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ist in the dark ocean of life the faint
[ 어둠 속 존재하는 희미한 생명의 바다 ]
- 태풍과 폭풍의 경계선 -
No.14
오늘 하루도 쨍쨍한 햇빛이 창문 너머로 스멀 스멀 기어들어오는 날씨다. 덕분에 매일 나는 땀에 쩔어서 살아야했고, 엄마의 쿠아 냉채는 하루 하루마다 그 냉랭한 기운은 더해져가, 자칫 잘못먹으면 몇일은 꼬박 배탈이 날 지경이였다. 사흘 내내 가뭄이 들어가는 내 피부에는 수분보충이 필요했지만, 샤워를 해도 몇 분만 있으면 땀 때문에 다시 샤워를 하러 가야하는 바람에. 그럴 바엔 그냥 참는게 났다는 엄마의 처방대로 난 그저 침대에 누워서 천장만 바라볼 뿐이다. 태풍과 폭풍이 지나간지가 벌써 사흘이나 흘렀는데, 마을 곳곳에는 태풍과 폭풍 때문에 일어난 피해 때문에 공사가 한창이다. 그 중 제일 피해를 본건 샴기르 마을 중앙에 위치한 샴기르 동상이 반으로 쪼개져, 옆에 있던 병원을 부시고 그 위에 있는 복권 판매대까지 부셨다나. 그 날 이후로 시작 된 공사는 아직도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소음만 사흘 내내 듣는 탓에 잠을 곱게 잔 적은 없는 것 같다. 요즘 부쩍 날카로워진 사람들의 시선과 건들기만해도 주먹부터 나가는 샴기르 마을 현황에, 밖으로 나가는 사람은 꽤 드물거라 예상된다.
" 엄마 왔다. "
물론, 엄마는 그런걸 상관하지않으셔서 망정이지만. 엄마는 다른 엄마들과 다르게 무슨 기운이 있다고 마을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었다. 물론, 나도 마을사람들에 말에 동의하는 바가 조금은 있다. 얼음마녀 헤티아의 후손 ' 헤티안 ' 이라는 말이 여러곳에서 들리지만, 아빠와 나는 그닥 신경쓰지않았다. 헤티안이든 헤티아든. 밥만 차려주면 된다는 식에 아빠와 내가 있어서 그럴까. 우리 가족은 하루 하루 화목하게 지나가는 것 같다. 그나저나, 마리너스에 장보고 오신다고하셨는데. 설마 또 쿠아를 사오신건 아니겠지.
" 바벨, 나와서 이 탱탱한 쿠아 좀 봐. 마리너스에서 갓 잡은 쿠아를 냉동실에 얼렸다는데. 맛있어보여서 5마리를 사왔지 뭐야. 냉장고에 쌓인게 쿠아지만, 이 쿠아로 만들면 쿠아 냉채가 더 맛있을 것 같지 않아? "
엄마의 해맑은 목소리에 뭐라 할 말이 없는 나는, 기운 빠지는 목소리로 ' 그렇겠네요. ' 라는 말을 하고 베게에 얼굴을 박았다. 늦은 밤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도 그 안에는 쿠아 밖에 없고, 설령 다른 음식이 있다고해도 그건 쿠아 냉채일 뿐이다. 요즘 들어 마리너스 해안가에 건져지는게 쿠아 밖에 없어서 그런지. 요근래에 들어 쿠아 말고는 다른 해산물을 먹어본 적이 없고, 본 적도 없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집 밖을 나가면 마리너스에서 나는 고유의 짠냄새가 샴기르 마을에도 나는 까닭에, 안 그래도 방학을 맞아 나가지않던 나는 영영 밖으로 나가지않겠다라고 다짐을 하게 한 계기가 되었다. 뭐, 그렇다고 내가 안 나가는건 아니다. 하루에 한 번 2시간 씩 토리케라를 산책시켜야하는 바람에, 반강제적으로 밖으로 나가서 2시간을 겨우 때우고 집으로 돌아올때 반기는건 역시나 쿠아 냉채. 정말 샴기르 마을의 짠내며, 쿠아 냉채며. 한 번이라도 제대로 된 밥상과, 샴기르 마을의 고유의 웅장함과 흙의 냄새를 다시 맡고 싶다.
