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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10 21:32

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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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임을 하나 제안하지. 앞으로 1분 후에 너희 얼굴 위에 있는 비커 속 묽은 염산이 니 얼굴로 떨어진다. 염산이 니 얼굴에 쏟아지길 원하지않으면 지금 당장 비커 속 담겨진 고깃조각을 꺼내 먹으면 된다. 만약, 고깃조각을 먹을 비위가 없다면 안 먹어도 된다. 그럼 너가 먹을 수 없는 염산이 비커째로 삼켜질테니. 자, 그럼 게임을 시작해볼까? ”

  내가 눈을 떴을때는 온통 캄캄한 지하실에 갇혀있었다. 내 두 팔과 두 다리는 뭔가로 묶여져있었고, 내 눈 앞에는 투명한 액체가 담긴 비커가 보였다. 물인가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약간 시큼한 냄새가 났다. 자츰 어둠에 눈이 익숙해질 무렵. 희미하게 주변을 살펴보았다. 빛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밀폐 된 공간. 내 왼쪽에 어지럽게 늘여뜨려진 물체들. 그리고 한번씩 빨간 불빛을 내며 나를 지켜보고있는 카메라. 도대체 나는 왜 이 게임에 참가하게 된거지?



  - 2시간 전



  " 어이, 왔냐? "

  " 다른 애들은? "

  " 아직 안 왔어. "

  " 짜식들, 그렇게 눈치를 줘도 안 따라나오더만. "

  " 일단 우리부터 한대 뽑고 기다리자. "

  수업시간에 아프다는 핑계로 화장실에 모인 나와 영훈. 자신의 호주머니 속에서 각자 담배 한까치를 꺼내 입에 문다. 착착하는 라이터 소리와 함께 담배엔 불이 붙어 새하얗고 오묘한 색깔을 풍기는 가스덩어리가 내 입 속에서 뿜어져 나올 수록 나의 머릿 속은 몽롱해지는 것을 느꼈다. 마약이라 볼 수 있지만, 이건 그냥 평범한 담배. 담배를 물때마다 나는 힘든 세상이 물러지고 평온하게 느껴졌다. 비록, 내가 담배를 피게 된건 사흘 밖에 안됬지만. 그때마다 생각한다. 왜 나는 이렇게 좋고 편한 담배를 15년을 살 동안 피지 않은걸까. 나 자신이 한심하기 그지없다.

  " 어, 먼저 와 있었네. "

  " 지금 왔냐? 왜 이렇게 늦게온거야? "

  " 말도 마, 이 자식이 하도 말을 더듬길래. 내가 해결한답시고 더 엉켜가지고 꽤 고생했다고. "

  " 하여튼 니들은 제대로 하는게 없다. "

  " 시끄러, 그나저나 너희 담배 몇개 있냐? 아침에 마지막 남은 돛대를 피워서 지금은 없다. "

  " 이 자식은 만날 없데. 너, 나한테 빌린 담배만 2갑이다. 아냐? "

  " 내가 나중에 갚는다니깐. 하나 줘봐. "

  " 주는 김에 나도. "

  뒤늦게 합류한 녀석들과도 맛난 담배로 휴식을 취했다. 수업시간은 길기도 길지만서도, 너무나 지루한 방식 덕택에 이렇게 하루 하루가 고역이다. 그래도 하루에 한번씩 학교에서 즐기는 이 담배야말로. 인생의 낙이 아닐까? 아아, 오늘따라 하늘도 담배연기처럼 뿌옇구나.


  
  그렇게 마지막 담배를 마치고 교실로 들어가 지긋한 수업을 듣고 집으로 가는 도중. 어떤 녀석의 공격으로 기절을 했지. 그리고 깨었을땐 이곳이였어. 오늘은 왠지 혼자 가고싶지않았는데. 한 놈이 무슨 일이 생겼다고 빠져나가니 다른 애들도 차례 차례 빠져나가 결국 혼자가 되었고. 나는 어떤 새끼로 인해 이곳에 감금됬다. 생각해보면 그 씨'발놈 때문에 내가 여기에 잡힌게 된거고. 개새끼, 내가 이곳을 빠져나가면 제일 먼저 너부터 죽여주마.

  ' 치직 - 치지직 - '

