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ist in the dark ocean of life the faint
[ 어둠 속 존재하는 희미한 생명의 바다 ]
- 태풍과 폭풍의 경계선 -
No.4
〃이 썩을 놈에 자식이, 왜 이렇게 늦게온거야!〃
쟈쟈 마을에 들어오자마자 나를 반기는건, 쿠링의 욕섞힌 인삿말. 나는 그런 쿠링을 보며 무슨 일로 여기까지 오라고했냐며 묻자, 쿠링은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며 나에게 뭔가를 말하는데. 쿠링이 너무 흥분을 해서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자, 옆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남자는 ' 일단 올라가서 얘기하자 ' 며 뒷목을 잡고 쓰러지기 일보직전인 쿠링을 데리고 나무 위로 올라갔다.
남자를 따라 덩쿨을 잡고 나무 위로 올라가자, 그루터기 위에서 멍을 때리고 있던 토리케라가 나를 보며 반갑다고 달려온다. 어쩐지 뭐가 허전하더라싶었는데. 달려오는 토리케라를 안아주며 위로 올라온 나를, 쿠링은 씩씩거리며 신경질을 낸다.
" 도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 "
라는 내 한마디에, 지금까지 듣도보도 못한 욕이란 욕은 다 집합한 듯. 속사포 랩을 하듯, 물 흐르듯 내 귀로 쿠링의 욕바가지 시스템이 도입된다. 입에서 분출하는 별의별 욕이란 욕에 등장에. 옆에 있던 남자도 당황한 듯, 서둘러 쿠링에게 뭔가가 담긴 머그잔을 건네주자, 쿠링은 쓰윽 머그잔을 보더니 이내 그 머그잔에 든 뭔가를 마시며 화를 삭힌다.
" 왜 그러는거에요? 무슨 일 있어요? "
내가 이상한 낌새를 채고 남자에게 물어보자, 화를 삭히고 있는 쿠링에게 머그잔을 넘겨주던 남자가 내 앞으로 다가온다. 그러더니, 쭉 한번 나를 훑어보더니 고민하는 표정으로 입을 연다.
" 크로니클 어비스에 대해선 정말 모르는 모양이군, 흐음… 해양탐사원들이 이 사실을 알아버렸으니, 조만간 스스(스톤 뉴스)에 한 면을 장식하겠군. "
또 다시 이 남자는 나의 마음을 읽은 듯 보인다. 그나저나 이 남자가 말하는 크로니클 어비스라는게 도대체 뭐길래, 아저씨들도 그렇고 쿠링도 저렇게 화를 내는걸까.
" 르 님, 진정하시고 이 녀석 말도 들어보는게 어떨까싶은데요. "
남자는 쿠링에게 말했고, 뒷목을 잡고 쓰러지는 시늉까지 연습하던 쿠링은 이내 안정을 찾고, 숨을 힘껏 몰아쉬고 내쉰 후에요. 나에게 이 일의 계기를 물어본다.
뭐 계기랄게 뭐가 있을까, 아빠가 재수 없게 촉수에 찔려서 독에 걸린 것 빼고는, 여기에 올 이유는 없다고 본다. 물론, 이곳에 와서 내가 얻은건 해독약과 욕 뿐이였지만.
내 말을 들은 쿠링은, 그래도 믿기지 않은지 욕을 퍼부었고, 그런 쿠링은 남자는 조용히 한 쪽 구석으로 데려가서 안정을 시킨다. 하지만 이미 안정게이지는 바닥을 치는 수준에 빠져버린 쿠링은 나와 눈이 마주치면 바로 욕을 날리는 반사신경을 얻게 된다.
쿠링과는 대화가 안되는 나에게 남자가 다가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나는 맨 처음 쿠링이 저렇게도 혈압이 올라가는 ' 크로니클 어비스 ' 의 정체를 물어보자, 남자는 당황한 듯 한 참동안 말을 잇지 못한다.
남자가 당황스러운 모습을 처음 본 나는, 도대체 크로니클 어비스가 뭐길래 이러는건지 더욱 더 궁금증이 증가했고, 한 참 후 곰곰히 생각을 거듭하던 남자가 가까스로 입을 연다.
" 크로니클 어비스란, 지금까지 전설로만 존재했던 바다, 오래 전 대륙으로 불리어진 바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대륙은 바다에 잠기고 만 바다였다. "
남자는 계속해서 크로니클 어비스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 남자가 한 말을 요약하자면.