" 바벨, 자? 왜 아무 말이 없어. 지금 토리케라 산책하러 갈 시간 아니야? 벌떡 안 일어나?! "
문을 열고 들어온 엄마의 호통소리에,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천장에 머리를 부딪히고 침대 아래로 내려갔다. 아무래도 내 방에서 침대를 빼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꿈지럭 꿈지럭거리는 나의 모습에 엄마는 답답한 듯, 목줄에 묶은 토리케라를 데려와 내 방으로 내려놓았고. 내 손에 목줄을 건네준 뒤 엄마는 내 등을 떠밀며 밖으로 나를 내보냈다. 신발도 제대로 못 신은 채, 밖으로 쫓겨난 나는 긴 한 숨을 내쉬고 쓸쓸한 발걸음으로 마을을 나섰다.
' 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국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국구구 '
샴기르 동상에 잠깐 가본 나는, 앞에서 빠른 속력으로 땅을 파헤치는 쿠쿠를 발견했다. 원래는 ' 쿠쿠쿠 ' 라고 울어야하는 쿠쿠가 빠른 속도 앞에서는 발음도 뭉개지나보다. 갈라진 샴기르 동상 옆에는 쿠쿠를 동반해. 바우, 그린고루, 쿠링 등 죄다 쟈루섬에 있는 페트가 공사를 도우고 있었다. 그 모습을 유심하게 쳐다보고 있던 나는 슬쩍 토리케라를 쳐다보며. ' 이 녀석도 이곳에서 일을 시켜볼까, 그러면 보수는 꽤 짭짤할텐데. ' 하는 표정으로 웃었다. 자신을 보며 웃는 나를 보는 토리케라의 눈빛이 사뭇 겁에 질린 눈동자처럼 떨린 모습을 보자, 장난스러운 마음은 싹 가시고 산책길을 서둘러 나섰다. 발걸음을 돌린 나를 보자 이제서야 안심이 된 듯한 토리케라가 기분이 좋은 듯 노래를 부르며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다.
요즘 들어 부쩍 토리케라의 성장이 한 눈에 보기에도 빠른 걸 느꼈다. 처음 펫상점에서 받아왔을때는 내 품 안에 쏙 들어올 크기였는데, 지금은 내가 이 녀석 품에 안겨야 할 것처럼 거대해진 토리케라를 보며. ' 이 녀석도, 이제 내 품을 떠날때가 된건가. ' 왠지 아쉬운 기분이다. 토리케라가 성장이 빠른건 알았지만,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는데. 하아, 벌써 내 곁을 떠나야한다니. 이젠 산책을 안해도 되겠네.
마을 입구에서 서성거리던 나는 이왕 산책시켜줄거 밖에나 나가볼까하는 생각에 토리케라를 이끌고 마을 밖으로 나섰다. 매일하던 산책이였지만, 외부에 나갈 정도로 내가 산책을 좋아하는건 아니라서 2시간동안 마을이나 몇바퀴 돌았는데 곧 있으면 산책하고 싶어도 못할 것 같아 오늘은 특별히 외부로 산책을 하기로 결정했다. 콧노래를 부르던 토리케라는 늘 걷던 길이 아닌 낯선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조금은 긴장한 듯 움직이려고하지않는다. 그대로 굳어버린 토리케라를 낑낑거리며 잡아당기지만, 예전보다 불어난 몸 때문에 오히려 끌리는 것 내 쪽이랄까. 이건 뭐, 나가고 싶어도 못나갈 듯 싶다.
