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 Collector 제 10 장

by 아인 posted Feb 05,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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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나. 일어나 아침이야. "

  " . . . . . . "

  " 아침이라니까? 내 말 안 들려? 누나!!! "

  " 아.. 알았으니깐 좀 나가줄래..?  "

  " 내가 이럴 줄 알았지.. 그러니깐 술 좀 작작 먹고 오지. 먼 놈의 회식자리만 가면 술에 쩔어가지고 와? "

  " 아 좀.. "

  " 콩나물 국 끓여놨으니까 배 고프면 먹어. 나, 친구 좀 만나고 올게. "

  못 마땅한 표정을 하며 문을 닫고 나간다. 동생이 나가고 조용해진 방 안에 누워있던 나는 덮고 있던 이불을 걷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갑자기 일어나서일까, 머리가 빙 도는 것 같이 어지럽다. 아직도 취기가 조금 남아있는 듯 내 볼을 바알간 홍당무처럼 새빨겠다. 문을 열고 나가니 시원한 냄새가 풍긴다. 

  " 반찬은 냉장고에 있으니까 꺼내 먹고. 머리 아프면 탁자 위에 진통제 있으니깐 먹고. "

  현관에서 신발 끈을 묶고 있던 동생이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나는 웃으며 알겠다며 밖으로 나가는 동생을 배웅해주고 문을 닫고 주방으로 향했다. 주방으로 향하니 콩나물 국의 개운한 냄새가 한 결 더 풍기는 것 같아 식욕을 촉진한다. 냉장고 옆에 놓여있는 전기밥솥에서 밥을 푸고 냉장고를 열어 몇 가지 반찬들을 꺼내 식탁에 올려놨다. 그리고 동생이 아침 일찍부터 끓인 콩나물 국을 한 그릇 퍼 식탁 위에 올리고 나의 아침 식사는 시작됬다. 부모님이 타지로 파견을 가신 뒤부터 우리 남매는 매일 매일 새로운 아침을 맞는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런 듯 평범한 아침이겠지만 우리 남매에게는 하루 하루 재밌는 일이 일어날 것 같은 기대감이 든다. 회식이 있을 때마다 술이 떡이 되어 돌아오는 내겐 동생이 잔소리를 하며 마치 엄마가 된 듯 나를 꾸짖는다. 아직 어린 동생이지만, 나에게는 하나 밖에 없는 동생이자, 부모 같은 존재다.

  ' 띵 . 띵 . 띵 굿모닝 띵 . 띵 . 띵 '

  한 창 맛있게 아침을 먹던 나는 방 안에서 들려오는 핸드폰 벨소리에 서둘러 내 방으로 달려갔다.

  ' 빠빠빠빠빠빠빠빠빠 굿모닝 ~ '

  방 안에 들어가자 후반부로 넘어간 벨소리에 다급하게 침대 옆에 놓여진 핸드폰을 집어 통화키를 눌렀다. 그러자 낯 익은 목소리가 웃으며 말했다.
  
  ' 뭐해? '

  " 아, 그냥 밥 먹고 있는데.. 왜요? "

  ' 그냥~ 너 혹시 오늘 시간 있어? '

  " 왜요? "

  ' 오늘 선 자리가 하나 비는데 시간 있으면 놀러 오라구~ '

  " 아... 하하.. 글쎄요.. "

  ' 글쎄요는! 넌 맨날 내가 선 자리 알아봐주면 회피하더라? 너 그래가지고 시집은 가겠니? '

  " 아직 시집 가려면 멀었는데.. "

  ' 아무튼 오늘 꼭 나와~ 내가 데이트 비용 줄게~ '

  " 글쎄요.. 오늘 시간이.. "

  ' 오늘 일요일인데 무슨!! 꼭 나와! 안 나오면 죽어!! '

  ' 뚝 - '

  " . . . . . "

  일방적인 전화통화가 끝나고 나는 다시 주방으로 걸어갔다. 오늘 그다지 무슨 일이 있는건 아닌데 갑자기 선이라니. 뭐, 처음부터 선 같은건 흥미가 없어서 가지 않으려고했지만. 오늘도 내가 안 나가면 이 언니가 나에게 무슨 욕을 할지 심히 궁금하다. 밥을 먹으면서 천천히 생각하던 나는 오늘은 예의상으로 나가봐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 결심만 했다. 아침을 다 먹고 난 뒤 싱크대 안에 먹은 그릇을 넣어놓은 뒤 욕실로 향했다. 밤 사이 찌들었던 술냄새와 숙취를 떨쳐버리기 위해.

