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이야기

|  나는 작가가 될 테야! 글을 창작해요

2012.02.19 07:50

루에르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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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을 땐,
이미 이 세상은 내가 알던 세상이 아니었다.


루에르

- 망각의 덫 - 

3



  그에게서 가까스로 승낙을 받긴 했지만, 그는 별로 나를 신뢰하지않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사실 나도 그와 한 약속을 지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못 갖겠다. 그저 쿠피디타스가 어디에 있는지 알기 위해 막 내뱉진 말들 중에 제일 구미가 당기는거였는데. 하지만 정말로 그 메달로 로빈과 라이제르가 걸린 병을 낫게 할 수 있다면, 나는 이 선택을 후회하지 않겠다.
  그와 향한 곳은 마을에서 꽤 멀리 떨어진 한 민가였다. 다른 마을과는 달리 평범한 건물에 모신 듯, 다른 집들과 섞여도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할 정도로 무방비 상태였다. 나는 그에게 그런 귀중한 물건을 함부로 방치해서는 되냐며 묻자, 그는 아무 말 없이 민가의 문고리를 잡아 당겼다.

  " 흐훕. "

  문이 열리자마자 그 안에서 휘날리는 먼지바람에 나도 모르게 소매자락으로 코를 막으며 그의 뒤로 숨었다. 그는 사방으로 흩어지는 먼지에도 아랑곳하지않고 서둘러 안으로 들어간다. 그의 뒤에서 멀뚱히 서있던 나도 그가 안으로 들어가자 뒤따라 민가 안으로 들어갔고, 그 안에는 구릿한 악취와 함께, 음침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왜 내가 만날 가는 곳마다 이런 곳인지 원, 내 운이 그 정도 안되는건가.

  " 여기다. "

  투덜거리며 그의 뒤를 따르던 나는 그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며 발걸음을 멈췄다. 그가 가리킨 곳은 다른 곳과는 별 다른 점이 없는 제단이였고,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평범한 민가라고 생각했으나, 안은 사당이였단건가. 그는 제단으로 가까이 다가가 그 제단 주변을 샅샅이 훑어보더니, 이내 뒤에서 멍청히 서있는 내게로 무언가를 건넨다.

  " 이건 뭐지? 무슨 막대기 같은데. "

  그에게 건네 받은 물건을 손의 감각으로 알아차리려는 나한테 그는 단호히 말했다.

  " 손전등이다. 내가 물건을 찾는 동안 그걸로 제단 쪽을 비춰라. "

  부탁 같으면서도 명령조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지만, 뭐, 원래 그의 말투가 그랬으니 내가 이해하는 수 밖에. 찜찜한 기분으로 제단을 향해 손전등을 비추던 중, 그 빛이 반사되어 주변 모습이 약간이나마 보인다. 할 짓이 없던 나는 손전등을 제단 쪽으로 비추며, 그 빛이 닿는 주변을 돌아보며 조금이나마 이곳이 어떤 곳인지 파악했다. 다른 사당들과는 비슷한 모습이지만, 어디선가 사당과는 거리가 먼 느낌이 든다. 내 괜한 생각이라 생각하며 별 다른 생각 없이 주위를 둘러보던 나는 순간적으로 시선을 멈추었다. 제단 쪽에서 별로 멀지 않는 곳에 덩그러니 놓여진 물건을 보며 나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 손전등 좀 제대로 좀 비춰봐. 그렇게 드니깐 잘 안보이잖아? "

  " 지. 지금 그게 문제가 아냐 …. 저것 좀 봐바. "

  " 뭔데 그렇게 호들갑이지? 뭐가 있길래 그래. "

  경직된 몸으로 뻣뻣히 손전등을 들고 있는 나의 시선이 머문 곳으로 그의 시선도 따라 움직인다. 그는 별 시덥지않는 눈치로 그 물건을 바라봤고, 한 몇초간의 침묵 후에 그의 비명소리가 사당 안에서 울려 퍼졌다.

  " 저. 저게 뭐야? 왜 저런게 이런 곳에 있는거야!! "

  그 역시 이곳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몰랐는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나의 등 뒤에 숨는다. 나는 그런 그에게 이곳이 뭘 하던 곳인지 모르냐며 묻자, 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전혀 모른다며 식겁한 목소리로 내게 말한다.