수 백년 전 존재했던 신기한 대륙 ' 크로니클 어비스 ', 그곳에 가면 지금까지 볼 수 없던 해산물과 페트들이 우글거린다는 신기한 대륙, 크로니클 어비스에 해안에서 해산물을 잡으면 정말 희귀한 품종들이 잡힐 뿐더러, 지금까지 먹어본 해산물보다 10배, 20배는 더 맛있다는 한마디로, 해산물의 천국. 모든 사람들이 그쪽에서 나는 해산물을 먹었고, 가격은 마리너스, 카루타나에서 나오는 해산물보다 5배는 더 싸서, 많은 사람들이 크로니클 어비스에서 나오는 해산물을 사먹었다고한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와 같이 크로니클 어비스로 가던 사람들은, 크로니클 어비스가 있던 대륙이 보이지 않자, 혹시 길을 잘못 찾았나하고 발걸음을 돌리지만, 크로니클 어비스가 사라진 그 자리가 크로니클 어비스라는걸 알고, 그동안 그곳에서 해산물을 사먹은 사람들은 다시는 그 해산물을 못먹을 생각에, 바다 속으로 들어가 크로니클 어비스의 흔적을 찾지만, 너무나 깊이 잠들어버린 까닭인지, 해안에서 서식하는 페트마저도 감당할 수 없었다고한다.
그 이후론 크로니클 어비스에서 나는 해산물은 커녕, 그곳이 존재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점차 크로니클 어비스라는건 전설의 대륙, 즉 전설의 바다 ' 크로니클 어비스 ' 로 사람들에겐 기억되고 말았다고한다.
물론, 크로니클 어비스가 저 깊은 바다 속으로 빨려 들어간 덕택인진 모르지만, 크로니클 어비스에서 나오는 해산물을 대량으로 가지고 있던 사람은 사람들에게 아주 비싼 값으로 처분했다는 말도 들린다고한다. 그때 그 사람이 대부호로 이름을 널리 알렸다나.
아무튼, 그 전설의 대륙으로만 알고 있던 크로니클 어비스가, 어느 틈에 수 백년이 지난 지금, 그 해산물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하더니, 이내 대량으로 나오니 해양탐사원들이 얼마나 놀랬을까..
" 이제 내 말을 다 알아 들었나? "
말을 마친 남자가 나를 쓰윽보며 묻는다.
" 조금은요, 그런데 편지 내용 중에 궁금한게 있는데요. 크로니클 어비스가 나타나면 재앙을 내릴꺼라는 쿠링의 말이 좀 껄끄러운데, 무슨 말인지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
나의 질문에 남자도 조금은 당황한 기색이 보인다. 하지만 곧 내게 그 이유를 알려줬고, 그 이유를 듣자 쿠링이 그렇게 화를 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나 역시도 누군가가 알려줬다면 화가 났을게 분명하니..
" 그런데, 크로니클 어비스라는게 꼭 그렇게 나쁜 뜻일까요? 다시 옛날에 그 맛있는 해산물들을 먹을 수 있다면, 그때에 맛을 잊지 못하고 찾아오는 그들의 후손들도 있을텐데 . . . "
" 나 역시, 르 님과 마찬가지로 수 백년을 살면서, 그 해산물들을 먹고 자랐다. 크로니클 어비스가 다시 나타나 해산물을 먹을 수 있다면, 얼마나 기쁠지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하지만, 크로니클 어비스가 나타난다고 그렇게 좋은 징조는 아니지, 처음 크로니클 어비스가 나타났을때도 너네 아빠처럼 크로니클 어비스에 서식하는 페트들이 공격을 해, 사망한 사람들의 이름을 대라고하면 숨이 먼저 차 죽을지도 모르지. 그래서 그렇게 좋게만 느낄 수 없는거야. 크로니클 어비스란 그 말 뜻대로 chronicle + abyss 란 단어를 합친 말로, 연대 순으로 기록하는 심연, 자세하게 뜻은 모르지만, ' 연대 순으로 기록하는 심연 ' 이라는 단어가 왠지 섬뜩하지 않나? "
연대 순으로 기록하는 심연이라…. 그 말은 크로니클 어비스가 나타날때마다 재앙이 같이 나타났다는 말인가. 연대 순으로 기록하는 심연, 연대 순으로 시작되는 세계의 재앙. 이건 뭐, 머피의 법칙이 따로 없군. 그런데 그 많은 말들 중, 한가지 의문점이 있었다. 남자의 말 중 ' 처음 크로니클 어비스가 나타났을때 ' 란 말이 꽤나 거슬린다. 그렇다는 얘기는 예전에도 크로니클 어비스는 한 번, 아니 몇 십 몇 백 몇 천번이나 나타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했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크로니클 어비스가 반복하는 수만큼. 세상에 끼치는 영향도 그만큼 많다는 말인데. 도대체 이 말을 믿어야할지..
