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이야기

|  나는 작가가 될 테야! 글을 창작해요

2012.02.16 06:05

루에르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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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을 땐,
이미 이 세상은 내가 알던 세상이 아니었다.


루에르

- 망각의 덫 - 

1




  반쯤은 웃어 넘기고, 또 하나는 인상을 쓰게 만드는 날이다. 조금은 우습고, 조금은 쓸쓸한 그런 날이 달빛에 그을려 지나가고 있었다. 집 안에 돌아오니 라이젤이 아까와는 달리 웃음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달려왔다. 그 소녀는 나에게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무언가를 건네주었고, 그 소녀의 가녀린 손에서 건너온 작은 종이조각을 받아든 나는 웃으며 그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어찌됬든, 내가 그 남자에게 따끔한 일침을 한 덕분일까, 그 남자의 얼굴은 몹시 평온해보였다. 그렇지만 나를 대하는 행동을 똑같았다. 뭐, 나한텐 어찌해도 상관은 없다. 그는 이제 두 딸을 품에 안으며 앞으로의 생활을 개척해 나갈테니 말이다. 뒤늦게 돌아온 로빈이 나를 바라보며 뭔가를 물어볼 듯한 시늉을 하며 다가왔지만,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방으로 돌아가버렸다. 분명히 내게 무슨 말을 하려는 모양이였는데, 애써 입을 굳게 다문 듯이 보였다. 뭐, 그리 중요한 말은 아니였나보다.

  「 드르륵 」

  그나저나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하는걸까, 이제 더 이상 이곳에서 밝혀낼 사실도, 정보도 찾질 못하겠다. 애써 찾는답시고 책들을 뒤져봐도 별 수확을 못 거두니, 어떻게보면 헛고생을 하는 듯 싶으나, 그래도 그 정도의 정보라도 알아냈으니 불행 중 다행이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 남자가 갑자기 태도를 바꾼 이유는 뭘까, 내게 한소리 들었다고 쉽게 생각을 바꿀 남자는 아니였는데, 정말로 내가 한 말 때문에 그의 생각이 바뀐걸까? 그게 아니라면, 그는 무슨 생각으로 그런 모습으로 라이젤을 품에 안은걸까.

  " …. "

  뭐, 그리 깊게 생각은 하지 않도록 하자. 어처피 내일이면 이곳을 떠날테니까. 그러나 떠나기 전, 라이제르의 병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알아낼 생각이였지만, 그게 그리 쉽지만은 않다. 내가 말했던 것처럼 이 병을 아는 자도 극히 드물 뿐더러, 아직도 이 마을사람들은 라이젤과 라이제르를 보는 시선이 그리 달갑지는 않다. 사고라도 났으면하는 눈초리로 그 소녀들을 바라보는 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받는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허 참, 내가 말했음에도 불가능한 일이란걸 알면서 왜 그렇게 나는 그 남자에게 열을 내며 말했는지 도통 모르겠다. 그저, 한켠에 담아 있던 나의 목소리를 꺼낸 것일까? 그렇다해도 내가 너무 주제 넘은 짓이 아니였나하는 생각에 오늘 밤자리가 뒤숭숭할 것 같다. 뭐, 그렇다해도 별 이상한 낌새는 없지만 말이다.
 
  " 후우 …. "

  그런데 이제 앞으로 정말 어떻게하면 좋단 말인가,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이 마을을 떠나 다른 마을을 갈 것이냐, 아님 이 모험을 중단하고 우리가 있던 곳으로 돌아가냐의 생각이 교차하면서 나의 발목을 서로 잡아 당긴다. 마음 같아서는 이미 시작한 일, 앞으로도 계속 끝을 볼 때까지 나아갈 생각이지만, 한편으로는 이대로 멈추는게 좋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갑자기 왜 이런 생각이 드는진 모르겠지만서도, 왠지 모르게 내 자신도 모르게 약간은 이해가 가는 듯, 끄덕거리는 고개를 꼿꼿이 세우며 슬쩍 침대에 누워보았다. 푹신푹신하고 무거운 쇳덩이를 든 듯, 노곤한 몸의 피로를 풀기엔 딱 좋은 촉감이였다. 

