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니클 어비스 3

by 아인 posted Feb 18,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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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ist in the dark ocean of life the faint 

[ 어둠 속 존재하는 희미한 생명의 바다 ]

- 태풍과 폭풍의 경계선 -

No.3



  여느때처럼 아침을 맞이하고, 자신의 일을 찾아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는 반 면에. 방학을 맞이하여 새로운 학기를 맞이하기 위해 꿈틀거리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다. 그 중 하나가 나였고. 그 중 하나는 나의 아빠였다.
  언제나 나에게 해양탐사를 하는 일에 대한 참견을 받으면서까지, ' 나는 이 일이 좋다, 너도 언젠가는 이해해주길 바란다. ' 란 말만 되풀이하던 아빠를 이해할 수 없었다. 솔직히 나는 해양탐사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그저 바닷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기록한다는 것 밖에.
  처음부터 해양탐사를 반대하지는 않았다. 처음에 아빠께서 싱싱한 해산물을 잔뜩 사가지고 들어왔을때만 해도, 아빠가 쭉 해양탐사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했다. 그때는 샴기르에선 먹기 힘든 해산물들을 먹을 수 있다는 충족함 때문이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츰 시간이 지날 수록 아빠가 집에 오는 시간도 줄어들고, 일이 많아서 나와 놀아줄 시간조차 없자. 나는 그때부터 아빠가 해양탐사를 하는거에 대해 안 좋은 인식을 했을 수도 있다. 어린 마음에 일이 나와 아빠를 빼앗아갔다고 해야하나. 그렇게 즐겁게 놀던 아빠와 나를 일이 가로막아버린 후론.
  별 이유 없이 아빠가 해양탐사를 하는 일에 대해 안 좋은 인식을 해버렸고. 그렇게 먹고 싶어했던 해산물들도 자츰 먹지 않은 것도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나와 놀아줄 시간이 없고, 집에 뜸하게 온다는 것 말고, 다른 이유도 있었던 것 같다.
  많지는 않은 것 같은데, 그래도 멍하니 있다가 한 번 쯤은 많은 생각이 난다. 그 중에서도 제일 내가 심각하게 생각하는거. 혹시 사고라도 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이런 말을 엄마한테 가끔 말한 적 있는데. 그럴때마다 엄마는 쓰잘데기 없는 말하지 말고, 밖에 나가서 놀라며 꾸중하셨고. 이 말을 옆에서 듣고 계시던 아빠는 웃으시면서.

  " 우리 아들 때문이라도, 아빠가 다치면 큰일나지. 걱정마라, 아빠는 누구보다도 강하니깐! "

  하면서 말이다.
  아빠는 그 말로 나를 안심시키려고 하셨지만, 그 말을 들은 후론. 나는 더 아빠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그 말을 들은 후부터는 밖으로 나가는 일이 뜸해졌다. 혹시 아빠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고 전화가 오면 어떡하나, 혹시 엄마가 이 말을 듣고 쓰러지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 때문이였을지도. 하지만, 자츰 시간이 지나자 그 걱정도 사라지는 것 같아, 이젠 괜찮겠지하고 밖으로 나가서 애들하고 놀지만. 그닥 재미를 느끼질 못했다. 너무 오랜시간동안 집에서 혼자 놀아서 그런지. 이젠 같이 노는게 재미 없다고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그때부턴 밖에 나가는 횟수는 적어지고, 집에서 꿈틀거리는 시간으로만 보냈다. 하지만, 유일하게 내가 밖으로 나가는 일은 등교할때 뿐. 하교를 하면 곧바로 집으로 들어가 침대에 몸을 숨겼다. 그런 모습을 보며 엄마는 ' 나가서 놀아 ' 라는 말씀을 하셨지만. 나는 나가고 싶지도 않고 놀고 싶지도 않다고 대충 얼버무리고 잠에 들기만 했다.
  그리고 그렇게 대충 대충 하루는 살다, 방학을 맞이해. 내가 꿈틀거리는 시간은 더 많아졌고. 그 모습을 보던 엄마는 한 숨만 푹푹 내쉬면서. 마리너스에 가서 갓 잡아올린 쿠아를 한달 식비로. 아, 생각나면 안되는 생각을 또 해버렸네. 
  아무튼, 그 날 이후론 아빠가 해양탐사에서 일하는건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그래도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는데. 결국, 일이 벌어지고 만건가.
  지금 내 앞에 누워계시는 아빠는, 눈만 껌뻑 껌뻑하시면서 호흡만 간신히 하신다. 이 모습을 보는 나는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랐다. 이래서 내가 해양탐사를 하지 말라는 이유 중 하나였는데 말이다.

  " 나틸로스의 촉수에 찔린 모양이야, 이 친구, 그렇게 조심하라고 경고 했건만. "

  " 허, 그 사람. 참. 그게 조심하라고 조심해질 일인가? 나틸로스의 촉수는 아무도 짐작할 수 없어서, 멍때리는 순간 아! 하면 찔리는걸 어떡하라는 말인가. "

  " 아무튼, 우시모네의 잎으로 일단 응급처치부터 해야하는데. 도통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구만. "

  심각한 대화가 쓰러진 아빠 앞에서 이어진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나는 도통 무슨 말을 해야 아빠에게 도움이 될지 몰랐고. 이렇게 맥 없이 쓰러진 아빠의 모습이 처음이라 충격도 심하게 받았다.

  " 어이, 자네. 파필로온의 아들이라면서? 그러면 부탁 하나만 하지. "

  그 중 한 명 중 인상이 궂은 아저씨가 나한테 다가오면서 말씀하신다.

  " 쟈쟈 마을에 가서 ' 르 ' 라는 사람을 만나서, 이 치료약 좀 받아와줌세. 우시모네의 잎으론 도저히 응급처치가 안되니 빨리 갖다와줘. 자네 아빠의 목숨이 달렸네. 어서! "

  강제로 종이를 건네받고 밖으로 나온 나는, 어이 없는 표정을 지었다. 물론, 아빠를 살리기 위해선 뭔들 못하느냐만, 너무 강제적이지 않나. 아무튼 시간이 없는건 확실하니. 빨리 쟈쟈 마을로 가야겠다. 그런데. 쟈쟈 마을로 가려면 통행증이 필요할텐데. 내가 지금 가진 돈이 없는데. 아, 그리고보니 피유가 여기에 살았지.