  ' 쏴 아 아 - '

  샤워기에서 뿜어져나오는 따뜻한 온기를 지닌 물이 나에 몸을 타고 배수구로 빠져나갔다. 나의 숙취로 가득한 머리에선 따뜻한 물이 닿자 해로운 생각은 빠져나가고 이로운 생각으로 가득 찼다. 비누로 몸 구석 구석을 비벼대고 마지막으로 샤워기로 그 비눗거품으로 가린 몸을 씻겨냈다. 상쾌하게 샤워를 마치고 욕실을 빠져나와 방으로 향했다. 화장대 앞에 앉아 수건으로 머리를 비벼댔고, 옆에 놓인 헤어드라이어를 전기 콘선트에 꽂아 머리를 말렸다. 왼 손으로 헤어드라이어를 들어 머리를 말리는 동안. 침대 옆에 놓인 핸드폰을 집어다 홀드 키를 풀자 문자 한 통이 와 있다. 누군가하고 확인하니 방금 전 내게 선 자리에 오지 않으면 너의 목숨은 내 것으로 간주한다던 언니다. 문자 내용을 확인하니 선 자리 시간과 장소를 알려주는 문자다. 안 그래도 언니에게 물어보려고 전화 하려 했는데 뭐, 잘 됬다. 

  ' 딩 - 동 '

  한 참 머리를 말리고 있던 찰나. 밖에서 누군가가 벨을 눌렀다. 아침 일찍 누가 집에 찾아온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말리던 머리는 나중으로 미루고 문을 열고 현관으로 향했다. 신원파악을 위해 인터폰을 들어 누가 있는지 확인하자, 모자를 쓰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 있는 한 사람을 발견했다. 나는 인터폰을 귀에 대고 누구세요라고 말하지만 그 사람은 아무 말도 없이 고개만 숙일 뿐이다. 나는 인터폰을 손에 든 채 천천히 화면에 눈을 갖다대었다. 

  ' 여기.. 살았군요. 참으로 좋은 집입니다. '

  인터폰에서 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고, 나는 인터폰을 귀에 대고 다시 한 번 누구냐고 묻자. 그는 실실 웃으면서 서서히 고개를 들며 인터폰에 얼굴을 들이민다.

  " ! 다, 당신.. 당신이 어떻게. "

  ' 그냥.. 가던 길에 어떤 꼬마아이한테 물었습니다. 네 누나는 어디에 있냐고요.. 그러니깐 저보고 누구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저는 당신과 잘 안다고 말했더니 그래도 못 믿겠다는 듯 몇 가지 퀴즈를 내더군요. 당신의 이름과 나이 그리고. '

  " . "

  ' 일주일 전. 한 여자를 집에 데려왔다는거. '

  " ! "

  ' 뭐, 그걸 얘기하니 이젠 믿겠다는 듯. 집을 알려주더군요. 그래서 온 것 뿐입니다. '

  그의 말에 나는 인터폰을 들고 있던 손을 부들 부들 떨며 인터폰을 바닥으로 떨구었다. 그러자 그는 아무 말 없이 한 참을 화면에 고개를 들이밀곤, 씨익 웃으며 마치 나를 갖고 노는 것처럼 쳐다본다. 물론, 저기선 내가 보이지 않겠지만. 이 시선. 이건 분명 나의 눈을 쳐다보고 있다. 나는 떨어트린 인터폰을 다시 주워들곤 조심스럽게 말을 했다.

  " 도대체.. 여기까지 찾아오신 이유는 뭐죠? 왜 제 집까지 찾아온거에요!? 혹시, 저에게 해코지를 하려고 온건가요? 당신의 제물이 될 한 사람을 구해줬다는 그 이유로 절.. 죽이시러 온겁니까? "

  ' . '

  " 왜 아무 말이 없는거에요!! "

  ' 외외군요. 그렇게 저에 대한 공포심이 그렇게 큰질 말입니다. '

  " 뭐, 뭐라고요? "

  ' 저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은 하나도 실행에 옮기려고 하지 않았고, 당신이 한 일에 대해서 해코지는 커녕. 저는 고맙다고 인사를 드리러 온 것 뿐입니다. '

  인사? 

  ' 그런데 이런 저를 보고 그렇게나 화를 내시다니.. 꽤, 섭섭하군요. 저와의 사이가 이렇게 각박한지 말입니다. '

  " 내 내가, 당신과 무슨 상관이 있다고 하는거야? 당신은 그저.! " 

  ' 뭘 망설이시는거죠? 뭔가 말씀하시고 싶은게 있던 것 같은데요.. '

  " . . . . "

  ' 당신은 그저 살인자라는건 변함 없다는 것 ' 이라는 말은 말문에 막혀 그대로 다시 내려갔다. 그는 나를 쳐다보며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고. 나는 그런 그를 보며 한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한 참이 지났다. 매서운 겨울바람이 불어오는 집 앞에 그는 계속 서 있었다. 나는 그런 그를 보며 일단은 집 안에 들여야한다는 정말 멍청한 생각을 하고 조용히 들어오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 한 발 한 발 우리 집 안으로 들어왔다.

