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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10 21:18

루에르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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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을 땐,
이미 이 세상은 내가 알던 세상이 아니었다.


루에르

- 고동치는 보물 - 

9



 한달이란 시간은 길고도, 나에게는 너무 가혹한 일상의 나날이였다.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그 날의 기억을 가슴에 안고 지내기는 거의 불가능해보였다. 누군가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고 싶지만, 뻗을 상대는 이미 이곳에 존재하지않는다. 이곳에 남아있는건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 뿐. 심지어, 로빈 역시 내 곁에 머물지 않았다.

  「 쾅 - !」

  미쳐버리겠다. 머릿 속이 복잡해서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듯한 스트레스가 밀려온다. 잊고 싶다. 잊을 수만 있으면 금방이라도 그 사실을 잊을 수만 있다면, 내가 이토록 밤잠을 설쳐가며 악몽에 시달릴 수 있을까? 내가 그렇게 머리가 나쁘다면, 그 기억 또한 잊혀지고 또 다시 평소와 같은 날로 돌아갈 수 있는걸까? 모르겠다. 심지어, 이 세상으로 돌아온 나는 그럴 수는 없을 것만 같았다. 잊으려해도 다시 내 기억 속으로 찾아와, 나에게 죄책감을 물려주고 가는 그의 뒷모습을 차마 쳐다볼 수 없었다.

  “ 부디, 내 딸 로라를 부탁하네. ”

  젠장 … 젠장, 젠장, 젠장 ― !! 왜, 나는 그 시간에 올 수 밖에 없었는가. 아직, 내가 해야할 일이 남아있음에도 왜 내 생각은 물어보지도않고 마음대로 이곳으로 데려놓느냔 말이다. 마음대로 나를 그곳에 보냈으면, 갈때라도 내 의사를 물어보지. 왜, 왜, 그런 시간 때에 나에게 이런 비참한 기억을 안게 하냔 말이야 …. 

  ' …. '

  후회해도 소용 없다. 그걸 잘 아는데도 그리 쉽게 포기가 되지 않는다.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음에 나는 지금도 절망에 빠져있다. 나 자신을 원망해도 소용 없는 그 날의 기억은 영원히 내 곁에 머물고, 또한 나 역시 하루가 다르게 초췌해져가겠지 ….

  ' . '

  내가 죽기 전까지는 ….


  
  " 늦은 시간에 이곳에 오다니,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는건가? 루에르. "

  잿빛산 정상에서 멍하니 달을 바라보는 내 뒤로 사로이가 다가오며 말한다. 아무런 생각 없이 멀뚱히 하늘을 바라보는 내 모습을 지켜보던 사로이는 묵묵히 내 옆으로 걸어오며 말한다.

  " 이곳에서 보는 달빛은 아름답다. 태양보다 빛나고, 태양보다 많은 기쁨을 주지. 이 또한, 이 산에서만 느낄 수 있는 풍경이다. 어때, 볼만한가? "

  내심 미소를 짓는 듯하면서도, 조금은 쓸쓸한 기운이 감도는 그의 말에도 나는 아무 말 없이 긴 한숨을 끄집어내며 자리를 피했다.

  " 만약, 과거로 다시 돌아간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결과를 보여줄 수 있겠나? "

  ' ! '

  " 만약, 너가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면, 그 지긋지긋한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

  " 그. 그게 대체 무슨 …. "

  발걸음을 멈추고 황급히 뒤를 돌아보며 사로이를 쳐다보자, 사로이는 지그시 눈을 감으며 조용히 달빛의 몸을 담근다. 밤 하늘에 무수히 담긴 별들이 달빛에 가려져 사라지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그들은 그 자리에 있 듯이. 사로이 또한 그들의 모습을 띄며 내 앞에 있다. 그의 얼굴에는 수많은 갈등과 오해 담겨있는 미소를 지으며 슬쩍 내 쪽을 돌아본다.

