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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5 22:11

루에르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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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을 땐,
이미 이 세상은 내가 알던 세상이 아니었다.


루에르

- 고동치는 보물 - 

7



  이때는 아마도 한달 전의 이야기, 아니 정확히는 길을 떠나려던 보름 전의 일이다. 

  " 저, 루에르 씨. 혹시, 저 모르는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거에요? "

  " 갑자기 그런건 왜 물어봐? "

  평소와는 달리 무언가를 궁금해하는 로빈의 물음에 살짝 당황한 나는 어색한 말투로 그녀에게 말했고, 나의 부자연스러운 행동에 더욱 의심의 눈초리가 깊어진 듯한 로빈이 다시금 내게 묻는다.

  " 역시나, 무슨 일이 있었군요. 근데 왜 저한테 그 사실을 숨기시는거죠? 전에 저와 약속하지않으셨나요? "

  전에 했던 약속까지 들먹이며, 나에게 듣고 싶은 말이 있는지 로빈의 눈은 날카롭게 변하며 금방이라도 나를 꿰뚫을 기세로 노려본다. 그런 모습의 로빈을 보며 머리를 긁적거리던 나는 한 숨을 내쉬곤 바닥에 주저 앉았다.

  " 그다지, 숨기려했던건 아니야. 단지, 말하고 싶지 않아서 말을 안한 것 뿐이야. 로빈이 왜 그렇게 궁금해하는지 알겠어. 로빈한테는 그리 긴 시간은 아니였지만, 나에게는 그 수배에 이르는 시간을 걸어다녔지. 그리고 그 시간 속에서 겪은 일들을 나 말고는 아무도 모르니 궁금한 것도 당연해. 하지만, 지금은 별로 그 사실에 대해 말하고 싶은 마음도 없어. 그러니까, 로빈. 조금만이라도 내게 생각을 정리할 시간 좀 줄 수 있을까? "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간 있었던 사정을 나중으로 밀어달라는 말을 로빈에게 하며 슬쩍 로빈을 쳐다봤다. 내 얘기를 듣던 로빈은 그저 한숨을 내쉬며 덩달아 내 옆에 주저 앉으며 나를 슬그머니 쳐다본다.

  " 알았어요. 그렇게 말하기가 어렵다면, 조금은 기다릴게요. 하지만, 꼭 저한테 말씀해주셔야해요? "

  " 응, 알았어. 미안해. "

  다행이 로빈은 나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아줬다. 금세 나를 보며 눈웃음을 짓는 로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 이만, 밖으로 나갈까? 날도 어느 정도 밝은 것 같은데. "

  " 그리고보니 사로이 씨가 잠시 루에르 씨를 뵙고 싶다고, 커다란 고목이 있는 곳으로 와달라고하던데 …. "

  사로이가 나를 부르다니, 이거 의외인걸. 하지만, 나를 부른다는건 분명 무언가를 알고 싶기 때문에겠지. 그렇지만 그 녀석이 내게 무엇을 물어볼지는 예측이 안 가는군.

  " 그럼, 잠시 사로이한테 갖다올게. "

  로빈에게 인사를 하며, 사로이가 있는 고목으로 걸어갔다.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이는 마키 족과, 그 틈 속에서도 무럭 무럭 자라는 아이들을 보니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간다. 나도 벌써 이렇게 나이가 먹은건가, 전에는 애들을 봐도 입꼬리는 커녕, 별 감흥도 없던데. 그런데, 아직 나는 아이를 가질 나이는 아니잖아? 뭐, 예전 같으면 이미 있어도 이상하진 않지만.

  ' …. '

  내가 갑자기 무슨 헛소리람.
  고목으로 다가온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사로이의 시선이 느껴진다. 평소 때와 같이 잘려나간 나무 위에 앉아있던 사로이가 내가 왔음을 알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곤, 옆에 꽂혀있던 창 하나를 집어 들어 내게 던진다. 발 밑으로 내동댕이 쳐진 창을 별 의심 없이 집어든 나에게 사로이가 다가온다.

  " 잠을 잘 잤나? 얼굴을 보니, 그리 깊은 잠은 못 잔 것 같지만. "

  " 그런 인사를 하려고 아침부터 나를 부른건 아닌 것 같은데. "

  " 역시, 눈치는 빠르군. 내가 네 녀석 낯짝을 볼 이유는 이미 알고 있지 않나? "

  " …. "

  아직도 미련이 남아있는건가. 자신이 모르는 진실을 다른 사람도 아닌 내가 알고 있다는걸 그리 탐탁치않게 생각하는거군. 물론, 나 또한 그 기억이 남아있는 한에는 편히 잠을 못 이룰 것 같지만.