" 표정을 보니, 그닥 신뢰는 가지 않는 모양이군. 하지만, 내가 너에게 말해 줄 수 있는건 이 말 뿐이고. 이 말 외에는 내가 아는 것도 말해 줄 수 있는 것도 없으니… 하지만 한가지 알려줄 수 있는건. 내가 내뱉은 말들 중에 허위정보는 없다는거다. 내가 말한 얘기는 수 천년동안 그 자리에 정점에 올라선 정령의 대리인들도 다 아는 말이니... "
남자가 말을 마친다. 마지막 남자의 말에 조금은 신뢰가 가기 시작한다. 정령의 대리인이라면 이 말을 증명할 수 있다는건가. 그렇다면 크로니클 어비스의 유래와, 왜 크로니클 어비스가 나타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는지 물어볼 수도 있을까싶다. 하지만, 그 전에. 내가 왜 크로니클 어비스란 곳에 이렇게 집착을 하는거지. 난 한 번도 그곳에 대해 아는게 없는데. 고작, 아빠가 촉수에 찔려 해독약을 받으러가는거 외에. 내가 이곳에 올 확률이 얼만큼 희박한지. 그렇다는 이건 하늘이 나한테 준 기회이자, 경고인건가? 하지만 왜 나한테..
" . . . . . . "
아무 말 없이 남자는 자리를 떴고, 그루터기에 걸쳐 앉은 채. 손으로 부채질을 하던 쿠링이 나를 쏘아보며.
〃뭘 멀뚱히 서 있는거야? 빨리 정령의 대리인한테 가지 않고! 이 자식이, 일을 저질렀으면 수습하는 능력도 있어야지. 가만히 있으면 뭐가 해결되냐? 내가 700 평생동안 가만히 있는다고 해결 된 문제는 없었거든? 무조건 자신이 저지른건 자신이 끝맞춰야지. 너처럼 멀뚱히 서 있으니깐 세상이 망하는거야 알아?!〃
씨발.
그루터기에 앉아 있던 쿠링이 나를 무시하며 욕짓거리를 한다. 순간 이성을 잃을 뻔 했지만. 내 팔을 붙들고 있는 남자 때문에 앞으로 튀어나가진 못했다. 내가 인상을 쓰고 쳐다보자 쿠링이 더 발악 발악 소리를 지르며 지'랄을 했지만, 남자는 나를 흘깃 쳐다보며 ' 원래 르 님은 저런 분이다, 네가 이해해야한다. ' 라는 페이스랭귀지(얼굴로 표현하는 언어)로 말한다.
" 진정하세요. 이렇게 해봤자 르 님의 명성만 깎아내리는 행동입니다. 그러니깐 부디 노여움 푸시길 바랍니다. "
옆에 앉아 있던 남자가 쿠링이 있는 그루터기로 가, 쿠링을 달랬고. 쿠링은 나와 남자를 연달아 쳐다보면서 ' 너, 리린 덕택에 산 줄 알아, 확 그냥. 다시 한 번 그렇게 멀뚱히 서 있어봐라. ' 며 씨부렁거린다.
가까스로 쿠링을 달랜 남자는 다시 내 쪽으로 걸어왔고, 나는 그런 남자를 멀뚱히 쳐다봤다.
" 일단은 크로니클 어비스가 어떤 곳인지는 말해줬으니, 일단 네 페트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라. 어처피 여기에 있는다고 해결 될 문제도 아니고. 아직 크로니클 어비스가 나타난다는 확정이 없으니 이만 아버지를 데리고 네가 사는 샴기르로 돌아가라. "
라고 말하며, 남자는 내 손에 깃털을 쥐어준다.