" 일어나, 임마. "
발로 툭툭 건들여도 토리케라를 움직일 생각도 안한다. 한 번 두 번 세 번을 건들여도 토리케라가 꿈쩍도 않자, 나도 왠지 모를 기분이 상한다. 한 참을 마을 밖에서 서있던 나는 할 수 없이 산책은 마을에서 해야겠다는 결심을 내렸고, 내가 마을 입구 쪽으로 움직이자, 그제서야 토리케라가 안심한 듯 거대한 몸뚱이를 움직이며 마을로 들어간다. 그래, 나는 언제든지 산책할 수 있다. 네놈을 위해서 나가려고했는데 네가 싫다면 뭐. 나, 원망마라 네가 자초한 일이다. 궁시렁거리며 마을로 들어갔다.
" 다녀왔어요. "
한 참을 산책을 하던 나는 해가 중천에 떠서야 집에 도착했다. 날씨가 좋은 탓인지 그닥 힘들지는 않아서 그럭저럭 다행인 듯 싶다. 토리케라도 기분이 좋은 듯 엉덩이를 흔들고 집 안으로 들어간다. 나는 기운이 쪽 빠진 얼굴로 오늘 점심은 뭔가하고 무거운 발걸음을 돌려 주방으로 향했다. 뭐, 오늘 점심도 쿠아 냉채겠지하는 생각으로 기대는 안했지만.
" 오늘은 조금 늦게왔네. 날씨가 좋아서 산책하기 좋은 날씨지? 거봐, 엄마 덕분에 이런 좋은 날에 산책도하고. 넌 엄마를 잘 둔줄 알아. "
라고 말하는 엄마를 보며 그저 나는 웃을 뿐이다. 그나저나, 점심을 만드시는 손놀림인 엄마를 보니 왠지 모르게 속이 쓰리다. 오늘 점심도 쿠아 냉채일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일까. 하긴, 다른 해산물은 냉장고에 보이지않으니.
" 오늘도 쿠아 냉채에요? 거, 쿠아로 만들 수 있는게 쿠아 냉채 뿐만이 아니라 다른 것도 만들 수 있지않아요? 요즘 들어 계속 쿠아 냉채만 먹으니깐 몸에 한기가 도는게 감기에 걸릴 것 같다고요. 보니깐 아빠는 이미 감기에 걸리셨던데. 이왕 만들거 이열치열이라고, 뜨끈 뜨끈한 쿠아탕이라도 요리해주세요. "
" 안 그래도 쿠아전골 만들고 있으니깐, 조용히하고 이거나 아빠 갖다드려. 갖다드리기 전까진 점심 없는 줄 알고. 토리야, 밥 먹자! "
토리케라에게 쿠아전골을 떠다주는 엄마는 식탁 위에 놓여진 보따리를 아빠에게 갖다드리라고 퀘스트를 내려주셨다. 쿠아전골이라, 그러고보니 어릴때 몇 번 먹어본 적 있었는데 그때 정말 맛있었는데. 밥그릇에 담긴 따끈한 쿠아전골을 씹어먹는 토리케라의 연출에 왠지 모르게 군침이 돈다. 빨리 아빠께 갖다드린 후 나도 빨리 와서 쿠아 전골을 먹어야겠다.
" 다녀올게요. "
재빠르게 보따리를 들고 집 밖으로 나간 나는, 서둘러 맘모스버스가 있는 정류장을 가기 위해 마을 출구로 달려갔다.
" 얼래, 이 녀석 대체 뭘 가져간거야? 가져가라는 약초는 안가져가고. 하여간 제대로 하는게 없다니깐. 아무튼, 바벨이 다시 올때까지. 나도 점심이나 해결해야지. "
왠지 찜찜한 느낌이다. 마을 밖을 나가니, 때 마침 마리너스로 향하는 맘모스버스가 막 도착해서 울부짖으며 정차한다. 때 아닌 타이밍에 서둘러 맘모스버스를 붙잡기 위해 팔을 뻗었고, 맘모스버스는 아직 때가 아니라며 울부짖으며 꼬리로 내 손을 내려친다. 할 수 없이 몇 초간 기다리고 다시 손으로 붙잡고 출발신호를 내리자, 맘모스버스로 울부짖으며 마리너스로 향하는 발걸음을 내딛는다. 오늘은 방해꾼이 없어서 다행이다. 태풍과 폭풍이 지나간 후에는 맘튀(맘모스버스 혼자 타고 가기. 가끔 가다 맘모스버스만 보내고 자기는 내리는 악질을 발견할 수 있다.)하는 놈들이 꽤 줄어. 왠지 모를 씁쓸함이 든다. 그럭저럭 지친 몸의 활력소를 깨울 수 있는 찬스였는데, 왠지 그때가 그립다.