  " 어, 형 빨리도 왔네. 그런데 어쩌지. 오늘 해산물 축제는 못 열 것 같은데. 아주머니도 같이 왔어? "

  저 멀리서 피유로 보이는 한 남자가 나에게 손을 흔들며 걸어온다. 자세히 보니 피유가 맞는 것 같다. 나는 냅다 피유에게 뛰어갔고, 내가 뛰어가자 피유는 무슨 일인가하며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 무슨 일 있어, 형? "

  " 너 돈 좀 있어? "

  " 에? 왜, 무슨 일인데? "

  " 내가, 지금 급히 쟈쟈 마을로 가야하거든? 그런데 통행증이 필요한데, 돈이 없지 뭐야. 200st만 빌려줄래? "

  " 쟈쟈 마을엔 왜? 무슨 일 있어? "

  " 나중에 설명해줄테니깐, 있으면 좀 줘봐. 얼른! "

  다급한 내 목소리에 얼떨결에 피유는 내게 200st를 건네준다.

  " 고마워. "

  " 도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 알려주면 안되? "

  아나, 저런 씨.

  피유의 물음을 무시한 채, 나는 곧장 버스 정류장을 향해 달려갔다. 다행히, 쿠오 마을로 가는 맘모스 버스는 방금 도착한 듯 보인다.
  나는 다행스러운 표정으로 맘모스 버스를 붙잡았고, 맘모스 버스의 신호와 함께 쿠오 마을로 향했다. 

  
  〃 빠아아옹 - ( 놔, 이 쉐끼야 ) 〃

  쿠오 마을에 도착한 나는 늦을세랴, 쿠오 마을로 들어갔다. 들어간 후 맨 처음 달려간 곳은 통행증을 파는 상인이 있는 곳.

  " 어서오세요. 뭘 드릴깝쇼? "

  파는건 통행증 밖에 없는 통행증 상인이 물었다. .

  " 통행증 한 장이요. "

  " 네, 여깄습니다. 좋은 여행 되십시요. "

  200st와 맞바꾼 통행증을 들고, 해저터널로 향했다. 어릴때 이후로 처음으로 혼자와본 해저터널의 공기가 왠지 쌀쌀하다.

  
  푸르른 동굴을 건너서 도착한 이곳 쟈루섬. 오랜만에 와서 그런지 녹색 배경의 나무들이 내 시력을 복구해주는 듯한 느낌이 든다.
  아무튼, ' 르 ' 라는 사람을 찾아서, 해독약을 받아오면 된다는건가. 아빠가 그때까지 잘 참아주셨으면 좋겠는데.
  쟈루섬의 붉은 길을 쫓아가다보면 쟈쟈 마을이 나오겠지. 하며 걷기를 시작했다. 그래도, 여기부터 거기까지는 좀 시간이 걸리니, 타무타무 마을에 가서 버스 타고 가는게 더 빠르려나, 하지만, 타무타무 마을까지 가는 시간도 꽤 걸릴텐데. 그냥 이 길만 따라서 가는 수 밖에 없겠군.
  그리고보니 토리케라를 거기에 두고 와버렸네. 나 원, 아무리 급하다곤 했지만, 데려올걸 그랬나. 아니다. 걔가 같이 있으면 짐만 더 늘어 시간이 지체될테니. 차라리 혼자인 편이 나을 수도.

  ' 부시럭 '

  쟈쟈 마을로 향하던 중, 어디선가 물체의 움직임이 들린다. 길을 걷던 중 나는 잠시 멈춰서 주위를 둘러본 후, 아무런 이상이 없자 다시 길을 걸었다.

  ' 부시럭 '

  부시럭대는 소리가 다시 들리자, 나는 다시 중간에 멈춰서 주위를 둘러보지만, 보이는건 빽빽하게 둘러싼 나무들 뿐. 몸이 허해졌나하는 착각을 할 찰나, 어디선가 움직임이 포착됬다.

  〃 갸릉 - ( 아, 존'나 아파. ) 〃

  토리케라?

  " 너. "

  마리너스에 두고 온 토리케라가 내 눈 앞에서 비틀거리며 다가온다.
  설마, 나를 따라 여기까지 온건가? 어떻해 여기까지 따라온거지, 처음 가는 길이라 헤매기도 많이 헤맸을텐데, 그나저나 다가오는 토리케라의 몸을 보자, 뭔가에 심히 긁힌 듯한 상처가 보인다, 상처부위에선 붉은 피가 뚝 뚝 흐르고 있었고, 기력마저 없어보인다.
  나는 쓰러질 듯 말 듯하는 토리케라를 품에 안고, 일단은 쟈쟈 마을로 가면 병원이 있을테니 거기서 치료를 받으면 된다는 생각에, 전속력으로 뛰기 시작했다. 쟈쟈 마을은 아직 코빼기도 보이진 않지만, 일단은 뛰고 봐야한다는 생각에 뛰고 있다. 품 안에서 가까스로 숨을 고르고 있는 토리케라를 보자,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도대체 나를 왜 따라온거지, 아무리 한 번 주인은 영원한 주인이라지만, 이건 너무 충성심이 높다. 토리케라가 원래 이렇게 충성심이 높은 동물이였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품 안에 토리케라를 안고 한 참을 달렸다. 강가에 있는 다리도 건넜고. 붉은 색 길이 사방에 있는 길도 지났다. 곧 있으면 쟈쟈 마을이 보일거다. 아니, 보여야한다. 내 품 안에 있는 토리케라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해독약을 갖고 있다는 ' 르 ' 라는 사람을 찾기 위해서라도, 마리너스에서 가까스로 호흡만 하는 아빠의 모습이 나타나려고하는 순간, 어디선가 낯 익은 맘모스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 빠앙 - ( 꽉 잡아, 이 쉐끼야. ) 〃

  맘모스 버스로 추정되는 한 맘모스가 내 옆을 치고 달려간다, 맘모스가 출발한 장소를 보니, 쟈쟈 마을로 추정되는 마을 하나가 보인다. 드디어 도착한건가, 꽤나 먼 거리에 위치한 마을이군.
  내가 쟈쟈 마을을 찾아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동안에도, 토리케라는 힘겨운 숨을 내쉬며 품 안에 있지만, 그 호흡마저 조금씩 늦춰지는게 느껴진다.

  " 조금만 참아, 조금만 참으면 살려줄테니깐! "

  젖 먹던 힘까지 쫘내어 쟈쟈 마을로 들어갔다. 들어가는 순간, 나무뿌리에 다리가 걸린 나는, 그대로 앞으로 덤블링을 하며 쓰러졌다. 내 품 안에 있던 토리케라 역시, 내가 쓰러지자 저 멀리 앞으로 날아갔고. 쿠당탕 -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코를 박고 쓰러졌다.
  가까스로 고개를 든 나는 코를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저 앞에 쓰러진 토리케라에게 다가가는 중, 왼 쪽 카운터에서 나를 노려보는 눈초리가 느껴져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쿠링으로 추정되는 페트와 한 남자가 나를 또렷한 눈망울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남자와 쿠링은 나를 한 참동안 쳐다보더니, 카운터를 빠져 나와 나에게로 걸어온다, 쿠링은 쓰러진 나를 쓰윽 한 번 훑어보더니 입을 연다. 

