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 Collector 제 7 장

by 아인 posted Feb 05,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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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석에 웅켜앉은 내 두 발과 두 손에서 식은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등골 사이로 불어오는 소름이 나의 심장 가까운 곳에서 요동치고 있었다. 등골이 서늘해진다는 것이 바로 이런거라는걸 내심 다시 한 번 생각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남자는 쓰러진 그를 골똘히 쳐다보다 고개를 돌려 문 밖으로 걸어간다. 그리곤 뭔가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방금 전 사라졌던 비명소리는 그 남자의 두 손에 이끌려 폐가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조용히 그 남자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던 나는 방금 전 나간 두 남녀의 시체라는 걸 확인하곤 경악을 금치 못했다. 소리 내어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고 싶었지만, 바로 내 앞에서 멀지 않은 바로 문 앞에서 살해 당한 그들처럼 되고 싶지 않았다. 물론, 이 남자가 나를 살려줄지 안 살려줄진 모르겠지만. 왠지 날 살려 줄 것 같다는 바보 같은 생각이 한 쪽에서 계속 치고 올라왔다. 오늘 나와 처음 만났던 그 남자가 나를 보고 자기와 원하는 머리가 아니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살려준 것 처럼. 이번에도 살려주진 않을까? 하지만, 여기서 대놓고 도망가기는 내 두 다리에겐 무리고. 계속 해서 꼴딱 꼴딱 넘기는 침들이 이젠 메말라 더 이상 침샘에선 침이 나오진 않았다. 구석에 낑겨서 그 남자의 행동을 보고 있던 나는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공포를 떨쳐내려했다. 그때, 문 옆에 놓아둔 두 남녀들 싸늘하게 굳어 파란색 입술로 변해버린 그 남자의 다리를 이끌고 서재가 있는 곳으로 끌고 간다.

  ' 툭 '

  " ? 이건.. "

  아차! 방금 전 서두르던 탓에 핸드백을 그 남자 옆에 떨어트리고 왔다. 서재로 향하던 그 남자의 발에 내 핸드백이 채이자. 그 남자가 뭔가 이상함을 느낀 듯 경계하는 눈으로 한 번 주위를 쑥 훑어본다. 그 순간 경직 된 나는 이제 죽었구나라고 생각했지만. 다행히 그 남자는 폐가 안에 불을 켜지 않았고. 내가 있는 이 구석은 불을 켜지 않는 이상 맨 눈으론 절대 볼 수 없는 곳이라는 사실에 안도의 한 숨을 찔끔 내쉬었다. 그 남자는 이상함을 느꼈지만 뭔가 찾을 수 없단 눈빛으로 내 핸드백을 서재 옆에 놓여진 탁자 위에 올려놓는다. 그 남자는 끌고 온 남자를 일으켜세워 의자에 앉히곤, 허리를 숙여 그 남자의 얼굴을 쳐다본다. 그 남자는 내심 미소를 띈 얼굴로 한 참을 남자의 얼굴을 보다. 여자가 있는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여자 앞으로 걸어 온 그 남자는 아까 전과 남자를 본 얼굴과는 달리 찝찝한 표정을 지으며 허리를 숙여 그 여자의 얼굴을 쳐다본다. 그리곤 석연찮은 목소리로 말한다.

  " 화장으로 얼굴을 떡을 했네.. 이래선 내 컬렉션에 올려 놓지 못하겠는걸.. 칫, 저 남자랑 같이 있어서 쓸모 있는 머리인 줄 알았는데. 역시, 한 명이 괜찮으면 다른 한 명은 쓸모 없다는건가. 쯥, 애써 잡긴 했지만.. 뭐, 이 녀석만은 보내 줄 수 밖에. "

  라는 말을 한 뒤. 남자는 쓰러져있는 여자를 짊어지고 폐가 밖으로 나간다. 아마 저 여자를 어디에다 버리고 오려는 속셈인가? 구석에 낑겨있던 나는 이때다 싶어 서둘러 구석에서 몸을 빼내고 핸드백이 놓여져있는 테이블로 향했다. 핸드백을 왼쪽 어깨에 짊어지고 서둘러 폐가 문을 향해 달려갔다. 

  " 으... 으... 사 살려줘.. 나 좀 구해줘.. "

  의자에 앉아있던 그 남자가 정신을 차렸는지 조심스럽게 눈을 뜨더니 나에게 손짓하며 구조요청을 청한다. 문 쪽으로 냅다 달려가던 나는 그 사람의 애원에 발목이 잡혀, 어쩔 수 없이 그 남자를 부축하고 밖으로 나가기로 결심했다. 아마, 그 여자를 버리려면 아주 먼 곳까지 가야 할 것 같으니 이 남자를 데리고 도망가기는 충분한 시간일거다. 나는 서둘러 의자에 앉아있는 남자를 부축해 자리에서 일어나게하자. 발을 디디던 그 남자가 바닥으로 고꾸라지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 으 으.. 다리가 부러졌나봐.. 어떡하지.. "

  그 남자가 징징거리며 나에게 도와달라며 부탁했고. 나는 이렇게 시간을 허비하면 안된다는 생각에 서둘러 쓰러진 그를 일으켜세우지만. 다리가 부러져 제 역할을 못하자 그 남자는 다시 한 번 바닥으로 쓰러진다. 그리곤 아까와는 더 고통스러운지 비명까지 지르며 고통을 호소한다. 나는 그 남자의 입을 본능적으로 손으로 막았고. 눈물을 흘리는 남자에게 조용히 하라며 검지 손가락을 입에 갖다대었다. 