" 아, 좋다. "
맘모스버스 뒤에 매달려서 마리너스로 가는 동안. 따스한 햇빛 사이로 간지러운 바람이 스쳐지나간다. 요즘 들어 기분 좋은 날씨가 매일 반겨줘서 기분은 좋지만서도. 아직 복구되지않은 시설때문에 이런 따스한 날씨도 그닥 즐기지는 못한다. 아아, 정말 기분 좋다. 오늘따라, 울지않던 베론떼들의 동굴 핥는 소리가 저 멀리서 들리는 것 같다.
〃빠아아옹 - ( 놔, 이 쉐끼야 )〃
맘모스버스가 몸을 흔들며 나의 손아귀에서 벗어난다. 마리너스에 도착한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마리너스는 태풍과 폭풍이 일어난 근원지라 그런지. 샴기르 마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마을 곳곳에 남아있는 건물이 없었다. 더군다나 촌장댁까지 파손되어, 현재 촌장과 이 마을 사람들은 임시로 지은 천막에서 생활한다고한다. 해양탐사원인 아빠와 그의 동료들 역시 건물 아래에 위치한 지하실에도 물이 차 사용할 수 없게 되자. 태풍과 폭풍이 충돌한 그곳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에서 천막을 세워서 일하신다. 그때에 일 때문인지 그곳에 가기가 좀 꺼려지지만. 그래도 이미 지나간 일이니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아빠가 계신 천막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 ? "
아빠가 계신 천막 옆에 사람들이 우글 우글 모여있다. 천막 쪽으로 걸어가던 내 발걸음은 자동적으로 멈췄고, 천막 쪽에 시선을 돌리고 있는 사람들 사이로 천막을 젓히고 밖으로 나오는 아저씨 한 분을 발견했다. 그러자 갑자기 사람들이 시끄러워지더니 이내 아저씨 주위를 뱅뱅 감아싸며 뭔가를 물어보는 듯한 눈초리로 아저씨를 쳐다본다. 보따리를 들고있던 나 역시, 왠지 모를 호기심에 사람들 사이로 고개만 내민 후, 아저씨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보기로 했다. 아저씨는 사방에서 질문을 하는 사람들 때문에 골치가 아픈지, 입만 뻥끗 뻥끗하자. 옆에 있던 한 사람이 답답한 듯 손을 올리며 질문을 한다.
" 정말 이곳에 크로니클 어비스가 열린게 맞습니까?! 맞다면 대답해주십시요!! "
!
" 크로니클 어비스는 열린겁니까? 그렇다면 우린 다 죽는겁니까?! "
크로니클 어비스가 열렸냐는 둥, 우린 죽는다는 둥. 사람들에 질문쇄도에 아저씨가 머리가 지끈거리는지 한 손으로 머리를 지탱하고 서 있는다. 아무 말 없이 묵묵부담인 아저씨를 향해 어느 한 사람이 돌멩이를 던지며. ' 네들 혼자 살려고 그러는거냐? 열렸으면 열렸다. 안 열렸으면 꺼져라! 이런 식으로 말하란말이야. 이 시발놈들아!! ' 라고 외친다. 그리고보니 저 아저씨. 얼마 전에 투기장 안에서 행패를 부린 그 아저씨다. 돌멩이에 얻어맞은 아저씨가 찌릿하고 그 사람을 쳐다보자. 그 사람이 뭘 꼬라보냐며 노발대발 소리를 지르며 난리를 부린다. 아무튼, 저 아저씨 좀 닥치면 안되나하는 생각이 솟구친다.