  " 나는 너에게만은 그런 슬픔을 주고 싶지 않군. 내가 느꼈던 그때의 업적을, 너 또한 느끼는걸 원치않아. 분명, 우리들은 아무런 관계도 상관은 없다. 그러나, 그 표정만은, 그 표정만은 너한테서 보고싶진 않다. "

  이해 못할 말을 하며 사로이는 조용히 자리를 떠났고, 그가 사라진 벼랑 끝에 다가선 나는 가슴에서 타오르는 연기를 뱉으며 하늘을 바라보던 나는 무거운 발걸음을 움직이며 서서히 그곳을 벗어났다.

  

  아련 마을로 향하던 우리들은 늦은 밤을 지세기위해 가까운 풀숲에 자리를 잡고 누웠다. 깊은 밤일수록 쌀쌀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모닥불마저 꺼지는 날씨는 꽤나 우리들을 성가시게한다. 추위에 약한 로빈의 떨림이 나한테까지 느껴지니, 나는 조용히 로빈을 꼬옥 안아주며 모진 바람을 피하기에 급했다. 빼곡히 자리 잡은 나무들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인정머리 없는 바람들은 나무 속을 비집고 들어와 우리를 헤치며 사라졌고, 그럴 수록 커지는 피로가 조금씩 나의 눈꺼풀을 감기게 한다. 이 날씨에 그대로 잠들면, 다음에 일어날땐 이 세상이 아닐텐데, 그 점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건 어찌해야할까 ….

  " 루. 루에르 씨 …. "

  부들 부들 떨며 내 품에 안겨있던 로빈이 떨리는 손으로 무언가를 건네주며 슬그머니 내 품에서 나온다. 이 추위에 어디론가 가려는 모양인 듯, 그녀는 바닥을 짚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런 로빈을 바라보던 나는 어딜 가려는 생각이냐며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그녀의 손을 잡았을 때, 그녀의 표정이 보였다.

  " … 로빈. "

  어느 틈엔가 나는 로빈에게 큰 폐를 끼치고 있었던건가, 바보 같이 나 혼자면 됬을텐데 왜 나는 그녀까지 이끌어오면서까지 그렇게 아파해도 되는거였나? 그럴 수록 힘든건 내가 아닌 로빈이란걸 누구보다 더 잘 아는 나일텐데도, 아직까진 나도 철부지 어린애란건가. 세상은 변해도, 변하지않는게 딱 하나 있다는데 그게 바로 나를 뜻하는거였나. 

  " 미안해, 로빈. 더 이상 너를 힘들게하지 않겠어. "

  그녀의 손은 차가웠다. 그러나, 이내 따스한 온기가 감도는 그녀의 손 끝에 나는 조금씩 마음의 문을 닫아본다. 지금 내가 해야하는건, 란과의 약속이 아닌. 쿠피디타스에 대한 것 뿐. 모든건 다 그것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란의 일도, 그 이후에 생긴 암흑의 비극 또한 그 때문이다. 지금 내가 한낱, 그런 감정 하나로 사로잡혀 이런 행동을 보였다면, 분명 란은 나에게 실망하겠지. 그때 란이 내게 말한건 자기 자식을 부탁한 말이 아니야. 그 속 뜻을 지금에야 밝힌 나도 우습지만, 그때 란이 내게 했던 말은 바로 이거야.

  “ 부디, 비밀을 밝혀주게, ”

  이 말이 맞을진 모르겠지만, 란이 내게 그런 말을 한 이유는 이거 밖에 없겠지. 이 또한 로라를 지킬 방법으로 알고 있었을테니까. 내가 생각했던 란은 이미, 내 위에 웃돌았고 그가 생각하는 생각은 모든건 통달했을테니까. 그러니, 더 이상 내 안에 어둠에 갇혀있지말자. 나는 짧은 시간이나마 이런 행동을 하며 시간을 제치하는 것조차 우습다. 바보 같이 굴지 말자. 아직, 모든게 끝난게 아니니. 그저, 란의 죽음은 시작에 불과했을테니까.


