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이야기

|  나는 작가가 될 테야! 글을 창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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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한 소녀가 나를 찾아왔다. 할 일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나이지만 이뢰뵈도 검술이라면 꽤나 뛰어난 사람. 그리고 찾아온 소녀.

 

  "거, 검술을 가르쳐주세요. 스승님!"

 

  지금 이 애가 뭐라고 했는가? 뭐? 검술?

 

  "꼬마 아가씨. 검술은 아무나 배우는게 아니야. 누군 놀면서 검술 배운줄 아나."

 

  "그, 그래도 검술을 배우고 싶습니다!"

 

  "나, 참 어이가 없어서. 네가 검술은 배워서 뭐하게? 산덩어리 만큼 큰 무라도 썰꺼야? 아니면 그걸로 벼라도 벨꺼야? 도대체 뭐에 쓰려는거야?"

 

  나의 물음에 한 그녀의 대답은 아직까지 내 머릿 속에서도 기억이 남았다.

 

  "복수하고 싶습니다!"

 

  "뭐? 푸하하하하하하! 네가? 네가? 복수를 한다고? 지금 날 놀리는거냐?"

 

  그녀의 얼굴이 급격하게 붉어진다. 아마도 장난으로 한 말은 아닌 것 같았다.

 

  "미안하지만 네가 복수를 하든 뭘하든 난 상관없어. 물론 난 너에게 검술을 가르쳐줄 생각도 없고."

 

  "하지만, 하지만."

 

  "거기까지. 난 자야하니까 어서 나가."

 

  "가, 같이 자겠습니다!"

 

  나는 급격하게 놀라 사레가 들려 컥컥거렸다. 그녀는 영문을 모른 체 나에게 안쓰러운 눈빛을 보내었다. 이녀석 도대체 뭐하는 녀석이야? 뭐? 잠을 잔다고? 그것도 같이?
  내가 겨우 마음을 추스리고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

 

  "썩 안나가! 난 여자라고 안봐줘! 그리고 어리다고는 더더욱 봐줄 마음 없으니까 썩 나가!"

 

  나는 꾸역꾸역 그녀를 밖으로 밀어내었다. 그리고 문을 닫았다. 밖에서는 쾅쾅거리는 소리와 함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스승님! 스승님! 제발 검술을 가르쳐 주세요! 복수를 하게 해주세요!"

 

  정말 아침부터 어이없는 시작이었다.

 

 

 

  나는 껄끄러운 아침을 먹고나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잠시 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 모습에 흐뭇하게 웃었다.

 

  "그런 이상한 꼬마녀석은 이제 없겠지? 그럼 이만."

 

  싱글벙글 웃으며 한쪽에 세워든 검을 집어들었다. 일반적인 세이버 형태의 검.

 

  "뭐, 아무리 지금이 철지난 기사시대라지만 이것도 나름 재미란 말씀."

 

  흐뭇하게 그 검을 허리에 차고는 밖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터져나오는 비명.

 

  "크아아아악! 너 뭐야 도대체! 왜 남의 집 앞에서 이렇게 앉아있는건데!"

 

  "아? 스승님?"

 

  "누가 니 스승야? 어서 썩 안꺼져!?"

 

  "스~으스응니이이이임!"

 

  "뭐, 뭐야! 나 여성알레르기있단 말이야!"

 

  내가 급조했지만 정말 이상한 알레르기이군. 하지만 이대로 가다간 정말로 생길 것 같았다.

 

  "어머. 저를 여자라고 생각하시는군요? 응큼하셔라."

 

  "이, 이!"

 

  어린게 못하는 말이 없다. 정말 요즘 애들은 무서운 구석이 있다.

 

  "그, 그건 그렇고 어서 가지 못해? 내 검집에 머리를 박혀서 혹이 나봐야 정신차릴래?"

 

  "네!"

 

  뭐, 뭐야 이 전개는?

 

  "저, 정말 때릴꺼야?"

 

  "네."

 

  "저, 정말이라니까? 난 한번 한 말은 다시 주워담지 않는 성격이야."

 

  "네. 저도 좋아요."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르겠다. 저도 모르게 한쪽 눈이 움찔거렸다. 왜 갑자기 나에게 이런 황당한 일이 일어나는거지? 그나저나 이 꼬마 이름은 뭐지?

 

  "그나저나 꼬마야 네 이름은 뭐니?"

 

  "저 꼬마 아니거든요! 이뢰뵈도 14살이고 레나라는 예쁜 이름을 가지고 있다고요!"

 

  "예예. 꼬마 아가씨."

