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에르 45

by 아인 posted Feb 05,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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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을 땐,
이미 이 세상은 내가 알던 세상이 아니었다.


루에르

- 고동치는 보물 - 

6



  먼저 집으로 가있겠다는 어르신의 말을 뒤로 하고, 다시금 마을을 거닐던 우리들은 어느 틈에선가 불어오는 차디찬 바람에 우리들은 어르신이 계신 곳으로 들어갔다. 우리가 밖으로 나가있는 동안, 방 안에 놓여진 찻상은 이미 치워진 이후였고, 어르신은 온데간데 없이 집 안은 고요했다. 잠시 어딜 나간거라고 생각하고 자리에 앉는데, 왠지 모르게 찜찜함 기분이 느껴지며 다시금 자리에서 일어났다. 별안간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나를 보며, 로빈은 무슨 일이냐며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물었다. 나는 아무 것도 아니라며, 잠깐 어르신을 찾으러 가보겠다며 급히 자리를 떴다.

  「 드르륵 」

  아까와는 달라진 집 안 공기에 신경이 곤두 섰는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이상한 느낌이다. 아까 전과는 달리 급격하게 건조해진 공기며, 텁텁할 정도로 숨이 막히는 먼지가 주변에 흩날리는 것처럼 주위가 뿌옇게 흐리다. 잠깐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뭔가가 틀어진건 분명한 것 같다. 그렇지않으면 몇분 사이에 이럴 일은 일어날 수 없으니까.

  ' . '

  건물 곳곳을 걸어가던 도중, 바닥에 뭔가가 쏟아진 이물감이 느껴지며, 이내 발바닥이 차가워진다. 바닥에는 뭔가 물 같은게 뿌려져있었고, 실수가 아닌, 고의적으로 바닥에 쏟아진 것처럼 보일만큼, 물의 모습은 그리 자연스럽지가 않다. 흡사, 무언가에 끌려 지나간 듯한 움직임 또한 보이니. 대체, 이게 무슨 징조를 뜻하는지 심히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한 10분 동안을 건물 안을 뒤지며 돌아다녔지만, 어르신의 모습은 커녕, 나와 로빈 말고는 아무도 없는 듯한 섬뜩한 기운만이 집 안 곳곳에 자리 잡는다. 

  「 끼 긱 」

  그리고 아까부터 기둥이 부러질 것 같은 기분 나쁜 소리마저 들려오니, 뭔가 심상치가 않다. 적어도 몇분 안에는 이 집이 무너질 것 같은 재수 없는 생각까지 하게 되니, 이곳에 더 이상 남아있는 것은 불가능한 일. 나는 서둘러 로빈이 있는 방으로 달려갔고, 언제나 그랬 듯이 로빈은 잠자코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로빈은 헉헉거리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나를 보며 의아한 듯 쳐다보며 내게 다가왔고, 나는 그런 로빈의 손을 붙잡고 황급히 건물 밖으로 달려갔다.

  " 무슨 일이에요? 갑자기 왜. "

  " 뭔가 심상치가 않아. 좀 있으면 뭔가가 벌어질 기분이야. "

  " 네? "

  상황판단이 더딘 로빈은 벙찐 표정을 지으며 내 손에 이끌려 따라왔고, 가까스로 건물 밖으로 뛰쳐 나온 나는 물끄러미 건물 쪽을 뒤돌아보며 자리에서 멈췄다.

