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보기

|  뿌야의 스톤에이지 커뮤니티 전체글을 모아봐요

2012.02.05 20:55

Head Collector 제 9 장

조회 수 625 추천 수 0 댓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인쇄



  계속해서 걸어오니 두 다리가 미치도록 아프다. 하지만 나는 줄곧 그 여자를 구하기 위해 달리고 또 달렸다. 그렇게 쉬지않고 달려오길 10분 정도 됬을까.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 더 이상 뛸 수 없는 지경에 다달았다. 하지만 나는 달리고 싶었다. 아니, 달려야만 했다. 내가 이렇게 굼뜨고 있는 동안 그 여자가 그 남자에게 당할 수모를 상상조차 하기 싫기 때문이다. 물론, 그 사람을 오늘 처음 만나고 나 혼자 우연히 발견한 것 뿐이였지만. 회피하기 싫었다. 회피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모르는 사람이라고해도 위기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는게 세상의 법칙 아닐까? 만약 이 상황에서 내가 모른 척 지나간다면 그 후에 내가 겪을 죄책감과 후회. 그리고 훗날 내게 닥칠 위기에서도 외면하는 사람들이 생긴다면 그건 내 죄가 아닐까? 오만 가지의 생각이 머릿 속에서 쏙쏙히 빠져나가고 있다. 달리자. 내 두 다리가 부러지는 한이 있어도 달려야한다. 무조건 달린다. 달려서 또 달려서 그 사람을 구한다면 내가 느낄 훗날에 죄책감과 후회는 없을테니..

  " ! "

  그렇게 달리던 내 눈에 조금씩 폐가의 자취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은 멀었지만 저 멀리서 냉기가 감도는 폐가가 보이는 것만으로도 나는 왠지 모를 기쁨을 느꼈고, 희망까지 느꼈다. 여기까지 달려오는 동안 느낀 생각과 상상으로 얼룩한 정신을 씻기고 싶다. 그 여자를 지켜야한다는 생각이 들끓는다.

  " 허억.. 허억.. "

  드디어 폐가 문 앞에 다달았다.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로 겨우 서 있던 나는 들고 온 삽을 두 손에 꼬옥 쥐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 끼 이 이 익 ―… '

  문이 열리는 순간. 내 이마에는 굵은 식은 땀이 흘러내렸고. 이내 문이 열리자 알 수 없는 공포감에 들고 있던 삽을 폐가 안으로 내려 찍었다.

  ' 최 앵 - '

  삽에서 느껴지는 진한 진동에 손이 저려온다. 나는 이성을 찾고 조심스럽게 폐가 안 벽 쪽을 쓰다듬으며 전등 스위치를 찾아 켰다.

  ' 파 앗 ! '

  전등의 불이 켜지고 폐가 안은 금세 환해졌다. 두려움을 지닌 채 조심스럽게 주위를 둘러 본 나는 그 남자가 없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꼈다. 하지만, 이 곳에 그 남자가 없다는건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는 말과 동일하다. 그렇다는 얘기는 그 여자가 이 남자와 같이 있다는 말인가? 생각하고 싶지도 않던 상상이 계속해서 머리에서 떠오르다 못해 나를 동화시키려고한다. 바닥에 떨궈진 삽을 다시 주워들곤 황급히 폐가 밖을 빠져나갔다. 그리곤 그 남자를 찾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며 혹시나 그 남자의 발자국이 있지않을까하고 살펴보지만 발자국은 커녕. 듬성 듬성 부러진 나뭇가지만 줄줄이 꿰차고 있었다. 나는 이내 겁이 질린 채, 한 시라도 그 남자를 찾기위해 폐가 주위를 돌아다녔지만 역시나 발견하지 못 했다.
  
  " 헉.. 헉.. "

  숨이 차오른다. 아무리 주위를 샅샅이 뒤져보아도 남자는 보이지 않았다. 가뜩이나 추운 날씨에 매서운 칼바람이 몸 구석 구석을 스치고 지나가는 탓에 힘도 배로 든다. 온기 없는 삽이 들려있는 왼쪽 손목에 찬 시계를 보니 벌써 12시가 지나있었다. 뭔 놈의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가는지 모르겠다. 이 남자는 이런 늦은 시간에도 집에 돌아오지않는걸 보면 분명 무슨 일이 있는게 분명하다. 나는 몽롱해지는 정신을 차리고 깊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었다. 그리곤 굳은 결심이 맺어진 두 눈망울로 폐가 뒤 쪽에 있는 숲으로 들어가기로 마음 먹었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남자는 없고 살펴보지않은 곳은 폐가 뒤에 자리잡고 있는 숲 뿐. 달빛조차 닿지않는 곳이라 위험하겠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끝을 봐야겠다. 이렇게 그냥 간다면 훗날에 내 모습이 두려워질 것 같아서.