  그 이후, 짧지만 긴 시간이 흘러 도착한 아련 마을. 아련 마을에 외관은 다른 마을과 별 다른 점을 못찾을 평범한 마을이였다. 다만, 지난번 마을과는 달리 몇몇의 사람들이 그 마을에 살고 있다는 점 밖에 차이는 없지만. 그들의 표정에는 온통 근심과 슬픔 뿐, 웃음을 짓는 사람도, 미소를 띄는 사람도 없는. 말 그대로 산 지옥인 마을. 하지만, 그곳엔 우리가 찾는 비밀이 있다. 그 비밀을 찾기 위해 우린 여기까지 왔고, 그 비밀을 깨닫기위해 지금껏 걸어왔다. 잿빛산을 떠나기 전, 사로이가 내게 남긴 그 한마디는 과연 무엇이였을까. 그가 결코 내게 하고 싶던 말은 무엇이었을까? 그 말을 기억하기 위해선 여기에 있는 사람들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러니, 더 이상 바보 같은 생각에 좌지우지하지 말고. 앞만 보고 달려가자. 그래야만, 이 악몽 또한 떨쳐낼 수 있을테니까.



  “ 결코, 너는 그 진실을 파헤칠 수 없다. 파헤치기 위해선, 자신의 뭔가를 바치지않으면 안돼. 그 무언가를 바칠 때 쯤 너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을테지. 무운을 빈다. 루에르. ”



  아련 마을 안으로 들어선 우리를 아무도 반겨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도 그럴 듯이, 어디선가 홀연히 나타난 외부인들을 그리 달갑게 맞이할 사람들은 없을테니까. 잔뜩 움추러든 몸뚱이를 이끌며 서서히 우리들의 눈 앞으로 다가오는 마을사람들. 그들의 눈에는 한이 맺혀있는 듯 싶었다. 

  " 너희는 누구지? 누군데 감히 이 땅에 발을 디디는 것이냐! "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나타난 한 남자의 눈은 매서웠다.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잔뜩 힘이 들어간 그의 모습에, 옆에 있던 로빈이 살짝 놀란 듯 내 옆에 찰싹 달라붙는다.

  " 이 마을의 용건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

  " 우린 너희들에게 용건 없어. 그러니 당장 사라져! "

  우리의 말을 들어보지도않으려는 사내가 등을 돌리자, 주위에 서성거리던 마을사람들 역시 자리를 피한다.

  " 쿠피디타스에 관한 얘기를 듣기 위해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러니, 제발 저희를 도와주십시오. "

  그의 발걸음이 멈췄다. 덩달아 주변에 있던 마을사람들의 얼굴엔 가득 놀라움이 묻어나있었다. 역시나 이들도 쿠피디타스에 알고 있는거다. 그 어르신에 말씀은 틀리지않았어. 역시나 이곳엔 쿠피디타스가 존재했던거야.

  " 네가 그걸 어떻게 아는거지? 그건 우리 마을에 있는 것인데, 어찌하여 너희들이 알고 있냔 말이다! "

  그의 호통소리에 마을사람들이 잔뜩 겁을 먹은 모습으로 살짝 뒤로 물러난다. 나는 그의 시선을 똑바로 마주치며 당당한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 쿠피디타스를 본 적이 있습니다. "

  " 어떻게 본거지? 그것은 너희들 같은 녀석들이 함부로 손댈 수 없는 물건인데. "

  그는 의아스러운 말투로 물어봤다. 그들은 우리에 말을 믿지 못하는 표정을 지으며 우리를 한껏 경계했고, 그들의 눈초리에 로빈은 움추러든 몸을 뒤쪽으로 숨기며 숨을 죽인다.