  " 그 남자는 당신의 머리를 탐내고 있어요. 당신이 깨어났다는걸 알면 즉시 달려올테니. 아프더라도 조용히 해줘요. 괜히 머리 뺏기기 싫으면 말이에요. "

  내 말에 그 남자는 겁에 질린 표정을 하며 알았다는 듯 고개를 사정 없이 끄덕거린다. 나는 웃으며 이제 됬다며 조금만 더 힘내라며 그 남자를 부축해 조심스럽게 한 걸음 한 걸음 문 쪽으로 다가갔다. 그 남자는 아픈 다리 대신 괜찮은 다리로 한 발자국씩 걸어갔고. 목발 대신 나를 의지하며 조심스럽게 걸어갔다. 가까스로 문 옆까지 걸어간 나와 남자는 헥헥거리며 서둘러 폐가 밖으로 나갔다. 다행히 그 남자의 모습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꽤 시간이 오래 걸릴 듯 보인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 여기까지 도심까지는 자고로 늦어도 20분. 빨라도 15분은 걸린다. 물론, 그건 이 남자와 내 두 다리가 멀쩡할때에 이야기. 현재 내 옆에 간신히 서 있는 남자와 함께 도시로 걸어간다면 적어도 30분 이상은 걸릴게 분명하다. 그렇다는 얘기는, 아무리 그 남자가 늦게 폐가에 돌아온다 한들. 우리가 사라진걸 알면 우리를 찾아 도시 쪽으로 달려올거다. 한 쪽 다리가 불편한 그와 나. 그리고 그 남자 중 누가 더 빨리 도시에 도착하겠는가? 이건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였다. 나 혼자였으면 이미 여기서 빠져 나갔을텐데.. 

  " 하아.. 하아.. "

  나를 목발 삼아 가까스로 서 있는 그 남자의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살고 싶은 의지와 도망가고 싶은 욕망. 그는 나와 같은 마음을 하고 있다. 버리고 싶지만 버릴 수가 없을 것 같다. 애초부터 내가 이 곳에 혼자서 폐가를 온 것부터가 잘 못이고. 이 남자도 재수 없게 이 폐가 옆을 지나갔을 뿐이다. 뭐, 거기까진 괜찮은데 그 안에 있는 그 남자를 발견한게 불행이였지만..

  " ! "

  그 남자를 잊고 있었다. 그를 데리고 도망가기 위해서 거기서 짱 박혀 있던 거였는데. 이거 어떡하지? 벌써 폐가는 보이지않고, 이 남자는 갈 수록 힘들어하는 기색이 역력한데. 다시 돌아간다쳐도 그 남자가 이미 이 남자가 사라진지 알고 쫓아오는게 아닐까? 젠장, 엎친데 곂친 격으로 여러모로 사람 골 때리게 한다. 처음부터 그 남자의 집을 찾아오는게 아니였나? 오늘 하루 사이에 더럽게 많은 일이 꼬였다. 

  " 왜 그래..? 아 안 갈거야..? "

  힘들어하는 그 남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일단은 이 남자부터 병원에 데려가는게 급 선무일 것 같다. 다행히 이 남자가 119에 신고를 했으니 폐가 쪽에 조만간 구급차가 오겠지. 그러면 구조대원들이 쓰러져있는 그 사람을 발견하고 병원으로 이송하겠지. 칫, 그러면 처음부터 거기에 있을걸 그랬나? 젠장, 폐가를 빠져 나온 뒤부터 더럽게 깜빡한건 많다. 어찌됬던 이 남자부터 병원에 데려가야하는건 분명하다.

  ' 빠앙 - '

  어디선가 차 경적으로 들리는 소음이 들려왔다. 그렇다는 소리는 여기서부터 도시까지는 그닥 멀지 않다는 얘긴가? 간간이 들려오는 차 경적 소리에 몸은 흥분 상태였다. 내 예상과는 달리 빠르게 도시에 도착 할 것 같다는 생각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하지만, 지금은 낮이 아닌 밤. 낮과는 달리 조용한 밤에 차 경적소리가 들린다는건 이상한게 아니지. 아무리 멀어도 이 차 경적소리가 들리는 도시는 아직도 멀다. 급 희망을 갖고 급 우울해지는 내 패턴이 꽤나 거슬린다. 


  
  P.s : 오늘 구 뿌야에 들렀는데, 폐쇄를 하던 중인 모양입니다. 이제 다신 7년간 제가 썼던 소설의 대부분을 볼 수 없겠죠. 아쉬움은 없습니다. 앞으로 그 빈자리를 채워가면 되니까요. 즐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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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탓하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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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증명해보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