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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20 02:06

크로니클 어비스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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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ist in the dark ocean of life the faint 

[ 어둠 속 존재하는 희미한 생명의 바다 ]

- 태풍과 폭풍의 경계선 -

No.8




  아빠가 돌아가셨다. 비가 추적 추적 내리던 날, 무슨 일이 있다며 집까지 찾아온 피유가 내뱉은 말은 엄마와 나는 믿지 못하였다. ' 사실이 아니지? 사실이 아니잖아! ' 라고 피유를 잡고 매달리는 듯 소리쳤도, 피유는 아무 말 못하고 그저 고개만 떨굴 뿐이였다.

  아쿠아펄로 떠나신다는 아빠의 그 말이 마지막으로 하신 말씀이였다는 사실 자체가 우습고, 그렇게 좋아하시던 일로 돌아가신 아빠의 모습을 보자 비통하고, 그 일을 그만두게하지 못한 나를 진심으로 미워했다. 조금만, 조금만 더 아빠에게 내 의견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더라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도 벌어질 생각조차 일어나지 않았을텐데, 왜 나는.. 조금이나마 아빠가 해양탐사를 하는 것에 대해 마음을 연건지. 이해를 하지 못하겠다. 

  현재 엄마와 나는 마리너스에 있는 아빠가 일하시던 건물로 향하는 중이다, 비로 젖은 땅을 밟고가니, 진흙이 발에 묻어 걷는 속도를 저하시키는 점도 있지만. 왠지 몸이 무겁고 삶의 대한 ? 까지 생각된다. 맘모스 버스에 이끌려가는 발걸음엔 의지가 없다.

  

  〃 빠아아옹 - ( 놔, 이 쉐끼야 ) 〃


  버스에서 정차한 후, 마리너스 마을로 들어갔다. 빗 속에서도 하염 없이 퍼붇는 파도소리와 함께, 마리너스 특유의 짜고 비릿한 냄새가 비가 오니 조금은 더딘 듯 별다른 자극은 없었다. 엄마는 조금이라도 한 눈을 팔면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였고, 그런 엄마를 부축해서 향하는 나 역시도 자칫하면 무릎을 꿇고 쓰러질지도 모르겠다.

  

  ' 끼익 - '


  편의점 옆에 위치한 건물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아빠와 일을 같이하신 많은 분들이 고개를 떨군 채. 문을 열고 들어오는 우리를 일제히 쳐다본다. 그리곤, 그 중 한 분이 우리에게 다가와 아무 말 없이 인사를 하고, 조용히 우리들을 데리고 어디론가 향했다.

  향하는 동안, 나는 멍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봤다. 전에 왔을때보다 이상한 해산물들이 더 많이 진열되어 있었고, 그들 중 아빠를 위독하게 만든 ' 나틸로스 ' 라는 이름이 붙은 이상한 달팽이 같은 해산물을 발견했다. 그 해산물을 보니 울컥한 마음이 들었지만,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아. 마음을 억누르고 걸어갔다.


  " ! "


  응?

  쓰러질 기력으로 걷던 엄마는 앞에 펼쳐진 상황에 急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돌변했고, 나 역시 기운을 잃고 걷던 두 다리가 갑자기 근육이 붙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앞에 펼쳐지는 상황에 믿겨지지 않았다. 분명, 돌아가셨던 아빠가, 엄마와 내 앞에서 오징어를 뜯으며 신나게 잡지책을 읽고 계신 모습을 보기 전까지는.


  " … 아빠? "


  어 없고도 혼란스러운 목소리가 떨리며 나왔다. 내 목소리에 잡지책을 잃고 계시던 아빠가 이내 시선을 돌리고 어이없는 표정의 엄마와 나를 보더니, 반가운 표정으로 말씀하신다.