  " . "

  흙 묻은 삽을 두 손에 꼭 쥐고 천천히 폐가 뒤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혹시나 내가 뒤쪽으로 몸을 움직였을때 그 남자가 나를 덮칠 것 같다는 생각에 오금이 다 저린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 남자는 이 주위에는 없는 것 같다. 조심 조심 발걸음을 옮겨 폐가 뒤 쪽으로 돌아가니 나무가 우거진 숲의 입구가 보였다. 아니, 입구라고 보기에는 좀 초라한가? 아마 그 남자가 인위적으로 만든 입구가 분명하다. 그래서 그런지 입구부터 길이 맞닿는 곳까지는 그닥 평탄하지않는 길이 나의 앞길을 막는다. 울퉁불퉁한 바위들은 물론이고, 부서진 나뭇가지 위에 재수 없게도 새 한 마리가 죽어있다. 죽은지 꽤 되어서 그런지 그 옆에는 뭔가가 움직이면서 고약한 악취를 내뿜는다. 나는 지독한 냄새에 코를 막고 재빨리 그 곳을 빠져 나왔다.

  " . "

  가면 갈 수록 어두워지는 숲 속 안. 달빛이 채 닿지않는 곳에 용케도 길을 만들어놨다. 아, 아침에 만들면 되는건가? 하지만 아침에 만든다고해도 이렇게 우거진 곳이라면.. 날이 밝을때도 만들기 힘들었을텐데. 역시 이 것도 치밀한 덫 중에 하나라는건가? 꽤, 으시시하다.


  그렇게 한 참을 걸었다. 우거진 숲 속 안을 걷다보니 자연스러운 나무의 공기가 내 두려움을 씻겨 내려주는 것 같이 느껴진다. 그 남자가 만든 길도 점차 기존의 길로 바뀌며 평탄한 길이 나의 두 다리에 피로까지 풀어준다. 이제 조금씩 두려움 마음이 아닌, 새로운 곳에 대한 호기심이랄까? 푸훗, 내가 무슨 14살 호기심이 왕성한 판타지계의 전사도 아니고. 은근 즐기는 것 같다. 시계바늘은 이미 1시를 가리키기 몇 분 전. 숲이라서 그런지 꽤 길이 복잡하고 자칫하면 잃어버릴 것 같은 미아스러움이 느껴진다. 

  ' 꺄 아 아 악 ― ! '

  저 멀리서 여자의 목소리로 들리는 비명소리가 저 멀리 숲 속에서 들려왔다. 이내 사라졌던 두려움이 다시 팽창하며 공포로 조성되던 나는 긴장감을 늦추지않고 조용히 그 비명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으흐흑.. 누가 좀 살려주세요.. "

  목소리가 가까워질 수록 나의 두려움은 커져만 갔다. 두 손에 들고있는 삽이 부서질 정도의 공포를 가진 나는 입 안 가득 고이는 침을 삼키고 조심스럽게 여자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잠시 후. 왼쪽으로 향하던 내 발걸음이 멈췄다. 나무 사이로 보이는 여자의 머리카락으로 보이는 한 사람이 바닥에 주저앉은 채 울고 있었다. 다행히 어딘가 다친 곳은 없는 걸로 봐선 그 남자가 저 여자에게 해코지를 하진 않았다는 생각에 다행스러움이 느껴진다. 나는 조심스럽게 최대한 여자가 놀라지않게 다가가 여자를 데리고 재빨리 이 숲을 빠져나가야하는 생각을 하고 조심스럽게 여자에게 다가갔다.