" 크로니클 어비스는 열리지 않았습니다. 물론, 태풍과 폭풍의 경계선도 존재하지않았고요. 정령의 대리인 님께서 하신 말씀은 착오가 있던 모양입니다. 태풍과 폭풍의 경계선은 처음부터 존재하지않을걸로 보여집니다. 저희가 태풍과 폭풍이 충돌한지 사흘 내내 마리너스 남동쪽 해안가 옆에서 밤낮을 일했지만, 크로니클 어비스로 확인되는 대륙은 발견되지않았고, 기후의 균형이 틀어진 현상도 보지못했습니다. 그러니, 모두들 헛 된 오해는 그만하시고 천막으로 돌아가시길 바랍니다. 현재 우리들이 대비해야할 것은. 앞으로 우리들이 마을이 복구될때까지 필요한 의식주가 충분한가에 대해 걱정하시길 바랍니다. "
한 참을 머뭇거리던 아저씨의 말문이 열리고 다물때까지. 사방을 둘러싸고있던 사람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아저씨가 천막에 들어간 후에 모든 사람들이 아무 말도 없이 천막으로 돌아간 사실 외에는.
" 저기. "
" 아무 말 말아라, 무슨 말을 하고싶은지 알고 있다. 허나, 지금 그 사실을 말했다간. 더욱 더 큰 일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러니 한 이틀만이라도 조용히해주렴. "
아저씨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한 후 천막 안으로 몸을 숨긴다. 나 역시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않고 조용히 아저씨 뒤를 따라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 바벨, 너가 여기에 무슨 일로. "
천막 안에 놓여진 자그마한 탁자 앞에서 뭔가를 작성 중이던 아빠가 나를 발견하고 한 걸음에 달려오신다. 아빠는 감기에 고생 중인 듯, 두 쪽 콧구멍에 휴지를 꽂고 훌쩍거리며 무슨 일이냐며 되묻는다. 그런 아빠를 보며 나는 엄마가 갖다주라던 보따리를 아빠에게 건네주자, 아빠가 이게 뭐냐고 물으신다. 나는 엄마가 아빠 갖다드리라고 부탁한거라고 말했다.
" 감기에 좋다는 약을 얻어온다더니, 이게 그건가. 아무튼 엄마한테 가서 고맙다고 전해주렴. "
아빠는 기분이 좋은지 흥얼거리며 작업 중이던 탁자로 다시 향한다. 그런 아빠를 보며 나는 조용히 천막 밖을 빠져 나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돌리던 중. 누군가가 내 앞에서 서성거리는걸 발견했다.
〃당신이 바벨이로군요. 반갑습니다. 저는 마리너스 정령의 대리인 ' 무이 ' 라고 합니다.〃
낯 익은 파란색 생물체가 나를 향해 손을 내밀고 있었다. 자신이 정령의 대리인라고 칭하는 자를 자세히보니, 투기장 안에서 라고고 대리인과 같이 있던 무이란걸 알아챈 나는 이내 공손히 무이 대리인에게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했다.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그냥 편하게 동네 어른을 만난다고 생각하고 대해주십시요.〃
상냥한 웃음을 짓는 무이 대리인을 보며 나는 어색한 미소를 띄었다. 동네 어른이라고 보기엔 나이가 너무 많은데….
" 그런데 제 이름은 어떡해…. "
〃르가 알려주시더군요. 꽤나 골치 아픈 녀석이라고 하시면서요. 처음 들었을땐 나이가 어린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꽤나 늠름하시군요. 역시 르 말은 50 대 50 이군요. 하하.〃
무이 대리인도 꽤나 르와 같은 부류같다. 어색한 웃음을 짓던 나는 무이 대리인에게 이제 집에 가보겠다며 가벼운 인사를 하고 마을 출구로 향했다. 마을 출구로 향하는 나를 슬며시 보던 무이 대리인이 이내 나지막한 목소리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들려주십시요. 바벨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 같군요.〃
라며 무이 대리인은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천막 안으로 사라지는 무이 대리인에 뒷모습을 보던 나는 콧방귀를 끼고 마을 밖으로 나갔다.
P.s : 즐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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