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니클 어비스 6

by 아인 posted Feb 18,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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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ist in the dark ocean of life the faint 

[ 어둠 속 존재하는 희미한 생명의 바다 ]

- 태풍과 폭풍의 경계선 -

No.6





  잠에서 깨어나니, 세상은 칠흑같이 어두웠고. 고개를 드니 바로 옆에서 토리케라가 입을 열고 숙면에 취하고 있었다. 정신은 아직 몽롱하나 페트가 보이니 본능적으로 이불을 덮어주고 나도 다시 잠을 자기 위해 눈꺼풀을 감았다.

  정신은 몽롱하고 눈꺼풀은 무거운데, 다시 잠이 오지는 않는다. 그저 내 의식 속에서 나의 상상만이 꿈으로 탈바꿈되어 어느 순간 잠에 빠지겠지. 하지만 지금은 잠 대신 피로가 풀렸으면 좋겠단 말이야. 하루 사이에 뜀박질을 몇번이나 한건지. 반나절 사이에 내 몸이 너무 망가진 것을 느꼈다.

  솔직히 내가 학교를 다녔을때도 이번만큼 뜀박질은 한 적은 처음인 것 같다. 무슨 일이 있어도 쉬엄 쉬엄 걸어가던 내가, 아무 이유 없이 뛴 이유로 말이다. 뭐 이유가 있긴 있었다. 아빠를 살리기 위해 쟈쟈마을까지 해독약을 받아오는 것. 별것 아닌 이유 같으면서도 왠지 중요한, 중요한 일 같아 나도 모르게 뛰어버린 것 같다. 그런데 솔직히 다른 녀석들은 아빠가 아프다고하면 약초부터 찾으려고 악을 쓸텐데. 나는 그때 뭘 했지. 


  " . . . . . . . . . "


  그냥 멍을 때리고 있었나, 아니면 충격을 먹고 움직일려해도 움직일 수 없었던걸까. 그렇게 중독된 아빠에 괴로운 모습만 그저 바라보는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라고 생각했었던걸까. 과연, 내가 아빠의 친아들이 맞기나하는걸까, 하는 건방진 생각을 하고서야 내 의식은 사라진다.



  " 바벨, 아직도 자는거야? 일어나 밥먹어! "


  졸도한 내 의식에 누군가가 속삭인다. 조용히 정신줄을 움켜잡으며 눈을 뜨자, 방금 전까지만해도 깜깜했던 하늘이 서서히 하얀색빛에 휩싸여 나의 두 눈을 자극한다.

  부스스한 머리를 한 손으로 휘감고, 옆에 있던 토리케라를 품에 안고 방을 나왔다. 거실로 나오니 엄마는 식탁 위에 한창 음식을 옮기고 계셨고, 언제 돌아오셨는지. 돌소파 위엔 아빠께서 조용히 신문을 읽고 계셨다.


  " 오셨어요. "


  " 그래, 잘 잤어? 우리 아들. 오늘 아빠 때문에 피곤했긴 했던 모양이구나. 자지도 앉는 낮잠까지 자는걸 보니. "


  아빠는 신문을 돌소파에 올리신 후, 내 머리를 쓰다듬으시면서 말씀하셨다. 분명 아빠는 웃으시면서 내게 말을 하셨는데. 왜 이렇게 가슴 한 구석이 울컥하는지. 아빠가 다친건 그저 일을 하다 다친건데, 왜 순전히 내 잘못이라고 생각하는걸까. 도대체 나는, 언제까지 아빠의 일을 반사적으로 싫어해야하는걸까. 나는 괜찮은데 몸은 아직까지도 반대하는 것 같다.


  " 바벨, 너도 어서 앉아. 뭘 그렇게 멀뚱히 서 있어? 토리케라도 오거라. 네가 좋아하는 쿠아 냉채다~! "


  품 안에 있던 토리케라가 엄마가 있는 곳으로 달려간다. 오늘 저녁도 쿠아 냉채인가. 언제쯤 쿠아 냉채에서 벗어날지 궁금하다. 물컹물컹한 촉감이 이젠 지겨운 나는 살짝 인상을 구기고 의자에 앉아, 엄마가 건네주는 쿠아 냉채가 담긴 그릇을 받아 내 앞으로 옮겼고. 토리케라에게 줄 그릇을 놓은 후에야 엄마도 쿠아 냉채를 푼 그릇을 들고 자리에 앉는다. 