  " 다른 곳에 있는 쿠피디타스를 손에 쥐어본 적도 있습니다. 더군다나, 그것으로 저는 과거까지 다녀왔었고요. 저희들은 단지 이 마을에서 알고 싶은게 있어서 여기까지 온겁니다. 그러니, 부디 저희들에게 자그마한 정보라도 알려주십시오. "

  그의 눈썹이 움찔거렸다. 그의 표정은 아까보다 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나와 로빈을 한바퀴 돌며 훑어본다. 마을사람들의 표정도 그리 좋지만은 않다. 잔뜩 경계를 하는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보니,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하지만, 이것은 관례에 지나지않다. 이것만 버티면 우린 여기서 쿠피디타스에 대해 들을 수 있다. 그러니, 조금만 더 참자. 아직 이들은 우리를 믿지않는 것 같으니.

  " 절대 안돼. "

  " 네? "

  " 너희들 말을 믿을 것 같으냐? 아니, 절대로 믿지않아. 하물며, 너희 같은 외부인 따위한테 그런걸 알려줄 생각은 없어! "

  그의 말은 단호했다. 간결하면서도 묵직한 그의 말에 나는 뭐라 반박할 수 없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우리를 노려보며 자리를 떠났고, 가만히 이 모습을 지켜보던 마을사람들 역시 각자 하던 일을 마저 시작한다. 로빈과 나는 한동안 그 자리에서 멍하니 서있었고, 나는 떨리는 주먹을 살포시 짖누르며 마을 밖으로 걸음을 돌렸다.

  " 저기, 잠깐만요! "

  어디선가 낯선 여자의 목소리가 들리며 우리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나는 슬쩍 고개를 돌려 뒤쪽을 바라봤고, 그곳에는 분홍색 비단으로 만든 옷을 입고있는 한 소녀가 숨을 헐떡이며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가늘면서도 고운 음색에 자칫 이성을 잃을 뻔했던 나를 로빈이 흔들며 유혹에서 헤어나왔다.

  " 우리한테 할 말이라도? "

  나는 소녀에게 물었고, 소녀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힘겹게 허리를 꼿꼿이 세우며 우리 앞으로 걸어온다. 소녀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긴 생머리에 밝은 색의 갈색빛을 띈 소녀의 머리카락에선 좋은 향기나 나는 듯 했다.

  " 쿠피디타스에 대해 알고 싶으시다 하셨죠? "

  " 아, 그렇긴한데 그건 갑자기 왜 … ? "

  궁금한 듯이 물어보는 나의 얼굴이 웃긴지, 소녀가 새침한 웃음을 지으며 나의 손을 이끌었다.

  " 그거라면 제가 알려드릴게요. 이쪽으로 오세요. "

  남의 의사를 물어보지않는건 이 마을사람들과 꼭 닮았지만, 소녀는 왠지 모르게 다른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싸늘하면서도 음침한 분위기까지 감돌았던 마을 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며 흡사 재래시장에 온 듯한 기분에 휩싸인다. 소녀는 가벼우면서도 촐싹대는 것처럼 보이는 발걸음을 하며 나와 로빈을 한바퀴 둘러보며 미소를 짓는다.

  " 아까 전엔 많이 놀라셨죠? "

  " 뭐, 그런 인사는 이곳 저곳에서 많이 당해봐서 익숙해지긴 했는데 …. "

  멋쩍으면서도 쑥스러운 듯 웃는 나를 보며 소녀 또한 덩달아 웃는다. 내 옆에 달라붙은 로빈의 얼굴은 한층 굳어간다.

