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ist in the dark ocean of life the faint
[ 어둠 속 존재하는 희미한 생명의 바다 ]
- 태풍과 폭풍의 경계선 -
No.15
" 다녀왔습니다. "
집에 도착한 나는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그대로 침대로 떨어졌다. 마리너스에서 여기까지오는데 뭐가 이리 고단한지. 왠지 매일 이렇게 다니라고하면 난 남아나지가 않을 것 같다. 꿈지럭거리며 베게를 머리에 베고 자려고하는 나에게, 엄마가 문을 열고 다가오신다. 엄마는 한심스럽다는 눈초리로 한 손에 들고있는 또 다른 보따리를 내 눈 앞에 갖다들이미시고는.
" 가져가라는 약초는 안 가져가고, 왜 쿠아 냉채를 가져다드린거야? 아빠는 그걸 또 받디? 나 원, 너희 부자는 뭘 제대로 하는게 없네. 후딱 갖다와! "
엄마는 한 손에 든 약초를 내 쪽으로 던지신 후 방을 나가신다. 침대 한 구석에 파묻힌 보따리를 쓰윽 꺼내 그 안에 내용물을 확인하니, 꽤 코를 쏘는 악취가 내 코를 마비시킨다. 이런걸 먹고 아빠가 정상적인 생활을 할지는 무근이다. 그나저나, 내가 갖다준 보따리가 쿠아 냉채였다면, 그 쿠아 냉채는 누굴 주려고 싸놓은거지. 일단은 이 약초를 아빠께 갖다드려야하긴 해야하는데. 왜 굳이 내가..
" 아빠한테 안 갖다드리면 넌, 점심 없다. "
엄마가 방 안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며 말한다. 나는 한 숨을 내쉬며 어쩔 수 없는 표정으로 보따리를 들고 방을 빠져나왔다. 방에서 나오니 주방에서 폴폴 풍겨오는 쿠아 전골의 냄새에 혼이 빠져나가는 육체이탈을 겪고나서 아쉬움이 묻어나는 눈으로 집 밖을 빠져나왔다.
집 밖을 나와 하늘을 바라보니, 중천에 떠 있던 해가 어느덧 기울기 시작한다. 쳇, 심부름 때문에 점심도 못 얻어먹는 이 설움을 누가 알아주랴. 투덜거리며 걸으며 엄마에 대한 미움을 내뱉는다. 마을 밖으로 빠져나가 마리너스로 향하는 맘모스버스를 기다리면서 주위를 둘러봤다. 뭐, 여긴 옛날부터 황폐했으니깐 파손 된 곳이 없어서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일까. 아무튼, 그 날 이후론 하루도 조용할 일이 없어서 스트레스가 쌓인다. 그나저나, 무이 대리인은 아빠가 계신 곳에 무슨 볼 일이 있어서 그런 곳에. 무이 대리인도 크로니클 어비스에 대해서 물을려고 온건가? 그때 하던 말들 중 2번을 이미 겪었다고하던데. 음, 대체 뭐가 어떻해되는지 원.
〃빠아아옹 - ( 놔, 이 쉐끼야 )〃
때 마침 마리너스행 맘모스버스가 도착했고, 나는 맘모스버스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맘모스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은 총 4명. 오늘따라 샴기르로 오는 마리너스 사람들이 꽤 많다. 뭐, 마리너스보단 샴기르가 조금은 났긴 났지만. 그래서 그런지 안 그래도 북적거리던 샴기르 마을은 더욱 더 사람들에 붐벼 발 디딜 틈이 없다는게 흠이다. 뭐, 나는 토리케라 산책을 제외하곤 그닥 많이 밖에 있진 않아서 천만다행이지만.
〃빠아아오옹 - (빨리 잡아, 이 쉐끼야.)〃
맘모스버스는 출발신호와 함께 출발했고, 다시 한 번 마리너스로 향하는 발걸음이 꽤나 묵직하다.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가져가는지 보따리 안을 풀어 내용물을 확인했다. 다행히 제대로 갖고온 것 맞는 것 같다. 그나저나, 해가 외외로 빨리 지는데. 곧 있으면 해가 질 기세다. 후딱 갖다오는게 좋을 것 같다.
