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이야기

|  나는 작가가 될 테야! 글을 창작해요

2012.02.22 10:14

Noble Princess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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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꽃 - 4]

 

  "대사님?"

 

  라네스는 느릿한 동작으로 테이블로 걸어왔다. 그리고는 천천히 자리에서 앉았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훌쩍거림을 이제 멈추었고 라네스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라네스는 크게 숨을 들이쉬고는 말했다.

 

  "공주님. 이젠 공주님도 결혼을 하실 때가 온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예. 알고 있어요. 이젠 저도 한 나라의 군주의 왕비가 되어야되겠죠."

 

  "공주님……."

 

  "알아요. 라네스 대사님. 저도 이젠 이곳을 떠나야하겠지요. 어느 분이죠? 그리고 언제가나요?"

 

  "여기서 멀지 않은 라우스 왕국 폐하의 아들이십니다. 총명하고 무예가 뛰어나신 분입니다. 아시다시피 벌써 공주님도 결혼하실 때가 되셨으니까요."

 

  루미너스는 고민에 빠진 표정이었다. 아마 이번의 공주와 폐하의 혼례로써 두 나라는 동맹을 맺으며 혹여나 일어날 전쟁에 대비하여 국력을 보강할 수 있을 것이다. 잠시 고민하던 공주는 어차피 자신이 이 혼례를 거부하거나 무를 수 없다는 사실을 느끼고는 씁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 표정을 알아차렸는지 라네스는 재빠르게 말했다.

 

  "앞으로 이틀 후에 출발하겠습니다. 공주님의 호위엔……."

 

  "저의 호위엔?"

 

  "레인 경이 따를 것입니다."

 

  라네스의 말이 끝나자마자 누군가가 바닥에 넘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는 가느다란 신음소리와 끙끙 앓는 소리가 나기시작했다. 어리둥절해진 그녀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문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문을 열어 주위를 돌아보았다. 돌아볼 필요도 없이 그 누군가가 그들을 보면서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라, 라네스님?"

 

  "네."

 

  "고, 고고고고공주님?"

 

  "예. 레인 경."

 

  "저, 저기 그게 아니라……."

 

  "레인 경?"

 

  "라, 라네스님. 저, 정말 그럴려고 그런게 아니고요……."

 

  "레인 경?"

 

  "고, 공주님. 저, 정말 전 결백해요."

 

  라네스와 루미너스는 울상인 얼굴로 당황하여 횡설수설하는 레인을 어리둥절하게 바라보았다. 그러나 곧 루미너스는 킥킥 웃더니 그를 향해 싱긋 웃었다. 옆에 있던 라네스도 알겠다는 듯이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그녀가 레인을 향해 말했다.

 

  "레인 경?"

 

  "예? 예. 공주님."

 

  "당신을 참수형에 처하겠어요."

 

  "……예?"

 

  "우리 말을 전부 깨우치지 못한 모양인데요. 으응. 목을 베겠다는 소리예요."

 

  "아?"

 

  "일정은 이틀 후로 하겠어요. 제 결혼 전 이벤트로는 딱이에요. 공주의 은밀하고도 야릇한 이야기를 훔쳐 들은 죄로 참수형에 처해지는 기사의 이야기라니!"

 

  레인은 큰 충격을 받은 듯 입을 뻐금뻐금 움직였고 라네스는 그 순진한 기사에 대해 싱긋 미소를 짓는 것으로 질책하는 것을 대신했다. 그리고는 루미너스에게 몇마디 말을 건네고는 그 자리를 떠났다. 여전히 충격에 빠져있는 그의 얼굴은 건드리면 터져버릴 것 같은 표정으로 자신의 주군의 동생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혹시나 자신이 공주의 장난에 걸려든 것은 아닐까하는 자신이 생각하기엔 황당하나 다른 사람이 듣기엔 설득력이 꽤나 있는 생각을 머릿 속으로 되뇌었다. 그렇게 혼란에 빠져있던 그를 향해 그녀는 말했다.

 

  "농담이에요."

 

  "아. 예. 농담이군요. 저를 불쌍히 여기신다면 저희 아버지에게 못난 아들 아버지한테 맞아죽지 않고 곱게 간다고 전해주세요. 어머니에게는 손자들 못 보여줘서 죄송하다고 전해주세요. 제 친구들한테는 결혼 한 번 못하고 죽었을테니까 말하진 말아주세요. 결혼못한 총각이라고 비웃음 당할테니까요. 오, 비루한 인생. 이렇게 가는구나. 그런데 농담이라뇨? 그게 무슨 소리죠?"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이 생각했던 가설을 확신하게 되었다. 역시 우리 말을 전부 깨우치지 못했군요. 그녀는 이 간단한 단어의 뜻을 이해못하는 자신의 호위무사를 위해 간단하게 설명해주었다.

 

  "장난이라는 뜻이에요."

 

  "장…… 난?"

 

  "예. 장난."

 

  "장…… 난……."