  " 행색을 보아하니, 여행객이신가봐요. 아님, 모험가? 하하, 요즘 시대에 모험가라니, 낭만 있네요. "

  천진난만한 표정을 짓는 소녀를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귀엽다. 왜 이런 감정이 드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사람을 보고나서부터 한층 내가 이상해지는걸 느꼈다. 내가 이런 생각에 빠질 수록 로빈의 심기는 불편해지는 듯 보였다. 마을 한가운데를 지나면서도, 그들의 웃음소리는 끊이질 않았다. 마을 안에 들어서기 전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에 조금은 불편한 듯, 어색한 느낌이다. 어디론가 우리를 데려가던 소녀가 갑작스레 발걸음을 멈추고 슬그머니 나와 로빈을 돌아보더니 싱긋 웃으며 내게 묻는다.

  " 그런데 … 정말, 과거에 가보신 적이 있어요? "

  ' ! '

  소녀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방금 전까지만해도 여느 다른 아이들과 다르지않는 명랑한 목소리로 말을 걸던 소녀와는 달리, 소녀의 목소리에는 잔뜩 날이 서있는 듯 싶었다. 갑자기 상황이 변하고 주위에 공기가 스산해지자, 로빈 역시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황급히 나의 팔을 붙잡으며 뒤로 물러선다. 소녀는 이내 입꼬리를 귀까지 찢으며 나와 로빈 앞으로 천천히 다가온다.

  " 난, 널 알아. 그런데 넌 날 몰라 … ? "

  소녀는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다가왔고, 어느 틈에선가 소녀의 눈가에는 검붉은 눈물이 흘러내리며 흙투성이에 바닥을 붉게 물들이며 번져갔다. 나와 로빈은 소녀가 다가올 수록 뒤로 물러서며 소녀와의 거리를 유지했다. 하지만, 물러나면 물러날 수록 소녀는 더욱 더 우리와 가까워져갔고, 아까 전까지는 분명히 존재했던 마을사람들의 모습 또한 보이지않는다. 이상함과 의문 속에 점점 마을 막다른 곳으로 빨려가는 듯이 다다른 길에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소녀는 방긋 웃으며 질척한 발을 이끌고 점점 우리에게로 다가왔다. 로빈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나의 팔을 붙잡는다. 비이상적으로 움직이는 팔다리와 끔찍한 몰골로 뒤바낀 소녀의 모습은 차마 두 눈을 뜨고 볼 수 없는 모습이였다. 금세라도 팔이 뜯어져나가고, 피가 분출한다해도 이상할게 없는 소녀가 바로 코 앞에서 움직임을 멈춘다. 거칠게 몰아쉬는 숨소리와 적막감에 분위기는 한층 무거워져만 가던 때, 소녀의 미소 뒤로 번지는 공포가 나를 심히 자극한다.

  "  … 나는 분명 너에게 경고했어. 더 이상 내 일을 방해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

  " 갑자기 왜 이러는거야? 정신 차려! "

  이상행동을 보이는 소녀의 어깨를 흔들며 소리쳐보지만, 소녀는 귀찮다는 듯, 나의 손을 뿌리치며 나의 눈을 쳐다본다. 한치의 미동도 없이 뚫어지게 나의 눈동자를 바라보던 소녀가 씨익 웃으며 내게 말한다.

  " 날 … 잊은거야? 이거, 실망인데 … 이래뵈도 너를 친구로 생각했던 때가 있었는데 …. "

  " 뭐 … ? "

  소녀가 피식 웃으며 내게 말했고, 나는 소녀의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그 아이를 쳐다봤다. 아까와는 달리 조금은 굵직하면서도, 들어본 적이 있는 듯한 목소리가 소녀의 입을 통해 밖으로 나온다. 분명 나는 저 목소리를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다. 시간이 지날 수록, 더욱 윤곽을 들어내는 목소리에 조금씩 잊혀졌던 나의 기억 속에 무언가가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 !! '

  서. 설마 ….




  P.s : 내일부터 정상연재 들어갑니다. 즐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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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탓하지마라.

시간을 흘려보낸건 나 자신이다.

시간은 주어진게 아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 우연히 나라는 존재가 있을 뿐이다.

그 시간의 흐름에 어떻게 따라가느냐의 내가 증명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증명해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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