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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23 10:31

if only - P

조회 수 763 추천 수 0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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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f only : -이면 좋을 텐데.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 만약 그때 일이 그런식으로 풀이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텐데, 라고. 3년이 지난 지금도 이렇게 생각해본다. 바보같다. 어린애식 사고 방식이다.
  아마 내가 그녀와 만난 것은 4년 전 어느 2월의 눈이 내리는 날이였을 것이다. 내가 그녀를 봤을 첫 인상은 눈꽃처럼 아름다운, 진부한 표현이 되어버렸지만 정말 그랬다. 어쩌다보니 그녀가 우리 학교의 3학년인 것을 알았다. 뭐, 학교 선배이니 어쩌다가 길에서 마주쳐도 '선배, 안녕하세요'라며 인사할 뿐 딱히 그렇게 친하게 지내는 사이는 아니였다. 그런데 그녀는 그게 아니였나보다. 나를 보면 크게 기뻐하며 인사를 했고 나에게 먹을 것도 자주 사주며 나와 친해지고 싶어하는 듯 했다.

 

  "안녕!"

 

  뭐, 3학년들 사이에선 꽤나 평판이 좋았던 선배였던 걸로 기억한다. 예의바르고 착하고 아마 모든 친구들이 그녀를 좋아했다고도 할 수 있다. 발렌타인데이 때는 아침에 오면 책상에 초콜릿이 한가득, 그것도 남자나 여자나 할 것 없이 쌓여있었다는 것은 굳이 언급하지 않기로 한다. 라지만 이미 언급했으니 번복할 순 없겠지.
  나도 그런 그녀가 싫지는 않았다. 그러나 남자들은 누님, 누님거리면서 친하게 지내려고하고 여학생들도 언니, 언니하며 따라다니니 내가 보기엔 그 상황이 꽤나 어이없어 보일 것이다. 그런데 아주 황당한 것은 그녀가 먼저 나에게 친하게 지내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다. 아니, 물론 그녀가 후배에게 이런 친절을 베푸는 것은 나만은 아닐 것이다. 역시나 앞에서 말했듯 후배들에게도 인기가 좋으니까.

 

  "예, 안녕하세요. 선배."

 

  씨익 웃어보이며 자리에 앉는다. 한쪽 팔을 턱에 괴고 나를 지그시 바라본다. 솔직히 부담스럽다.

 

  "저, 저기 그래서 무슨 일로 부르신건가요?"

 

  "아아, 너무 그렇게 딱딱하게 굴지마."

 

  "예?"

 

  "선배후배 사이도 뭐하고 말이야."

 

  뭐하고 말이야? 무슨 소리를 하려는 거지?

 

  "그냥 누나동생할래?"

 

  "뭐, 뭐?"

 

  "벌써부터 반말하는거야?"

 

  "아니, 저기 잠깐만요. 갑자기 누나동생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에요."

 

  "나 너 좋아해. 마음에 들었다고 할까나?"

 

  대략 머리 속이 멍해진다. 아니, 이게 아니라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좋아한다느니 마음에 들었다니. 무슨 소리에요?"

 

  "동생 삼고 싶다고? 너 한국어 모르는건 아니지?"

 

  "아, 아니 국어는 항상 90대점을 유지하고 있고 나머지는, 아니 이게 아니라!"

 

  "혹시 고백이라거나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이야."

 

  "누, 누가 고백이라고 생각해요!"

 

  바보다. 나의 어린애 같은 감성으론 내 감정을 숨길 수 없다. 물론 내 목소리를 떨리고 있었고 얼굴은 보지않고도 알 수 있다. 분명 붉게 달아올라 있을 것이다.

 

  "사랑하는 동생아. 오늘은 뭐 사줄까? 햄버거? 피자?"

 

  "아니, 잠깐. 전 동생 하겠다는 소리도 안했는데."

 

  "한다면 하는거야. 알았지? 알았지?"

 

  눈을 빛내며 묻는다. 난 여자에게 무척이나 약하다. 아마 여자에 대한 면역 항체가 없는 것이 분명하다. 이건 내가 확신한다. 깊게 한숨을 내쉰 뒤에 내가 말했다.

 

  "알겠어요, 누나. 하지만 반말은 안되요."

 

  이렇게 누나동생사이가 성립되었다. 바보같은 이야기의 시작이였다.

 


 

  뭐, 마치 강화도조약과 같은 불평등조약 같은 느낌의 누나동생선언은 나로 하여금 나 자신이 바보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아니, 조약이 있었나?
  여기가 어디지? 오늘 무슨 요일이지? 일요일인가?
  자리에서 일어나 멍하니 주위를 둘러본다. 시계를 본다. 아아, 다행이다. 오늘은 쉬는 월요일이다. 조금 더 자볼까하고 졸린 얼굴로 베개에 얼굴을 비빈다. 그리고 얌얌거리면서 다시 잠을 청한다. 그리고 잠시 생각해본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일요일이 사람들이 가장 싫어한다는 그 요일인가? 그때 일주일의 모든 것이 다시 시작되는 날이니까 말이다.