  " 응? 어! 바벨이랑 당신 왔구나. 왜 이렇게 늦게 와ㅆ… "


  이 날, 아빠는 주먹으로 얼굴을 꽂으려는 엄마를 말리느랴 꽤나 정신이 없었고, 그런 엄마의 뒤에서 엄나는 엄마를 부추겨 빨리 꽂으라고 저주를 퍼붇으며 이번 사건을 일단락했다.

  제정신을 차린 엄마와 나는 왜 그런 개드립을 했냐고 아빠에게 따지자, 옆에서 싱글벙글 웃고 있던 한 아저씨 한 분이 우리한테 다가와 이번 이야기의 전말을 말씀해주셨다.

  사건은 즉, 


  " 이게, 무슨 소란이에요? 왠 안개꽃? "


  그 년이 눈치 없이 안으로 들어왔다.

  

  " 너, 어디 갔다 지금 오는거야? "


  한 아저씨가 들어오는 그 년에게 궁시렁거리자, 그 년이 꽤나 더러워진 얼굴로 아저씨를 쏘아보며.


  " 잔소리 하지 말아요, 저도 꽤나 애 먹었다고요. "


  꽤나 신경질적인 톤으로 아저씨에게 말한다.


  " 아무튼, 부탁한 약초는 가져왔지? "


  " 아, 약초 얘기라면 하질 말아요. 뭔 놈의 쿠링이 무슨 참견이 그렇게 많은지. 약초 받으려다가 제가 혈압으로 쓰러질 판이였어요. 아무튼, 저는 다시 그 쿠링한테 안 갈꺼니깐. 시키려면 아, 쟤 시켜요 쟤. "


  그 년이 나한테 삿대질을 하며 말한다, 쿠링이랑 저 년이랑 언제 한 번 만날 것 같더니만, 오늘이 그 날이였구만. 안 봐도 비디오다. 저 더러운 성질머리에 쿠링이 폭포 흐르듯 신명나게 폭풍 욕짓거리를 속사포로 지껄였을게 분명하다. 그렇다고 당하고 있을 저 년이 아니니, 똑같이 험담을 하며 서로를 헐 뜯다가 저 년이 그만하자고 왔을게 뻔할 뻔자다. 아빠의 소라를 달라고 했을때도 그러했으니깐. 정말 살다 살다 저런 독종은 처음 봤다. 


  【 " 우.. 울어? 야, 야. "


  자리에 주저 앉은 여자가 아무리 불러도 일어날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여자를 울린 것 같아 뻘쭘함을 느낀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손으로 흔들자, 그녀는 이내 고개를 들더니 알아 들을 수 없는 욕짓거리를 하며, 내 손에 있던 소라를 빼앗더니, 이내 내 뽀송 뽀송한 뺨을 그 더러운 손으로 냅다 후려갈긴 후 더 멀리 도망갔다.

  그녀가 달려간 도주로를 멍하니 쳐다본 나는, 얼얼한 볼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울컥한 마음에, 사라진 그 년에게 그동안 내 입에서 목구멍으로 넘어가야했던 욕들이 그대로 분출되어 편의점 앞을 더럽혔다. 그 년과 다투던 남자가 나의 욕짓거리를 듣더니 이내 사색에 잠긴 얼굴로 재빠르게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한 참을 그 년을 향해 욕을 퍼붇던 나는, 급격하게 떨어진 스테미너를 보충하기 위해 편의점으로 들어갔고. 편의점에 들어가자 그 남자가 동그랗게 뜬 눈으로 나를 쳐다보더니.


  " 무, 무무슨일로 오셔셨네요? "


  라는 뭔 말인지도 모르는 말을 내뱉는다. 일단은 열불나는 속을 식혀야하니 물을 달라고하자, 그 남자는 허둥지둥 한쪽 진열대에 진열되어 있는 값이 꽤 나갈 것 같은 물을 내게 갖다주며 천천히 들라고 개봉한 입구에 작은 나무조각을 넣어준다.