〃빠아아옹 - ( 놔, 이 쉐끼야 )〃
마리너스에 도착한 나는 맘모스버스에서 내린 후, 서둘러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마리너스 마을이 꽤나 시끌벅적하다. 무슨 일이 일어났나?
" 모두들 피해요!! 남동쪽 해안가에 괴생물체가 나타났어요!! "
한 사람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자, 옆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이 헐레벌떡 그 사람을 따라 도망을 치기 시작한다. 남동쪽에 괴생물체라…. 가만, 그리고보니 남동쪽 해안가 옆에 아빠가 계신 천막이!!
〃꾸에에엑 - !!.〃
아빠가 계신 남동쪽 해안가로 향하는 도중, 어디선가 낯 선 페트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설마, 이 울음소리가 그 괴생물체의 울음소린가? 크기를 보니 얼마 멀지 않은 것 같다. 제발, 아무 일 없었으면 좋겠다. 설마, 도착해서보니 초토화 되었다는 그런 짜고 치는 고스톱은 싫다. 그러니 부디….
〃바벨, 비키십시요!!〃
무이 대리인이 나를 밀쳐내고 해안가로 뛰어들어간다. 중심을 잃고 그대로 모래밭에 패대겨쳐진 나는 허우적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을땐. 이미 무리 대리인은 바닷 속에서 괴생물체와 결투를 벌이는 듯, 파도가 심하게 출렁거린다.
〃저 자식, 또 멋대로 들어가네.〃
" 쿠링? "
〃이 싸가지 없는 놈을 보소. 내가 네 친구냐? 어디서 볼때마다 쿠링 쿠링거려. 버르장머리 없이 말이야. 이래뵈도 나이는 너보다 한 참 많거든? 그러니깐 존칭 좀 써 임마.〃
너에게 존칭 쓸만큼 너가 그렇게 위대한 인물은 아니거든.
〃너, 뭐냐. 그 눈빛.〃
" 아니, 아무 것도. 그런데 아까 그 울음소리는 뭐고. 넌, 왜 여깄어? "
〃이 자식아. 내가 여기에 있든 저기에 있든 뭔 상관이야? 새끼가 가만보면 날 가르쳐들어.〃
쿠링이 심기 불편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내 옆을 쓱 지나간다. 가만보니 그 남자는 데리고오지않았는지. 쿠링 뒤가 허전하다. 그나저나 무이 대리인은 아직도 바닷 속에서 싸우는지 한 참동안 나오지않았다. 나는 내 손에 들려있는 보따리를 발견하고, 아빠가 괜찮은지 확인하기 위해 서둘러 아빠가 계신 천막으로 향했다.
〃얌마, 피해!!〃
" ! "
쿠링이 다급한 목소리로 나를 부른다. 나는 무슨 일인가하고 뒤를 돌아보자, 쿠링이 왜 뒤를 쳐다보냐고 욕을 하며 빨리 피하라고 재촉한다. 무슨 일인가 앞을 돌아보는 순간. 무언가가 내 얼굴을 후려치고 사라진다. 갑작스러운 공격을 받은 나는 그대로 모래밭으로 내동댕이 쳐졌다.
〃빨리 피하지않고 뭐해!! 너, 그러다가 죽어 임마!!〃
쿠링이 심각한 목소리로 소리치지만, 이미 나는 한계점에 다달랐다. 무슨 촉수가 이렇게 아플까하는 생각과 동시에 내 눈 앞엔 또 다시 괴생물체의 촉수가 내 코 앞까지 내려왔다.
" 잠시만 눈 감고 있어라. 곧 끝내줄테니. "
어디선가 눈을 감으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의심할 겨를 없이 그 목소리에 말대로 눈을 감았고, 눈을 감은 순간 어디선가 바람이 홱 - 하고 불더니, 이내 괴생물체의 비명소리와 함께 내 얼굴에 뭔가가 튄다,
" 이제 눈 떠도 된다. "
다시 목소리가 들리고, 눈을 떠도 된다는 말에 나는 조심스럽게 눈을 떠서 사방을 둘러봤다. 내 주위에는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갈기 갈기 찢겨진 괴생물체의 파편이 모래밭 주위에 분포되어있었고, 방금 전 내 얼굴에 묻은 액체를 닦아내니, 시커먼 뭔가가 묻어나온다. 나는 인상을 구기며 모래밭에 손을 비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아무 일 없나? "
" 아, 덕분에 아무 일도. "
고개를 돌려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던 순간, 나는 그 사람의 얼굴을 보고 잠시동안 경직했다.