 

  "월요일?"

 

  시계로 전락해버린 나의 휴대폰을 다시 바라본다. 8시다. 우리 학교 등교 시간은 8시 30분까지다.

 

  "지, 지, 지각이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황급히 일어나느라 침대 밑으로 굴러떨어져버렸다. 끙끙거리며 아픈 코를 감쌌고 이럴 시간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벽에 걸린 교복을 황급히 갈아입었다. 상상 최고의 속도로 준비를 완료한 것이다. 학교는 뛰어서라도 30분은 걸리는 곳이다. 평소에 너무 일찍 일어나서 아침형 바보라는 별명을 가진 나는 지각바보라는 별명으로 전향하게 될 것을 강요받을 지도 모른다. 혹은 국어바보. 90점대를 유지하고 있는 내 국어 성적이 위태롭게 되었다.

 

 

 

  30분 동안 힘차게 뛰어보기는 처음이다. 폐에서는 산소를 공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었고 내 입과 코는 숨을 그만 들이마쉴 것을 강요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숨이 넘어갈 것 같았다.
  저먼치에 학교 정문이 보였다. 핸드폰 시계를 보니 29분. 요란하게 소리를 지르며 미칠 듯이 속력을 다시 냈다.

 

  "으아아아아아아아! 제발 닫지마!"

 

  그리고 옆에서 오는 무언가와 헤딩.

 

  "으악!"

 

  "꺄악!"

 

  헐떡이는 숨과 바로 앞에 쓰러진 여학생의 그림은 꽤나 위험해보였지만 바로 앞에 서있는 교문담당 선생님의 눈빛을 보자니 무서운 그림으로 바뀌고 있었다. 무서움도 잠시 나는 내 앞에 쪼그려앉아 자신의 이마를 문지르는 여학생을 보았다. 얼마나 아팠는지 눈에는 눈물이 고여있었다.

 

  "서, 선배?"

 

  "선배 아니야. 누나야."

 

  "아, 아무튼요. 괜찮아요?"

 

  "대략은."

 

  아마 누군가가 이 장면을 본다면 '어머, 낭만적이기도해라'라는 헛소리를 짓걸일테고 '반도의 흔한 러브스토리인가?'라고 더 말같잖은 헛소리를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말하고 싶었다. 이 장면은 딱히 낭만적이지도 러브스토리도 아니다.

 

  "당장 둘이 무릎 꿇고 손 들고 있어!"

 

  선생님의 호통이 떨어졌다. 우리 둘은 화들짝 놀라서 달려갔고 나는 최대한 억울한 표정으로 무릎을 꿇고 손을 들고 있었다. 그녀는 딱히 억울하지 않는지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그녀가 지각한 것일까? 나도 꽤 일찍 오는 편이지만 항상 그녀는 나보다 항상 먼저 학교에 와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한 아침형 인간과 한 아침형 바보가 지각생이라니.

 

  "꽤 재미있었지?"

 

  "예?"

 

  "이런 에피소드 꽤 재미있다고."

 

  황당하기 그지 없었다. 지각 에피소드가 그렇게 재미있었나. 그것도 학교 여선배와 후배가 머리 헤딩을 하고 꼴사납게 같이 무릎을 꿇고 손을 들고 있는 것이.

 

  "어제 누나동생 선언이 꽤나 재미있었는지 잠을 못잤지 뭐야."

 

  나랑 똑같았나? 당황해버려서 어제는 한 숨도 자지 못했다. 그래서 내 눈을 퀭했고 얼굴은 푸석푸석했다. 머리는 다행히 딱히 제비가 집을 짓지는 않았다.
  그녀는 옆에서 계속 재잘재잘 뭐라고 중얼거렸고 나는 최대한 당황하지 않으면서 그녀의 말을 이어갔다. 이렇게 바보같은 우리들의 스토리는 시작되어갔다.

 

 

p.s if only는 뭔가 슬픈 것 같은 단어입니다.

 

는 역시 이런 건 오글거립니다.

  • ?
    그르르친구 와르르 2012.02.23 10:32
    포인트가 와르르, 포인트 팡팡! 이벤트~

    축하합니다. 밥하몬님 깜짝 이벤트, 포인트 팡팡! 포인트 10를 선물해드립니다~ 다음에 만나요 뿅

  • profile
    아인 2012.02.24 06:47

    이런 장르의 글도 한번씩 봐두면 좋은 참고가 되겠지요.

    건필하시길.

  • ?
    푸른머리클록 2012.03.28 05:28

    흠... 처음에봐서는 뭔가 슬플거 같았는데 재밌는이야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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