  〃 너, 뭐냐? 옷차림을 보나, 하는 행동을 보나. 이 근방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다른 섬에서 온거냐?〃

  페 , 페트가 말을?

  〃 이 자식이, 어른 말씀하시는데 대답을 안해? 이런 버르장머리 없는 놈을 봤나! 〃

  페트가 말을 한다, 그것도 쿠링이. 이 상황이 믿겨지지 않는 나는 멍하니 쿠링을 쳐다봤고. 대답도 안하고 자신을 노려보는 내가 기분 나빴는지 쿠링은 방방 뛰며 나를 향해 욕을 퍼붇는다. 그때, 쿠링 옆에 있던 남자가 나에게로 다가오더니, 쓰윽 나를 훑어본다.

  " 르 님에게 볼 일이 있어서 온건가? 무슨 부탁으로 여기까지 온거지? "

  그 남자는 나를 훑어보더니 입을 열었고, 내가 이곳에 온 이유까지 알고 있다. 도대체 이 남자와 저 쿠링의 정체는 뭐지? 
  멍하니 있던 나는 정신을 차리고, 앞에 서 있는 남자에게 ' 르 ' 라는 사람의 행방을 물었고, 그 남자는 옆에서 나를 향해 폭풍욕을 하는 쿠링을 가리킨다.

  " 에? "

  그 남자가 가리키는 손가락이 쿠링에게 있는걸 보고 나는 뭐를 뜻하는지 몰랐고, 남자는 다시 한 번 쿠링을 가리킨다. 설마.

  " 이 쿠링이, 르라는 분이라고요? "

  이 사람이 지금 장난치나.

  〃 아니, 이 자식이 어디서 어르신한테 반말이야! 확 그냥 대가리를 꺾어불라! 〃

  믿겨지지 않는 나는 남자를 쳐다봤지만, 남자는 말 없이 끄덕거리며, 옆에 쓰러진 토리케라를 들어올린다. 그러더니 옆에 있는 쿠링에게 반 쯤 허리를 숙이고 뭔가를 속닥거렸고, 화를 삭히지 못한 쿠링은 나에게.

  〃 일단은 이 녀석부터 치료하고 마저 이야기하자, 이 싸'가지 없는 놈. 〃

   쿠링은 씩씩거리며 남자를 따라 어디론가 향했고, 나는 멀뚱히 그들에 뒷모습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 뭘 멀뚱히 서 있어, 넌, 얘 보호자 아니더냐? 〃

  멀뚱히 서 있는 나를 보며 쿠링이 호통을 친다. 나는 쿠링의 말을 듣고, 남자와 쿠링에 뒤를 쫓아갔고. 한 참을 마을을 걷다보니 한 쪽에 자리 잡은 커다란 나무 위로 올라간다. 그들이 올라가는 모습을 보며 머뭇거리는 나를 또 다시 쿠링이 욕을 한 바가지 증정해주고나서야, 나무덩쿨을 잡고 위로 올라갔다.
  쿠링과 남자를 따라 올라간 나무 위에는, 잡다한 약초들이 줄을 이루며 선반 위에 올려져 있었고. 한 쪽에는 알 수 없는 글귀에 책들이 10권 정도 쌓아져 있었다. 나는 이게 무슨 풍경이냐하며 넋을 잃고 주위를 둘러봤고, 쿠링은 짧은 다리로 낡은 그루터기 옆으로 발걸음을 멈춘다. 

  〃 여기에 눕혀. 〃

  선반 옆 수납장에서 안경을 꺼내 쓴 쿠링은, 토리케라를 들고 있는 남자에게 그루터기 위에 토리케라를 눕히라고 지시했고, 남자는 어깨에 짊어진 토리케라를 조심히 그루터기 위에 올리자, 쿠링은 꽤나 심각한 표정으로 토리케라를 쳐다본다.

  〃 꽤나, 다쳤는걸. 이봐, 얘를 어떻해 했길래. 이 모양 이꼴이 된거야? 너 보호자 맞아? 〃

  깊은 상처를 보자, 쿠링이 말이 안나오는지 나를 쏘아보며 말한다.

  " 마리너스에 모르고 냅두고 왔는데, 나를 따라왔더라고. 보니깐 누군가한테 공격을 당한 것 같이 상처도 많고. 괜찮은거야? "

  내 물음에 쿠링은 한 참동안 토리케라의 몸을 보더니, 혀를 끌끌 찬다.

  〃 쯧쯧쯧 . . . 보호자가 이렇게 페트에게 관심이 없어서 원. 서러워서 살겠나 이거. 이빨자국을 보니깐 쟈그 녀석들 같은데. 조금만 더 물렸으면 장기가 파열했을거야. 죽었을거라고. 그래도, 다행히 장기까진 가진 않은 모양이군. 그렇다고 좋은 상태는 아니야. 알겠어? 죽지 않게 기도나 해둬. 죽으면 치우기도 귀찮으니깐. 〃

  궁시렁거리던 쿠링은 수납장에서 의료품으로 보이는 도구들을 진열하더니, 시술 준비한다며 한 쪽에 있던 커튼을 들고와 내 앞에서 커튼을 친다. 커튼을 치고나서 한 몇 분이 지났을까. 뭔가 달그락 달그락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자, 나는 왠지 모를 걱정이 든다. 잘 버틸 수 있을려나.
  쿠링이 한 참 시술을 하던 중, 옆에서 시술 현장을 보고 있던 남자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내가 있는 곳으로 다가온다. 

  " 왜 그러세요? "

  다가온 남자를 당황스러운 톤으로 물었지만, 남자는 대답이 없었고. 한 참동안 나를 쳐다보던 남자는 안쓰럽다는 표정을 짓더니, 말문을 연다.

  " 나틸로스의 촉수에 찔린 아빠에게 해독약을 먹이기 위해 여기까지 왔군. 꽤나, 효자인걸. 뭐, 자식이면 자식 된 도리인가. "

  이 사람 또 내 생각을 읽은건가? 도대체 이 남자는..

  〃 그 녀석,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병'신 중에 병'신이야. 뭐, 네가 여기까지 온 이유 중 해독약이 80%란걸 알았는데. 나틸로스라 . . . 꽤나 생소한 이름인걸. 그런 페트도 있었나? 〃

  한창 시술을 하던 쿠링은 나에게 말했다.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니..

  〃 휴, 다 끝났다. 꽤나 질긴 생명력인걸. 죽으면 부활의 정령으로 살려줄려고 했더니. 〃

  시술이 끝났다며 커튼을 치던 쿠링은, 피 묻은 손을 나무줄기에서 나오는 물로 씻으며말한다. 나는 수술이 끝났다는 말에 서둘러 토리케라한테 달려갔고. 그루터기 위에서 새근 새근 잠을 자고 있는 토리케라 배 한 쪽에 실이 밖혀 있는 모습을 보니, 불쌍한 생각이 든다. 아무리 페트라고 해도 아직 어린데말이다.