  이건 뭐, 천천히 먹으라고 나뭇잎을 넣어준 아낙네도 아니고. 어이 없는 표정으로 그 남자를 쓰윽 보곤 이내 나무조각이든 쇳조각이든 그냥 냅다 삼키자, 나무조각에 붙어있는 기생물이 내 몸으로 흡수되는 것 같은 느낌에, 그 남자에게 구충약을 달라고한 뒤, 편의점을 빠져나갔다.

  물을 원샷을 했는데도 삭히지 않은 분에 구충약을 씹어 넘기며, 서둘러 아빠가 계신 건물로 발걸음을 돌렸다.

  

  " ! "


  아씨, 그러고보니깐 소라를 못 받았네. 아오 이런 망할 개년을 어디서 찾지?


  ' 퐑 - ! ' 


  소라가 내 머리에 날아와, 내 아름다운 뒷통수에 그대로 꽂힌다. 소라에 각인 된 나는 비명을 지르며 자리에 쓰러졌고. 쓰러진 나를 도망간 개년이 피식 피식 쪼개며 나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내밀고 있었다.


  " 아니, 저런 씨'발!! '


  피식 피식 쪼개는 그 년의 얼굴을 보니, 토가 나오며 화가 나왔지만, 소라에 너무 큰 타격을 받아서일까, 몸이 움직이지 않았고 정신이 몽롱한게. 그 이후론 기억나지 않았다. 】


  " 이 녀석이, 자기 할 일을 남에게 떠맡기는 녀석이 어딨어? 너가 다시 빨리 갔다와! "


  " 아, 안가요. 안간다고요! 그딴 녀석한테 가면 저만 빡친다니깐요? 저 새'끼 시키라고요. 저 새'끼요! "


  저 년이 이내 개'념을 탑제한 듯, 눈동자를 뒤집으면서 나에게 시키라고 강요한다. 그 모습에 나는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였다. 안가겠다고 발악하는 그 년을 보자, 아저씨들도 어이가 없는지 그 년에게 살짝 꿀밤을 먹인다. 그러자 그 년이 꿀밤을 먹였다고 또 길이 길이 날뛰기 시작한다. 진짜 저 년 보면 답이 없다.

  아저씨는 그런 년을 뒤로 한 채, 슬쩍 나를 쳐다보더니 우물쭈물한 발걸음으로 다가온다. 그러더니 나에게 대신 좀 그 약초를 받아와주면 안된다고 물었고, 나는 귀찮다고 거절하려고 했으나, 뒤에서 초롱 초롱한 눈빛으로 ' 우리 아들은 하겠지, 저 애처럼 안하겠다고 날뛰지는 않을거야. ' 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아빠와 엄마의 눈빛을 보니 거절을 할 수 없었다.


  " 쿠링한테 약초만 받아오면 되는거죠? 알았어요. "


  " 정말 고맙다, 역시 파필로온의 아들이라서 그런지 융통성이 좋구나. 핫핫핫. "


  뭐, 그렇게 융통성은 좋은건 아닌데, 저 년에 비하면. 나는 융통성 킹왕짱이겠지만.

  

  " 갖다올게요. "


  나갈 채비를 마치고 엄마와 아빠에게 인사를 했고, 엄마는 몸조심하라며 울먹거리는 얼굴로 나에게 말씀하신다. 내가 무슨 전쟁터에 죽으러 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 조심해라, 아들. 이런 날씨에 자칫하면 벼락 맞으니깐. 빨리 갖다와야한다. "


  아빠도 걱정스러운지 한 쪽 손으로 두 눈을 찝으며 연기에 돌입하신다. 나는 그런 부모님을 뒤로 한 채, 서둘러 약초를 받으러 쟈쟈마을로 출발했다.


  ' 쿠와쾅쾅 - ! '


  건물 밖을 나가니, 아까보다 더 굵고 커다란 빗방울이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이거 왠지 제대로 한 방울 맞으면 몸에 구멍이라도 뚫릴 기세다.


  " 시발. "


  욕을 하며, 서서히 한 발자국 내딛었다. 