  " 전에도 말했다시피 나는 아직 그 일에 대해 말하고 싶은 마음도, 그 일에 대해 생각도 하기 싫다. 그런데도 나에게 그 기억을 끄집어낼 생각인가? "

  매섭게 나를 쳐다보는 사로이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사로이는 깊은 한 숨을 내쉬며 들고 있던 창을 바닥으로 내팽개치며 자리에서 물러났고, 나 역시 들고 있던 창을 바닥에 내려놓고 사로이에게 다가갔다. 

  " 물론, 네가 나에게 그 일들을 말해줄지는 네 선택이다. 내가 강요해봤자, 나오는건 너의 불만과 불평 뿐이겠지. 더군다나, 내가 그 사실을 알아야할 필요는 없다. 그저, 한 시대를 그었던 선조의 모습을 알고 싶었던거다. 그러나, 네 녀석이 말을 꺼내지 않는 이유는, 뭔가 그 시대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다는 얘기겠지. 그렇지않다면, 네가 나한테까지 입을 꾹 다물 이유는 없지. "

  " 어떻게 그걸 장담할 수 있는거지? 너는 물론이며, 나 역시 네 녀석을 신뢰하지않는다는걸 잘 알텐데. "

  " 네 말대로 나는 네 녀석을 신뢰하지도, 네 따위가 하루 아침에 사라진다 한들, 내 마음은 흔들리지않아. "

  역시, 이 녀석은 아직도 나를 의심하는 모양이군. 뭐, 그건 나도 마찬가지 아닌가.

  " 단, 너와 나는 친구이므로, 꺼내기 힘든 말이 있어도, 서로 공유할 수 있을까해서 물은 것 뿐이다. 그것 말고는 너에게 바라는건 없다. "

  ' . '

  훗 … 역시, 그런건가? 자기 말로는 나를 도와준 적도, 나타난 적도 없다곤 했지만, 한편으론 나를 지켜보고 있었단 말인가? 그렇다면 그때 내가 본 환상들도 다 거짓이 아니였다는 말이겠군. 그렇다는 말은 나한테 있었던 일은 모두 알고 있음에도 내 입으로 그때의 상황들을 스스로 말할 기회를 주는건가? 나에게 짊어진 무거운 짐을 덜어낼 수 있도록 말이야.

  ' …. '

  전혀, 이 녀석 답지 않는 행동을 하는군 …. 그다지, 감동적이진 않네.

  " 왜 그러지? 갑자기 무슨 좋은 일이라도 떠오른건가? "

  " 아니, 그다지 요근래 좋은 기억은 없으니, 그저 실 없다고 생각해. "

  " 아무튼, 이제 어떡할 생각이지? 네가 알고 싶었던 과거의 일을 보여줌으로써, 너의 목적은 달성했다. 그렇다면, 목적을 달성한 너에겐 이제 남은게 무엇이지? "

  ' ! '

  그리고보니, 요근래에 기분이 착잡했던 이유도 조금은 알 것 같다. 란과 했던 약속 때문에 일방적으로 기분이 씁쓸했던게 아니야. 더 이상 내가 할 일이 없기 때문이지. 내가 알고 싶었던 세상의 진위도, 과거에 일어났던 참혹한 비극 또한 나는 사로이의 도움으로 알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더 이상 무엇을 알아낼 필요가 없다는 말이지. 그래서, 그래서 내가 ….

  " 하지만, 아직 너는 모든 진실을 알아낸건 아니다. 너는, 네 녀석이 알아야할 진실들 중 1/3 밖에 오지 않았어. "

  ' . '

  … 1/3 밖에 오지 않았다고?

  ' ! '

  그래, 그래 맞아. 나는 아직 모든 진실을 안게 아니야. 내가 알아낸 진실은 그것 중 아주 소수의 이야기일 뿐. 아직 끝난게 아니야. 아직 나에겐 파헤쳐야할 진실이 무수히 남아있어! 

  " 그런데, 어떻게하면 그 진실을 알 수 있는거지? 더 이상, 너는 나를 도와줄 수 없는 것 같은데. "

  " … 너는 몰랐겠지만, 아니, 나 말고는 그 누구도 몰랐겠지만. 사실, 전사들의 영혼은 하나가 아니다. "

  … 뭐? 쿠피디타스가, 하나가 아니라고 … ?

