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지금 너희들에게 말하지 않으며 안되는 이야기가 있다. 그건 바로 내 뒤에 누군가가 나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은 내 방이다. 내 방은 뭐 그렇게 크지는 않고 장농과 책장, 그리고 컴퓨터책상이 들어가는 정도이다. 그리고 바로 뒤에는 누워서 잘 수 있는 이부자리가 있는 정도의 방이다. 그리고 바로 앞에는 창문이 있지만.
뭐, 이런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앞서 말했듯이 누군가가 나를 보고 있는 듯한 시선에 사로 잡혀있다. 지금이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나의 위험을 알리기 위해 지금 글을 쓰고 있다. 이 글을 보고 있는 이들은 하나 같이 '뭐야?', '장난치고 있네' 등의 반응을 보일 것이다. 그것도 그럴 것이 태평하게 글을 쓰고 있으니까 말이다.
아, 현재 시각을 말하자면 12시 43분이다. 아마 그 '무언가'가 나를 쳐다본지 벌써 10분이 지난 시각일 것이다. 나의 위험을 알린다고는 하고 있지만 내가 지금 무엇을 치고 있는지 조차 잘 모르겠다. 그 '무언가'는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 알고 있을까? 아아, 그 '무언가'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닌지 잘 모르겠다.
아, 글을 쓰는 동안 12시 44분이 되었다. 아니, 방금 45분이 되었다. 44라는 숫자는 모두가 다 알듯이 기분 나쁜 숫자이다. 서양에서의 불길한 숫자는 13이라고 하지만 우리나라의 불길한 숫자는 4, 즉 죽을 사(死)인 것이겠지. 뭐, 가끔 악마의 숫자가 6이니 뭐니 떠들어대지만 내가 알 수는 없는 노릇이겠지.
아아, 46분이 되었다. 벌써 13분이 지났다. 창문을 열어놔서 그런지 등이 서늘해진다. 잠시, 장문 좀 닫고 오겠다.
쿵.
내가 닫고도 의외로 큰 소리가 나서 좀 놀랐다. 내 방은 원래 난방이 아주 잘되기에 아주 덥다. 보일러를 틀지 않고도 훈훈하기보다 겨울에 덥다고까지 느낄 정도이니 말이다. 그렇지만 어째서 그 겨울에, 그것에 내 방이 이렇게 춥게 느껴질 수 있을까?
아아, 딱히 뒤를 돌아보고 싶지 않다. 그 녀석이 아직도 나를 쳐다보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어서 이 바보같은 글쓰기를 멈추고 잠에 빠져들고 싶다. 하지만 그 '무언가'가 내 잠자리에 누워서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는 둥의 생각을 하니 왠지 오싹해진다. 바보같다. 오싹한다.
난 용기를 내서 뒤를 돌아보았다. 꿀꺽하고 침을 삼켰고 뒤를 돌아보았을 때 아무것도 없다는 것에 안심하기보다는 온 몸이 전율했다.
내가 그 '무언가'의 모습을 '놓쳐버렸다'는 것이다!
어디있지? 어디 있는거야!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무서워.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다. 누군가가 나를 좀 살려줬으면 좋겠다. 바보같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글자를 치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누르는 힘이 더 강해졌다는 것은 내가 엄청난 두려움에 빠져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어딜 나갈 수도 없다. 지금은 말했듯이 한밤 중이다.
다시 시계를 확인해보니 12시 51분이다. 1시 9분 전인 것이다. 더 이상 이 바보 같은 숨바꼭질을 하고 싶지 않다. 두려움만이 몰려온다. 더워온다. 젠장. 다시 창문을 열어버리고 싶지만 불가능하다. 창문을 열면 그 '무언가'가 나를 노려볼 것 같다. 아니면 거실로 나가볼까? 아니, 역시 불가능하다. 그 '무언가'가 나를 거실에서 기다릴지도 모른다. 젠장. 젠장. 견딜 수 없다.
나의 두려움이 1시를 향할 수록 점점 더 극한으로 치닫는다. 어디있지? 어디있지? 찾아야한다. 살고 싶다. 살아야한다. 반드시 찾아서 이 숨바꼭질을 끝내야한다. 아아, 말하지 않았나보다. 난 지금 보이지 않는 숨바꼭질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제한 시간은 30분. 12시 33분에 그 '무언가'가의 시선이 느껴졌다고 했으니까 이제 10분 남은 것이다.
방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젠장. 또 1분이 지나버렸다. 지금 노래를 들으며 최대한 여유로워 보이도록 이렇게 헛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눈으론 열심히 주위를 둘러보지만 절대로 보이지 않는다. 말 그대로 보이지 않는 숨바꼭질이다. 바보같다. 인터넷의 바보같은 놀이를 믿었어야 했던 것이다. 믿지 않았다. 믿었어야 했다.
째깍째각. 거실의 벽걸이 시계가 요란스레 움직였다. 아니, 보통때라면 이런 조용한 시간에는 절대로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젠장, 정말로 바보 같다. 시선은 느껴지는데 찾을 수 없다니. 아, 이런 12시 57분이 되어버렸다. 이제 정말로 6분 밖에 남지 않았다. 찾아야 한다. 내 등은 식은땀으로 완전히 젖어 있었고 내 손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내 사고는 정지 직전 이였다. 아, 이 숨바꼭질에서 이기지 못하면 술래는 어떻게 된다고 했더라? 모르겠다. 잘 모르겠다.
하하, 12시 59분이다. 1시 1분전이다. 말 그대로 4분 남았다는 소리다.
...하하하... 1시 2분이다. 남은 1분동안 난 어떻게 해야하지. 공포감이 밀려온다. 미치도록 무섭다.
1시 3분이 되었다... 난 어떻게 되는거지? 그 '무언가'가 내 어깨에 손을 얹는 느낌이 들었다. 너무 오싹하다. 하지만 반응해선 안된다. 절대로 보이지 않는 숨바꼭질에서 반응한다면 정말로 안되니까.
뒤에서 숨 소리가 느껴진다. 미칠 것 같다. ...아니, 잠깐. 뭐라고 중얼 거리고 있는 것 같다.
......
「지.금.뭐.하.고.있.어?」
......
「넌.내.가.보.이.지?」
......
「아.까.부.터.보.고.있.었.어」
......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
「못.찾.았.다」
p.s 이 글은 정말로 새벽에 썻던 글입니다.
생각해보니 좀 오싹하네요.
물론 BGM 때문에.
저 BGM 처음에 찾고 얼마나 놀랐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