  " …. "

  금방이라도 졸음이 쏟아질 듯, 몽롱한 기분이 방 안에 감돈다. 침대에 눕기 전까지만해도 그렇게 피곤하진 않았는데, 역시 눕다보니 쌓아뒀던 피로가 갑작스레 내 몸을 짖누르는건가. 뭐, 오늘 같은 경우에도 육체적은 덜 할진 몰라도 정신적으로는 조금 많이 피로한 날이긴 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끝에 가서는 해피엔딩 비스무리하게 끝이 나서 다행이지만. 하지만 아직 끝이 난건 아니기에 아직도 그들에 대한 걱정이 앞을 가린다. 정말로 그 어르신의 말씀대로 라이제르가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는게 아닐까하는 의심과, 더불어 몰려오는 수상쩍은 분위기까지 물씬 풍겨온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라이제르의 이상행동은 그리 거친게 아니였어. 그날이 올 때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남아있을거야. 그러나 그게 언제일지는 장담을 못하지만.
  침대에 눕다보니 이런 저런 생각이 들고, 조금씩 눈꺼풀이 무거워지는게 느껴진다. 이대로 눈을 감고 조금만 있으면 금새 잠이 들 것 같은 기분이다. 하지만 이대로 자기에는 뭔가 찝찝한 기분이 영 가시질 않는다. 뭔가 떠오른 것도 아니고, 무슨 일이 닥칠거란 불안감도 아닌데도, 왜 나는 쉽사리 눈을 감을 수 없는걸까? 걱정이 있다면 그건 그 남자의 가족들에게 있겠지. 전과는 많이 달라졌다해도 아직까지는 안심을 할 단계는 아니기에 이렇게 나는 그들을 걱정하는거겠지. 하지만 이렇다한들, 나아지는건 없다. 내가 직접적으로 그들을 도와줄 수 있는건 라이제르의 병이 나타났을때 뿐. 하지만 그때가 되더라도 내가 그들을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거다. 그저 옆에서 그들을 지켜보는 것 밖에는 ….

  「 똑 . 똑 」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는 내 뒤로 들려오는 노크소리에 나는 화들짝 놀라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침대 옆에 놓인 서납장 위로 세워진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 나는 재빨리 머리를 정돈했다. 잠깐 사이에 머리에 정전기가 오를 정도로 계절이 겨울로 향해 간다는걸 직감한 나는 혼자서 피식하고 웃으며 문 쪽으로 걸어갔다.
  문을 열자 그 앞에는 로빈이 서있었고, 로빈의 옆으로 라이젤과 라이제르가 나란히 로빈의 옆을 지키고 서있었다. 별안간 방에 찾아온 그녀들을 바라보며 나는 무슨 일이라며 묻자, 로빈은 슬쩍 옆에 서있는 라이젤과 라이제르에게 잠시 나와 할 얘기가 있다며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줄 수 있니? 라는 물음에 소녀들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방긋 웃었다. 그 아이들에게 회답을 얻은 그녀는 웃으며 조용히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갔다.
  
  " 할 말이 뭐야? 이런 늦은 시간에 찾아올 정도면 그리 가벼운건 아닌 것 같은데. "

  그녀는 내 물음에도 입을 꾹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나는 그런 그녀의 행동에 의아함을 품고 조용히 그녀가 입을 열 때까지 기다렸다. 잠시 침대에 앉아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던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방 주변만 빙글빙글 도는 그녀를 보곤, 의아하다못해 수상한 기운을 감지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리 대단한 말을 하러 온 것 같지 않은 모습에 잠깐 마음을 놓긴 했었지만, 계속해서 아무 말 없이 뭔가를 망설이는 모습에 덩달아 나까지 긴장을 하게 만든다. 그녀가 스스로 입을 열 때까지 기다리라는 다짐도 무색할 정도로 궁금함이 하늘을 찌른 나는 어쩔 수 없이 그녀에게 무슨 일이냐며 되물었고, 그녀는 나의 물음에 발걸음을 멈춘다.

  " … 밖에 없는건가. "

  " 뭐? "

  혼잣말이라도 한 듯, 희미할 정도로 작게 들리는 그녀의 음성. 나는 조심스럽게 다시 한번 그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 이 말을 할 수 밖에 없는건가. "

  분명,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이였다.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으나, 왠지 비장한 눈초리로 나를 쳐다보는 그녀의 눈동자에선 알 수 없는 감정들이 섞여 보였다. 그녀가 나의 방을 찾아오면서까지 내게 하고 싶은 말이 뭐였는지, 뭣 때문에 로빈이 이렇게까지 뜸을 들이는지에 대해 알고 싶은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문 근처에서 서성거리는 로빈에게로 천천히 다가갔다.

  " 로 … 빈? "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자, 그녀는 사시나무처럼 몸을 떨며 나의 손을 뿌리친다. 뜻 밖에 상황에 놀란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얼떨떨한 표정으로 로빈을 쳐다봤고, 로빈 역시 자신의 행동에 놀란 듯, 미안한 눈빛을 보이며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억누르며 지금까지 굳게 다물던 입을 열며 내게 말했다.