" 무슨 문제라도? "
" 아, 아니. 아무 것도. "
그는 사흘 전, 내 꿈 속에 나타난 그 남자였고. 꿈 속의 그 모습 그대로 내 앞에 나타났다. 그 남자를 보며 나는 이게 도대체 무슨 조환가 싶어. 남자를 훑어보며 설마 이건 꿈이 아니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뺨을 두들겨보지만, 이건 꿈이 아니였다. 그렇다면 이 남자는 도대체…?
〃얌마, 너 괜찮은거….〃
무사하냐며 저 멀리서 뛰어오던 쿠링이 그 남자의 얼굴을 보고 나와 같이 굳는다. 쿠링도 이 남자와 아는 사이인가? 생각하는 순간, 쿠링은 인상을 구기며 남자에게로 다가온다. 남자는 다가오는 쿠링을 보고도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고 뚫어지게 쿠링을 쳐다본다.
〃너, 나 알지?〃
" 글쎄, 모르겠는데요. "
〃시치미 떼지마! 분명 어디서 봤어. 그때도 이런 상황이였다고.〃
" 도통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군요. 저는 오늘 처음 뵙습니다만…. "
〃자, 자넨.〃
어디서봤다는 쿠링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남자 사이로 무이 대리인이 숨을 헐떡이며 모래밭 위로 기어나온다. 무이 대리인은 바닷 속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온 몸이 칼로 난자 당한 것처럼, 사선 모양의 상처들이 온 몸을 가득 메웠다. 그 모습에 쿠링이 놀란 얼굴로 무이 대리인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고, 이윽고 한 참동안은 무이 대리인에게 속사포로 내지르는 쿠링의 잔소리를 들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쿠링의 잔소리가 끝나고 고개를 돌렸을땐. 그 남자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있었다.
〃이 자식, 감히 도망을 가?! 네 이놈, 잡히기만 해봐라. 아작을 내줄테다!!〃
쿠링이 입에 불을 뿜으며 화를 내는 모습을 보던 무이 대리인이 피식 웃으며 어디론가 향한다. 화를 내던 쿠링은 어디론가 향하는 무이 앞을 가로막으며, 또 어딜 가냐고 잔소리를 늘여뜨렸지만. 무이는 아랑 곳하지않고 그저 웃기만 하고 그대로 갈 길을 간다. 그 모습에 자신을 무시하냐고 쿠링은 또 화를 내며 불을 뿜는걸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쿠링을 막을 방도는 이대로 지켜보는 것 뿐이니 말이다.
〃이런, 시발. 이딴 곳에 오는게 아니였어. 나, 집에 갈래.〃
쿠링이 신경질적인 말투로 마을 밖으로 향한다. 나는 떠나가는 쿠링의 뒷모습을 보며, 나도 슬슬 집으로 돌아갈까하는 생각으로 쿠링을 뒤따라 마을 밖을 나갔다. 때 마침, 샴기르행 맘모스버스가 정차해있었고. 코를 흔들거리며 나를 마중해주는 맘모스버스를 보자 왠지 모를 희열에 가득 찬 얼굴로 다가갔다.
〃빠아아오옹 - (빨리 잡아, 이 쉐끼야.)〃
" ? "
불과 5cm를 남기고, 맘모스버스가 출발해버렸다. 조금만 더 다가가면 팔이 닿을 거리였는데말이다. 나는 어이가 없는 얼굴로 저 멀리 사라져가는 맘모스버스의 뒷모습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멍을 때리고 있는 사이. 쿠오행 맘모스버스가 도착했고, 쿠링은 맘모스버스를 타고 쿠오로 향한다. 결국 나는 혼자 남았다.
" 다녀왔습니다. "
해가 반쯤 산에 걸칠 쯤이 되서야 겨우 집으로 돌아온 나는 지친 발걸음으로 식탁에 앉아, 밥 좀 달라며 엄마에게 애원하자. 엄마는 알았다며 수고 많은 우리 아들에게 밥 하나 못 주겠냐며 웃으시면서 말하는데. 왠지 섬뜩하다. 팔팔 끓인 쿠아 전골이 그릇에 담겨져 내 앞에 놓여진다. 쿠아 전골에서 풍겨오는 맛있는 냄새가 식감을 자극한다.
