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 Collector 제 23 장

by 아인 posted Feb 15, 201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인쇄


  그 남자에게 연락이 온 나는 한참을 망설이다 이내 그 남자가 말한 약속장소로 향했다. 별로 마음은 내키지 않았지만 그리 갈데도 없고 지금 기분도 그리 좋지않으니 잠시 내 안의 도피랄까? 아무튼 그 남자가 말한 약속장소에 도착한다. 그 남자와 만날 장소인 이 카페는 꽤나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파는 것 같았다. 비교적 작은 규모의 카페 안은 꽤나 분주해보였다. 

  " 주문하시겠어요? "

  한손에 주문서와 볼펜 한자루를 들고 내가 앉은 자리로 다가오며 묻는다. 나는 간단히 오렌지주스 한잔을 주문하고 창 밖을 바라봤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차들 사이로 보이는 바쁜 사람들. 뭐가 그리 바쁜지 그들은 한치에 양보도 없이 자신만의 이익을 찾아 바삐 움직인다. 왜 그들은 그렇게 이기적이게 생각하며 살아가는걸까? 한 사람만이라도 서로를 위해 양보를 한다면 사고 같은 것도 일어나지 않을텐데. 결국에 사고가 나면 불행해지는건 자기 자신이란걸 알면서도 그들은 뭘 그렇게 성급해 하는걸까? 시간은 나를 기다려주지않는다고는 하지만서도 이토록 우리가 시간에 얽매여 살아도 되는걸까? 아무렴 어때. 그저 행복하기 위해서 움직이는 것 뿐인데. 나와 가족들이 행복해질 수 있다면 언제까지라도 누구를 짓밟으면서까지 움직일 수 있는데도 나는 왜 이리 마음 한켠이 공허해지는걸까. 문득, 내 가슴 속 하나의 응어리가 빠진 듯한 허한 느낌과 동시에 동생의 얼굴이 떠오른다. 언제까지 함께라고 생각했는데, 그 행복을 그 남자가 깨트린거다. 

  " 주문하신 오렌지주스 나왔습니다. "

  테이블 위에 올려진 주스가 컵 속에서 요동친다. 종업원은 늘 같은 얼굴로 손님들에게 좋은 시간을 보내라는 말과 함께 가식적인 얼굴 뒤로 우리들을 욕하겠지. 너희들이 뭐가 그리 행복한거냐. 나는 지금 너무 괴로워서 미쳐버릴 지경인데. 동생이 누군지도 모르는 남자한테 사로잡혀 나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나는 언제까지 이렇게 시간을 허비해야하는지. 대체 내가 왜 이곳에 있는건지. 조금씩 나의 정체성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 쪼륵 '

  빨대 사이로 움직이며 내 입 안을 가득 메우는 주스의 향기가 퍼진다. 갈증이 난듯 텁텁한 기분을 털어내고 싶다. 움찔거리는 내 입술과 바들바들 떨려오는 내 손이 나의 기분을 대신 말해주는 듯. 움직임 없는 핸드폰에 내 시선만이 머무를 뿐이다. 언제까지 나는 이렇게 불안에 떨며 지내야하는걸까? 언제까지 나는 동생을 그 남자에게 맡겨 조용히 기다리는 수 밖에 없는건가? 젠장, 처음부터 이런 일에 개입하는게 아니였어. 그저, 나만의 호기심으로 혼자서만 알고 지냈으면 이런 일은 ….

  ' 쾅! '

  젠장 …. 이토록 바보 같이 행동하는 나를 언제까지 나는 가만히 냅두고 지켜봐야하는거지? 나 자신도 내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는데 누굴 구한다는 말이야? 그 자리에서 그 남자가 나를 도와 내 동생을 구해준다는 말을 들었을 때. 조금만 더 신중을 가했다면 나 혼자서 이렇게 끙끙 앓지 않아도 됬을텐데. 나는 언제까지 이렇게 멍청하게 혼자서 고민하며 가슴 아파하는거야. 누군가가 나를 구원해줬으면, 누군가가 내 대신에 동생을 구해줄 수 있다면. 정말로 나 같은 무능한 여자가 아닌, 정말로 든든한 사람이 내 곁에 있었으면, 나와 함께 있었으면!

  " 저, 실례합니다. "

  ' 드르륵 '

  " 제가 많이 늦었죠? 죄송합니다. 차가 많이 막혀서 …. "

  " …. "

  찾았다. 나를 구원해줄 사람을 …. 나를 대신해서 내 동생을 그 남자의 손에서 벗어나게 해줄 사람을 말이다. 내 눈 앞에 나타난 남자는 미안한 얼굴로 내게 사과하며 쭈벗거리는 몸으로 천천히 자리에서 착석했다. 테이블에서 그를 바라보는 나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한 방울 테이블로 떨어지며 순간적으로 시야가 흐릿해졌다. 눈물이 날 것만 같다. 나는 어찌해야하는걸까?