  " 여보, 점심때도 쿠아 냉채 먹지 않았어? "


  " 네? 아, 쿠아 냉채가 잘 됬길래 한 번 더 올린거에요. 호호, 혹시 마음에 안 드세요? "


  " 아니, 아니야. 하핫, 꽤 오랜만에 먹는거라서 또 먹고 싶었는데, 딱 마침 잘 됬지 뭐. 자 먹자. "


  한달 식비가 쿠아 냉채에 쏟아부었다는 사실은 아직 아빠에게 알리지 않은 모양이였다. 아직도 10일이나 더 기다려야할텐데, 과연 그때까지 아빠가 이 사실을 모르시고 계실까. 꽤나 궁금하다.

  식탁 아래에서 그릇에 담긴 쿠아 냉채를 허겁지겁 먹던 토리케라가 사레가 걸렸는지, 켁 켁거리며 뭔가를 뱉으려 애쓰는 모습이 보이자. 숟가락으로 쿠아 냉채를 퍼먹던 엄마가 토리케라에게 다가가, 숟가락으로 토리케라의 등을 팍 - 치자, 둥그런 쿠아조각이 입에서 나온다. 쿠아조각이 입에서 나오자, 토리케라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쿠아 냉채에 얼굴을 박았고, 엄마도 웃으면서 다시 의자에 앉으신다. 


  " 여보, 나 내일 아침 일찍 아쿠아펄로 가봐야하니깐, 소라 좀 미리 챙겨줘. "


  " 아쿠아펄로요? 거긴 무슨 일로, 또 무슨 일 생긴거에요? "

  

  " 별건 아니고, 요즘 마리너스에 이상한 해산물만 낚여서 혹시 무슨 일이 생긴게 아닐까해서. 같이 일하는 사람 몇 명과 갈거니깐 시간되면 도시락 좀 싸주고. "


  " 아. "


  두런두런이야기를 하던 엄마는 알았다는 얼굴로 다시 쿠아 냉채를 드셨고, 아빠 역시 그런 엄마를 쓰윽 쳐다보시면서 쿠아 냉채를 건져드신다. 

  

  " 잘 먹었습니다. "


  그릇에 담긴 쿠아 냉채를 싹싹 긁어먹고는 인사를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방으로 들어오자 또 다시 적막감이 찾아왔고, 나는 지친 몸을 다시 침대에 던졌다.


  ' 쿵 - '


  아.



  언제 한 번 이런 생각을 해봤다. 별 것 아닌 생각은 자주 자주 떠오른데. 그 생각 중 괜시리 웃음만 나오는 생각이 있는 반 면, 왠지 생각만해도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프고, 슬픈 생각도 있기 마련이다. 솔직히 내 생각 중 반 이상은 ' 해양탐사 ' 에 대한 생각이고, 다른 반 이상은 기타 쓰잘데기 없는 생각들 뿐. 나 자신을 위한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아니, 시도 할 생각조차도 해본 적이 없다. 

  생각해보면 무지 나를 헤프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왠지 그 헤프게 생각하는 자체가 나를 위한 생각아닐까 하지만, 솔직히. 모르겠다. 그냥 자연의 순리에 스스럼없이 사는 것 같다.  


  " 낚시하러 갈래 형? 요즘따라 꽤 낚이던데. "


  " … 글쎄, 몸이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데. "


  " 에이, 그러지 말고. 낚시하러 가자~ 거기 명당이라서 남녀노소 누구든지 다 낚을 수 있어. 형처럼 허접조무래기들도 몇 분이면 낚을 수 있는 곳이라고~ "


  " 뭐라고 했냐 지금. "


  " 아무 것도 아니야, 어때 갈래? 거기에 이쁜 여자애들도 많이 있는데. 형이 안가면 나 혼자 다 꼬시는 수 밖에 하핫. "


  " 헛소리 한다, 낚시대 들고 앞장서라. "


  멍하니 아무 생각 없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내 곁에 피유가 찾아왔다. 물론, 피유는 꼬꼬마 시절부터 알던 동네동생이자 친구였고, 한 편으로는 죽마고우라고 말할 수 있다. 사교성은 좋았으니 싫증이 금방 나버리는 내 타입과, 무슨 일이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한 편으론 눈치가 없는 피유랑 나는 상극 같지만. 어쩌면 오래 전에 부셔진 반쪽 목걸이의 짝을 찾은 격이랄까. 우울하고 슬픈 날엔 언제나 피유가 내 곁에 있어줬고, 내 곁에 있을때마다 헛소리를 늘여뜨리긴 하지만, 그것도 하나에 피유의 매력이라고 생각했다.