  ' 철 컥 ' 

  현관문이 열리고 얼음장처럼 차가운 입김을 내쉬는 그가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들고 있던 인터폰을 올려놓고 조심스럽게 현관문 앞에 서서 그를 마중했다. 그는 쓰고 있던 모자를 벗고 깊은 숨을 내쉬곤, 이내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 따뜻하네요. 이런 곳에 얼마만에 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역시 바깥에서 본 모습과 안에서 보는 모습은 참으로 다르네요. "

  라는 말을 하며 소파에 앉는 그를 보며 나를 긴장한 모습으로 주방으로 향했다. 일단은 저 사람의 행동으로 봐선 나를 해칠 기세는 없는 것 같으니까. 그리고 조금 있으면 선 자리에 나가봐야하니까. 그닥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 같다. 

  " . "

  전기 포트에 물을 담고 찻장에서 커피와 찻잔 두 개를 꺼내 전기 포트 옆에 놓았다. 그리고 잠시 후, 전기 포트 안에 담긴 물이 끓어오르고 입구를 열자 뜨거운 김이 모락 모락 핑어오른다. 나는 찻잔 두 개에 커피 두 스푼을 넣고 전기 포트에 물을 따라 넣곤 쟁반에 커피 두 잔을 올려 놓고 그가 있는 거실로 향했다. 소파에 앉아있던 그는 어디서 은은하게 풍기는 커피 향을 맡았는지 고개를 돌리고 쟁반을 들고 걸어오는 나를 쳐다본다. 각설탕이 들어있는 상자가 있는 탁자에 쟁반을 내려놓곤 그를 보며 조용히 커피 한 잔을 권했다. 그러자 그는 피식 웃으면서 커피를 건네받는다. 

  " 이렇게 보니깐 꼭 다방에서 일하시는 분 같군요. "

  " 네? "

  그는 미소를 지으며 각설탕이 든 상자에서 각설탕 2개를 꺼내 커피 잔에 넣고는 젓지도 않고 그대로 입에 갖다대어 마신다. 그리곤 피식 새어나오는 웃음을 짓곤 나를 쳐다보며 커피 잔을 내려놓는다.

  " 그에 걸맞게 커피도 참 잘 만드시는군요. 이왕 이렇게 된거 한 번 다방에서 일해보시는게 어떨지 싶군요. "

  그는 장난스러운 얼굴로 나를 보며 말한다. 나는 그를 보며 미소도 짓지 않고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쳐다봤다.

  " 저를 찾아오신 이유가 뭐죠? 왜 저희 집까지 찾아오신거냐고요. "

  " 방금 전에 밖에서 말씀드리지않았나요? 고맙다고 인사를 하려 왔다고요. "

  " 그니까 왜 저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려고 온거죠? 저는 당신이 죽이려고하던 남자를 데리고 도망쳤어요. 그런데 저에게 고맙다뇨? 이게 무슨. "

  " ..죽이려고 한게 아닌, 그의 머리가 갖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저를 기존의 살인자처럼 보신다니.. 꽤 기분이 나쁘군요. "

  커피를 마시던 그의 눈빛이 싸늘게 바뀌었다. 

  " 뭐, 당신이 했던 행동은 꽤 건방졌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다행이게도 그 행동이 저에게 더 큰 선물을 줬기 때문입니다. "

  " . . ? "

  그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며 자기는 만족스럽다는 듯 실실 쪼개고 있다. 그의 옆에 앉아 조용히 커피를 마시던 나는 그런 그를 보며 이상한 생각을 했다. 그는 나의 반응을 봤는지 미소가 사라진 얼굴로 나를 쳐다보더니, 이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떨군다.

  " 왜 절 보고 웃으시는거죠? "

  살짝 기분이 나빠진 나는 그를 보며 묻자, 그는 나의 물음에 또 다시 웃음을 터트리며 슬쩍 나를 쳐다본다.

  " 당신이 바보 같아서 말입니다. "

  " 네? "

  " 누군가는 모르는 사람에게 도움을 받아 목숨을 건지고.. 누군가는 모르는 사람에게 죽임을 당하고.. 근데 그걸 모르니까 저는 웃길 수 밖에요. "

  그의 대답에 나는 굳은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그가 하는 말 하나 하나가 이해가 되지 않던 찰나. 무언가가 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 서.. 설마.. 당신. "

  " 이제야 눈치 채신 것 같군요. 꽤, 눈치가 없으시네요. "

  그가 웃었다. 

  " 자, 그럼 이번엔 제가 술레인 것 같군요. "

  " 당신.. 도대체 내 동생을 어떻게 한거야!!! "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급한 목소리로 그에게 소리쳤고, 그는 평온하게 자리에 앉아 커피 잔만 마실 뿐이였다.


  
  P.s : 겜게는 느끼는거지만, 다른 게시판과 달리 규정사항이 없음. 근데, 있어봐야 아무도 그 규정을 어길 사람이 없음. 도배? 우하핫, 그딴건 자게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일 뿐. 겜게에서의 도배란, 그땐 겜게의 시작을 알리는 기세일 뿐. 겜게에서 도배가 일어난다면, 그건 기적입니다. 아무튼, 즐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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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탓하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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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주어진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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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증명해보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