 

  "꼬마 아니라니까!"

 

  "예예. 꼬마씨. 이제 됬지? 번복하지마."

 

  "쳇."

 

  아침엔 너무 갑자기 들이닥쳐서 당황했지만 이제보니 이 꼬마, 아니 이 아가씨 꽤 귀여운 구석이 있었다. 아아, 그래 내가 졌다.

 

  "아아, 내가 졌어."

 

  "우와! 그럼 검술 가르쳐 주실꺼에요?"

 

  "아니."

 

  "에이, 뭐에요."

 

  "대신."

 

  "대신?"

 

  "네 놀이에 참가해주는 걸로 대신하지."

 

  "네에에에에에!?"

 

  "뭐야? 싫어?"

 

  비록 내가 여자는 아니지만 사내 녀석들이 검술 배우고 싶다고 졸졸 따라다닐때 꽤나 그녀석들을 굴복 시킨 일이 많았지. 이번도 다르지 않겠지?
  그녀는 꽤나 당황한 눈치인 듯 싶다.

 

  "조, 좋아요."

 

  "이걸로 끝. 이제 집에 가."

 

  "사랑하는 스승님 하룻밤만 재워주세요. 당신의 따스한 품에서 잠들고 싶어요."

 

  "무, 무,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예? 이거 아니에요?"

 

  "절대 아니야!"

 

  요즘 애들은 도대체 뭘 보면서 자라길래 저런 소리를 하는건데!
  절로 한 숨이 몰려온다. 약간의 어지러움 때문에 이마를 짚고 싶어졌다.

 

  "그래. 아까 말은 취소다. 미안하다. 넌 분명 아가씨야. 확실해. 분명하다고. 그러니까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여기서 널 재울 수 없다!"

 

  "에에? 왜요? 설마 밤에?"

 

  "바, 바, 바, 밤에 뭐, 뭐!"

 

  뭐, 뭐야? 도대체 뭘 보고 배웠길래 그런 생각까……?

 

  "혼자 뭐 맛있는거 드시려고 그러시죠! 나빠요!"

 

  "아……?"

 

  헛웃음이 절로 나온다. 역시 애는 애답다라는 생각이 절로 난다.

 

  "아니, 전혀 그렇지 않아. 밤에는 잘뿐 아무 것도 하지 않아."

 

  "그러면 같이 자는거에요."

 

  "어째서 결론이 그 쪽으로 나는거야!"

 

  그녀는 정말로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나 사실 어린 아이들이 무척 싫다. 정말 싫다. 이 아이를 보면서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 정말로 아이들이 싫다.

 

  "그만해. 정말로 이제. 현기증 날 것 같아. 그만 돌아가. 이게 마지막이야."

 

  나는 나직하지만 충분히 화났다는 것을 담아 말했다. 그 말에 움찔하는 소녀. 그러나 고개를 젓고는 다시 힘차게 혼자서 "파이팅!"이라고 외치고서는 다시 나에게 말을 걸었다.
  파이팅은 무슨 놈의 파이팅이냐고.

 

  "소녀. 오늘 밤 오라버님에게 저의 모든 것을 바치겠어요."

 

  "?!"

 

  "처음이니까 아프지 않게 해주세요."

 

  이런 말이 나오게 되면 이제는 화나기보다는 무서워지는게 사람이다. 요즘 아이들이 무서워지기 시작한다. 도대체 무엇을 보았길래 저러는거지? 마치 삼류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대사잖아!

 

  "누가 그런거 받을까보냐!"

 

  "이것도 아니에요?"

 

  "전혀 아니야!"

 

  나는 그 소녀를 마치 대낯에 나타난 흡혈귀마냥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라지만 흡혈귀를 본적이 없다. 사실 그 존재여부조차도 확실치 않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 녀석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대답하고 있잖아?!

 

  "에, 그러니까 그런 말은 처음 보는 사람한테 하는게 아니야, 랄까 두번 봤든 세번 봤든 해서는 안된단 말이야!"

 

  "왜요?"

 

  역시 오늘은 무슨 날인가보다. 자주 웃어버리기 되니까 말이다.

 

  "자신은 소중하니까. 그 몸을 함부로 대해서는 안 돼. 소중하게."

 

  "예!"

 

  정말로 알아들은 건가?

 

  "그럼 이런건가요?"

 

  그녀는 갑자기 자신의 치마를 들어 일명 자(自) 아이스께끼를 선보였다. 결과는 내가 이마를 짚고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는 것이였다.

  처음부터 이해조차 안하고 있었어!