  " 월척이다 - ! "


  " 지'랄을 하세요. 손가락만한 물고기가 뭐가 월척이라는거야? "


  " 하지만, 내가 잡은 것들 중에 이 물고기가 제일 큰걸? "


  " … 지금까지 멸치만한 물고기만 낚았다는 말이네. 에휴, 네 말을 듣고 온게 잘모ㅅ… "


  " 워 … 월척이다! 형 잡아당겨! "


  

  " 바벨, 아침이다. 얼른 씻고 밥 먹어. "


  달콤한 휴식에 취한 것 같았는데, 눈을 뜨고보니 세상은 나를 향해 피식 웃고 있었다. 지금까지 꿈을 꾸고 있던걸까, 괜시리 아쉬움이 남는다.


  " 안녕히 주무셨어요. "


  방문을 열고 나가니, 식탁에서 신문을 읽고 계시는 아빠를 발견했다. 인사를 하고 욕실로 들어가자. 꽤 후덥지근한 수증기가 내 몸 구석 구석을 휩쓴다. 분명, 이 수증기를 사용한건 엄마가 분명하다. 가족들 중 수증기가 나올 정도로 따뜻한 물을 사용하지않는 아빠와 나. 그렇다면 남은 사람들 엄마 밖에 더 있겠는가. 


  ' 쏴아 - "


  물이 목을 적시고, 숙면에 젖은 내 몸도 하수구에 흐르는 물과 함께 사라지는 것 같이 느껴진다. 꽤나 상쾌한 아침을 맞이하는 것 같다.


  

  " . "


  오늘 아침도 역시나 쿠아 냉채... 


  앞으로 몇 일은 더 먹어야한다는 생각을 가끔 잊곤 한다. 아니 잊고 싶다. 그래야 신경을 쓰지 않을텐데, 쿠아 냉채만 먹다보니 이젠 쿠아 냉채에 ' 쿠 ' 자만 보면 화가 나 돌아버릴 지경이다. 어제까지만해도 쿠아 냉채가 나온다고 좋아하시던 아빠의 얼굴마저도 조금은 굳어보인다. 


  " 오늘 아침도 쿠아 냉채? "


  어이가 없으신지 웃으시더니 엄마에게 물으셨고, 그릇에 쿠아 냉채를 꾹꾹 담으시던 엄마가 고개를 끄덕거리자, 아빠는 ' 사실이 아니야, 사실이 아니라고 말해줘! ' 라고 얼굴에 직접 필기를 하신다. 그러든말든 엄마는 쿠아 냉채가 담겨진 그릇을, 아빠와 내 앞에 놓으셨고, 이내 엄마도 쿠아 냉채가 담긴 그릇을 가지고 앉는다.

  

  " 먹자. "


  숟가락으로 쿠아 냉채를 퍼드시던 아빠가 말씀하시자, 그제서야 나와 엄마도 숟가락을 들었다. 그러자 밑에서 눈을 감고 명상을 하던 토리케라도 ' 갸릉~ ' 하며 밥그릇에 담긴 쿠아 냉채를 먹는데, 왠지 그 모습이 안타깝게 보인다.


  " 그나저나, 여보 소라는 챙겼어? "


  쿠아 냉채를 끄적 끄적 드시던 아빠가 우울한 표정으로 엄마에게 묻는다.


  " 없던걸요, 어제 하루종일 뒤져봐도 소라는 안 보이던데요? 혹시, 냅두고 오신거 아니에요? "


  " 그럴리가.. 분명 어제 바벨에게 소라를 받았는데. 정말 제대로 찾긴 했어? "


  " 안 찾은데가 없이 다 찾아봤는데, 소라는 없던걸요? 한 번 잘 생각해봐요. 놓고온게 아닌지. "


  " 이상하네.. "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먹던 쿠아 냉채를 다시 드신다. 


  그 소라, 내가 아직 아빠에게 건네주지 않은 걸로 기억된다. 그렇다면 그 소라가 어디로간거지, 분명 갈때까지만해도 손에 꽉 쥐고 있었는데, 누가 훔쳐갔을리도 없고. 어디로 간거지?


  " 잘 먹었어. "


  " 벌써 가시게요? 더 드시지않고. "


  " 충분히 먹었어, 이만 가볼게. "


  " 소라는 어찌하시고요? "


  " 가서 찾아보고, 없으면 연락줄게. "


  아빠는 빈 그릇 옆에 숟가락을 내려놓은 후, 밖으로 나가셨다. 아빠가 집을 나가자, 꽤 썰렁한 분위기가 형성된다. 그때 숟가락으로 쿠아 냉채를 찝으시던 엄마가 나를 쓰윽 쳐다보신다.


