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ist in the dark ocean of life the faint
[ 어둠 속 존재하는 희미한 생명의 바다 ]
- 태풍과 폭풍의 경계선 -
No.5
【 어느 날 아침, 나는 어디선가 쓰러져 있었다.
파란 하늘이 나를 반겼고, 시원한 바닷내가 나의 후각을 자극하며, 나의 육체에 조금씩 힘을 불어준다. 아무런 힘도 없던 내 몸에는 조금씩 ' 힘 ' 이라는 단어가 내 몸 가득히 채웠고, 조금씩 조금씩 팔을 바닥을 딛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세상을 향해 움직이자, 하늘 밖에 보이지 않던 세상이, 사람이 한 두명씩 보이기 시작한다. 나를 깨운 바닷내가 조금은 짠 듯한 기분이 든다. 뭐, 바다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어디를 가야할지도 모른 채, 나는 내 생각대로 모래밭을 걸어갔고. 걸어가도 보이는건 한 두명의 사람들. 모습을 보니 바다로 놀러온 사람들 같이 보인다. 모두들 하나 둘 웃음꽃이 피어오르는걸 보니.
" 자기야, 조금만 더 가면 먹을 수 있는거야? "
" 그럼, 조금만 더 걸어가면 크로니클 어비스야. 그곳에 있는 해산물들은 너무 맛있다구. "
" 정말? 음, 그 중에 뭐가 제일 맛있어? "
" 거긴 무조건 다 맛있어~ 그러니깐 우리 자기, 많이 먹어~ "
닭살 돋는 말로 두 남녀는 급히 달린다.
" 크로니클 어비스라. "
여기가 어딘지, 또 내가 여기에 있는지 모르는 나는, 그 두 남녀의 말을 따라 갈 곳 없는 발걸음을 돌렸다. 어처피 내가 가야할 곳도 없고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는데, 일단 사람이 많은 곳으로 가서 자세한 위치를 아는 수 밖에.
모래밭을 따라 걷다보니, 방금 전 그 두 남녀가 보인다. 그리고 그 옆에는 수 많은 사람들이 우글우글했고, 그 앞에는 생전 처음보는 해산물이 상자 가득 담겨져 있었다.
" 자자, 비켜주세요. 아직 싱싱한 애들이 기다리고 있다고요~ "
상인 한 명이 두 손에 가득 담긴 해산물 박스를 들고 걸어온다. 사람들은 그 사람에게 들려있는 해산물을 보며 군침을 흘렸고, 나 역시 생 전 처음보는 해산물이여서 그런지. 꽤나 호기심이 간다.
많은 사람들이 쌓여져있는 상자들 앞으로 몰렸고, 호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는 사람들이 하나 둘 보이더니. 이내 상자가 쌓여진 곳은 경매장으로 바뀌어, 해산물을 사들이려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그 모습에 호기심이 간 나는 조용히 뒤에서 경매를 구경했고, 많은 사람들이 싼 값에 산 해산물을 손에 들고 가는 발걸음이 꽤나 가벼워보인다. 경매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부르는 값이 계속해서 올라가지만, 카루타나, 마리너스에서 나는 해산물보다는 훨씬 싼 값이였고, 이 경매는 이상하게 금액이 올라가다가 비싸다고 느끼면 경매를 끝냈고, 경매를 끝낸 후에는 마지막에 부른 가격에 파는 모습이 보인다.
그래서 그런지 돈통에 들어가는 돈들은 꽤나 적어보였다.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걸보면 비싼 값에 팔아도 꽤나 이익을 얻을텐데, 왜 굳이 다른 지역에서 나는 해산물보다 싸게 파는지 궁금한 나는, 사람들이 사라진 후에야 텅빈 상자들을 치우는 상인들에게 다가가, 왜 해산물 가격을 싸게 파는 이유를 묻자. 그 상인은 웃으며 친절하게 이유를 설명한다.
" 크로니클 어비스에서 올라오는 해산물들은 대체로 다른 지역에 나는 해산물보다 더욱 맛있고 신선해서 많은 손님분들께서 찾으시는 해산물 중 하나죠, 그래서 그런지 높은 가격에 팔아서 이익을 얻으려고 생각을 해보긴 했는데, 왠지 이 해산물들은 싸게 팔아야 그 맛이 더 높을 것 같아서, 다른 지역보다 10배나 더 싼 가격에 팔죠, 다른 지역에서 나오는 해산물보다 10배나 싸서 매일 수 만명에 손님분들이 찾아오셔서, 꽤나 우리같은 상인들은 기분이 좋죠. "
상인은 웃으면서 말한다.