  " 미 … 미안해요 …. "

  " 어? "

  " 미안해요 … 지금까지 속여와서 …. "

  " 그게 무슨 말이야? 로빈, 왜 그래? "

  로빈은 이해 못할 말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인지 도통 감을 잡지 못한 나는 로빈에게 다가가 무슨 일이냐며 캐물었지만,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눈물을 바닥에 흘릴 뿐이였다. 갑자기 이게 무슨 상황이며, 로빈이 왜 이런 행동을 보이는지 전혀 모르는 나로서는 이 상황이 그저 어이가 없고 웃음이 나올 뿐이였다. 방금 전까지만해도 멀쩡하던 로빈이 그 짧은 시간 안에 이런 모습으로 내 방에서 울고 있으리라 상상조차하지 못했으니, 여간 당황스러운게 아니다. 어찌됬던간에 그간 무슨 일이 있었는진 몰라도, 일단은 울고 있는 로빈을 진정 시키는게 우선이라고 생각한 나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무슨 일이라며 그녀에게 되물었지만, 그녀는 말없이 훌쩍거릴 뿐이였다. 갑자기 어린애라도 된걸까,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듣질 못하는 것처럼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울기만 한다. 뭔가 대화가 있으면 이렇게까지 안됬을텐데, 그녀는 미안하다는 말을 한 뒤부터 계속 이 모습으로 한 곳에 머문 그녀의 모습이 이상할 뿐이다. 한동안 방 안에서 훌쩍거리는 로빈의 곁에 머물던 나는 이 상태로 로빈을 계속 방치했다간, 결국엔 울다 쓰러지는 지경에 이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미안하지만 잠시 라이젤과 라이제르에게 로빈을 맡기고 서둘러 서재로 달려갔다.


  「 끼 이 익 ―…」

  낡은 문 틈 사이에서 부딪히는 굉음을 내며 서재 안으로 들어간 나는 황급히 그에게로 달려갔다. 책상 앞에 앉아 은은한 커피향이 물씬 풍기는 커피잔을 한 손에 들며 책을 읽던 그가 나의 얼굴을 보며 무슨 일이라며 보던 책을 책상 위에 덮어놓곤 자리에서 일어난다. 나는 그에게 로빈의 행동이 이상하다며, 아까 전에 서재를 나간 뒤로 로빈이 다시 들렸다 간 적이 있냐며 물었지만, 그는 그 이후로 서재에 오지 않았다며 미심쩍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 무슨 일이 있는거지? 그 여자라면, 너랑 같이 있지 않았나? 혹시 그 여자가 어디론가 사라진건가? "

  나는 그의 말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로빈은 지금 내 방에서 울고 있다며 그에게 말했고, 그는 의아한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 울다니? 너가 그 여자에게 무슨 심한 말이라도 한건가? "

  " 내가 그럴리가 없잖아. "

  " 그런가? 너도 여자한테는 상냥한 모양인가보군. 아까 전에 나한테는 그런 독설을 퍼부었으면서. "

  그는 가늘게 뜬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커피를 홀짝거리는 그는 반쯤 남은 커피잔을 책상 위에 올려두며, 무슨 일인지 천천히 내게 설명하라며 나에게 말했고, 나는 그에게 방금 전에 있었던 일들을 하나 하나씩 설명하며 그에게 말하였다. 혼자 방 안에 있던 나한테 할 말이 있다며 찾아온 로빈이 방에 들어오자 한동안 아무 말 없이 방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뭔가 입에 담기조차 힘들 정도로 나와의 대화를 망설이던 중, 끝내 내게 미안하단 말을 남기며 갑자기 눈물을 쏟아내며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나의 말에, 조용히 내 말을 경청하던 그의 얼굴이 갑자기 굳더니, 이내 나의 어깨를 붙들며 나를 벽으로 밀어붙인다.

  " 그 여자, 지금 어디에 있어? "

  " 너, 갑자기 이게 무슨 짓이야? "

  " 그 여자, 지금 어디에 있냐고!! "

  다급해보이는 그의 목소리에 할 말을 잃은 나는 그에게 로빈이 있는 곳을 알려주었고, 그는 내 말을 듣자마자 서둘러 서재 밖으로 뛰쳐나간다. 벽에 밀착된 나는 황당한 얼굴로 그가 사라진 문 쪽을 향해 시선을 두었다. 내 말을 가만히 듣던 녀석이 갑자기 로빈이 울고 있다는 말에 저렇게 화를 내며 로빈이 있는 곳으로 달려간걸 보면, 분명히 저 남자와 로빈 사이에 무슨 일이 있던 모양이다. 자기 말로는 서재에 온 적이 없다고 했는데, 사실은 이 서재에 왔던 모양이지. 감히 라이젤을 울린 것도 모잘라, 이젠 로빈까지 울린 그 녀석에 대한 화가 치밀어 오르던 그때. 어디선가 낯 익은 여성의 비명소리가 찢어질 듯 집 안을 가득 메운다.