  " 아빠한테 제대로 소라 갖다준거 맞아? 혹시, 귀찮아서 어디다 내팽겨치고 온건 아니지? 보니깐 어제 꽤 늦게 왔던데. 어디서 놀고 온거야? "


  엄마가 짜증내는 말투로 물으셨다. 나는 엄마에게 말대꾸를 해보려했으나, 사실적으로 내가 아빠에게 소라를 건네준건 아니니 말이다. 그렇지만서도 아들을 얼마나 못 믿으시면 저런 말씀까지. 꽤나 울컥한다. 아빠가 다친걸 모르시는건가? 나 원, 서러워서 못 살겠네.


  " 아무튼, 아빠가 아쿠아펄로 가보셔야하니깐, 밥 먹고 소라나 찾아보자. "


  " 소라가 얼마한다고 찾아요 찾기를, 그냥 새로 사면 되지 않아요? 비싸보이지도 않던데. "


  " 뭐? "


  " 아, 알았어요. 찾으면 될거아니에요. 나 원. "


  " 빨리 먹어, 1~2시간 후에 아쿠아펄로 가신다고 했으니, 그 전엔 보내드려야하니깐. "


  엄마에 말에 나는 짜증 섞인 얼굴로 그릇에 담겨진 쿠아 냉채를 원샷하고 자리에서 일어났고, 밑에서 쪼물 쪼물 쿠아 건더기를 씹어 먹던 토리케라의 얼굴도 꽤나 심오해보인다. 왠지, 얼굴에 가득 담긴 슬픔이 보여지는 것 같다.

  엄마는 자신이 설거지를 하는 동안에 소라를 찾으라고 말씀하셨고, 나는 힘 빠진 고개를 흔들거리며 조용히 밖으로 빠져나왔다. 솔직히 소라가 집에 있을리는 없지 않은가? 분명 소라는 마리너스에 있을거다. 내가 이렇게 확신하는 이유는, 소라가 거기 말고 또 어디에 있겠는가? 분명 거기에 있겠지.

  엄마의 잔소리 음량이 높아지기 전에 서둘러 마리너스로 가야할 것 같은 나는 허겁지겁 정류장으로 향했고, 마침 맘모스 버스가 저 멀리서 오는걸 보고 난 나는 다행스러운 발걸음으로 정차하는 맘모스한테 다가갔다.


  〃 빠아오옹 - (정차하는거 안 보이냐, 멍청아.) 〃


  한동안 맘모스가 심기 불편한 눈초리로 쳐다본다.


  〃 빠아아오옹 - (빨리 잡아, 이 쉐끼야.) 〃


  신경질적인 울음소리와 함께, 맘모스는 무차별한 돌진을 하며 나를 끌고 갔고, 저 멀리 맘모스 버스를 타기 위해 달려오는 사람이 멍하니 나와 눈이 마주친다. 저 사람도 그때의 나처럼 나를 따라 달려온다.



  〃 빠아아옹 - ( 놔, 이 쉐끼야 ) 〃


  꽤나 시원스러운 바람을 가르고 도착한 마리너스 마을, 그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편안하게 마리너스에 오니 기분마저도 색다르다, 역시 휴식은 커피 한 잔의 여유가 아닌, 버스 탑승의 거만함이랄까. 푸핫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네.

  마리너스 마을로 들어가자, 파도에 휩쓸린 바닷내가 내 코를 자극한다. 언제나 마리너스에 도착할때 비릿한 냄새와 짠내가 나서 기분이 좀 좋진 않지만, 그래도 이런 냄새가 난다는건 그만큼 마리너스에 청정지역이란 생각도 든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이곳에 오면 무겁던 마음도 가벼워지는 것 같이 느껴지니.


  " 좀 깎아줘요, 뭔 놈의 아저씨가 찌질하게 그정도도 못 깎아줘요? "


  " 뭐야, 이년아? 이년이 어디서 어른한테 찌질하다는 말을 지껄여? 옛날에 그렇게 했으면, 넌 이미 저 바다에 있는 물고기 밥이 됬을거다 이년아! "


  " 언제적 고리타분한 이야기를 하시는거에요? 됬어요, 안 사면 될거 아니에요! 나 참, 뭔 놈의 해산물 하나가 5400st이나 한데? 개한테나 주세요! "


  " 이, 이년이! "


  편의점에서 나오는 한 남자가, 어떤 여자와 다투는 장면이 보인다. 무슨 일인가하고 들으니, 역시 해산물 값때문에 일어난 해프닝인가, 하긴, 요즘 마리너스에 잡히는게 죄다 이상한 해산물이니 가격이 뛸 수 밖에. 그런데 왜 갑자기 가슴이 아려오지, 왠지 남 생각할 처지는 아닌 것 같네.