  " 왜 저게 저기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저런게 이곳에 돌아다닌다는건 …. "

  " 이곳이 그냥 사당이 아닌, ' 그런 일 ' 을 하는 곳이기도 했단건가 …. "

  우리는 아무런 미동 없이 그 자리, 그 모습으로 멍청히 그 사물을 향해 시선을 빼았겼고, 우리의 본래 목적도 잊어버린 채, 말없이 그 사당 안에 머물렀다.



  " … 역시 그곳은 그런 짓을 하기 위한 곳이였군. "

  우리들은 서재로 돌아와 황급히 책장 안에 책을 꺼내어 한권씩 차례대로 읽어갔다. 그러던 중 무언가를 발견하고 알아챈 듯한 그의 목소리에 나는 다급히 그에게 달려가 그곳이 무슨 장소냐며 물었고, 그는 내게 책에 적힌 사진과 내용이 담긴 페이지를 펼쳐보이며 내게 그 장소가 오래 전에 사용된 고문실이라는 것을 말해줬다. 나는 그가 내뱉은 말에 잠시 충격을 받은 얼굴로 멍하니 그 책에 담긴 정보들을 읽어내려갔고, 역시나 그곳은 옛날에 쓰여진 고문실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사실에 놀란건 나 뿐만이 아닌, 그 남자 역시 처음 듣는 얘기인지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 농담인줄 알았는데, 설마 그게 진담인줄은 미처 몰랐군. "

  " 뭐야, 그 말투. 그런 넌 원래부터 그곳이 어떤 장소인지 알았다는거야? "

  " 뭐,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군. "

  " 뭐야? "

  그는 심상치않은 표정으로 들고 있던 책을 덮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비어있는 책장 속에 지금껏 벌려놓았던 책들을 집어 넣으며 입을 연다.

  " 네가 봤던대로 그곳엔 우리가 봐서는 안될, 앞으로도 봐서는 안될 것을 보고 말았지. 그나마 다행이지, 그 여자나 내 딸들이 그곳에 안간게. 뭐, 나도 얼핏 들은 얘기지만, 그 사당은, 그러니까 그곳은 아마도 100년까지 사용된 고문실이였을거다. "

  " 그렇다면, 그 이후로 그곳에 출입하는 사람이 없었다는건가? "

  " 아마 그렇겠지. 무엇 때문에 출입이 불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출입이 가능했던 때라면 하루도 피가 마를 날이 없었겠지. 너도 느꼈겠지만, 그곳은 100년이 지난 이후에도 피 냄새가 사라지지 않았어. 네가 코를 막은 것도 그 냄새 때문에 막은거겠지. 사람이 사람의 피 냄새를 맡는다는게 그리 좋지는 않겠지. 그렇게보면 그곳은 사당으로 보기엔 힘들어, 신을 모신다는 곳에 그런 냄새가 베어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그곳은 사당으로써의 가치를 잃은 것 뿐이야. 더 이상 그곳은 사당이 아니라는 말이지. "

  " 그렇다는건 뭐야. 그곳에 쿠피디타스가 있을리 없다는건가? "

  " 그나마 눈치는 빨라서 좋군. 네 말 그대로다. "

  그는 책장에서 손을 떼고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 사당은 아니, 그곳에는 쿠피디타스가 없다는 그의 말에 나는 살짝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지으며 그를 바라봤고, 그는 그런 나를 보며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내 쪽으로 걸어온다.

  " 만약, 그런 곳에 쿠피디타스가 있다고 한들, 그건 더 이상 쿠피디타스가 아니야. 피의 찌든 추한 고물덩어리에 불과할거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이라면, 그곳에는 쿠피디타스가 없었다. 아니, 처음부터 그곳엔 쿠피다타스는 없었어. "

  " 뭐? 그렇다면 쿠피디타스는 대체 어디에 있는건데? "

  처음부터 그곳엔 쿠피디타스가 없었다는 그의 말에 당혹함을 감추지 못하고 나는 그에게 물었다. 그는 나의 물음에 대꾸도 하지 않고 조용히 다른 책장으로 걸어가 무언가를 찾는 듯이 책장 속을 뒤적거리기 시작한다. 그 모습에 여간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던 나는 그에게 뭐하는거냐며 묻자, 그는 이번에도 아무 말 없이 책장 속에 진열된 수많은 책들 중 한권을 꺼내 들곤 내 쪽으로 건넨다. 그가 건넨 책을 서슴없이 받아든 나는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물었다.