  〃 거, 다음부터는 페트 꼭 챙기라고. 괜히 팽개치고 다니다가 어디 다쳐서 돈 깨지지 말고. 〃

  안경을 벗고 수납장에 넣던 쿠링이 말한다. 의료품까지 다 정리하고나서야 그루터기 옆에 걸쳐 앉는다.

  〃 해독약을 얻으러 왔다고? 〃

  쿠링이 쓰윽 나를 쳐다보더니 말한다. 나는 쿠링의 말에 즉각반응했고, 해독약을 좀 줄 수 없냐고 말하자. 쿠링은 고민하는 듯한 표정으로 한동안 말이 없더니. 피식 웃으며 나를 쳐다본다.

  〃 나틸로스든 뭐든, 독은 독이니깐. 해독약이면 너네 아빠는 살릴 수 있을거야. 하지만, 지금 그 해독약을 만들 재료가 없어서 말이지. 네가 구해준다면 만들어줄 수는 있지. 하지만, 그 전에! 생크림 듬뿍 발라진 딸기 케이크를 구해준다면. 해독약을 만들어주지. 〃

  " 에? "

  쿠링의 말에 어이가 없어 웃음이 다 나온다. 이 시급한 상황에 케이크를 달라고? 이 쿠링이 미쳤나.

  〃 뭐야, 그 표정. 꼭 내 흉보는 얼굴인데? 싫어? 싫으면 관둬 임마. 나도 그렇게 한가한 쿠링이 아니라고. 〃

  그루터기에 걸쳐 앉아 있던 쿠링은, 내가 승낙을 하지 않는 표정이자, 기분이 상한 듯 몸을 틀어 나와의 단절을 선포하는 듯히 화를 낸다. 나 원, 뭔 놈에 쿠링이 저 모양인지. 어이가 없어서 콧방귀가 절로나오던 나에게 남자가 말한다.

  " 너가 할까 말까 고민하는 동안에도, 너는 너의 아빠의 생명을 소비하고 있다는걸 알아둬라. "

  !

  " 네가 아무리 말이 안되는 부탁에 어이가 없다는건 안다. 하지만, 지금 너는 아빠의 목숨을 살리고 싶지 않나? 그렇다면, 아무리 어이가 없는 부탁이라도 들어줘서 빠른 시일내에 해독약을 가져가는게 좋지 않은가? "

  남자의 말을 들은 나는, 머릿 속이 텅 빈 것 같은 느낌에 휩싸였다. 생각해보니, 내가 찬 밥 더운 밥 가릴 처지가 아니라는 사실까지 망각해버린 모양이다. 

  " 알았어, 만들어줄께. 만들어주면 될거 아니야? 하지만 그 전에! 한 가지 부탁이 있어. "

  어쩔 수 없이 승낙을 내리고 말았다. 홱 돌아 앉아 있던 쿠링은 내가 케이크를 만들어준다는 말에 기분이 풀린 듯 다시 돌아앉았고. 한 가지 조건이 있다는 나에게 묻는다.

  〃 뭔데? 뭔지 한 번 들어보자. 〃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다듬고, 쿠링에게 말했다.

  " 내가, 케이크를 만드는 동안. 조금이라도 그 해독약을 만들 수 있는 재료를 모아줘. 너도 한시가 급하다는걸 알잖아? 내가 케이크를 만드는 동안 기달리는 시간만 해도… "

  내 조건을 듣던 쿠링은, 어이가 없는 듯 표정을 짓더니 이내 정색을 하며.

  〃 아니, 이런 이기적인 새'끼를 다 봤나, 어디서 흥정을 하고 지'랄이야? 해독약 받기 싫으면 꺼지던가. 네 아빠가 죽든 말든 내가 무슨 상관이야. 꺼'져, 나 잘거야. 〃

  아니 저런 씨…

  내 조건을 듣자마자 본능적으로 반응하더니, 다시 몸을 홱 돌린 채 앉는다. 아니, 이딴 녀석이 다 있어? 라는 생각으로 쿠링을 노려보는 나에게 남자는 귓속말로 속닥거렸다.

  " 내가 대신해서, 너가 케이크를 만드는 동안 재료를 모아보도록하지. 하지만, 나도 부탁이 하나 있다. 나도, 케이크 하나만 만들어다주라. "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라는 이 말 이였나.

  " 알았어요. 만들어줄게요. "

  나는 남자에게 OK승낙을 했고, 남자는 기분이 좋은 듯 표정을 짓는다.

  " 정말? "

  어지간히 기분이 좋은가보다. 그런데, 왠지 남자가 나를 쳐다보는 눈빛이 뭐랄까. 갈구하는 눈빛이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절실히 바라는 눈빛이다.

  " 그럼, 나는 해독약 재료를 구하러 갈테니, 너도 열정적으로 맛있는 케이크를 만들어줘. 그럼 "

  남자는 나무덩쿨을 잡고 밑으로 내려갔고, 남자가 내려간 후, 나 역시 덩쿨을 잡고 밑으로 내려갔다. 그리곤 곧바로 편의점으로 달려가 케이크의 재료인 물, 도토리,달걀 ,딸기, 설탕을 찾아 이곳 저곳을 누벼 겨우 케이크의 재료를 모은 후, 편의점을 빠져 나와 펫상점으로 향했다.

  " 무슨 일로 찾아오셨죠? "

  펫상점에 들어가자 꽤 아리따운 여신 한 분이 눈웃음을 지으며, 나에게 인사를 한다. 나는 그 분에게 요리를 배운 페트를 빌려달라고하자, 여자는 당황스러운 모습이 보인다.

  " 네? 아, 죄송하지만 손님. 이곳은 페트의 기술을 가르칠 수 있고. 또는 페트를 맡기거나 팔 수만 있는 곳입니다. 페트를 빌릴 수는 없습니다. "

  하긴, 페트를 빌려주진 않겠지. 나는 애절복걸하며 여자에게 페트 좀 빌려달라고 말했고, 한 참동안 내 설득에 가까스로 여자는 알았다며 내 재료를 가지고 안으로 들어갔다.
  한 참동안 케이크가 만들지는걸 기다리는 겸, 펫상점 주위를 둘러봤다. 역시, 펫상점이라서 그런지 펫들이 지나간 흔적까지 보존해놓는걸보니, 펫상점이 이름만 펫상점이 아니라는 생각에 빠진다.

  " 오래 기다리셨어요, 여기 부탁드린 케이크요. "

  안에서 케이크를 만들어 논 여자는 방긋 웃으며 케이크 2개를 건네줬고, 나는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서둘러 남자와 쿠링이 있는 나무로 향해 달려갔다.

