린과 마우 마을이 공존했던 시대일텐데, 왜 저 녀석들이 이곳에 있는지에 대해 알 도리가 없었다. 나는 지금도 이 세계가 그때의 세계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나는 어느 틈에선가 과거가 아닌, 내가 있었던 원래의 세계로 돌아와있었다. 더군다나, 이 세상이 멸망했던 그때의 모습 그대로의 세상으로 말이다. 내 생각과는 달리, 이 세계는 그 모습 그대로 멈춰있었다. 평화롭던 시대의 모습이 아닌, 세상의 몰락 그리고 인류의 파멸을 일으킨 그때의 악몽 속으로 또 다시 나는 빠져들고만 것이였다.


  " 이럴 수가 … 어떻게 이런 일이 …. "


  땅바닥에 주저 앉은 나는 도저히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 다리의 힘이 쫙 풀리고 허탈한 웃음만이 새어 나왔다. 말도 안되는 상황이며, 웃을 수 밖에 없는 기분이였다.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나다니. 더군다나, 나도 모르는 사이에 미래로 워프되다니 … 그럼, 나는 어떻게 되는거야? 란과 했던 약속을 지키지도 못하고 이곳에 돌아온거야? 이 세상의 파멸을 막지 못하고, 친구의 약속조차 지켜주지 못한, 이 무능한 녀석을 어떻게 해야한단 말인가? 대체, 왜 나는 지금 미래로 돌아온거야!!!


  


  ' ! '


  하늘에 걸린 달빛의 기운을 받던 나의 눈가에 정체 모를 액체 한 방울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잠시 바람이나 쐬며 정신 좀 온전하게 할 생각이였는데. 나도 모르게 옛 생각에 잠겨버린 것 같다. 그래, 그땐 분명 정말 절망적이였으니까, 세상을 구하고, 그들은 감당할 수 없는 짐을 덜어줬다고 생각했던 나에겐 비참한 현실이였다. 그로 인해 이 세상도 원래 모습으로 돌아올거라 생각했지만, 내 생각과는 다르게 세상은 한결 같이 흘러갔다. 그래, 이게 현실이다. 이게 진짜고, 이게 정말 내가 있어야 했던 세상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 가슴이 아려오는건 뭣 때문일까, 이젠 후회도 미련도 남지않았음에도 나는 아직도 그곳에 대해 떠올려보기도 한다. 만약, 내가 이곳에 돌아오지않고 그곳에 있었다면, 과연 내게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란의 부탁대로 나는 그의 아이인 로라를 곁에서 지켜줬을까, 아님 그의 바람과 마을사람들에 부탁으로 마을에서 지내고 있었을까. 하지만, 이것도 내 어디까지나 추측에 불과할 뿐. 정말로 내가 그곳에 있었다면, 그 후에 일어날 일은 짐작하지도 못하겠지. 미래는 앞세워볼 수 없는 것이니까. 그러니, 괜히 누구도 바라지않는데 나서다간 큰 일이 생기겠지. 그러니, 나는 그대로 멈추면 되. 누군가가 먼저 솔선수범을 하기 전까지는 그저, 나는 내가 했던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면 되. 그것으로 인해 내가 조금의 가책을 덜 느낄 수만 있다면 말이야.


  " 저, 루에르 씨. "


  울타리에 걸터앉은 내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던 로빈이 내 옆에 앉으며 내가 쳐다보면 하늘을 그대로 응시한다. 그리곤, 달빛에 그을려 하얗게 변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묻는다.


  " 무슨 일 있어요? 얼굴빛이 별로 안 좋은데 …. "


  " 아니, 아무 일도 없어. 그냥, 옛 생각 좀 하고 있었어. "


  " 옛 생각이요? "


  " 응, 옛 생각 …. "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며 달을 바라보던 나는 울타리에서 내려와 조금 앞으로 걸어갔다. 하늘에 떠있는 달과 일직선으로 서있는건 무리였지만, 그 날은 이상하게도 달은 내 위에서 나를 향해 빛을 뿜어주는 것 같이, 그와 가까워진 느낌을 받았다. 로빈은 아무 말 없이 울타리에 앉아선 슬쩍 하늘을 쳐다보며 피식 웃음을 짓는다.


  " 오늘따라 달빛이 예쁘네요. 보름달이라서 그런걸까요? "


  로빈이 내게 물어본다. 그녀에 말대로 오늘 달은 그 어느 때보다 동그랗고 예쁜 색을 띄고 있었다.


  " 글쎄 …. 아마도 그래서일까. "


  " 네? "


  " 오늘 같은 날이면, 그들도 꽤나 바쁘게 움직이겠군 …. "


  " …? "


  보름달, 그리고 마우린. 그 뒤를 이어 새로운 관계를 형성한 마키 족과 루에르 마을. 수십 년 전, 자신들의 선조의 뒤를 따르지만, 각기 다른 성향으로 하나로 뭉친 그들. 하지만, 무엇 때문인지 얽히고 설킨 그들의 과보는 어찌할 수 없었던건가 …. 그렇다해도 그들에게 그런 불행한 일이 겹친건, 우연이 아닌 무언가에 대한 도움이였을까, 아님. 그저, 그들에게 남은 마지막 저주였을까.