  ' 띵 . 띵 . 띵 . 굿모닝 띵 . 띵 . 띵 '

  갑자기 핸드백에서 울리는 전화 벨소리에 나는 물론 주저앉아있던 여자도 화들짝 놀라며 나의 모습에 기겁을 하며 살려달라고 아우성친다. 나는 일단 여자를 안정시키기 위해 핸드백을 팽개치고 여자에게 달려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그녀를 안심시켰다. 다행히 자신의 남자친구가 무사한다는 말에 그 여자는 고맙다는 말과 동시에 울음을 터트리며 내 품에 안겼다. 다행히 오랜 시간이 걸리지않아서 다행이다. 이젠 빨리 이 숲을 나가는게 관건. 나는 다리에 힘이 풀린 여자에게 삽을 건네주고 떨어진 핸드백을 주우로 나무 옆으로 걸어갔다. 집어 든 핸드백에 묻은 흙을 털어내며 핸드폰을 꺼내 수신자확인을 위해 통화목록을 확인했다.

  " . "

  통화목록에 있는건 내 동생의 핸드폰 번호. 내가 늦게까지 돌아오지않자 걱정이 된 모양이다. 나는 안심하고 동생에게 전화를 하기 위해 단축번호 1을 눌렀다.

  ' 띵 . 띵 . 띵 . 굿모닝 띵 . 띵 . 띵 '

  그때 다시 한 번 울리는 벨소리. 나는 혹여나 동생인가 싶어 통화키를 누르고 휴대폰을 귀에 갖다대며 여보세요? 라며 대답했다. 그러나 동생은 아무 대답이 없었고, 대답이 없는 동생에게 다시 한 번 여보세요? 라고 대답했지만 동생은 아무 말도 없었다. 혹시 동생이 잠결에 통화키를 누른건가? 하고 생각한 나는 전화기를 귀에서 떼고 종료버튼에 손가락을 갖다대었다.

  ' …… 설마 했는데 당신이 받을 줄은 몰랐군요. 그 사이에 제 집에 들르셔서 핸드백을 가져가신 모양이군요. 뭐, 상관은 없습니다. 제가 그렇게 하라고 말씀드렸으니 말이죠. 그런데 핸드백과 함께 제 수집품을 데려가신 것 같더군요. 제가 당신께 제 컬렉션을 가져가라는 말은 안 한 것 같은데 말이죠... '

  그 남자가 껄끄럽다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휴대폰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동생이 아닌 그 남자라는 사실을 안 뒤, 아무 말 없이 겁에 질려 묵묵히 그 남자의 말에 귀만 갖다대고 있었다. 이 남자가 내가 한 일에 대해 어떡해 아는거지? 물론, 내가 핸드백을 가져갔다곤 했지만. 그 사람을 데리고 도망쳤단 것은 도대체.

  ' 마침, 제 친구가 있어서 망정이지. 큰일 날 뻔 했습니다. 제 컬렉션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다면 제가 미쳐겠죠. 하지만, 다행히 당신이 데리고 있다는 것에 대해 큰 감사를 표합니다. …… 그럼 이제, 제. 컬렉션을 돌려드리지않겠습니까? '

  " . 뭐? "

  ' 당신에게 돌려줄건 돌려줬고. 이제 당신이 제 물건을 돌려주시면 되는겁니다. 그럼 여기서 기다리겠습니다. 빠른 시간 내에 와주시길 바랍니다. '

  " 아니, 안 가. 당신이 있는 곳으로 안 가! "

  나는 겁을 상실한 채 그 남자에게 발악했고. 그 남자는 조금 당황한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곧 차분한 목소리로 돌아와 나에게 말했다.

  ' 남의 물건을 빼돌리는건 절도 행위입니다. 잘 아시는 분이 왜 그러시죠? '

  " 사람은 물건이 아니야! 어떻게 너는 사람을 그렇게 대하는거지? 어떻게 사람을 자신의 컬렉션이라고 생각하는거지? 당신은 왜.. 사람을 죽이는거야!! "

  지금까지 꾹꾹 참았던 응어리가 터져나왔다. 처음에 머리 수집가에 대한 자료를 수집했을때. 만약 머리 수집가인 본인을 만나면 제일 먼저 무슨 말을 할까하고 고민한 적이 있다. 당신은 무엇을 좋아하나요? 당신은 무엇을 싫어하나요? 이런 질문은 보통 맞선 상대한테 쓰는.. 요즘은 맞선 상대한테도 이런 말은 하지 않지만.. 아직 불충분한 자료를 두고 사흘동안 끙끙대며 고민한 끝에 나는 그 사람을 처음 만날때 할 말을 생각했다.
 