  ' 추촻촬촰 - '


  굵은 빗방울이 머리와 목으로 집중 공략됬고, 뽀송 뽀송했던 뽀샤시한 내 얼굴과 몸들이 이내 하늘에서 내리는 비로 축 젖자, 별로 좋지 않던 기분이 더 더러워지는 것 같아. 조금은 찝찝한 기분이다. 하늘에 구멍이 난 듯, 무차별로 쏟아지는 빗방울에,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 것조차 힘들었다. 


  ' 쿠촤촹 - ! '


  엎친데 겹친 격으로, 번개까지 치니, 완전 오늘이 바로 ' 운수 좋은 날 ' 같다.

  질척한 모래밭을 밟고 지나가는 발에 닿는 촉감이 꽤나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런 환경에 그대로 노출 된 나는 저 멀리 쿠링마을에서 보면 길거리에 노닥거리던 베론무리들이 ' 요, 용자다! ' 라고 메롱거리며 이쪽으로 올 것 같은 개드립을 일삼으며 가까스로 마리너스 마을을 빠져나왔다. 눈도 뜨기 어려운 앞을 겨우 겨우 발로 더듬으며 걸어갔고, 저 멀리 뿌오오 - ! 거리며 화가 난 듯한 맘모스 스텝을 밟는 맘모스에게 다가갔다.


  〃뿌삐빠빠 뿌삐베베 - ! ( 이런 젠장! 이런 날씨에 무슨 버스질을 하라는거냐?! ) 〃


  꽤나 화가 난 듯 보이는 맘모스가 비에 홀딱 젖은 채, 다가오는 나를 발견했고. 버스를 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는지 그 긴 코로 나를 후려갈기려 머리 위로 번쩍 올린다. 쭉 뻗은 코를 발견한 나는 맘모스의 눈을 쳐다보며, ' 때리면 죽는다, 정육점에 팔아버리기 전에 코 내려라. ' 란 눈빛과는 달리 지금의 내 마음은 ' 살려줘. ' 와 상극되는 모습에, 이내 코를 올린 맘모스가 살짝 겁을 먹었는지 코를 내린다.

  맘모스가 코를 내린 것을 확인하곤, 나는 맘모스 뒤로 가서 맘모스를 붙잡자. 맘모스는 코를 뻗어 출발신호를 알린다.


  〃 빠아아오옹 - (출발합니다, 손님.) 〃


  왠지, 출발신호가 다르게 들린건 기분 탓일까, 아무튼 쿠오마을로 가는 쿠오행 맘모스 버스를 타고 쿠오로 향하는 발걸음이 꽤나 질척거린다.



  〃우왜왜왝 - !〃

  

  겨우 겨우 쟈쟈마을에 들어오자마자, 어디선가 쿠링의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이건 뭐 비 오는날 먼지나게 쳐 맞아봐야 정신을 차릴지, 그나저나 뭔데 저렇게 소리를 지르는지, 투덜거리며 쿠링이 있는 오래 된 나무 기둥 위로 나무덩쿨을 잡고 위로 향해 올라갔다.


  〃그 개같은 년! 또 오기만 해봐라, 아주 이 약초를 똥물에 튀겨서 입에 쳐 넣어불라! 아오!!〃


  나무덩쿨을 잡고 위로 올라오자, 얼굴이 씨'뻘건 쿠링이 코에서 연기를 뿜으며 분노하고 있었다. 그 년이 어떤 짓을 했길래 저렇게 쿠링이 노했는지 알고 싶다.


  " 너는. "


  비에 젖고 있는 서재와 각종 약초들을 비닐로 씌우고 있던 남자가 나를 발견하고 손을 흔든다. 내가 온걸 본 쿠링은 ' 으잉? 너는 또 왜 온거야! 이런 씨붏혓누홋! ' 이라는 알 수 없는 욕들을 읊으며 나를 반긴다. 꽤나 화가 단단하게 든 것 같은데, 어떻해하면 저렇게 화를 낼 수가 있는걸까. 그래도, 쿠링의 큐티한 몸으로 저렇게 화를 내는 모습을 보자, 내심 귀엽다는 생각에 ' 피식 ' 하고 웃자, 쿠링이 뭘 웃냐며 한 쪽에 있던 약초를 내 얼굴에 갖다 던진다.