" 잘 먹겠습니다. "
라는 말이 끝난 동시에, 나는 숟가락으로 쿠아 전골을 퍼먹기 시작했다. 점심부터 지금까지 굶은 탓인지. 쿠아 전골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는 채. 일단은 배부터 채우자 식으로 퍼먹다보니, 사레가 걸려 켁켁거리고 다시 전골을 퍼먹는 내 모습을 보며, 엄마는 할 말은 잃은 듯 쳐다보신다. 그렇게 한 참동안 전골을 퍼먹던 나는 통통해진 배를 보며 풍족한 웃음을 지었고, 옆에 쌓인 그릇을 가져다 설거지를 하려는 생각에 충격을 먹으신 듯. 엄마가 나를 노려보신다. 그러게 그냥 점심을 주셨으면 이런 일은 안 일어나셨을텐데 말이죠. 하핫.
" 잘 먹었습니다. "
자리에서 일어나 나는 내 방으로 들어갔다. 방 안으로 들어가니 토리케라가 침대에서 부비적거리며 놀고 있었고, 그 모습을 본 나는 한 쪽 구석에 놓여진 인형을 토리케라한테 던져주자. 토리케라가 깜짝 놀라며 발광을 하더니 이내, 날아온 인형을 물어 뜯기 시작한다. 저 녀석, 육식동물이였나. 아, 배가 불러서 그런지 왠지 졸린게 좀 자야겠다.
' 쿵 '
아, 이런. 요즘엔 안 박더니, 정신줄을 놓으니 이런 일이…. 그래도 정신을 잃지 않아서 다행이다. 고통을 참으며 침대 위로 올라가 이불을 덮고 침대에 누운 나는 눈을 감았다. 이대로 자면 살이 찔게 분명하나. 나는 뺄 살도 없으니 살이나 찔 생각으로 스르륵 잠에 빠졌다.
〃갸릉~ (일어나, 임마. 놀아줘. 놀아달라고.)〃
… 잠에 빠지고 싶었으나, 옆에서 계속 ' 갸릉~ ' 거리는 토리케라 때문에 제대로 자질 못하겠다. 나는 슬그머니 토리케라의 몸통을 잡아 안으며 이불 속에 파묻었고, 발버둥을 치며 내 품 안에서 빠져나가려는 토리케라를 더욱 더 조여서 내 품 안에 파묻혔다. 한 참동안 발버둥치던 토리케라도 이제는 가망이 없다는 듯, 조용해졌고. 나는 조용해진 토리케라를 옆에 껴안고 그대로 잠에 빠졌다. 오늘은 꽤나 고단한 날이였다.
" 바벨, 일어나 아침이야. "
눈부신 햇살이 쏟아지는 꿈을 꾸고 있던 내 앞에,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번쩍 눈을 뜨며 앞을 쳐다보니. 엄마가 일어나라며 창문을 열고 계셨다. 나는 뻗친 머리를 손으로 내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긴 하품을 하고 토리케라를 들고 거실로 향했다.
" 오, 아들 지금 일어나네. 오늘 꽤나 시크한걸? "
식탁에 앉아 엄마가 어젯 밤 만들어놓은 쿠아 전골을 먹는 아빠의 얼굴이 해맑아보인다. 하긴, 일주일이 넘도록 쿠아 냉채만 먹었는데. 쿠아 전골은 솟아날 구멍이라고 해도 과찬일 것이다.
" 바벨, 너도 어서 앉아서 밥 먹어. 토리야, 너도. "
옆구리에 낀 토리케라도 잠이 깬 듯, 입맛을 다시며 눈을 뜬다. 나는 토리케라를 바닥에 두고 자리에 앉아. 쿠아 전골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팔팔 끓는 냄비 안에 가득 담긴 쿠아 전골의 모습에 아빠와 나는 두 눈이 반짝거렸고, 바닥에 놓여져 밥그릇만 핥고 있던 토리케라마저, 우월한 눈으로 엄마를 바라본다.