   
  " 여기, 부탁한 케이크요. "

  갓 만든 따끈 따끈한 케이크를 받아든 남자는 얼굴 가득 웃음꽃이 피었고, 건네 받은 케이크를 누가 뺏어먹을세랴 우걱 우걱 입 안에 쑤셔 넣는다. 케이크를 맛있게 시식하는 남자를 그루터기에 몸을 돌려 앉던 쿠링이 힐끗 힐끗 쳐다본다. 그런 쿠링을 나는 피식 웃으며 쿠링 옆으로 다가갔고. 내가 다가가자 쿠링은 고개를 돌리고 케이크에 관심이 없는 척한다.

  " 관심 없는 척 하지마, 얼른 받아. "

  케이크를 뻗은 손을 보자, 쿠링은 다시 가져갈까봐 빠르게 캐치해갔고, 케이크를 건네준 나를 보며 ' 꽤나, 괜찮은 녀석이군. ' 하며 손에 든 케이크를 야금 야금 먹는다.

  " 크으, 잘 먹었다. 역시 케이크는 방금 만든 케이크라니깐. "

  케이크를 물처럼 마셔버린 남자가 해독약의 재료로 보이는 약초들을 한 아름 들고 그루터기 위에 올려놓는다. 

  " 이게, 다 해독약에 쓰여질 재료들이야? "

  너무 많은 약초에 눈이 휘둥그레질 찰나, 케이크를 맛있게 먹던 쿠링은, 남자가 갖고 온 약초들을 하나 하나 훑어보더니, 이내 생크림이 묻은 입으로 말한다.

  〃 이 정도면 죽기 직전에 써도 다시 살아나겠는걸. 그나저나, 왜 이렇게 많이 갖고 온거야? 해독약엔 이렇게 많은 약초는 필요 없다고. 〃

  남자를 노려보던 쿠링은 그루터기 위에 올려진 약초들을 하나 하나 선별해나갔고, 그루터기 옆에 떨어진 약초들은 금세 수북히 쌓여서 산을 만들 기세로 뻣어간다.

  〃 이거만 있으면 충분해. 리린, 여기 있는 약초들 도로 심어놔. 내가 이따가 확인하러 갈테니깐, 괜히 일 두 번하는 일 없도록 해라. 〃

  그루터기 옆에 한 아름 놓여져있던 약초를 남자는 품에 안고, 덩쿨을 타고 밑으로 내려간다. 한 껏 무거운 어깨를 보니, 왠지 불쌍하다.

  선별해놓은 약초를 손에 들고, 해독약을 만들 태세에 돌입하려던 쿠링은 쓰윽 나를 쳐다보더니.

  〃 너는 이만 마리너스로 돌아가.〃

  ?

  " 어? "

  〃 집에 가라고 임마, 해독약이 그리 빨리 만들어지는 줄 아나, 그리고 해독약을 만들어 놓는다고 해도. 해독약을 사용하려면 1시간 정도 걸리니깐. 1시간 후에 택배로 보내줄테니깐 주소 적어놓고 가. 〃

  신경질적인 말투로 말을 하던 쿠링은, 선반 위에서 펜과 종이를 꺼내 내게 건네준다. 하는 수 없이 펜을 들어 종이에 ' 사이너스시 마리너스주 마이너스 마을, 받는 이 : 이스리온 더 바벨 ' 이라 적고, 적은 종이와 펜을 쿠링에게 건네주었다.

  " 언제쯤 받을 수 있지? 지금 한시가 급해서 그런데 지금 가져가서 사용하면 안되는거야? "

  〃 참는 자에게 복이 오는거다, 이놈아. 1시간 숙성 안된 해독약을 사용했다간 네 아빠는 죽어. 그러니깐 땡깡 부리지 말고 집에 돌아가 〃

  이거 원. 무슨 해독약이 숙성 기간까지 따지는거야. 무슨 묵은지도 아니고.

  그러는 와중에도 남자는 덩쿨을 타고 위로 올라왔고, 그런 남자를 보며 쿠링은 약초는 다 심었냐고 묻는다. 남자는 다 심었다고 했고 인증샷까지 찍어와 쿠링에게 보여주자. 쿠링은 만족스러운 표정이다. 
  본격적으로 해독약을 만들려는 손놀림인 쿠링은 나를 쳐다보더니, 왜 아직도 안 갔냐고 호통을 친다. 그런 쿠링을 보며 ' 택배로 보내면 성가시니깐 내가 여기서 기다리고 받아갈게 ' 라고 말하는 나를 보며 쿠링이 골이 아픈 듯 머리를 만지더니, 한 쪽에 있던 남자를 보며 말한다. 

  〃 리린, 마리너스로 가는 깃털 있지? 있으면 저 녀석한테 줘. 옆에서 계속 쫑알쫑알거리는게 해독약 만들기 전에 내가 고혈압으로 쓰러지게 될 판이야. 〃

  오만상을 쓰며 말하는 쿠링의 말에, 남자는 선반으로 다가가 한 참을 뒤적거리더니, 황토색 비슷한 색의 깃털 하나를 꺼내 들더니. 이내 내 앞으로 걸어와 깃털을 건네준다.

  " 자. "

  " 이게, 뭐죠? "

  " 마리너스로 이동시켜주는 깃털이야. 그걸 가지고 바닥에 내리치면, 눈 깜빡할 세에 마리너스에 와 있을걸, 자. 받아. "

  깃털을 건네 받은 나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발걸음을 돌렸고. 내가 덩쿨을 타고 내려가려고하자, 약초를 빻고 있는 쿠링이 째려본다.

  〃 이놈이, 나한테는 감사하단 인사 안하냐?〃

  " 고마워. "

  〃 버르장머리 없기는, 얌마. 가기 전에 이거 들고 가. 〃

  약초를 뒤적거리던 쿠링은 뭔가를 찾은 듯, 약초를 뽑아들었고, 뽑아든 약초를 내게 던진다. 던져진 약초를 잡은 나는 이게 무슨 약초니하는 표정으로 쿠링을 바라봤다.

  〃 그걸 갈아서 먹여, 잠시나마 고통을 잊을 수 있으니깐. 아마, 해독약이 도착할때까지도 괜찮을거다. 알았으면 이만 가봐. 〃

  피식 웃으며 쿠링이 말한다. 나는 쿠링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고, 쿠링은 이제야 버르장머리가 있다며 웃으며 빨리 가라고 재촉한다. 나는 건네 받은 깃털을 바닥을 향해 내리쳤고. 깃털을 내리치는 순간, 알 수 없는 하얀 빛깔이 뿜어져 나오더니, 이내 나를 집어 삼킨다. 빛에 휩싸인 나는 한 참동안 발버둥을 쳐서 빠져나가려고했지만 빠져나갈 수 없었고, 도리어 몸에 기운이 싹 - 빠지자 의식까지 몽롱해졌다.