  " 루에르 씨? "


  " 이만, 들어가볼까. 날씨도 꽤나 쌀쌀해진 것 같으니까. "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마을 안으로 들어선 나를 멀뚱히 쳐다보던 로빈을 바라보며 나는 씨익 웃어주었다. 그러자, 로빈은 덩달아 웃음을 지으며 나의 뒤를 따른다. 지금은 아직 알아낸 것보단, 알아야할 진실들이 더 많다. 그것들을 모조리 앎고나야 이 세상의 관한 슬픈 과거에 대해 알게 되겠지. 하지만, 만약 그때가 온다해도, 이 세상과 그들에게 나아질 점이 있을까? 그저, 우리들은 궁금증만 해소할 뿐, 그들에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는걸까? 그렇지만, 그렇다고해도 아무런 행동도 없이 그저, 자연의 순리에 맞춰사는 것보단. 그런 행동을 보이며, 하나 둘 알아나가는게 더 좋다고 생각된다. 많은 시간이 소요될지 모르겠지만, 이런 역겹고 고립된 세상에서 옛날의 세상을 꿈꾸며 지내는 것보단, 백배 천배는 나을테니.


  " . "


  그러니, 이번만큼은 한번 내 뜻대로 움직여보자. 이젠, 그 누구 때문도 아닌, 나 자신을 위해서.




  P.s : 44편 입니다. 즐감하세요.

Who's 아인

profile

시간을 탓하지마라.

시간을 흘려보낸건 나 자신이다.

시간은 주어진게 아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 우연히 나라는 존재가 있을 뿐이다.

그 시간의 흐름에 어떻게 따라가느냐의 내가 증명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증명해보려한다.

  • ?
    가온  2012.02.04 07:19

    ㅜㅜ 두작품 보려니 내용이해력이 딸린지 .. 루에르는 내용이해가 어렵내요 ㅜㅜ 역시 처음부터 봐야하나 ㅋㅋ ;

  • ?
    가온  2012.02.04 07:52

    그래주시면 고맙죠 ㅋ_ㅋ 근데 지금은 루에르 보다 머리수집내용이 더 흥미진지해서 재밌내요 !

  • profile
    아인 2012.02.04 07:32

    루에르란 작품은 좀 시점이 이리 갔다 저리 갔다의 반복이라 할까요.

    제가 썼던 소설보다 이해하기 어려운 소설이긴 합니다.

    원하신다면 1~42편까지 여기에 올려드릴까요. 한번에 쫙 몰아서요.

  • profile
    군용 2013.10.21 09:38

    잘보구갑니다ㅎ

  • ?
    포인트 팡팡의 정령 2013.10.21 09:38
    다시 돌아온 포인트 팡팡! 이벤트

    축하합니다! 군용님 깜짝 이벤트, 포인트 팡팡! 포인트 5을(를) 선물해 드립니다~ 다음에 만나요 뿅

    5b3687807b8086afef3edd03cf5100c9.gif 다시 돌아온 포인트 팡팡의 정령 fc6263846118ea0618320bec3a3b802a.gif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41 Head Collector 제 6 장 3 아인 2012.02.04 704
» 루에르 44 5 아인 2012.02.04 669
339 Noble Princess - 1 6 밥하몬 2012.02.04 745
338 루에르 1화 : 세상은 멸했다 2 아인 2012.02.04 671
337 루에르 45 4 아인 2012.02.05 664
336 Head Collector 제 7 장 3 아인 2012.02.05 638
335 Head Collector 제 8 장 3 아인 2012.02.05 765
334 [BGM]얀데레 여자아이에게 죽도록 사랑받아 잠들 수 없는 이야기 - 마나미 10 밥하몬 2012.02.05 1827
333 딜문의 전설 - [ 서막 ] 4 K.Dilmun 2012.02.05 852
332 딜문의 전설 - [ 1 ] 1 K.Dilmun 2012.02.05 628
331 딜문의 전설 - [ 2 ] 4 K.Dilmun 2012.02.05 860
330 딜문의 전설 - [ 3 ] 1 K.Dilmun 2012.02.05 664
329 딜문의 전설 - [ 4 ] 1 K.Dilmun 2012.02.05 672
328 신입 겜게인 플라워 2 Flower 2012.02.05 693
327 루에르 2화 : 뫼비우스의 띠 아인 2012.02.05 688
326 Head Collector 제 9 장 2 아인 2012.02.05 623
325 Head Collector 제 10 장 2 아인 2012.02.05 694
324 딜문의 전설 - [ 5 ] 1 K.Dilmun 2012.02.05 662
323 루에르 46 아인 2012.02.05 616
322 딜문의 전설 - [ 6 ] 1 K.Dilmun 2012.02.05 647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9 Next
/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