 

  "하아, 그래서 아까 하던 이야기 하지. 복수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저, 저기 부끄러워서 말 못하겠는데요."

 

  "하? 무슨 소리야 그게?"

 

  "사, 사실."

 

  "사실?"

 

  "저의 순결을 뺏겼어요."

 

  "랄까 그 자식들 어디 있어! 내 당장 그 놈들의 목을 썰어서 오늘 저녁 반찬으로 먹어버릴테니까!"

 

  요즘 아이들도 무섭지만 요즘 어른들도 무섭다. 아무리 그래도 이 어린 아이의 순결을 뺏다니, 라지만 이 아이에게 그 순결이란 의미는 도대체 무엇일까?

 

  "제가 먹고 있던 빵을 빼았겼어요."

 

  "그건 순결이 아니잖아!"

 

  "아니에요. 분명 빵 이름이 순결이였어요."

 

  "그런 빵 이름은 듣도보도 못했어! 빵 이름이 불순하잖아!"

 

  라지만 도대체 어디서 순결이란 단어가 불순하다는 것으로 변질되어 버린거지?

 

  "이제 정말 그만. 너의 그 장난 같은 말에 더이상 대꾸하다보면 내가 미쳐버릴 것 같아."

 

  "에에, 하지만 같이 자고 싶다는 건 진심이였는데."

 

  "같이 잔다는 의미를 알고서 말하는 거냐!"

 

  "같은 침대에서, 같은 이불을 덮고,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그리고 사랑을 속삭이는거죠."

 

  "정, 정확해. 하지만 무언가 이상해!"

 

  절로 한숨이 쉬어지는 한 여름 날의 아침이였다, 라지만 이 꼬마와 대화를 하다보니 점심시간이 다와갔다. 도대체 어떤 대화를 했길래 이렇게 많은 시간이 흘러버린거지?

 

  "꼬마야. 이제 그만 나도 일해야하고 집에 돌아가렴."

 

  "아아, 알겠어요. 이제 그만 돌아갈께요."

 

  "집이 있었다는거냐!"

 

  "에? 당현하죠. 아저씨 바보 같아요."

 

  "존칭조차 바뀌어 있어!"

 

  "당현하죠."

 

  그녀는 귀엽게 웃으며 뒤로 돌았다. 그리고 총총걸음으로 어디론가 걸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그 모습을 어이없게 쳐다보았다. 그렇다. 난 정말로 아이가 싫다. 정말로 저 아이를 보면 모든 세상의 아이들이 싫다. 나는 피식 웃으며 혼잣말로 말했다.

 

  "뭐, 저런 아이가 내 자식이라면 키울 맛이 나겠는 걸. 더이상 이 마을에 정 붙이긴 싫으니 이제 그만 떠날까?"

 

  뭐, 이뢰뵈도 난 떠돌이 기사. 한 곳에 오랫동안 정착해서 사는게 더없이 몸이 근질거리는 사람이다.

 

  "저 아이에게 인사라도 하는게 좋을까? 뭐, 어차피 헤어질 사이인데."

 

  뭐, 정정하겠다. 난 아이가 싫다. 세상 모든 아이들이 싫다. 단지 저 아이만 빼고 말이다.

 

  "레이디에게 슬픔을 안기는 기사는 없는 법. 혼자서 떠나볼까나?"

 

  언제라도 떠날 수 있게 끔 준비해두었던 배낭을 맨다. 뭐, 갑작스럽게 떠나는게 좀 어이없을지는 몰라도 가고 싶다면 가는 것이겠지?

 

  "언젠간 이 마을에도 다시 들리겠지. 내가 떠난 후 이 집이 남아있다면 말이지만."

 

  아무런 준비 없이 오직 배낭하나만을 메고서 나는 마을 밖을 향해 걸어간다. 갑작스러운 여행길. 그리고 생기려하는 마을에 대한 정.
  난 그 모든 것을 뿌리치고서 이 마을을 벗어나가고 있었다.

 

  "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아마도 그때 쯤이면 아주 멋진 숙녀가 되어 있겠지?"

 

  피식피식 웃음이 나온다. 그 말괄량이 아이가 숙녀가 된다니 뭔가 웃긴 기분이 든다.

 

  "뭐, 그때가 되면 나도 정말 다 늙어빠진 아저씨가 되어 있겠지만,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레나."

 

  아마도 그 날의 꿈 속에선 환하게 웃고 있는 레나의 웃음이 떠오를 것 같다.

 

 

p.s 사실 남자가 로리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