  칠흑 같이 어두운 방 한 가운데에 TV가 켜지고 잡음 같은게 들리며, 사람의 모습을 한 인형이 내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그리곤 기분 나쁜 얼굴로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 안녕, 이정수. 난, 너와 게임을 하고 싶다. 너는 학생의 본분에 벗어난 행위를 친구들과 함께 했다. 그 첫번째 행동은 학생으로서 꼭 헤치고 지나가야 할 공부시간에 아프다는 거짓말을 하고 교실을 빠져나간 것. 두번째는 수업 땡땡이로도 모잘라 친구들과 함께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운 것. 세번째는 오늘 니 혼자 집으로 돌아간 것. 만약 이 3가지 중에 3번째만 운 좋게 넘겼다면 넌 이곳에 잡혀오지도, 나와의 게임을 할 수 없었을거다. 하지만, 운이 나쁘게도 오늘 한 친구가 집에 일이 있다며 혼자 집으로 돌아갔고. 뒤를 이어 한명씩 너의 곁에 사라졌다. 그리고 너는 운이 나쁘게도 이곳에 잡혀왔지. 그리고 너는 생각했다. 그 녀석만 아니였으면 나는 이곳에 오지않았다란걸. 너가 지켜야 할 본분 3가지 중 2가지는 위에 말했다싶이 수업 중 담배를 필 생각으로 꾀병을 부린 것. 학생신분으로 화장실에 모여 담배를 핀 것. 그리고 진짜 세번째 이유는, 너의 남 탓하는 성격이다. 내가 나쁜 짓을 하는건 내가 원해서 아니라, 남들이 시켜서 한 것이다. 수업시간에 나온 것도 친구들이 불러서 나온거다. 담배를 피게 된 것도 친구들이 권유를 해서 피게 된거다. 그렇담, 너의 의지는 어디에서 발견되지? 그렇게 남에게 휘둘리다간 결국 패배자가 되는 것뿐이다. 그리고 최악의 경우엔 너처럼 이 게임의 참가자가 되는 것이고. 자, 그럼 잡담을 집어치우고 본론으로 들어가겠다. 니 눈 앞에는 묽은 염산이 가득 채워진 비커가 있다. 비커는 1분 후 니 얼굴에 쏟아질거다. 묽은 염산이라도 만만하게 보다간 너에 그 눈과 코, 입에 묽은 염산이 가득히 채워질거다. 만약, 비커가 니 얼굴에 쏟아지길 원하지않으면 그 비커 속에 보이는 비계덩어리가 보이나? 그걸 손으로 꺼내 니 입 속에 넣어 맛있게 먹으면 된다. 손이 묶였어도 비커까지에 거리까진 닿겠지? 물론, 먹을 수 없다면 먹지 않아도 좋다. 대신에 그 비계덩어리처럼 아주 천천히 너의 얼굴이 녹아내릴거다. 이번엔 너를 도와줄 친구도 의지 할 곳도 없는 이 상황에서 너는 어떻게 빠져나갈건가? 게임은 시작됬다. ”

  - 1:00

  - 0:59

  - 0:58

  " 이런 씨'발! "

  나는 발버둥을 치며 묶인 두 팔과 다리를 빼려했지만, 풀리긴 커녕. 내 살만 더 파고들어 나를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살기 위해선 비커 속에 든 저걸 먹으라고? 그것도 염산이 묻은 비계덩어리를?!

  - 0:49 

  아직까진 시간이 남아있다. 잘 생각하자. 다른 애들이라면 이 상황에 어떻게 해결할까?

  - 0:45 

  그래, 영훈이라면 이 상황에도 굴하지않고 배 째라 식으로 버티. 씨'발, 이건 버텨봤자 나만 손해잖아?!

  - 0:40

  영수라면? 영수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할까?

  - 0:37

  강인이, 그래 강인이라면 이 상황을 멋지게 극복할 수 있을거야!

  - 0:32

  씨'발! 이래가지곤 판단이 안 서잖아! 어떻게해야하지? 어떻게해야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는거야!!

  “ 세번째 이유는, 너의 남 탓하는 성격이다. 그렇게 남에게 휘둘리다간 결국 패배자가 되는 것뿐이다. ” 

  씨'발, 알았다고. 하면 될거 아니야, 하면!

  - 0:21

  당겨오는 손으로 비커 속 비계를 집었다. 묽은 염산이라 고통은 비록 적었지만, 조금씩 타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꽤 마음에 들지않다. 손도 이런데, 이것이 통째로 얼굴에 쏟아진다면.. 젠장!

  - 0:17

  미끌거리는 것도 모잘라, 고약한 악취까지 풍긴다. 이걸 씹어 넘기라고? 당장이라도 올라 올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이걸 먹지않으면 끝장이다. 

  " 우우욱. "

  혀에 닿기가 무섭게 위액이 입 밖으로 뿜어져나왔다. 못 하겠다. 이걸 먹는건 죽는 것보다 심하다. 

  - 0:10

  시간이 얼마남지않았다. 앞으로 약 10초 후에 비커는 쏟아진다. 쉼호흡을 하며 한 손에 들고있는 비계덩어리를 쳐다봤다.

  - 0:07

  있는 힘껏 입 안에 비계를 쑤셔넣었다. 위 안에 들어있는 음식물들이 거꾸로 솟으며 거부감을 일으킨다. 

  - 0:05

  ' 꿀꺽 '

  토 범벅이 된 내 두 손이 아직까지 내 입 속에 머문다. 가까스로 삼켰지만. 뒤 늦게 느껴지는 묽은 염산이 내 식도와 위를 조금씩 자극한다.

  - 0:05

  타이머가 멈췄다. 이제 나는 살았다.

  " 우욱. 우아악 - ! "

  위 안에 들어있어야 할 물체가 다시 한번 거꾸로 목을 따라 입을 뚫고 밖으로 뿜어졌다. 

  - 0:04

  복통이 동반되고 힘이 겨워올때 타이머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 0:03

  " 아니야! 아니라고! 난 방금 전에 분명 삼켰다고! 이건 사고야. 사고라고!  "

  - 0:02

  " 처음부터 이건 가능하지않았어! 어떻게 저걸 먹으라는거야? 이건 불공평해. 불공평하다고!! "

  - 0:01

  ' 치지직 - '

  꺼졌던 TV 전원이 다시 켜지며 방금 전 나타난 인형이 또 다시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 게임 오버 ”

  - 0:00




  P.s : 전에 썼던건데, 쏘우 보고 Feel 꽂혀서 쓴 글. 다음편은 예고 없지만, 언제 또 꽂히면 쓸 생각. 아님, 단편으로 끝내도 되는 소설. 갑자기 이런 글 올린 것도 결코 70번째 게시글이 되기 위함이 아님. 아무튼, 즐감하세요.

Who's 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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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탓하지마라.

시간을 흘려보낸건 나 자신이다.

시간은 주어진게 아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 우연히 나라는 존재가 있을 뿐이다.

그 시간의 흐름에 어떻게 따라가느냐의 내가 증명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증명해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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