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잠에서 깨어났을땐 내가 어디선가 누워서 자고있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언제 쯤이였을까, 이렇게 길바닥에서 자본 적이. 아마, 그때 이후론 처음일거다. 매일 그렇 듯 내게 찾아오는 시련들이 나에 몸을 훑어가며 나의 영혼에 작은 조각을 빼앗아간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부턴. 늘, 이런 생활이 익숙하다는 듯이 일어난다. 하늘을 매우 청량했다.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의 외침이. 늘 내겐 이런 식이였다. 나를 봐주는건 이 바람 뿐이지만, 나는 괜찮다. 아니, 괜찮을거다. 앞으로 어떤 많은 시련과 고비가 찾아온다한들, 나는 이 바람과 함께 그리고, 나의 영혼과 함께 세상에게 소리칠테니까..
오갈데없이 흩날리는 내 두 팔과 두 다리. 이 사지를 이용해, 나는 세상을 향해 한 발자국 내딛는다. 내딛는 발자국엔 그들의 시선들이 묻어나며 나의 두 다리엔 조금씩 감각마저 마비가 되어 나의 움직임을 더디게한다. 하지만, 멈출 수 없다. 내가 이곳에서 멈춘다면, 그들은 내게 ' 너는 안돼 ' 라는 식의 눈빛을 보내 나를 조롱할테니. 그들에 조롱 속에선 버텨낼 힘이 있을 턱이 없다. 매일 느껴오는거지만 그들의 조롱과 동정을 느끼는 눈빛과 행동들이 나를 더 비참하게 만든다. 하지만, 괜찮다. 언젠간 이 시선마저 동화 시킬 수 있을 때가 올테니. 나는 기다린다. 그 갸륵한 내일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는 이 길이 나를 원하지않는 사람들이 걷는 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물론, 그들이 걷는 길이라면 나도 이 길을 걷는게 그닥 탐탁치만은 않다. 그들이 걷는 길 위에 그들이 밟은 길 위에 그들의 시선이 묻어나올까 두렵다. 그리고 내가 걷고있는 이 길 위로 누군가가 나를 따라 걸어온다는 생각에 등줄이 매우 서늘해진다. 하지만, 이 길만은 어쩔 수 없다. 누가 나를 보더라도 누군가가 나를 보며 비웃더라도. 이 길이 아니면 내가 갈 곳은 없다. 그래서 나는 이 길 위에 선다.
' 툭 '
뭔가에 발이 걸려 넘어졌다. 나는 잠시 허리를 숙여 내 발 밑에 넘어져있는 물건을 집어 손바닥 위에 펴보았다.
' 디스 '
오랜만에 보는 담배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온다. 이왕 주운거 한 대 피고 걸어보자. 그런데 라이터가 없네. 그냥 입에 물고 걸어가자. 사탕처럼 쪽쪽 빨아보자 담배에 그 진한 향이 묻어나오는 것 같아 머리가 몽롱해진다. 그래, 하늘이 내게 준 선물이라 생각하자. 이 길을 걷는 것에 대한 보상. 나 같은 사람은 절대로 선택 할 수 없는 이 길에 대한 나의 평가라고 생각하자.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끝이 보인다.
길의 끝에 다달은 나. 아까 전부터 물고있던 담배를 바닥에 버리고 조심스럽게 입구로 들어갔다. 방금 전까지 황량했던 내 마음이 조금씩이나마 평온해지는 기분이다. 아, 이젠 이 입구를 지나면 나도 나를 반기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겠지. 나의 존재만으로도 그들에게 나를 알릴 수 만 있다면, 나는 기어코 이 길을, 아니 이 나날을 기억 할 수 있겠지..
- 말년휴가를 마치고 부대에 귀대하는 말년 병장의 일기.
P.s : 레알, 오늘 겜게에 올리는 소설은 이게 끝. [ 아까 또 하나 당첨됬는데 지워버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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