  
  " 우리 아들은 커서 뭐가 되고 싶어? "

  언제 한 번 아빠가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었다. 그럴때마다 나는 해양탐사원이 되고 싶다고 말했고. 그럴때마다 아빠께서는 싱긋 웃으셨지만, 한 편으로는 조금은 무거운 듯한 표정을 짓고 계셨다.
  그때는 아빠가 해양탐사를 한지 얼마 안되는 기간이었고, 해산물을 좋아하던 나는 아빠가 해양탐사원이라는 이유로 해산물을 많이 먹어서 그런지, 해양탐사원이 되면 해산물이란 해산물은 모두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 말을 할때마다 아빠는. ' 그래, 우리 아들이 하고 싶다는데 뭔들 아빠가 못해주겠냐. 아빠가 나중에 바벨이 어느정도 크면, 아빠랑 같이 하는 아저씨들한테 물어봐서 바벨도 같이 일하게 만들어줄게. 아빠 믿지? ' 라고.

  " 응, 난 아빠 믿어. 난 꼭, 아빠처럼 해양탐사원이 되서. 해산물을 많이 먹을거야~! "

  " 하핫, 역시, 내 아들은 용감하다니깐. "

  " 여보, 바벨. 점심 먹으러 와요. 오늘 점심은 시원하게 쿠아 냉채를 만들어봤어요. "

  " 오오, 나와 바벨이 좋아하는 쿠아 냉채! 아들아, 누가 빨리 먹는지 내기할까? "

  " 보나마나 내가 이길거야! "

  " 하핫, 그래 그래. 우리 아들을 당하낼 재간이 있을리가 없지. 가자~! "

  피식, 그때는 모든게 좋고 행복했는데, 어느 순간부턴 왜 그렇게 바뀌어버린건지. 지금 생각해봐도 도통 알 수가 없다. 그냥 어렸을 적 그때처럼 돌아가면 좋을련만. 왜 나는 비관적으로 해양탐사를 싫어하게 된거지… 혹시, 그때 그 일 때문인가? 하지만, 그 일은 . . .

  " 아빠! 나 저기까지 헤엄쳐서 갈 수 있다. 보여줄까? "

  " 그래 그래, 우리 아들 얼마나 멀리가는지 구경 좀 해볼까? "

  " 헤헷, 자 봐바바! "

  마리너스 바다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찾아와 수영을 즐겨하던 아빠와 나. 그럴때마다 엄마는 피크닉 가방을 어깨에 매고, 마리너스 바다에서 먹을 점심을 만들어서 오시기도 했다. 뭐, 맨날 싸오는 음식은 ' 쿠아 냉채, 쿠팡 회, 쿠아 육회 ' 등등 죄다 해산물로 만드신거였지만.

  " 봐바, 아빠 나 여기까지 헤엄쳐왔다? 어때? "

  " 여, 수영실력이 많이 늘었는걸. 아빠보다 수영을 잘해. "

  멀리 헤엄쳐나간 나를 보며 감탄하시던 아빠는 갑자기 정색을 하시더니, 이내 손을 휘두르며 나를 부르셨다. 그때에 나는 아빠가 나보다 수영을 못하니깐 삐쳤구나?하는 생각으로 더 멀리 헤엄쳐나갔고, 그럴 수록 아빠는 큰소리로 나를 부르셨고. 덩달아 모래사장에서 돗자리를 깔고 누워 계시던 엄마께서도 놀란 얼굴로 나를 부르셨다.
  그 모습에 조금은 이상한 낌새를 느꼈지만, 파도도 잔잔하고 뭐 방해 될 요인이 없다고 생각해, 계속해서 수영을 했지만, 정작, 그때 엄마와 아빠가 보신건, 내 옆에서 조금씩 다가오는 괴생물체였다.
  한 참동안 수영을 하다가 지친 나는 이제 쉬어야하지하는 찰나, 옆에서 접근해오던 괴생물체를 발견하고 거의 기절할 정도로 놀란걸로 기억된다. 그때, 저 멀리서 나를 애타게 부르시던 아빠는 나를 향해 헤엄을 치며 다가오셨지만, 이미 나는 그 괴생물체와 불과 10cn도 안되는 거리에 있어서 아빠가 헤엄쳐온다해도 그 괴생물체에 공격을 당할지모르는 절체절명에 순간이었다.

  〃 꾸우롹 - ! 〃

  그 괴생물체는 나를 향해 긴 촉수를 들어 공격을 할 태세를 갖추었지만, 그때까지 아빠는 내가 있는 곳까지 헤엄쳐오시지 못하였다. 내가 너무 멀리 나온게 오히려 독이 되버렸고, 촉수를 든 괴생물체는 이내 나를 향해 공격을 하였고. 그 이후부턴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내가 의식을 찾고, 조금씩 눈을 떴을떄는. 마리너스 병실에서 누워있었고. 바로 옆에는 양 쪽 손에 붕대를 칭칭 감으신 아빠께서 깨어난 나를 보고 웃으시면서 ' 우리 아들, 지금 일어나? 수영을 너무 오래해서 피로했던 모양이구나. ' 라고.
  그 말을 듣고 나는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난다. 나 때문에 내 오만심에 쩐 행동 때문에 아빠가 이렇게 다쳤다는 생각에 울고 또 울었다. 

  그렇게 울고 있는 나를 아빠께서 붕대로 감겨진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으시면서.

  " 왜 울어? 잘생긴 우리 아들, 울면 얼굴이 흉해지잖아? 아빠는 괜찮으니깐 울지마. 응? "

  이 말을 듣고 나는 더 감정이 북받쳐 울었고, 그런 나를 토닥여주시는 아빠에게 안겨 계속해서 울었다.
  그 일이 일어나서부터일까, 그 날 이후 나는 한동안 마리너스 바다에서 있었던 일에 대한 악몽을 꾸기 시작했고, 그 악몽을 꾼 후로부턴, 아빠가 해양탐사 일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내가 그런 말을 하자, 아빠는 나에게 그 날 일 때문에 충격을 많이 받았구나하며 말씀하셨지만, 역시, 아빠도 그 날에 일 때문에 그런지 조금은 두려움감이 없지 않아 있으신 모양이였다. 하지만, 그럴때마다 아빠께선 해양탐사를 하다보면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해양탐사를 하려면 이정도는 아무렇지 않아야한다며 나에게 말해주신다.

