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돌아 온 나는 근처에 가까운 핸드폰 매장에 들어섰다. 기계적인 내부 모습과 새로운 신상품들이 진열되어있는 매장을 보니 왠지 마음에 설레인다. 그동안 기존에 있던 핸드폰만 써봤지 이런 많은 핸드폰들을 보니 핸드폰을 부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뭐, 이 핸드폰 중에서 마음에 안 드는건 없지만서도 현재 나한테 제일 필요한 핸드폰을 사야겠다. 의자에 앉아 뭔가를 열심히 보고있는 직원들 중. 정수기에서 물을 받고있던 한 직원이 나를 보자 웃으며 무슨 일이냐며 묻는다. 나는 웃으며 묻는 그 직원에게 " 핸드폰을 잃어버려서.. " 라는 거짓말을 하며 직원에게 말하자. 그 직원은 슬쩍 나를 보며 요즘 새로 나온 핸드폰이 있다며 소개시켜준다며 나에 팔을 잡고 진열 되어있는 핸드폰 앞으로 가서 이것 저것 설명해주며 나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새로나온 스마트폰이니, 이건 네비게이션도 된다니, 이건 뭐 액정이 더럽게 크질 않나. 세상이 이렇게 좋아졌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 많은 핸드폰 중에서 그닥 사고 싶은 것은 없다. 그저, 내가 기존에 썼던 폴더 모형의 버튼식을 편하게 썼던 터라. 이런 터치폰 같은 쉽게 깨질 것 같은 핸드폰은 왠지 두려워서 못 쓸 것 같다. 한 참을 내게 핸드폰을 설명해주던 직원이 나에 표정을 쓱 보더니, 하하 웃으며 내가 이 핸드폰을 안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다른 제품의 핸드폰까지 보여주며 내게 설명해준다. 그런데 그 핸드폰 중에서도 폴더형 핸드폰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TV에서 선전하던 폴더형은 왜 매장에 오면 보이지않는걸까. 왠지 세월에 대한 슬픔이 난다.
그렇게 꽤 시간이 지났다. 1시를 가리키던 시계바늘이 어느 덧 2시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내게 핸드폰 하나라도 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그 직원이 안쓰러워보였다. 하는 수 없이 그 직원이 보여 준 핸드폰들 중 하나를 선택해서 사야겠다는 생각에 이런 저런 핸드폰을 훑어보다가 문득, 커다란 액정의 핸드폰이 보였다. 동영상 보기에 알맞고 길을 찾고 싶을때 거리뷰도 된다는 핸드폰. 아직 서비스가 완전하지않아서 업로드가 느릴 수 있다는 말을 하던 직원에 얼굴을 슬쩍 본 뒤. 그 직원에게 그 커다란 핸드폰을 집어 건네주며.
" 이 핸드폰으로 할게요. "
라고 말하자 지치고 지친 그 직원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며 그럼 계약을 해야하니 이쪽으로 오라며 나를 데리고 테이블로 향한다. 그 전에 잃어버린 핸드폰을 계약한 곳은 어디냐, 약정은, 핸드폰 가격은, 기타 등등 정신에 피로가 스며드는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나서야 나는 그 핸드폰을 사서 나올 수 있었다. 액정이 커서 그런건가. 꽤 고가의 핸드폰이다. 다른 사에 핸드폰이였으면 새로 계약을 하면 싸게 살 수 있었지만. 같은 사에 핸드폰이라서 아깝게 돈을 주고 샀다. 뭐, 그래도 A/S는 무상으로 해준다니 안심하고 안전하게 사용하면 되겠지. 매장에서 나와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던 나는 깜빡 잊고 있었던 선 자리가 생각나 서둘러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
" 어, 언니 나야. "
' 에? 너 핸드폰 바꿨어? '
" 하핫, 그렇게 됬어. "
' 그런데 무슨 일이야? '
" 아, 선 말이야. 약속 장소랑 시간을 까먹어서 언니한테 물어볼려고. "
' 에? 너 갈거야? '
" ? 언니가 안 가면 죽인다면서. "
' 야하, 오래 살다보니 별 일이.. 저번에 나랑 갔던 그 바 알지? '
" 아, 거기? "
' 거기서 1시 30분까지 만나기로 했으니까, 늦지않게 와. '
" 알았어. "
' 뚝 - '
전화를 끄고나서야 버스 정류장에 다달았다. 점심이 끝날 시간이라 버스 정류장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식당에서 배를 채우고 다시 일하러 가는 사람들. 그들에겐 평범하고자 늘상 있는 일. 오늘은 일 내일도 일 그리고 모레도 일. 일 일 일만하다가 지나가는 세월. 하지만, 그들에겐 즐거울거다. 의자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꽤나 지루하다. 평소 때보다 늦는 버스 때문에 얼굴이 푸석 푸석해지는 기분이다. 코트 주머니에 들어있는 핸드폰을 꺼내 이것 저것 눌러보다가 문득, 낯 익은 기억이 떠올랐다.