  날아온 약초를 한 손으로 턱 - 하고 막고 조심스럽게 그루터기 위에 올려놓자, 그걸 보고 또 다시 쿠링이 노발대발 욕짓거리를 하며 나에게 삿대질을 한다. 이렇게 보면 그 년이랑 이 쿠링 녀석이랑 남매로 착각할 정도로의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물론, 욕짓거리와 성깔머리로.


  " 미안 미안, 르 님이 아까 전에 마리너스에서 약초를 받겠다고 찾아온 소녀한테 꽤나 화가 나셨거든, 그 녀석도 꽤 한 성질 하던걸? 완전 둘이 치고 박고 욕을 하는데, 와. 살다 살다 이런 욕도 다 있구나하고 필기 할 뻔한 걸. 르 님이 때려서 못 적었다니깐 하핫. "


  왠지, 그 년과 쿠링의 욕짓거리를 들어서 그런지. 그의 머리에 조금에 이상이 생긴 듯 보인다. 원래 이런 분위기가 아니였는데.


  〃이런 샹간나! 그 개같은 년 보기만 해봐라. 아주 얼굴에다 불장난을 해버릴겨! 아아!! 〃


  의자에 걸쳐앉아있던 쿠링이 또 다시 진노했다. 그 모습을 보자하니 저 녀석 혈압도 걱정된다. 꽤나 고령자라는 말을 어디서 들은 것 같긴 한데. 


  " 릴렉스, 너무 화 내지마. 너 그렇게 화내면 혈압으로 쓰러져 임마. "


  그런 쿠링이 걱정 되, 나는 애정 어린 충고를 쿠링한테 해줬고. 쿠링은 듣자마자 속사포로 그 년에게 못한 욕을 나한테 다 지껄이는 것 같다. 이래서 남 일엔 참견하지 말라고 어른들이 그랬구나. 괜히 그 년이 먹을 욕 내가 다 먹게 생겼네.

  발광을 하며 오두방정 +로 화를 내던 쿠링을, 남자가 달래며 쿠링이 화가 날때마다 건네주던 머그잔을 쿠링에게 보여주자, 쿠링은 조금은 진정된 얼굴로 그 남자에게 뭔가를 주문했고. 남자는 알았다며 방긋 웃으며 나무덩쿨을 잡고 아래로 내려간다. 도대체 뭘 하려고 이 비 오는 날에 움직이는걸까.


  〃 야이, 시발놈아. 넌 뭔데, 비 오는 날 쳐 오고 지'랄이야, 지'랄을! 안 그래도 정신 사나운데, 왜 오고 지'랄이야 지'랄은!! 〃


  아주 지'랄을 하십니다요. 지'랄은.

  아직도 화가 안 풀린 듯, 쿠링이 나한테 욕을 한다. 이젠 어느정도 욕을 먹을만큼 먹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쿠링에 입에선 아직도 모습을 나타내지않은 고귀한 문자들이 남아있나보다. 쿠링의 물음에 나는 여기에 온 이유를 설명했고, 그 설명 중에 그 년이랑 나랑 아는 사이는 아니고, 몇 번 본 싸'가지 없는 년이라고 말하자, 그 쿠링이 갑자기 눈이 똥그래지더니, 이내 들고 있던 머그잔을 나한테 던진다.


  〃 그 년이랑 친구였냐? 이 호구잡년아!! 당장 나가! 안 나가?! 〃


  그 년이랑 ' 몇 번 ' 본 사이를, 친구로 해석해버린 것 같다. 쿠링을 말리고 싶어도 남자가 없고, 설령, 있다고해도 지금 쿠링이 눈알이 뒤로 넘어갈 직전까지 온걸보니, 혈압 최고치로 올라간 것 같다. 