  " 우리 아들, 이렇게 겁이 많아서. 해양탐사원이 될 수나 있을까? 이정도는 대수롭지않게 넘겨야 훌륭한 해양탐사원이 될 수 있단다. "

  아빠께서는 내 장래희망이 ' 해양탐사 ' 라는 사실을 아셔서 그런지 몰라도. 나를 많이 위로해주셨지만. 정작, 나는 해양탐사에 대한 안 좋은 견해를 갖기 시작했었던 것 같다.
  그때부터였을까, 장래희망을 해양탐사에서, 없음으로 바꾸던 날이. 도저히 그 날에 일을 잊을래야 잊을 수 없었던 아직 어린 아이의 마음으로 인해, 그 이후 나는 아빠에게 해양탐사 말고 다른 일을 하라고 권유해보지만, 그때마다 아빠는 내가 충격에서 벗어나지 않아서 이런다면서 웃으시면서 넘겼지만. 하루가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고 그리고 몇 년이 지나자, 이제 아빠께서도 나와의 대화를 좋아하지않으신다. 나와 대화를 하면 주된 내용이 ' 해양탐사 ' 에 관한 내용이였으니깐.
  그렇게 10년이 지나다보니 나도 어느세 18살이 되어 있었고, 그 날에 아픔도 조금씩은 잊혀진 것 같다. 이젠, 그 일도 하나의 추억거리라며 웃고 넘기지만서도, 아직까지도 아빠와의 긴 대화는 이어가질 못하고 있다. 내가 너무 닦달하게 굴어서 그런지. 아직까지도 아빠는 나를 보면 피하신다.
  이젠, 나는 괜찮은데. 이제는 . . . . 


  몽롱했던 의식이 자츰 돌아온 듯한 기분에 휩싸였다. 컴컴했던 시야가 자츰 환한 빛으로 밝아지는 느낌을 받았고, 잠시 무거웠던 눈꺼풀이 조금씩 가벼워졌고, 나는 서서히 눈을 떴다.
  눈을 뜨고 정신을 차리니, 아까 전까지 들리지 않았던 파도소리가 조금씩 내 귀에 들려오기 시작한다, 바닷물에 휩쓸려온 듯한 신선한 해산물 냄새 또한 내 코를 자극한다. 나는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여 자리에서 일어섰고, 이곳은 어딘가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나는 마리너스에 있었다. 
  깃털 중 순간이동을 시켜주는 깃털이 있다는게 신기할 따름이다. 그나저나, 방금 전에 보았던건 뭐지. 혹시 예전에 내가 겪었던 일들이 다시 무의식 속에서 보여진건가. 아직까지도 그 기억은 잊지 못한 것 같다.
  자리에 서 있던 나는, 서둘러 아빠가 계신 건물로 향했고, 쟈쟈 마을로 해독약을 받아가던 내가 돌아오자 많은 사람들이 나를 반기며, 해독약을 달라며 손을 뻗는다. 그런 그들에게 나는 그 사람들에게 자초지종 쟈쟈 마을에서 있었던 일들을 설명했고. 내 설명을 들은 아저씨들은 일단 갖고온 약초로 응급처치라도 해야겠다며, 내가 건네준 약초를 들고 어디론가 걸어간다.
  아빠를 간호해주던 아저씨들이 어디를 간 동안, 나는 겨우 숨만 내쉬고 있는 아빠를 대신 간호했다. 꽤나, 지친 호흡이다. 어떤 녀석에게 쏘인지는 모르지만, 건강 하나는 자부심으로 지키던 아빠가. 그깟 독 하나 때문에 이렇게 초췌해지시다니. 믿어지지가 않다.
  한동안 모습을 나타내지 않던 아저씨들은, 손에 다져진 약초가 들어있는 사발을 들고 나타났고, 사발을 들고 나타난 아저씨들에게 사발을 건네 받으며, 촉수에 찔렸다던 아빠의 배에 바르기 위해 옷을 걷어올리자, 꽤나 깊이 촉수가 박힌 듯한 흔적이 보인다. 나는 사발에 담겨진 약초를 손에 발라, 아빠의 상처부위에 발라주자, 차가운 약초가 몸에 닿자 아빠는 움찔거린다.
  상처부위에 약초를 바른 후, 아빠는 눈에 띄게 좋아진 모습이 보였다. 쿠링 말대로 잠시동안은 고통은 느끼지 않는 모양이다. 하지만, 독이란게 고통 없이도 진행될 수 있어서 자칫하면 죽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고통만이라도 잊게해준다는 것만으로도 좋을 뿐이다. 그리고 이 약초에는 무슨 성분인지, 부어올랐던 부위가 조금씩 붓기가 빠지는 것도 보이니 꽤나 신기한 약초인걸.

  " 여기, ' 이스리온 더 바벨 ' 이라는 분 계신가요? "

  한 남자가 내 이름을 부르며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내 이름이 불려지자, 남자에게 내가 바벨이라고 말하며 다가갔고, 내가 바벨이라고 말하자, 남자는 나를 보며 묻는다.

  " 르라는 분이 택배를 보내셨는데, 본인이세요? "

  르라면, 그 쿠링 녀석인데. 벌써 해독약이 만들어진건가? 하지만, 해독약을 사용하려면 1시간동안 숙성을 거쳐야한다고했는데. 설마 뻥이였던건가?

  " 네, 제가 이스리온 더 바벨인데요. "

  " 아, 그래요? 여기 택배 받으세요, 그럼 수고하세요. "

  택배를 건네준 택배원은 건물 밖으로 나갔고, 택배를 건네 받은 나는 받은 택배에 붙은 테이프를 뜯어내, 안에 있는 물건들을 확인했다. 

  유리병과 편지 한 통이라, 나는 유리병에 담겨진 해독약을 아저씨들에게 건네줬고, 내게 건네 받은 유리병 뚜껑을 열어 누워계시던 아빠를 일으켜세운 후, 그 해독약을 복용시켰다. 
  나는 다행스러운 표정으로 약을 복용하는 아빠를 본 후, 택배 안에 든 편지를 꺼내 펼쳐, 편지 안에 내용을 확인하려하는데, 편지에는 알 수 없는 내용의 고대문자가 적혀 있었다. 읽을 수 없는 편지에 당황한 나는 눈을 비비고 다시 편지를 확인하지만, 편지의 내용을 똑같았다. 이건 뭐, 나랑 장난하자는 것도 아니고. 이게 무슨.

  편지를 들고 쩔쩔매는 나를 보던 한 남자가 내 옆으로 다가오더니 나에게 묻는다.
  
  " 보니깐 르가 보낸 편지 같은데, 읽어줄까? "

  읽어주겠다는 남자의 말에 나는 재빠르게 편지를 남자에게 건네줬고, 편지를 건네 받은 남자는 하하 웃는다.