나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렇다면 다른 지역보다 비싸게 팔면 안된다면, 값을 동등한 가격에 팔면 되지 않을까? 왜 꼭 다른 지역보다 2배도 아닌 10배나 더 싸게 파는 이유는 뭘까. 나로써는 도저히 상상조차하지 못할 말이다.
" 그리고보니, 이곳 해산물은 처음이신거 같은데. 해산물 하나 드릴까요? 보니깐 딱 한마리가 남아있던데. 돈을 필요없고요. 한마리 공짜로 준다고 세상이 두조각나는 것도 아니니깐요. "
그렇게 말하면서 상인은 내게 해산물이 담긴 박스를 건네줬고, 나는 그 상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그 경매장을 떠나 발걸을음 옮겼다. 결국은 해산물만 얻고 여기가 어딘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한 숨을 푹 쉬고 걷던 도중, 나는 흠칫 기억을 더듬으며 그 상인이 했던 말을 되새겨봤다.
" 크로니클 어비스에서 올라오는 해산물들은 대체로 다른 지역에 나는 해산물보다 더욱 맛있고 신선해서 많은 손님분들께서 찾으시는 해산물 중 하나죠. "
' 크로니클 어비스. '
그 남자가 말했던 말 중 크로니클 어비스란 단어를 기억했다. 경매장이 그곳이면 크로니클 어비스란 곳도 좀만 더 걸어가면 나온다는 말인가?
모래밭을 걷던 도중 움직임을 멈추고 한 참을 서 있었다. 갈까 말까, 혹시 가면 내 위치를 알 수 있을까? 하지만 그곳은 바다일게 분명할텐데. 크로니클 어비스란 단어 중 어비스란 단어가 심연이라는 뜻. 다른 말로는 깊은 수렁이라는 말인데. 뭐, 거기가 대륙일리는 없을테고.. 망설이던 발걸음은 다시 움직이며 모래밭을 걸었다. 어디를 갈지 모르지만, 뭐 걷다보면 사람들이 보일테고 마을도 보일테니. 일단은 걸어가봐야겠다. 】
점심을 먹고 난 뒤, 나는 엄마를 도와 그릇을 치웠고, 아빠는 다시 일을 해야한다며 마리너스로 가셨다.
점심을 먹는동안 우리 가족은 아무 말도 없이 쿠아 냉채만 먹었고, 그렇게 말이 많던 우리 엄마도 오늘따라 말이 없으셨다. 아빠가 다쳤다는 생각 때문에 걱정이 되셔서 그럴까. 하지만, 괜찮으실텐데. 쿠링에게 받은 해독약을 드셨으니깐…
그릇을 엄마에게 건네주곤 나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온갖 잡다한 물건들이 침대 위에 있는걸 나는 치우지도 않고 그대로 침대에 머리를 박고 쓰러졌다. 아침부터 뛰어다녀서 그런지, 꽤나 피로하다. 점심까지 먹어서 그런지 몸이 더 천근만근한게. 적어도 내일은 몸살이 걸릴 징조인게 분명한 것 같다.
베게에 파묻힌 고개를 들 힘조차 남지 않은 나는 그대로 잠이라도 잘까했지만, 왠일인지 정신은 말짱한게. 몸만 지금 매우 피로한 상태라는걸 느끼게된다. 하지만, 몸이 피로한건 뇌가 피로하다는거 아니였나.. 학교에가면 듣는건 친구들의 속삭임 밖에 없어서 그런지. 지식이 없는 것 같다.
〃갸릉~ ( 밥 안주냐. )〃
방 문을 툭툭 건드리면서 토리케라가 들어온다. 베게에 고개를 파묻고 있던 나는, 토리케라가 들어온걸 확인하고 고개를 돌릴려고 했으나, 고개가 돌아가지 않는다. 이미 내 힘은 모두 소진되버린 것일까. 말짱하던 정신이 갑자기 몽롱해지는게, 누가 툭하고 건들이지않으면 3초 안에 잠들어버릴 것 같다.