내가 사는 곳까지 읽을 수 있다니, 보면 볼수록 신기한 남자다. 깃털을 쥔 채 자리에서 일어나 토리케라를 데리고 나무 아래로 내려가자, 저 멀리 빼꼼히 나를 쳐다보던 남자가 또 다시 페이스랭귀지로 내게 하고 싶은 말을 한다.
" 혹시, 크로니클 어비스에 대해 알고 싶은 점이 있다면. 언제든지 이곳으로 와라. 언제든지 물어보는 대답은 내가 아는 한도내에서는 말해줄테니. 하지만 그 전에. 나를 찾아오기 전에 샴기르, 마리너스에 각각 마을을 지키는 정령의 대리인에게 크로니클 어비스에 대해 물어보는게 더 정확한 답변일거다. "
라고.
그런 남자를 보며 나는 깃털을 바닥으로 내리쳤고, 또 다시 하얀 빛이 뿜어져 나오며 나와 토리케라를 집어 삼켰고. 조금씩 조금씩 눈꺼풀이 무거워지더니. 이내 의식마저 몽롱해진다.
〃도대체, 그 녀석에게 마지막 남은 깃털을 준 이유가 뭐야? 그냥 걸어가라고 하면 되지. 괜히 아까운 깃털만 버렸잖아? 너 생각이 있는 놈이야 없는 놈이야? 그렇게 변덕이 심하던 놈이 왜 저런 놈한테 깃털을 두개씩이나 주냔 말이야!〃
" …그 전에 한개는 르 님이 건네달라고 말씀하시지 않았나요? 전 그래서 건네줬을 뿐. 처음부터 건네주지 않으셨으면 저도 건네주지 않았을겁니다. 하지만, 저 녀석. 꽤나 무거운 듯 보이네요. "
〃배고프니깐 별 헛소리를 다 하는구나. 그래, 그래서 이제 어떡해할건데? 저 녀석이 나에게 그 중대한 사실을 알려줘서 얼마나 고달픈지 알아? 젠장, 도대체 크로니클 어비스가 왜 또 다시 나타나냐 이 말이야!〃
" 르 님이 700년을 살 동안, 크로니클 어비스는 몇 번이나 나타났죠? "
〃지금 중요한건 몇 번 왔다리 갔다리한게 아니라. 곧 찾아오는 재앙이야. 너도 알다싶이 그 재앙이 보통의 재앙과는 다르다는건 알거 아니야? 너도 그때 나와 한 번 크로니클 어비스가 나타나는걸 봤으니 말이야. 그때 희생자가 얼마나 많은지. 지금 생각해도 치가 떨린다고! 그런데 그게 또 일어난다고?〃
" 자연이란 우리들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우리들이 그 순리대로 맞춰가는 수 밖에... 르 님도 그냥 아무 일 없다는 듯 살아가시면 되지 않으십니까? "
〃이 자식이, 아는걸 모른 척하라고? 이게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잖아? 이건 온 세상의 비극이 또 다시 일어나는거라고! 그런데 잊으라니, 이런 젠장.〃
" 정확히, 크로니클 어비스는 몇번이나 나타났죠? 저와 한번은 본 적이 있으니깐 그걸 제외하고 몇번이나 르 님은 크로니클 어비스에 존재를 확인하셨습니까? "
〃세 번, 너와 본 것까지 합쳐서 딱 세 번이야. 200년을 주기로 크로니클 어비스는 돌아왔다. 날짜 개'념 없이 살다보니 벌써 크로니클 어비스가 나타날 시간이 된건가. 흐... 아무튼 나는 이 사실을 알았으니 각 마을에 대리인들을 만나야겠어. 그래서 앞으로에 일들을 어떡해할지에 대해서 의논해야겠다.〃
" 성급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크로니클 어비스가 나타날지 않나타날지는 아무도 모르는거 아닙니까? 설사, 나타난다해도. 자연의 순리에 맞춰서 사는 우리들이 막을 도리는 없습니다. 크로니클 어비스 그 또한 자연에 순리대로 이루어지는 자연 중 하나일 뿐이죠. "
〃그렇다고 이렇게 눈 뜨고, 그 많은 사람들이 다시 죽는걸 봐야한다는거야? 이놈아, 너도 그렇게 살지마라. 너도 나랑 보질 않았느냐? 그때에 그 일로 너의 부모님 또한 가족 모두가 죽었다는걸 기억 못하는건 아니겠지. 그런데도 대비를 하지 않겠다는거냐? 너 제정신이야? 너와 같은 비극을 또 다시 실현시키려는거야?〃