  " 르도 참, 이 글자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된다고, 이런 문자로 편지를 보내는거야. 우리 탐사원들은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지만서도, 자, 어디 한 번 볼까. "

  편지를 건네 받은 아저씨는 조심스럽게 문자를 해독하기 시작했다.
  한동안 아무 말 없이 편지에 모든 신경을 집중시킨 남자의 모습에. 옆에 있던 아저씨들마저 그 남자의 주위를 둘러싸앉았고. 모두가 숨죽인 채, 그 남자의 해독은 끝난 듯 편지를 내려놓는다. 그런데, 이 남자의 표정이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도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남자가 떨어뜨린 편지를 다른 남자가 주워들더니, 이내 빠른 속력으로 해독해나가더니. 방금 전 남자의 표정과 똑같은 표정을 지으면서 또 다시 편지를 떨군다.
  나를 제외한 많은 사람들이 편지에 적힌 글귀를 보더니, 모두가 패닉에 빠진 표정으로 편지를 떨어뜨린다. 무슨 일인지 알 턱이 없는 나는 떨어진 편지를 주워 읽어보려고 노력을 하지만, 도통 읽어지지가 않는 편지다. 나는 패닉상태에 빠진 아저씨들에게 다가가, 도대체 무슨 글을 해독했길래 그러냐고 묻지만 모두 충격에 빠진 듯 내 대답에 답변을 해주는 사람이 없었고, 그저 말도 안된다는 말만 되뇌이고 있었다.

  " 나 원, 이게 무슨 난리야? 야, 아까 주은 그 편지 좀 내놔봐. "

  패닉에 빠진 남자들 사이로 한 여자가 걸어온다, 그러더니 내가 가지고 있는 편지를 달라는 말에 나 서둘러 여자에게 편지를 건네줬고, 여자는 한 참동안 편지를 읽어가더니. 이내 핏하고 콧방귀를 낀다. 

  " 뭐야, 별거 아니구만 호들갑은. "

  이 글자를 해독할 수 있는건가?

  " 편지에 뭐라고 써 있어? 편지 좀 읽어줄래? 내가 읽을 줄을 몰라서. " 

  " 뭐? 내가 왜? 내가 왜 한가하게 너한테 편지를 읽어줘야하는데? 내가 왜? "

  말투가 정말 싸'가지 없는 여자다. 쿠링이 옆에 있었으면 한소리 들었을게 뻔하다.

  " 뭐, 내가 그렇게 한가한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바쁜 것도 아니니깐. 읽어줄 수도. "

  " 그럼 부탁할게. 읽어줄래? "

  " 뭐, 나 같은 엄친딸에게 부탁하는 걸 거절할 수는 없으니깐. 그럼 편지에 적힌 내용대로 말해줄테니깐, 잘 들어. 한 번만 읽어줄테니깐. "

  여자는 편지에 적힌 내용을 달달달 나에게 말해줬다. 편지에 적힌 내용은 즉슨,

  〃 이런 시발, 이게 뭔 좆같은 일이 벌어지는지는 모르지만. 이 글을 읽는다면 당장 쟈쟈 마을로 뛰어와. 알겠어? 내가 해독약을 만들고 1시간동안 띵까 띵까 놀다가 서재에서 책 하나를 발견했는데. 글쎄, 네 놈이 말한 나틸로스란 녀석에 자료가 나오더라고. 그래서 조금이나마 이 해독약에 도움이 될까하고 찾아봤는데. 아니 이런 니미, 그 녀석들이 전설의 바다 ' 크로니클 어비스 ' 에서 나온 녀석이지 뭐야? 이건 뭐 꿈에서만 생각했던 전설의 바다가 현실 속에서도 존재한다는게 놀라울뿐더러, 이런 녀석들이 나타났다는 말은 곧 대재앙을 말하는거거든? 알아들어? 파멸이라고! 아오 썅, 내가 이런 충격적인 내용에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너, 내가 안 죽은걸 다행으로 생각해. 내가 죽었으면 국펫 1호가 죽는거라고! 아이고 씹샹. 아무튼 이 글을 읽는 즉시, 내가 있는 쟈쟈 마을로 달려와라. 아, 그리고. 다른 사람한테는 절대 보여주지마. 알았어? 만약 이 내용을 다른 사람들이 읽으면 큰일나니깐! 그 중에서 제일 위험한게 ' 해양탐사 ' 하는 녀석들이거든? 조심하라고! 〃

  욕으로 인사를 전하는걸 보면, 보통 일이 아니라는게 짐작이 가긴 가는데, 도대체 크로니클 어비스가 뭐길래 이렇게 날고 뛰는지, 그런데 이걸 어쩌지. 이미 나보다 먼저 이 아저씨들이 봐버렸는걸. 나만 보라고 썼으면 제대로 알아 볼 수 있게 쓰던지. 아무튼, 일단은 다시 쟈쟈 마을로 가봐야겠다. 내가 참견할 일은 아니지만, 이렇게 날뛰는걸 보면...
  편지 내용을 들은 나는 쟈쟈 마을로 가기 위해 건물 밖으로 빠져나갔다. 나에게 편지를 해독해준 여자는 ' 왜 저래 ' 하는 표정으로 보더니, 고개를 돌리고 어디론가 모습을 감춘다. 그나저나 어디서 많이 본 여자 같은데 누구더라. 아무튼 쟈쟈 마을로 가야겠다. 하아, 쉴려고 했더니 쉬지도 못하고 이게 무슨.
  마리너스 마을을 빠져 나가니, 이번에도 쿠오마을로 가는 맘모스 버스가 대기를 하고 있었다. 나는 서둘러 버스에 올라탈려고 걷는 순간, 어디선가 쌩 - 하고 뭔가가 내 옆을 지나가더니. 이내, 내가 타려던 쿠오행 맘모스 버스를 붙잡는다. 그리고.

  〃 빠앙 - ( 꽉 잡아, 이 쉐끼야. ) 〃

  맘모스 버스는 출발했다.
  어이가 없던 나는 멍하니, 저기 멀리 사라지는 맘모스 버스를 멍청히 쳐다보던 중. 저 버스를 타고 가는 여자가, 아까 전에 나한테 편지를 해독해준 여자고, 또 내가 아빠에게 소라를 건네주려고 버스를 타려고 할때, 마리너스 버스를 타고 혼자 타고 도망간 여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아니,이런 시발!! "

  또 다시 버스의 꽁무니를 쫓아 뛰었다.



  P.s : 그때 당시 이 글로 겜게 이벤트에서 1등을 먹었던걸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난생 처음 8등급이 되보고, 그 일년이 지나자 신 뿌야로 이전되었고요. 그때의 기억을 조금만 더 더듬어볼 생각입니다. 즐감하세요. 

Who's 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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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탓하지마라.

시간을 흘려보낸건 나 자신이다.

시간은 주어진게 아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 우연히 나라는 존재가 있을 뿐이다.

그 시간의 흐름에 어떻게 따라가느냐의 내가 증명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증명해보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