  이러면 일날 것 같아, 일단은 쿠링의 안전이 먼저라고 생각한 나는. 쿠링이 안정을 취할때까지 나무 아래에서 남자를 기다리는게 좋을 것 같아. 재빨리 나무덩쿨을 잡고 아래로 내려갔다. 내가 아무런 대응 없이 무시하고 나무덩쿨로 내려가자, 쿠링이 더 화를 내며 온갖 약초들이 나무 위에서 내 쪽으로 쏟아진다. 으메, 이게 무슨 한 여름의 풍경인가? 아주 좋아 죽겠네. 죽어!!


  〃 너, 이 새'끼! 다시 한 번 얼굴 들이밀었단 봐! 아주 그 년이랑 쌍으로 튀겨버릴겨!!! 〃


  와아, 씨'발. 오늘 같이 좆같은 날은 아마 없을거다.

  비가 존'나게 내리는 하늘 아래, 그대로 비를 맞으며 남자를 기다리는 내 모습을 생각하니, 내 자신도 존'나 초라하고 불쌍하게 생각된다. 아오, 이게 무슨 사서 고생인지. 왜 내가 여기서 이러고 있어야하는걸까. 하아, 그 망할 년 덕분에. 좋은 구경합니다. 해요!


  " 아오, 이런 젠장. "


  한 참이 지나도, 그 남자는 나타나지 않았고. 그 남자를 기다리는 시간동안 비는 내려도 내려도 끝이 없이 내린다. 언제쯤 이 비가 멈출까 생각하는 것보단. 어떻해해서라도 쿠링의 화를 삭혀서 약초를 받아갈 생각을 하는게 더 빠를 것 같다. 하지만, 내 혼자 힘으론 빡돈 쿠링에게 약초를 받아가는 것보단, 날아오는 물건이 더 많을 것 같다. 하아,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그 년의 횡포가 더욱 궁금해지는 찰나, 어디선가 낯 익은 실루엣이 빗 속을 가르며 걸어온다. 남잔가? 하고 째려보는 눈을 하고 빗 속에 걸어오는 한 남자를 쳐다봤다.


  " . . . . . . . 지겹다, 지겨워. 언제까지 날 피하고 다닐 생각이지? 지겹다 지겨워!! "


  남자인줄 알고 손을 흔들어서 인사를 하는데, 그 남자의 화난 목소리가 들린다. 목소리를 들으니 그 남자는 아니다. ' 에이, 뭐야. ' 좋다 만 얼굴로 다시 자리에 주저 앉는데, 그 남자가 휘청거리며 나에게 다가온다. 귀찮음을 느낀 나는 그 남자가 비켜가게 자리를 내주는데, 왠지 나를 쳐다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뭐야? 하는 눈초리로 쳐다보는 나를 꽤나 오랫동안 쳐다보던 남자가 이내 주먹으로 나의 얼굴을 후려갈긴다.


  ' 촰 - '


  날카롭고 재빠른 주먹을 채 보지도 못하고 그대로 후려맞은 나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1~2초동안 그 남자를 쳐다보곤, 이내 꽉 진 주먹으로 그 남자에 얼굴에다 똑같이 주먹을 꽂으려고 했으나, 그 남자는 재빠른 몸놀림으로 내 주먹을 피하면서, 반대손으로 또 다시 내 얼굴을 후려갈긴다.


  ' 촰 - 촰 - ! '


  어래, 원 투? 이런 씨.

  연속으로 2~3대를 쳐 맞으니, 꽤나 기분이 더럽다.


  " 이 새'끼가! "


  ' 퐔 - ! '


  이성 잃은 주먹이 그 녀석에 턱을 향해 날아갔고, 이번에는 정확하게 그 녀석에 턱을 뚫고 주먹이 솟구친다. 내 주먹에 후려맞은 그 녀석이 비틀거리며 주츰거렸고, 그때를 놓치지 않고 나는 그 녀석에게 돌진하며 무차별로 주먹으로 그 녀석에 얼굴과 배를 노리며 공격했다. 