" 자, 여보꺼. "
" 감사요. "
엄마는 제일 먼저 아빠에게 쿠아 전골을 건네주신 후, 뒤 이어 토리케라에게 쿠아 전골을 부어주신, 응?
" 엄마. "
" 응? "
" 저는 왜 안 주세요? "
" 기달려, 줄게. "
왠지 기분이 애매모호한게. 분명 토리케라보다 내가 먼저 받아야하는게 정상아닌가? 꽤 심오한걸. 토리케라에게 쿠아 전골을 나눠준 엄마는 나머지 그릇을 다른 한 자리에 놓은 후. 냄비를 닫고 쿠아 전골이 놓여진 자리에 앉아 밥을 먹기 시작한다. 어이가 없어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는 나는 엄마를 보며. ' 저, 아직 안 주셨는데. ' 라고 말하지만, 엄마는 귀찮다며 너가 알아서 떠 먹으라면서 자신을 아빠와 토리케라와 먼저 밥을 드신다.
" . "
왠지 모를 설움이 욱하고 올라온다. 언제부턴가 소외 된 것 같은 느낌. 도대체 나는 이 집에서 토리케라보다 낮은 지위인가? 아, 내 인생이여.
아침부터 기분 잡친 나는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했고, 그 모습을 보던 엄마는 밥 맛이 없냐고 물으신다. ' 네, 밥 맛이 없네요. 어제 밥을 많이 먹은 것 같습니다. '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사실적으론 그게 아니여서 그냥 입만 꾹 다문 채. 고개를 가로저으며 꾸역 꾸역 쿠아 전골을 퍼먹었다.
" 아, 그리고보니. 바벨. "
" ? "
" 너, 어제 아빠한테 약초 안 갖다줬다면서? 약초 어딨어? "
" 에? "
약초라….
" 아! "
" 뭔 ' 아! ' 야 아는! 도대체 그 약초 어딨어? 갖다주지않았으면 너가 갖고 있어야되는거 아니니? 보니깐 어제 빈손이던데. 도대체 그 귀한 약초를 어따 팽개치고 온거야?! 그게 얼마나 비싼건데!! "
엄마의 잔소리 퍼레이드가 시작되자, 옆에서 밥을 드시던 아빠가 슬그머니 손으로 귀를 막으신다. 식탁 아래에서 밥그릇을 핥아 먹던 토리케라마저, 나를 노려보는 듯한 눈초리로 나를 쳐다보더니 이내 내 방으로 피신한다.
" 아, 그게요. 버린게 아니라. 아, 저도 잘 모르겠ㄴ…. "
"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야?! 당장 가서 찾아왓! "
밥 먹다 말고 아들을 쫓아내시는 엄마. 그걸 그저 묵묵히 지켜볼 수 없는 아빠와 옆에서 밥만 축내고 있는 토리케라 사이에 일어진 공방전은 개소리고. 이건 무슨 일인지, 아침부터 일찐이 별로 안 좋다. 아직 정신도 안 차린 아들한테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약초를 찾아오라니. 엄마도 너무 매정하다. 뭐, 어젯 밤에 너무 밥을 많이 먹어서 배는 고프지않지만. 적어도 준비 할 시간은 주셔야…. 하아, 하긴 엄마에게 뭘 더 바랄까. 이왕 쫓겨난 김에 아침운동이나하고 찾으러 가야겠다. 근데, 약초는 대체 어디에 찾지.
〃뭔가, 근심 가득한 표정이시군요. 뭘 찾으시나요?〃
터덜거리며 주위를 걷고 있던 내게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아침부터 말할 기분이 아니라서 대꾸를 하지 않자. 그 사람은 다시 한 번 뭘 찾냐고 물었고. 이번에도 무시하면 좀 그럴 것 같아. 약초를 찾아야하는데 어디서 찾아야할지 모르겠다며 그 사람한테 말하자. 그 사람은 약초를 찾고 싶으면 촌장댁으로 오라며 그곳에 가면 알 수 있을거라는 말과 함께 어디론가 걸어가는 발걸음이 조금씩 멀어진다. 촌장댁을 가면 약초를 알 수 있다라, 솔깃한데? 뻥인지 진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가서 손해볼 건 없으니. 한 번 가봐야겠다.
P.s : 좋은 아침입니다. 즐감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