〃갸릉! ( 말 씹지마, 주인 새꺄! )〃
' 퍽 '
문득 밤이 깊고 비가 오는 날에는 이런 생각을 해본적 있다.
" 바다에서 사는 해산물들도 비가 오는 날이면 우울하겠지? "
바다에서 사는 해산물들도 비가 오는 날이면 우울하겠지라는 말을, 비가 내리는 한 밤 중에 많이 말한 적이 있던 것 같다. 물론,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은 한지는 모르지만. 나도 무의식적으로 그런 말을 내뱉은 적이 있었던 것 같다. 아니, 내뱉었다.
그럴때면 엄마는 웃으시면서, ' 아마 그렇겠지, 하지만 걔들에겐 비는 하늘이 내려주는 선물일걸? ' 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때는 내가 어렸을때였고, 엄마에 대한 신뢰가 높아서 엄마가 그런 말을 하자 다행스러운 표정으로 창 밖을 내다보던 고개를 집어넣고 잠에 빠졌던 것 같다.
물론 무슨 뜻인지는 모르지만, 그냥 엄마에 그 한마디로 마음이 편해졌던 것 같다. 지금과는 다르게 말이다.
그리곤 잠에서 깨어나고, 비가 갠 하늘을 보면서 또 다시 아무 일 없다는 듯 하루를 보냈다. 그리곤 또 비가 내리는 밤에는 또 다시 그 말을 내뱉고, 엄마는 또 다시 내게 답변을 해주고, 나는 또 다시 잠에 빠진다. 어떻게보면 멍청하면서도, 왠지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보인다.
" 아빠가 늦으시네, 바벨 우리 먼저 먹어야겠다. "
" 조금만 더 기다려봐요. 아빠는 오실거에요. "
해맑은 표정으로 창문 밖으로 내리는 빗방울 속에 그리움을 담고 아빠를 기다렸지만, 아빠는 비가 오는 밤에는 집에 돌아오지않았다.
꼭 비가 내리는 날에만 무슨 일이 있어도 마리너스로 가는 아빠를 기다리면서, 꼬르륵 - 소리가 나는 배를 움켜잡고 아빠를 기다리지만, 저 멀리 보이는건 아빠가 아닌 두려움.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빗방울 속에서 모습을 나타내고, 나는 그 안에 나타난 두려움을 떨쳐내려 발버둥치지만. 이내, 그 두려움은 내 몸에 흡수되고. 고통스러운 두려움이 내 몸에 집어삼킨 후, 나는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지곤 했다.
엄마가 보기에는 아무렇지않아보이겠지만, 나는 그랬다. 늘.
' 쿠콰쾅 - ! '
천둥까지 치는 밤에도 아빠는 오지않았다. 빗 속에 감춰진 도심이 천둥으로 인해 깜깜해지고. 하얗던 세상이 이젠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희미하게 보이는건 빗방울 뿐. 사람의 자취라곤 눈꼽만큼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굵은 빗방울만이 창문을 툭 툭 건들 뿐이였다.
〃이게 뭔 난리냐? 갑자기 비가 오고 지'랄이네. 리린, 거기에 쌓여진 약초 들고 이 포대에다 담아. 아오, 오랜만에 목욕을 했더니, 하늘이 노했는지 뻘짓으로 만들었네.〃
" . . . . . . "
〃야, 임마. 뭘 멍청이 앉아있어. 빨리 약초 들고 오라고!〃
" . . . . . . "
〃리린? 야 임…〃
' 쿠콰쾅 - ! '
【 맛있다.
이렇게 맛있는 해산물이 있을 줄이야 . . . . 이건, 보통 해산물이 아니다. 이건 신이 주신 신의 해산물이다.
" 우걱 우걱 "
채 씹지도 못한 해산물이 그대로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다른 해산물이였음, 나는 켁켁거리고 있겠지만. 이 목을 매끄럽게 타고 들어가는 이 해산물의 촉감. 다른 해산물과는 차원이 다른 해산물이다. 무슨 일로 이깟 해산물에 사람들이 모이나 했는데, 역시 이유가 있었다. 이 해산물.. 이 촉감.. 이 끝맛! 이건 절대 다른 지역에선 먹을 수 없는 것들이다. 아니, 절대 이 맛은 다른 지역에선 따라갈 수 없는 맛이다.