  ' ! '

  그래, 맞아. 그때, 라셀과 얘기했던 대화들 중에.

  “ 오오, 이게 미래에서 루에르가 가져왔다는 메달인가? 정말, 똑같이 생겼네. ”

  “ 너는 어디서 이 메달을 봤던거야? 마을사람들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메달의 존재도 모르던데. ”

  “ 뭐? 아하하, 당연히 봤지. 이래뵈도 난 수색꾼이라고. 마을 곳곳을 수색하다가 우연히 봤지. ”

  라는 말을 했다. 그때는 그리 깊게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사로이의 말을 들으니 확신이 선다. 그때, 분명히 라셀이 이런 말을 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때 라셀은 우연히 마을 주변을 수색하다 발견했다는 말에 의심을 하지 않았지만, 그 전에도 분명.

  “ 쿠피디타스라면 그 조각의 원본체는 말하는건가? ”

  “ 그렇다. ”

  “ 그렇다면 그리 이상한건 아닌데? 다른 마을에서도 그 쿠피디 뭐시기 같은걸 아는 사람이 많다고. ”

  라는 말을 했다. 그래, 분명히 그때 라셀은 ' 다른 마을에도 쿠피디타스를 아는 사람이 있다. ' 라고 말했다. 그 말로 인해, 나는 마우 마을 말고 또 다른 마을이 있다는걸 알게 되었고, 그 사람들 또한 쿠피디타스의 존재를 안다고 했다. 하지만, 그때 나는 마우 마을에 있는 쿠피디타스를 말하는 줄 알았는데 …. 라셀이 말한건, ' 다른 마을에도 쿠피디타스가 있다. ' 라는 말이였던건가? 그렇다는건, 다른 곳에도 마키 족이 갖고있는 쿠피디타스가 있다는 말이 되는건가? 그렇다는건, 아직 나에겐 남아있는 진실들이 있다는거지.

  " 전사들의 영혼에서 ' 들 ' 이라는 단어를 보면, 내가 한 말을 믿게 되겠지. 그 역시, 다른 곳에도 전사들의 영혼이 있다. 물론, 그들은 쿠피디타스라고 하지만 말이다. "

  " 그런데, 그 말을 굳이 내게 하는 이유가 뭐지? 다른 부족원들에게도 알리지 않는 사실을, 왜 나 같은 외부인한테 하냔 말이다! "

  다른 부족원들에게 숨긴걸 보면, 무지 중요한 말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그 말을 다른 누구도 아닌 나한테 말한 의도가 뭐지? 왜, 하필 다른 사람이 아닌 나에게 그런 말을 한거냔 말이야. 나는 사로이를 노려보며 자리에 멈춰섰고, 조용히 나의 시선을 마주치던 사로이는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쓸쓸한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돌린다.

  " … 글쎄. 나는 단지, 너한테라도 위로를 받고 싶었던걸지도 …."
 
  " 뭐 … ? "

  사로이는 이해 할 수 없는 말을 하며 천천히 산 아래로 내려갔다. 처음 보는 사로이의 모습에 적잖이 당황한 나는 멍하니 그 자리에 멈춰서서 물끄러미 하늘을 쳐다봤다.

  " … 후우. "

  네 녀석이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한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나한테 너무 그런 짐을 주지 마라. 지금도 여차 여차해서 마음을 좀 가라앉히려하는 녀석한테 그런 말까지 하면, 내가 미안해서 어떡하냐 …. 네 녀석이 그런 모습을 보일 정도로 내가 너에게 그만큼의 신뢰가 있는거냐?

  " …. "

  겉으로는 표현하지않지만, 네 녀석도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기대고 싶었던거냐. 하지만, 마키 족이란 족장의 자리에 있는 너에겐 그런 약한 모습은 보일 수 없는거겠지. 이해는 한다만, 그렇다고해서 나한테 그런 짐을 덜지말아라. 네가 생각하는 나와 내가 생각하는 나의 무게의 차이가 다르니까 ….



  P.s : 46편 입니다. 즐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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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탓하지마라.

시간을 흘려보낸건 나 자신이다.

시간은 주어진게 아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 우연히 나라는 존재가 있을 뿐이다.

그 시간의 흐름에 어떻게 따라가느냐의 내가 증명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증명해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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