  「 우 지 직 」

  마치, 우리가 이 집에서 빠져나가는 걸 기다린 마냥, 그 건물은 우리가 무사히 밖으로 나온 것을 확인하고 소리 없이 땅으로 꺼졌다. 천천히 진행된 오랜 가옥의 형상은 어느덧, 대지와 하나가 되어 자연으로 돌아갔으며. 그 안에 가득했던 그림들도 땅 속으로 빨려들어간 듯, 잠잠한 분위기가 풍겨온다. 갑작스레 이게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분명히 무슨 일이 시작되는걸 알리는거라는 정도만 느껴진다. 이 틈에 나는 로빈을 데리고 마을 밖으로 나갔고, 그 건물의 무너짐과 함께 하나 둘 마을에 자리 잡았던 건물들도 그의 뒤를 따라 무너져내린다. 마치, 자연의 순리를 지키려는 것처럼 그들은 하나가 되어 바람과 함께 사라졌고, 방금 전까지 로빈과 함께 달빛을 바라보던 마을은 눈 깜짝할 세에 마을의 형상을 잃었다.

  " 이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거죠? 별안간, 마을이 함락하다니. "

  " 하지만,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지. "

  " 당연 … 한 일이요? "

  " …. "

  오랫동안 세월에 짖눌려 살아온 시간도 어연 몇십년을 지났을 이 마을에는, 이 마을을 지탱할 사람들은 없었다. 옛 말에, 사람이 살지않는 집은 사람이 사는 집이 아닌, 귀신이 사는 곳으라고 말할 정도로 집과 사람의 무게는 별 차이가 없다. 사람이 살기 위해선 집이 필요하고, 집이 버틸 수 있는 힘을 낼 수 있게하는 원동력도 사람에서 나오는 것. 그 둘 중 하나의 균열이라고 어긋나면 그들은 파멸할 뿐. 그런 상황에서 그 사람은 이곳을 택한거였나 ….

  " … 결국엔, 무너지고 말았군. 꽤, 고된 세월이였어 …. "

  등 뒤에서 느껴지는 싸늘한 기운과 함깨 어르신이 모습을 나타냈다. 그는 눈가에 가득 눈물을 고인 채로 미소를 지으며, 사라진 마을이 있던 자리를 둘러보며 조용히 눈물을 닦아낸다.

  " 용케 … 지금까지 잘 버텨줬어. 내 예상대로라면 진작에 무너져내려도 이상할 것 없는 곳이였는데 … 이렇게까지 버틴 것도 용한 일이야 …. "

  무너져내린 잔해 속, 어르신의 손길이 닿은 잔해들은 하나 같이 모래로 되어 바닥으로 스며들며 모습을 감췄고, 그의 눈물은 더욱 더 흘러내리며 슬픈 눈망울로 그들을 바라보며 쇠약한 한숨을 내보낸다.

  " 하지만, 이제 나는 여한 없이 이 세상을 떠날 수 있어 …. 오늘까지 오는데도 수십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후회는 없어. 그저, 오늘이 된 것에 대한 감사 뿐이지. 그러니, 더 이상의 후회도 미련도 없어. 이제, 나는 그 무거운 짐을 덜어낼 수 있게 됬으니 …. "

  ' … '

  그래, 그게 그렇게 된건가 …. 그가 그리던 그리움의 대상은 사람이 아니었다. 살아생전, 자신과 함께한 사람들이 살던 이 마을이 그에겐 그리움의 대상이였겠지. 불의의 사고로 인해 한 순간에 행복에서 나락으로 떨어진 그에겐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슬픔이였겠지. 그에겐 이 마을이 남아있는 것 또한 고역이자, 고통이었을거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르신이 이 마을에 남아있던 이유는. 단지, 그때의 모습이 그리워서가 아닐까? 비록, 이 세상은 그 전과는 아주 많이 달라졌지만. 그의 기억으로는 언제까지나 이곳은 자기가 살아생전에 모습 그대로를 띄고 있던게 아니였을까 …. 그러나, 그것으로 인해 한시도 마음이 편치못한 그에게는 눈에 보이지않는 속죄에 불과했겠지. 하지만, 이것으로 인해 그의 속죄는 풀림과 동시에, 아무런 생각 없이 편히 돌아갈 수 있겠지. 그래서 그때.