  " 이 책에 열쇠가 담겨있다, 이 말인가? "

  " 생각하기 나름이겠지. "

  " 제길 … 또 책을 읽어야하는건가. "

  또 한번의 독서를 해야하는 처지가 된 나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대놓고 싫은 티를 팍팍 풍기며 그에게 건네 받은 책을 조심스레 펼쳤다. 이번에도 보이는건 빽빽히 수를 놓은 글자들과, 간간히 모습을 나타내는 흑백사진 뿐, 이번에도 나는 그 사실을 알기 위해 또 다시 지루한 시간을 보내야하는건가 …. 손톱을 깨물며 천천히 책을 읽어내려가려는 내게 그가 잠시 손을 뻗으며 내 행동을 저지한다. 나는 그의 행동에 얼 빠진 표정을 지으며 쳐다봤고, 그는 나를 보며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눈치로 말문을 연다.

  " 책을 읽기 전에 네게 할 말이 있다. "

  " 뭔데? "

  " 책에 기재된 내용의 겉면을 볼게 아닌, 그 내면을 보는게 중요하다. "

  " 에에? 그건 또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 "

  " 그건, 네가 알아서 선택할 일이지만. "

  그 남자는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남기고 조용히 서재 밖으로 빠져나갔다.  책을 읽기 전, 심신을 안정시키려던 나에게 무슨 개소리를 지껄이고 간거냐. 안 그래도 책을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머리가 아파올 지경인데, 그딴 말까지 하면 나보고 어쩌라는거냐. 나보고 독심술이라도 하라는거냐? 아무튼간에 저 녀석, 엄청 재수 없다. 내가 아는 놈들 중에서 저 녀석이 두번째로 재수 없을거다. 

  " …. "

  그렇다는건 사로이가 첫번째라는건가 …? 이거 이거, 사로이가 알면 노하겠군. 그나저나 이제부터 책을 읽어야 할텐데, 도통 이 책도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단 말이야. 분명 내게 이 책을 준거는 이 안에 무언가가 있다는 말인텐데, 대체 뭐가 있다는거야?

  “ 겉면을 볼게 아닌, 그 내면을 보는게 중요하다. ”

  그런 말을 하면 누가 알아듣냔 말이지 …. 

  “ 그 내면을 보는게 중요하다. ”

  내면을 본다라 …. 책에 무슨 내면이 있냐, 그냥 그 자체가 그 내용의 전부를 지칭하는거지. 만약에 그 책에 내면이 있다면, 그 책은 대체 왜 써진거야? 원래 책이란게 그 모든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 아닌가? 독자들에게 숨길 의도로 만들어진거라면, 굳이 만들 필요가 있나? 그럴거라면 수수께끼를 내던가.

  ' ! '

  수 … 수께끼?

  “ 그 내면을 보는게 중요하다. ”

  내면 … 이라?

  ' ! '

  설마, 그 자식 … !!

  「 쿠당탕탕 - !! 」

  그 자식 설마, 지금 나를 가지고 논건가? 단순히 나를 시험하는거였냐고!! 그 자식, 알고 있으면서도 그런 표정을 지으며 내게 숨기다니. 역시나 그놈을 처음부터 내게 그 장소를 알려줄 생각이 없던건가? 아니, 그 전에 그 말은 대체 왜!!

  " …. "

  젠장, 하나도 모르겠네!!



  P.s : 저의 필기법을 지금에서야 알았습니다. 저는 원래부터 생각을 하며 서술하는 방식이 맞지 않았던겁니다. 한마디로 저는 진지하면 안되요. 진지하면 묘사하는 것이 힘들 뿐더러, 스토리를 써내는게 힘들다는걸 알게 됬죠. 그러니 저는 몸에 힘을 빼고 그냥 그대로 글을 써내려가면 되는거였어요. 어떻게보면 나쁜 버릇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것으로써 재미도 찾고, 기운도 차리고 일석이조가 아닐까하고 생각됩니다. 아무튼, 밤이 늦어서 어찌됬던 마무리를 했네요. 그럼 즐감하세요~!
  P.s2 : 만약에요, 아주 만약에요. 제가 겜게의 관리자가 되면 여러분은 어떤 느낌일까요. 어처피 이미 지났고, 나중에 다시 신청한다해도 될리도, 될 수도 없으니까 우스갯소리로 해보는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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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탓하지마라.

시간을 흘려보낸건 나 자신이다.

시간은 주어진게 아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 우연히 나라는 존재가 있을 뿐이다.

그 시간의 흐름에 어떻게 따라가느냐의 내가 증명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증명해보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