  " 뒤져, 이 개'새'끼야!! "


  폭풍으로 치닫는 내 두 주먹과 발길질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그 녀석. 이미 이성을 반이나 잃어버린 상태에서 나를 말리는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한다. 한 참동안 먼지나게 두드려 팬 그 녀석을 자리에 주저 앉을때까지 후려갈긴 나는, 자리에 쓰러진 그 녀석을 보며 씩씩거리며 마지막 발길질로 그 녀석에 얼굴을 짓밟았다.


  " 시발놈이, 왜 가만히 있는 나를 건들고 지'랄이야. 안 그래도 일찐 더러워 죽겠는데! "


  목에서 끓어오르는 가래침을 그 녀석 옆에다 뱉곤, 다시 그 남자를 기다리며 자리에 앉았다.


  " . . . . . . . . "


  그 남자를 기다리는 동안, 자리에 쓰러진 녀석에게 시선이 돌아갔다. 꽤나 오랫동안 쓰러져있던 것 같던데, 왜 아직도 일어나질 않는거지. 조금은 신경이 쓰인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쓰러진 그 녀석을 향해 걸어갔고. 조심스럽게 그 녀석에 얼굴에 귀를 갖다대었다.


  " . . . . . . "


  다행히 숨을 쉬고 있다. 그런데 그 숨소리가 꽤나 미약하다. 설마하는 생각에 그 녀석을 들척이며 그 녀석의 몸을 보니, 꽤나 심한 상처가 곳곳에 난자되었다. 나한테 맞아서 생긴 상처가 아닌, 여기에 오기 전에 누군가에게 공격을 당한 상처였다. 조금이나마 시간을 지체했다간 이 녀석이 죽을 것 같다는 예감에 서둘러 그 녀석을 들처매, 쿠링이 있는 나무덩쿨 위로 올라갔다.


  〃이런 시발놈이 얼굴 들이밀지 말라고 몇 번 쳐 말했어!!!〃


  올라오자마자, 쿠링이 나를 보며 얼굴이 굳어지더니, 이내 또 다시 물건과 약초를 던지며 나를 반긴다. 그런 쿠링에게 욕을 날리고 싶었으나, 올라오는 욕을 꾹 참고, 쿠링에게 소리쳤다.


  " 이 녀석이 꽤나 다친 모양이야, 몸 구석 구석에 상처가 있어. 이대로 두면 죽고 말거야! 나는 올라가지 않을테니깐. 이 녀석 좀 치료해줘! 부탁이야, 르! "


  어깨에 들쳐맨 녀석을 쿠링이 있는 곳으로 던져놓고, 나는 후다닥 밑으로 내려갔다. 나무 위에선 아직도 쿠링이 나를 향해 욕을 하는 목소리가 들렸으나, 점차 시간이 지나자 그 목소리가 잦아든다. 휴, 그 녀석을 치료해주기로 마음 먹은걸까. 아무튼, 그 녀석이 치료 받는 동안, 그 남자가 기다려야겠다.





  P.s : 즐감하세요.

Who's 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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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탓하지마라.

시간을 흘려보낸건 나 자신이다.

시간은 주어진게 아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 우연히 나라는 존재가 있을 뿐이다.

그 시간의 흐름에 어떻게 따라가느냐의 내가 증명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증명해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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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크로니클 어비스 12 아인 2012.02.22 715
121 크로니클 어비스 11 아인 2012.02.22 790
120 크로니클 어비스 10 아인 2012.02.21 723
119 크로니클 어비스 9 1 아인 2012.02.21 780
118 루에르 58 2 아인 2012.02.21 697
117 [BGM] 딜문의 전설 - [ 17 ] 1 K.Dilmun 2012.02.20 721
116 루에르 57 아인 2012.02.20 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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