  " 당신은 왜.. 사람을 죽이는거죠? "

  나의 거친 호흡 속에 들리는 수 년간 내 목에 박혔던 유리조각이 빠져나왔다. 내 말에 그 남자는 아무 말 없이 간간히 들리는 호흡만이 우리들의 정적을 깨트리고 있었다.

  ' …… 살인자니까요. '

  " ! "

  ' 전. 살인잡니다. 그래서 사람을 죽이죠. 하지만, 전 그런 쓰레기 같은 놈들과 비교하지 마십시요. 저는 아무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이지 않습니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무차별로 죽이지 않습니다. 저는 제 기준에 맞는 머리를 찾고 있는 것 뿐입니다. 저는 그 사람이 제 말에 동의를 할때 그 일을 실행하는 것 뿐입니다. 하지만, 그 사람이 응하지않을때는... 강제로 빼앗습니다. 당신도 그들 중 하나입니다. 당신은 제가 찾던 머리는 아니지만, 당신만은 예외로 제 컬렉션에 넣어드리죠. 물론, 제 눈 밖에 난 컬렉션 중 제일 첫 번째 못난이 컬렉션이 되겠지만요.. '

  " . . . . . "

  ' 그러니 부디 현명한 선택을 하시길 빕니다. '


  P.s : 이 ' 머리 수집가 ' 란 소설을 저도 한번씩 보면 재밌다는 생각이 드는데. 정작, 연재하기가 힘들다는게 단점. 반면, 루에르는 어느 정도 연재하긴 편한데, 읽기가 싫은게 단점. 한마디로 루에르가 머리 수집가보다 재미가 덜한건가 …. 그래도 루에르도 재밌다고 생각하는데, 으허허허헝. 즐감하세요~!

Who's 아인

profile

시간을 탓하지마라.

시간을 흘려보낸건 나 자신이다.

시간은 주어진게 아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 우연히 나라는 존재가 있을 뿐이다.

그 시간의 흐름에 어떻게 따라가느냐의 내가 증명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증명해보려한다.

  • ?
    가온  2012.02.05 23:35

    ㅋ_ㅋ 저는 루에르도 재밌지만 이내용이 더 재밌내요~

  • profile
    아인 2012.02.05 23:43

    물론, 두 작품 모두 제가 쓴 소설이지만.

    소설의 재미 여부는 그래도 가슴 아프네요. 흐허헝.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3 천개의 불꽃이 떨어지는 땅 [ 1 ] 1 K.Dilmun 2012.02.06 685
42 순결의 백합 2 아인 2012.02.06 700
41 딜문의 전설 - [ 7 ] 1 K.Dilmun 2012.02.06 645
40 딜문의 전설 - [ 6 ] 1 K.Dilmun 2012.02.05 647
39 루에르 46 아인 2012.02.05 616
38 딜문의 전설 - [ 5 ] 1 K.Dilmun 2012.02.05 663
37 Head Collector 제 10 장 2 아인 2012.02.05 694
» Head Collector 제 9 장 2 아인 2012.02.05 625
35 루에르 2화 : 뫼비우스의 띠 아인 2012.02.05 688
34 신입 겜게인 플라워 2 Flower 2012.02.05 693
33 딜문의 전설 - [ 4 ] 1 K.Dilmun 2012.02.05 673
32 딜문의 전설 - [ 3 ] 1 K.Dilmun 2012.02.05 665
31 딜문의 전설 - [ 2 ] 4 K.Dilmun 2012.02.05 860
30 딜문의 전설 - [ 1 ] 1 K.Dilmun 2012.02.05 628
29 딜문의 전설 - [ 서막 ] 4 K.Dilmun 2012.02.05 852
28 [BGM]얀데레 여자아이에게 죽도록... 10 밥하몬 2012.02.05 1831
27 Head Collector 제 8 장 3 아인 2012.02.05 765
26 Head Collector 제 7 장 3 아인 2012.02.05 638
25 루에르 45 4 아인 2012.02.05 664
24 루에르 1화 : 세상은 멸했다 2 아인 2012.02.04 671
Board Pagination Prev 1 ... 193 194 195 196 197 198 199 200 201 202 Next
/ 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