그 기억은 아주 오래 전. 내가 처음으로 ' 머리 수집가 ' 란 자의 자료를 봤을때로 추정된다. 그땐 나는 아주 어렸고, 그때는 부모님이 해외로 파견되시기 전에 일. 그땐 내 동생은 아직 태어나지않았고. 내가 사는 집 주변엔 많은 꽃과 나무들이 있었던걸로 기억난다. 그때는 나는 행복했다. 학교에 가면 만나는 친구들, 선생님. 나의 행복이 있는 그 곳.
학교. 나는 학교가 무지 좋았다. 학교에 가면 모든 걱정과 근심은 사라지는 것 같았다. 뭐, 물론 그땐 어릴 적이라 걱정이니, 근심이니 하나 없었지만 왠지 그때는 자연스럽게 그 단어를 배운 것 같다.
" 현진아, 이쪽이야! "
" 조금만 기달려! "
" 안돼, 늦게 가면 우리가 맨 꼴찌로 도착한단 말이야. 빨리 뛰어! "
이때는 아마, 마라톤 경주로 힘차게 달렸을땐가. 초등학교땐 1년에 한 번씩 동네 이곳 저곳을 달리며 마라톤을 했던 것으로 기억난다. 수 많은 친구들이 1위, 2위를 다투며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며 달리는 대회. 물론, 1위, 2위를 한다고 좋은건 아니였다. 마라톤을 완주한 친구들에겐 선생님들이 완주했다는 증표인 메달을 다 걸어줬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도 늦게 도착해도 실망한 애들은 없었고. 자신이 메달고있는 메달을 애들에게 보여주며 자랑을 하곤 했다. 물론, 완주한 애들한텐 다 갖고있는 메달이였지만. 아파서 못 뛴 애들이나, 오늘이 뭐하는지도 모르는 애들에겐 메달을 못 갖고 있다는건 질투의 대상이였으니까. 그땐 나와 현진이란 녀석이 매번 늦게 완주한걸로 기억난다. 그래도 그땐 참 즐겁고 기뻤는데...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중학생이 되고 첫 여름방학을 맞이할때 쯤. 부모님이 해외로 파견가셨다. 급하게 떠난 터라 작별인사도 못하고 해외로 떠나신 부모님에게 서운함을 느꼈지만. 철이 빨리 들어서였는지 한 편으론 부모님에 행동이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세상을 살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고, 돈을 벌려면 직업이 필요하고, 일이 있어야 돈을 번다. 고작 14살의 여자아이한테는 참으로 외로운 시간이였다. 14년동안 공적인 일을 제외하곤 한 번도 부모님과 따로 잔 적이 없었는데 말이다. 그때는 내 동생이 3살 밖에 안됬고. 학교와 기타 일들 때문에 동생을 돌볼 수 없던 나는 할머니댁에 잠시동안 맡겨놓고 하루 하루를 보내왔다. 동생이 있었으면 외롭진 않았겠지만, 그때는 너무 어린 나이에 동생을 어떻게 봐줘야할지 몰랐다. 내가 앞으로 해야할 일을 잘 알면서도, 동생에 관한 일은 매번 무심한 그런 누나였다.
그렇게 1년, 3년, 5년이 지나니 어느 덧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된 동생. 나이는 7살이였지만, 빠른 생일 때문에였는지 동생은 일찍 학교에서 공부를 배웠고. 동생이 학교에 들어간지 얼마 안되서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5년동안 할머니 밑에서 같이 살던 동생은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할머니의 영정사진을 껴안으며 울었고, 밤 11시가 되서야 아르바이트가 끝난 나는 할머니의 빈소에 찾아가 조용히 할머니에 명복을 빌며 조그마한 눈물을 흘렸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친가 쪽 할머니랑 할아버지가 동생을 보살펴주시겠다며 말씀하셨지만. 나는 이제부터라도 동생을 보살펴야겠다며 할머니에게 말하자. 할머니는 웃으시면서 그러는 편이 좋겠다며 동생을 내게 보내주셨다. 그때부터였을까. 동생이 나와 함께 생활한 것이. 5년 만에 다시 재회해서 그런지 처음에는 조금 서먹했지만 곧 언제 헤어졌는지 평소에 함께 지내던 남매마냥 지냈다. 어쩔땐 코피 터지게 싸울때도 있었다. 물론, 동생과는 나이 차이가 12살이 나서 매번 내가 이겼지만. 한 번은 동생이 내가 비싼 돈을 주고 산 코트를 불 태워버리겠다면 협박을 해서 진 적은 있다. 그 날부터 내 약점을 이용해 매번 이기는 동생이 참 약았다라는 생각은 했지만, 동생이 있으니 이렇게 재밌게 사는구나라는 걸 매번 잠을 잘때 떠올렸다.
그리고 어느 날이였을까. 머리 수집가란 자를 알게된게.
P.s : 7편만 더 올리면, 저장해뒀던 ' Head Collector ' 는 끝이 나네요. 완결이 나기엔 아직 멀었지만. 언젠가는 다시 연재할 날이 오겠죠. 지금은 루에르가 먼저!!
P.s2 : 즐감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