  " 제가 너무 늦게 온걸까요? 그래도 연락하고 바로 뛰어온건데 …. "

  그가 미안한 듯 머리를 긁적거리며 내게 말하는 태도가 다시금 나의 가슴을 뛰게 만든다. 나는 어설픈 손으로 눈물을 닦아내며 괜찮다는 말을 했고. 그 남자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내 말에 기쁜 듯 웃으며 종업원을 부르더니 간단히 요기할 음식들을 몇개 주문하고는 종업원을 돌려보낸다. 나는 그 틈에서도 그 남자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정말로 저 남자가 나를 도와줄 수 있는가에 대한 유무를 파악했다.

  " 의외네요. 저는 당연히 차일 줄 알았거든요. "
  
  " 왜 그렇게 생각하셨죠? "

  " 보기에도 저는 너무 초라하고, 보기에는 당찬 성격이겠지만 사실은 낯가림이 심해서 낯선 사람들과는 잘 어울리지 못해요. 특히 상대방이 여자라면 더욱 그렇고요. "

  " 그런 성격이면서도 제겐 용케도 말을 거셨네요. 더군다나 전화번호까지 따가시고. "

  " 아, 아니 그건. "

  남자가 당황한 듯 손사래를 치며 멋쩍은 미소를 짓는다. 조금은 어벙한 남자인줄 알았는데 의외로 귀여운 구석이 있는 남자다. 그런데 그것보다 낯가림이 심하다고 자기 입으로 말했으면서 어떻게 내게 말을 걸 수 있었을까? 단지, 내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한순간에 피어오른 용기 때문일까? 아님 ….

  " 슬퍼보이셨거든요. 뒷모습이 너무 슬퍼보여서 …. "

  남자는 고개를 푹 숙이며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나는 그 남자의 말에 잠시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남자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그저 자신의 생각이니 너무 그렇게 생각하지말라며 내 걱정을 한다. 나는 물끄러미 그의 얼굴을 쳐다보며 피식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물었다.

  " 제가 슬픈지 용케도 눈치 채셨네요. 혹시 독심술? "

  " 아, 아니. 그냥 기분이 그래서 …. "

  역시 당황하는 그의 모습이 꽤나 귀엽다. 방금 전까지 우울했던 상황과는 달리 조금은 기운이 난다는 정도? 확실히 이 남자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몇가지 이야기를 꺼내 대화를 이어가던 우리들 쪽으로 종업원들이 분주한 움직임으로 다가온다. 아까 시킨 음식들이 지금에서야 나오는지 테이블 위로 하나 둘 올라간다. 5가지의 음식들이 테이블 위에 올려지자 꽤나 맛있는 냄새가 식감을 자극했고, 종업원들은 웃는 얼굴로 조용히 사라진다. 남자는 테이블 위에 올려진 음식들을 보며 먹자며 내게 권유했고 나는 손 앞에 놓여진 포크를 들어 음식들을 찍어 먹었다. 간단히 배를 채울 용도로 나온 음식들이였지만 꽤나 방대한 양이라 그런지 조금씩 배가 불러오는 듯한 기분이다. 남자는 맛있게 음식을 먹는 내 모습을 보고는 기쁜 듯이 많이 먹으라며 더 먹고 싶은게 있으면 말하라며 마치 허세라도 부리는 듯한 얼굴로 내게 말한다. 마음 같아선 나도 그러고 싶지만 그래도 여자니 그렇게 막 먹지는 못할 것 같다. 그나저나 꽤 음식이 입에 맞네.


  어느정도 먹고 그만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으나, 내 이성이 음식에 지배 당한 듯이 음식을 마구잡이로 내 입 속에 들어갔다. 그 결과, 지금 나는 너무나도 배가 부르다. 

  " 맛있게 드셨어요? "

  " 아, 네. 덕분에요. "

  " 자, 그럼 이만 일어날까요? "

  의자를 뒤로 제끼며 남자가 일어났고, 나도 그 남자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산서를 들고 나간 남자는 자기가 계산하겠다며 자신의 지갑 속에 든 카드를 꺼내 종업원에게 건네주곤 먼저 나가라며 나를 밖으로 보낸다. 슬쩍 계산서를 봤는데 꽤나 나올 것 같던데 ….

  " 자, 많이 춥죠? 여기 커피요. "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 남자는 커피 두잔을 들고 내 앞으로 걸어왔고, 한쪽 손에 든 커피를 건네받은 나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곤 커피를 두손에 받아들었다. 