 

  "아니예요. 따라해보세요. 장. 난."

 

  "장난."

 

  "예. 바로 그거예요. 그럼 잘 자세요. 레인 경."

 

  "아, 안녕히…… 주무세요. 공주님……."

 

  키득키득 거리며 웃고 있던 공주는 자신의 얼빠진 호위무사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몇번 휘휘 젓다가 반응이 없자 그대로 문을 열고는 방문으로 들어가버렸다. 그렇게 한참 후 이 상황이 무슨 상황인지 깨닫고는 그는 정말 참수형을 부탁하면 어떨까하는 황당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순진무구한 병사와 장난끼 가득한 공주의 이야기는 그의 동료들에게는 훗날 꽤나 바보스럽게, 우스꽝스럽게 전해지게 되었고 레인은 그때 자신이 왜 참수형을 부탁하지 않았나하는 자괴감에 빠져드는 계기가 되었다.

 

 

 

  그가 이틀 동안 동료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동안 공주의 결혼식이 앞까지 다가왔다. 선두로 레인이 서있었고 그곳에는 10명의 병사들이 레인을 따랐다. 그리고 그 뒤로는 공주를 태울 마차가 서있었다. 그는 이 황당한 상황을 보면서 얼빠진 목소리를 내었다.

 

  "내가 어쩌다가 이런 중대한 임무까지 맡게 되었지?"

 

  그의 실없는 소리를 듣고 있던 병사들 중 한명이 그에게 말을 걸었다.

 

  "레인 경. 오늘이 공주님이 가장 이쁜 날이니까 열심히 봐두세요. 안그래도 이웃나라 왕자님께 공주님을 뺏기는데 몇일이라도 봐두셔야죠."

 

  "무무무무무무, 무슨 말이냐, 그게!"

 

  "에이. 레인 경께서 공주님 좋아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건 공주님 뿐이라고요. 다시 말하자면 공주님빼고 다 안다는 소리죠. 암."

 

  "뭐, 뭐시라? 대, 대체 누가 그런 소문을!"

 

  그 병사는 빤히 레인을 바라보았다. 레인은 무슨 일이냐는 듯 마주 빤히 보았다. 그러다가 그가 자신을 가리키는 것을 아는데는 조금 오래걸렸다. 그의 얼굴을 급격히 붉어졌고 그는 소리를 질렀다.

 

  "어허! 혼례를 치루시는 공주님께 그런 음란한 유언비어를 퍼트린 자가 있다면 당장 목을 벨 것이야!"

 

  "그럼 참수형은 레인 경께서 당하셔야겠네요. 이것으로 두 번인가요? 킥킥."

 

  "그, 그게 무슨 소리냐!"

 

  "레인 경께서 공주님만 보면 얼굴이 붉어지고 말을 더듬고 헤벌쭉해하는데 그걸 보고 공주님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모른다면 그건 이웃집 봉실이보다 못하죠."

 

  "보, 봉실이?"

 

  "아? 우리 집 강아지 이름이에요. 그리고 여기서 이웃집이 바로 저희 집이거든요."

 

  "크로오오오오온!"

 

  "왜 그러십니까? 레인 경?"

 

  다소 긴 이름처럼 들리는 크로오오오오온이라고 불린 병사는 시큰둥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정정할 것이 있다는 목소리로 그를 향해 말했다.

 

  "제 이름은 크로오오오오온이 아니라 크론이라고요. 몇년 째 같이 지내는데 이름 하나 헷갈리십니까?"

 

  "크윽. 알겠어. 알았다고. 그러니까 네 대형으로 돌아가."

 

  "옛서. 본부대로하죠."

 

  그는 여전히 키득거리면서 자신이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그 날이 있던 후 벌써 나흘 째가 흐르는 오늘도 우울감을 느낀 그는 자신이 혹시 우울증에 걸린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그는 한숨을 내쉬었고 멀리서 걸어오는 자신의 공주를 보는대는 좀 오래걸렸다. 멀리에서 루미너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레인 경?"

 

  "예? 예. 공주님."

 

  그녀는 활동에 불편함이 없고자하여 하늘색 드레스를 입고 그에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크론의 말에 따라 레인의 얼굴은 붉어졌고 헤벌쭉하게 변했다. 그럼으로써 크론의 가설은 완벽성을 이루었고 명예시민상을 받을 것임이 유력해졌다. 그러나 그 상을 줄 사람이 없음으로 그 가설은 심증만 남을 뿐 물증은 남지 않는 안타까운 사태가 일어나게 되었다. 레인은 잡념을 지우기 위해 고개를 휘휘저었고 진지한 표정으로 한쪽 무릎을 꿇고는 그녀를 올려다보며 대답했다.

 

  "베리타스 왕국 루스 베리타스 폐하의 병사, 레인. 위대하신 주군의 이름 아래 목숨을 바쳐 루미너스 베리타스 공주님을 지킬 것을 맹세합니다."

 

 

 

p.s 루미너스 공주님은 레인 경을 놀리기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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