  “ 자네에겐 뭔가가 느껴져.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애절함이. 대체 누군가? 자네는 누구를 그토록 그리워하는거지? ”

  그는 직감으로 내가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걸 알아서가 아니였다. 그가 본 내 모습이 흡사 자기 자신과 똑같음을 느낀거겠지. 그래서 그때 내게 그런 말들을 함으로써 나와 속박의 거리를 멀게하려는 속셈이였겠지. 하지만, 그때 그의 얼굴엔 쓸쓸함이 느껴졌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정도에서 나타나는게 아니였다. 그것보다 더욱 강한 무언가가 그를 죄어오는 것이였겠지. 그럼에도 내게 그런 말을 한건, 자신이 겪던 아픔을 또 다른 누군가가 겪는걸 두 눈으로 볼 수 없었기 때문이겠지. 그것도, 바로 가까운 곳에 있는 나한테서 말이야. 

  ' …. '

  하지만, 이젠 그에겐 미련도 후회도 남아있지않다. 그에게 남은건 평온한 미소 뿐, 그는 달빛 속에서 고요히 모습을 감춘다.



  다음날 아침, 낡이 밝기가 무섭게 우리들은 또 다시 마을로 되돌아갔다. 이미, 이곳은 마을이라 보기는 힘들 정도로 마을의 모습을 잃었지만, 언제까지나 이곳에서 사람들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그들은 아직 이곳에 남아있다. 그리고, 지금은 이곳에 없겠지만, 저 멀리 어느 곳에서도 이곳을 기억하는 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 이제 다신 이곳에 올 수 없겠죠? 잠깐이였지만, 그래도 정이 든 곳이였는데 …. "

  도무지 발걸음이 떨어지지않는지, 로빈의 얼굴엔 아쉬움이 묻어나왔다. 그녀의 말대로 잠깐이였지만, 이곳에서 알게된 것은 일주일의 고난에 비하면 썩 좋지않은 성적이지만, 후회는 없다. 이미, 이 세상은 우리들을 기다려주지않으니까.

  " 또 한번, 올 수 있을거야. 이곳에 우리들이 찾는 진실이 존재한다면. "

  " 정말, 그럴까요? "

  " 응, 그럴꺼야. "

  어느세 로빈의 얼굴엔 바알간 미소가 번졌다. 이제 더 이상의 미련은 없겠지.

  " 그럼, 가볼까? 다음 우리의 목적지인 ' 아련 마을 ' 로! "

  그렇게 우리들은 다음 목적지인 아련 마을로 향한 발걸음을 내딛었다. 아쉽게도 두번째 마을인 이곳에선 별 다른 수확을 거두진 못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내가 찾던 쿠피디타스의 존재를 알게되었고, 아련 마을 역시, 쿠피디타스를 가지고 있을거란 확실이 선다. 비록, 이곳에선 쿠피디타스를 찾진 못했지만, 우리들의 목적은 쿠피디타스를 손에 넣는게 아닌, 쿠피디타스의 기원이니까.

  " …. "

  다만, 그것으로 인해 사로이와 한 약속이 자꾸만 내 옆구리를 찔러오긴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해낼 수 있을거다. 정말로 내가 하는 일에 악이 없다면, 분명히 해낼 수 있을거다. 그러니, 포기하지말자.


 
  “ 과거를 본 소감은 어떻지? 지금껏 알 수 없었던 사실을 알게되어 기쁜가? ”

  “ … 아니, 그런 감정이 있을리가 없잖아. ”

  “ 그렇담, 네가 느낀 소감을 말해주겠나? ”

  “ …. ”

  난, 그저 내 자신을 원망할 뿐이다. 절대로 꾸어서는 안될 악몽으로 돌아온 것이 나에 큰 업보다.




   P.s : 45편 입니다. 즐감하세요. [ 요즘들어 분량이 적은 것 같은데, 늘려보도록 노력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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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탓하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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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증명해보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