  " 갈수록 날씨가 춥죠? 이럴 수록 사람들이 서로 양보하면 더 좋을텐데 …. "

  " 네? "

  " 아, 아니에요. 그냥 혼잣말이에요. 하하. "

  또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거리는 그 남자. 역시나 귀엽다. 
  커피를 홀짝거리며 근처 정류장으로 향했다. 혼자 집에 가도 된다는 나의 말에 그 남자는 정류장까지만 같이 가겠다며 나를 에스코트하듯 내 뒤를 쫄쫄 따라온다. 누가보면 내가 그 남자를 사로 잡은 듯한 행색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기분. 왠지 나쁘지는 않다.

  " 정류장에 사람이 많네요. 퇴근시간이라 그런가? "

  정류장 안에 많은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며 그가 웃으며 말한다. 나는 버스가 오는지 안오는지 확인하며 서있었고. 남자는 뻘쭘히 내 옆을 지키며 자기도 함께 버스도착시간을 보며 내게 묻는다.

  " 몇번 버스 타세요? "

  " 저요? 이 버스요. "

  손가락으로 버스 번호를 가리키니 그 남자는 활짝 웃으며 내게 말한다. 

  " 이 버스 타세요? 저도 이 버스 타는데. "

  " 아, 그래요? 이거 우연이네요. "

  딱히 우연은 아니었다. 그때 내게 번호를 물어보고 탄 버스가 나랑 같은 버스였으니까. 그리고 지금에서야 생각났는데. 그 전에도 이 남자를 가끔 그 버스에서 본 기억이 있다. 물론, 이 남자는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지만 말이다.

  " 아, 저기 버스 오네요. "

  남자가 손가락으로 도로 쪽을 가리키니 정말로 그곳에 내가 타야할 버스가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나는 지갑을 꺼내 버스를 탈 준비를 마치고 있을 때 한쪽에서 핸드폰 진동으로 들리는 소리가 가까운 곳에서 들리기 시작한다. 내 옆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남자가 핸드폰을 뽑아 들곤 뭔가 심각한 내용을 주고 받는 듯한 얼굴로 슬쩍 나를 쳐다보더니 내게 말한다.

  "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술이 많이 취했나봐요. 그래서 제가 대신 데리러 가야할 것 같은데 …. "

  우물쭈물 말 못하는 그 남자를 보며 나는 괜찮다며 빨리 가보라며 그에게 말했고. 그 남자는 미안하다며 다음번엔 꼭 데려다 주겠다며 미리 에프터 신청을 해놓는다. 뭐, 그리 나도 싫지는 않지만 ….

  " 아, 그런데 이름 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이름을 모르니 부르기 좀 …. "

  그리고보니 아직까지 그 남자에게 내 이름을 가르쳐주지않았다. 더군다나 나 역시 그 남자의 이름을 모른다. 나는 그 남자에게 내 이름을 가르쳐주었고, 내 이름을 들은 남자는 좋은 이름이라면서 내심 좋아하는 얼굴로 내게 말한다.

  " 제 이름은 김우민이에요. 그냥 우민이라고 불러주시면 되요. "

  " 네, 우민 씨. 그럼 이만 가볼게요. "

  타야할 버스가 정차하고 수많은 사람들 사이로 나는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 안에는 사람들이 우글거려 움직이기가 조금 버거웠다. 가까스로 창가 쪽으로 자리를 잡은 나는 슬쩍 창문 밖을 바라봤다. 창 밖엔 내 쪽으로 손을 흔들며 웃는 표정의 우민 씨가 나를 바라본다. 나는 피식 웃으며 우민 씨에게 손을 흔들었다.

  ' 부웅 '

  버스가 움직이자 우민 씨의 모습이 사라진다. 흔들고있던 손을 내리고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꽤나 고단한 하루였다. 하지만, 왠지 저 사람과 함께 있으면 근심 걱정이 사라진다고 해야할까? 왠지 먼가 개운해진 기분이다. 

  " …. "

  그런데 우민 씨도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네. 왠지 우리 둘은 뭔가가 통할지도? 아, 이상한 생각하지 말자. 단순히 갈데가 없어서 간 것 뿐이니까. 나중에 또 한번 볼 생각은 별로 없으니까. 오늘 일은 잊어버리자.



  P.s : 오늘로써 Head Collector 비축분이 끝났습니다. 아마 24편부터는 제가 써야지만 올라올 것 같네요. 즐감하세요.
  P.s2 : 오늘 겜게 들어오니 엄청 놀랐고 당황스럽네요. 제 글을 아무도 읽은 사람이 없어서 한편으로는 내가 소설을 쓴 보람이 없구나하는 생각도 들고요. 구 뿌야에서는 한번도 조회수가 0인 적이 없는데, 이곳은 말 그대로 지옥이네요. 한번도 아니고 여러번씩이나 이러다니 …. 하아, 머 이래저래 실망스럽네요. 

Who's 아인

profile

시간을 탓하지마라.

시간을 흘려보낸건 나 자신이다.

시간은 주어진게 아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 우연히 나라는 존재가 있을 뿐이다.

그 시간의 흐름에 어떻게 따라가느냐의 내가 증명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증명해보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