  남의 싸움은 끼어들지말라는 우리 조상대대로 내려오는 가훈을 지키기위해 조심히 몸을 사리고, 옆에 건물로 들어가려는 나를 누군가가 부른다. 


  " 너, 그때 그 녀석이지? 나한테 편지 읽어달라고 한 놈. "


  남자와 다투고 있던 여자가 나를 쳐다보며 삿대질을 한다.


  " 어라, 너는. "


  여자의 얼굴을 잘 살펴보니, 그때 편지를 해독해준 ' 말투 싸'가지 없는 여자 ' ? 


  꽤 만나고 싶지 않던 우연이 생겼다, 역시나, 낯 익은 말투였는데. 이 여자일줄은. 그나저나 손에 든건 뭐지?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은. 


  " 너, 그 손에 있는거 뭐야? 혹시 ' 소라 ' 아니야? 그거 어디서 주웠어? "


  " 내가 그걸 너한테 왜 말해줘야하는데? 이 소라를 계기로 나랑 사귀고 싶은거냐? 근데 미안한걸 어쩌지? 너는 내 타입이 아니거든!! "


  뭐 저런 년이.


  " 야 이년아, 어딜 가? 돈을 주고 가야할 것 아냐! "


  " 아씨, 더럽게 비싼 해산물, 한 마리 정도는 공짜로 주는 것도 안되요? 갓 태어난 반짝 반짝 빛나는 알을 깨고 나온 병아리한테 이렇게 막 대해도 되는거에요? 이러니깐 장사가 안되지. "


  " 뭐 이년아?! "


  와, 쩐다.


  태어나고 머리카락이 한 가닥 빠지고나서 저렇게 막나가는 여자는 처음본다, 도대체 저 여자의 뇌에는 뭐가 들어있는거지.

  나는 씩씩거리며 욕짓거리를 하고 있는 여자에게 ' 소라 어디서 났어? ' 라고 묻자, 여자는 화장실에서 방금 갓 나온 곱등이가 펄쩍 뛴 모습을 본 듯한 몸놀림으로 깜짝 놀라며 비명을 지른다. 그 여자의 비명 음량 최고치에 나 역시 귀에 큰 손상을 입을 뻔 했다.


  " 뭔 짓거리야?! "


  " 그건 내가 할 말이라고! 너, 그 소라 어디서 났어? 주웠지? "


  " 그래 주웠다! 그런데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야? 혹시, 이걸 계기로 나와 사ㄱ… "


  " 헛소리 하지마! 누가 너 따위랑 사귀고 싶데!? 주운거라면 우리 아빠 것일 분명하니 돌려줘. "


  " 내가 왜? 내가 왜 너 따위한테 이 소라를 줘야하는건데? 왜 왜 왜?! "


  " 아 나 … 뭔, 이딴 년이 .. "


  " 년? 년 년?! "


  내 말에 여자가 이성을 잃었는지 고개를 양 옆으로 돌리며 헤드뱅잉은 한다. 그 모습을 보자 진짜 어이 없어 웃음이 나온다, 


  ' 툭 '


  시속 78km로 고개를 돌리던 여자의 손에서 풍력을 버티지 못한 소라가 땅으로 떨어진다. 나는 바닥에 떨어진 소라를 보고 재빨리 소라를 낚아챘고, 한참동안 헤드뱅잉을 하던 소녀가 어지러운지 속력이 줄어들더니 헤드뱅잉을 멈춘다. 그리곤 자기의 손에서 사라진 소라를 보자, 내 손에 있는 소라를 보며 입을 삐죽 내민다.


  " 너 정말... "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노려보던 여자가 이내 자리에 주저 앉더니,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 순간 내 뇌리에 스친 소름 끼치는 생각이 들어 조심스럽게 여자한테 다가가자, 어디선가 들려오는 흐느끼는 소리가 잔잔히 내 귀에 들리기 시작한다.





  P.s : 즐감하세요.

Who's 아인

profile

시간을 탓하지마라.

시간을 흘려보낸건 나 자신이다.

시간은 주어진게 아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 우연히 나라는 존재가 있을 뿐이다.

그 시간의 흐름에 어떻게 따라가느냐의 내가 증명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증명해보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