  " 이. 이 목소린 …. "

  비명소리의 정체는 다름 아닌 로빈의 목소리였다. 방금 뛰쳐나간 그 남자가 로빈에게 무슨 짓이라도 한 것일까? 지금까지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로빈의 괴로우면서도 고통스러운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서재 문을 걷어차며 재빨리 로빈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 무슨 일이야? 대체 무슨 일이냐고! "

  문 밖에서 벌벌 떨고 있는 라이젤과 라이제르를 뒤로한 채, 나는 서둘러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 !! "

  내가 방으로 들어갔을 때, 그 남자의 손엔 굵고 기다란 각목이 들려 있었고, 그 각목에는 방금 묻은 빨간 선혈이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바로 아래로는 로빈이 거친 호흡을 내쉬며 쓰러져 있었고, 그 모습을 본 나는 한치의 망설임 없이 그 남자를 향해 달려갔다.

  " 이게 무슨 짓이야!! "

  분노의 일격이 담긴 주먹에 그 남자의 얼굴이 정통으로 닿았고, 그대로 그는 나가떨어지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나는 쓰러진 그를 향해 멈추지않고 달려가 그의 멱살을 붙잡고는 ' 로빈에게 무슨 짓을 한거야!! ' 라고 소리치며 그를 벽 쪽으로 밀어 붙였다. 그는 얼굴 군데 군데에 묻은 피를 닦으며 나를 노려봤고, 그 모습에 더욱 화가 들끓은 나는 그의 이마를 향해 박치기를 하며 그를 무릎 꿇게 만들었다. 거의 이성을 잃어버린 나는 쓰러진 그의 멱살을 다시금 붙잡으며 당장 이 상황에 대해 설명하라며 그에게 소리쳤고, 그는 초점 잃은 눈동자로 나를 쓰윽 쳐다보며 말했다.

  " 너, 대체 어떻게 생겨 먹은 놈이길래. 저 지경이 되도록 눈치를 못 챈거냐!! "

  " 그게 무슨 말이야 … ? 저 지경이라니, 저렇게 만든건 네 녀석이잖아!! "

  " 저 여자는 지금, 페니턴트에 걸렸단 말이다!!! "

  ' ! '

  " … 뭐? 너, 지금 무슨 말을 …. "

  그 남자는 나를 밀쳐내며 로빈이 지금 무슨 상탠지, 어떠한 상황에 처해져있는지 내게 소리쳤고, 나는 그의 입에서 나온 엄청난 파동을 불어일으킨 말에 잠시 멍한 표정으로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는 씩씩거리며 내게 달려와 나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고, 미처 피할 생각도 하지 못한 나는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지며, 멍청하게 그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한동안 아무 말 없이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로 앉아있던 나는 그를 쳐다보며 도저히 믿기 어려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 로빈이 … 병에 걸렸다고? 그것도 … 페니턴트라는 병에 … ?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그럴리 없어, 그럴리 없다고! 어떻게 로빈이 그 따위 병에 걸렸단 말이야? 방금 전까지 평상시와 똑같이 나와 이야기를 나눈 로빈이 갑자기 그 병에 걸렸다는게 말이 되? 그게 그렇게 쉽게 걸릴 병이냔 말이야!! "

  믿을 수 없었다. 믿기 어려웠다. 로빈이, 로빈이 그런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 믿을 가치도 없었다. 그럴리가 없었다. 로빈이 그런 병에 걸릴리가 없을거라 생각했다. 그 병은 사람들에게도 잘 알려지지않는 희귀병이잖아? 그런데 왜 그런 병에 로빈이 걸린건지, 왜 그 병에 걸린게 로빈인지 그에게 묻고 싶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않고, 오로지 나의 심장박동만이 크게 울려퍼지고, 내 옆에서 머리에 피를 흘리고 쓰러진 로빈을 보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P.s : 5화 ' 망각의 덫 ' 입니다. 앞으로 1~2화만 더 나오면 완결이 날 것 같네요.
  P.s2 : 기분이 우울하고, 뭔가를 해야할지 갈피를 못 잡을 때, 소설을 약간만 보면 기분이 차분해지고 정신이 말짱해지는 것 같네요. 비록, 제 소설을 보는 분은 구 뿌야에 비해서 극소수의 독자분들이 보긴 하지만, 그래도 쓰렵니다. 언젠가는 제 소설을 봐줄 그분들을 위해서라도 말이죠. 그럼 즐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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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탓하지마라.

시간을 흘려보낸건 나 자신이다.

시간은 주어진게 아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 우연히 나라는 존재가 있을 뿐이다.

그 시간의 흐름에 어떻게 따라가느냐의 내가 증명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증명해보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