" … 그 일을 잊은지도 172년, 르 님이 말씀해주시지 않았으면 영원히 까먹고 있을 수도 있었겠군요. "
〃…리린.〃
" 갑자기 피로가 몰려오군요. 잠시만, 눈 좀 붙히겠습니다. 잠시나마 아픈 기억을 잊기 위해서는 그럴 수 밖에 없겠군요. "
〃. . . . 아무리 그렇다고 이렇게 지켜볼 수 많은 없는거다. 넌 쉬고 있어라. 나는 대리인을 만나고 오겠다. 아무 소용 없다는거 알아.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는 것보단 활개를 치며 돌아다녀서 크로니클 어비스의 귀환을 알리는게 더 좋지 않겠나? 괜히 가만히 있다 개죽음 당하는 것보단. 알고 죽는게 더 좋지 않냐 그 말이다. 아무튼 쉬어라. 나는 머리 좀 식힐 겸 갖다오겠다.〃
" . . . . . ( 모르고 죽든, 알고 죽든. 어처피 죽는건 한 순간입니다. 저 역시, 그 날 이후로 사랑했던 가족들이 모두 한 순간에 죽었습니다. 더 이상, 기억하고 싶지 않네요. 르 님. ) "
컴컴한 하늘이 또 다시 환한 빛으로 내 눈꺼풀을 올리기 시작했다.
눈을 뜨고보니 나는 토리케라와 함께 샴기르 마을로 소환되어 있었고, 두리번거리던 나는 토리케라를 품에 안고, 곧장 집으로 달려갔다.
' 벌컥 - '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쿠아 냉채 대신, 뜨끈한 국물의 냄새가 내 코를 자극한다.
주방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하시는 아빠를 발견했다. 축 처진 어깨 위론 알 수 없는 적색깔 액체가 묻어 있었고, 옆에선 냄비 안에 담긴 쿠아 냉채를 퍼서 아빠 앞으로 그릇을 놓은 후. 엄마도 자리에 앉아 식사 준비를 한다.
아직 나를 발견하지 못했는지, 아무 말 없이 엄마와 아빠는 식사를 하셨고, 나는 그런 두 분에 모습을 벽에 기대어 볼 수 밖에 없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웃음기가 사라지지 않던 엄마가, 오늘은 얼굴이 차가우셨다. 분명, 아빠가 저런 모습으로 돌아오니 충격을 받으신건가. 물론, 나도 처음보는 아빠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지만. 엄마는 수 십년을 같이 사셨으니..
" 바벨, 너도 와 앉아라. 배고플텐데. 왜 거기에 서서 그러는거냐. 어서 앉아라. 엄마가 맛있는 쿠아 냉채를 하신 모양이다. 너, 쿠아 냉채 많이 좋아했잖아? "
쿠아를 건져 드시던 아빠가 나를 쓰윽보시며 말씀하셨다. 순간, 가슴 한 구석에 뭉쳐있던 응어리가 목구멍을 통해 역류하 듯, 코 끝이 찡해진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식탁에 앉아, 엄마가 퍼주는 쿠아 냉채를 아무 말 없이 먹었다.
식사시간만 되면 샴기르 시장보다 더 시끄럽던 식탁이였는데, 오늘은 왠지 아무도 말이 없었다. 엄마나 아빠나 나나, 그저 그릇에 담겨진 쿠아 건더기를 건져서 입에 넣을 뿐, 아무도 이야기를 하지도,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은 모습으로 조용히 식사를 했다.
" …. "
참으로 … . 조용한 저녁 식사였다.
P.s : 한번씩 이런 생각이 듭니다. 지금껏 제가 올린 소설은 모두 제가 쓴 글인데, 그때 당시 저는 어떻게 이런 필력으로 소설을 작성했는지 저조차도 황당한 풍경. 그때 당시 나는 대체 무엇을 생각하며 쓴걸까. 즐감하세요.
P.s2 : 한번씩 이런 생각을 합니다. 제가 써낸 소설들을 써낸 당시로 돌아간다면, 지금보다 더 좋은 소설을 쓸 수 있을까한 바람이요. 하지만 부질 없는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