상인이 건네준 어마어마한 크기의 해산물도 금세 바닥이 났지만, 내 주린 배는 아직 성이 차지 않은 듯, 박스에 남겨진 해산물의 조각까지 핥아먹으며 그 해산물의 맛에 큰 경의를 표했다. 박스까지 빨아먹으면서까지 그 해산물의 맛을 잊지 못하는 나는, 어느세 눈이 홱 돌아가, 이 해산물은 꼭 사먹고마리다. 라는 생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지만.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은 0st,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서 받은 해산물따위를 먹다니.. 내가 맛이 간 모야ㅇ…
해산물 ' 따위 ' 가 아니다, 해산물 ' 이나 ' 로 해석을 해야할 것 같다. 이 해산물은... 절대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맛이다. 어떡해 이런 맛이 나는지.. 정말 궁금하다. 비린내도 하나도 나지 않고, 파도에 휩쓸려 골고루 섞이는 바닷물에 스스로 절여진 해산물의 맛. 과연 이걸 나보다 먼저 안 사람이 있었다니, 정말… 대단하다.
〃야이 호구새끼야! 먹었으면 치워야지. 어딘 내뺄려고 준비 중인겨? 너같은 자식들때문에 마리너스가 남아나질 않아요, 이런 시발. 당장 그 쓰레기 쓰레기통에 버리지 못해?!〃
나를 꾸중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다짜고짜 욕을 퍼붇는 목소리에 나는 화가 나 뒤를 돌아보자. 그곳에는 초록색 물체로 보이는 한 생명체가 씩씩거리며 나한테 다가온다.
" 넌 뭔데 욕이지? 넌 나를 아는가? "
〃벌건 대낮부터 술을 쳐 먹었나.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버리는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냐 이놈아! 너같은 놈때문에 아주 해양오염이 심한거 몰라? 예전엔 물 반 고기 반이였는데. 이젠 물 반 쓰레기 반이다.〃
자세히보니 나한테 소리를 지르는건 쿠링?
험상궂은 얼굴로 나한테 화를 내는 쿠링은, 한 쪽에 팽게쳐져있는 박스를 주워 쓰레기통에 버리곤 다시 나한테 걸어오면서 다시 한 번 욕을 지껄인다.
뭐가 그렇게 불만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쿠링. 꽤나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이다. 그런데 이 쿠링 말을 하고 있다. 원래 페트가 말을 할 수 있었나? 도대체 이 녀석은 말을 어떡해하는거지?
〃이 자식이, 어르신 말씀하시는데 뭘 멀뚱히쳐다ㅂ…〃
갑자기 의식이 희미해진다. 나한테 화를 내며 뭐라고 말을하는데, 왜 갑자기 말소리가 들리지않는거지..
〃... .. .. ....... ... . .. ..... .〃
뭐라고 계속 말을 하는거같은데, 들리질 않는다. 그저 움직이는 입모양만 보일 뿐, 그런데 잘 들어보니 뭐라고하는 것 같은데...
" 아. "
시야가 깜해진다. 도대체 무슨... 】
〃야 임마 리린! 너 정신을 어디다 두고 있는거야? 너 하마터면 번개에 맞고 죽을 뻔했어 이놈아!〃
" … 아. "
〃아? 이놈이 진짜 맛이 갔나. 왜 멍을 때리고 있어? 약초 들고오라니깐 쌩까고 말이야. 너 아까 전에 내가 말 함부로 했다고 그러는거냐? 사내 자식이 나잇값도 못하고 그런 일로 퉁하고 말이야. 요즘 시대가 어떤 시댄지는 알고 그러는거야?〃
" 제가 잠시 멍을 때렸나보군요, 비가 오니 이만 들어가시죠. "
〃야 임마, 아직 내 말 다 안 끝나 …〃
' 쿠콰쾅 - ! '
P.s : 제목을 영어로 계속 쓰려니 귀찮고해서 제목을 ' 크로니클 어비스 ' 로 바꿉니다. 원래 제목이 크로니클 어비스를 지칭하는 제목이라서 별 상관은 없지만요. 아무튼 즐감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