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이야기

|  나는 작가가 될 테야! 글을 창작해요

2012.02.27 06:23

루에르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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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을 땐,
이미 이 세상은 내가 알던 세상이 아니었다.


루에르

- 망각의 덫 - 

9



  지난 과거의 생각을 하니 괜스레 멋쩍은 기분만이 감돈다. 두 손에 들려 있는 메달의 차가운 기운이 느껴지고, 붉게 달아 오른 나의 두 볼엔 조금씩 냉기가 도는 듯 싶었다. 며칠동안 내가 찾아 헤매던 메달이 지금 내 손바닥 위에 올려져 있다는 사실이 약간은 믿기지 않을 뿐더러, 이 메달의 능력을 알게 된 뒤부터 내 입가엔 자그마한 미소가 흘렀다. 
  다행히도 이 메달로 인해 모든 사건을 종결 시킬 수 있다는 희열과, 한 발자국 더 이 세계에 관한 진실로 뛰어든 계기가 된게 아닌가 싶어 두근거리는 가슴이 도통 진정되질 않는다. 그 남자와 한 약속을 지킬 수 있다는 생각과, 로빈을 구할 수 있다는 만감이 교차하며 나의 마음은 뒤훈들기 시작한다. 복도 바닥에 앉아 축 처져 있던 나는 조심스레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복도를 빠져 나갔다.

  「 끼 익 」

  문 소리가 소름 끼치게 날카롭게 들렸다. 벌써 하늘은 검은 융단이라도 깐 듯이 온통 어두컴컴 했고, 무슨 영문인진 모르겠으나, 평소에는 밤 한 가운데에서 대지를 향해 빛을 비추던 달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중간 중간 보이는 작은 별들만이 달의 빈자리를 대신 채워 주고 있었다. 아침까지만 해도 충분히 맑은 날씨였음에도, 어느센가 구름이 낀걸까? 그리고보니 약간 흐릿하면서도 시커먼 듯 보이는 하늘에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낀 나는, 행여나 비라도 쏟아질까싶어 서둘러 사당 쪽으로 향했다.



  마을에서 꽤나 먼 곳에 위치한 사당에 또 다시 찾아온 나는 반쯤 두근거리는 가슴을 가다듬고 조심스레 사당의 문을 열었다.

  「 끼 이 이 익 ―… 」

  싸늘한 바람이 문틈 사이를 빗겨나가는 소리와 함께, 다시는 보고 싶지 않던 사당의 내부가 흐릿하게 내 시야에 들어왔다. 아주 먼 옛날부터 사람을 고문하는 고문실로 사용된 이 사당은 꺼림찍한 기분과 함께 섬뜩한 기분까지 덤으로 따라오니, 이 안에 들어가는 것도 꽤나 고역일 듯 싶다. 하지만 이 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안되니 억지라도 발을 디딜 수 밖에 없는 노릇, 나는 조금 용기를 내세워 슬그머니 사당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
  사당엔 적막한 기운이 감돌았다. 처음 이곳에 들어 왓을 때도 별로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이곳이 어떤 곳인지 알고 들어가려니 더욱 발걸음이 떼지지 않는다. 하늘에 늘 떠 있던 달이 모습을 감추고, 작디 작은 별들만이 하늘을 대신해서 그런지 사당 안은 온통 컴컴했다. 마음이 급해 손전등을 못 가져온게 큰 잘못이지만, 어느정도 달빛이 커버해줄 줄 알았으나, 오늘은 달이 뜨지 않았음에 나는 다시 한번 나의 무지함에 혀를 내둘렀다. 다시 건물로 돌아가 손전등을 가져 오려 했지만, 왠지 이곳을 빠져 나가면 다시 못 들어 올 것 같은 생각에 쉽게 마음이 바뀌질 않는다. 이미 한 두번 들어옴에 어느정도 익숙해질 때도 됬건만, 마음 한켠에는 아직도 이 사당에 대한 의문이 커져만 가서 그런지 심장소리만이 사당 안에서 쿵쿵 울려 퍼진다.

  「 달그락 」

  제단을 찾아 발걸음을 옮기던 중, 무언가에 부딪친 듯한 소리와 함께 내 콩알만한 심장이 더욱 쪼들어 버릴 뻔 했다. 가까스로 호흡을 가다듬고 조심스레 다시 제단을 찾기 위한 수색에 빠졌다.
  그렇게 한동안 사당 안을 걸어던 나는 이내 어둠에 익숙해진 눈 탓인지 주위에 사물이 어느정도 보이는 듯 싶었고, 그 덕분인지 제단의 형태로 보이는 한 목재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서둘러 눈의 감각을 믿고 제단 쪽을 향해 다가갔고, 이내 다시 한번 내 앞에 나타난 낡은 제단을 보며 나는 조심스레 주머니에 넣어뒀던 메달 두 개를 꺼냈다.
  달빛이 없음에도, 빛에 비친 것 마냥 반짝반짝거리는 메달의 모습에 약간 당황스러움도 있었지만 금방 마음을 가라 앉히고 두 손에 들려진 메달을 천천히 제단 위에 놓인 널찍한 돌멩이 위에 올려 놓고는 소리 없이 그곳에서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순간적으로 메달과 메달간의 교류라도 하는지 붉은 빛과 푸른 빛의 파동이 메달에서 뿜어져 나오며 이내 사당 안을 가득 비추기 시작했다. 



  라셀은 내게 막중한 사실이라도 알려 주려는지, 사뭇 다른 표정을 지으며 나를 쳐다봤다. 그는 내게 이제부터 자신이 하는 말을 헛으로 듣지 말고, 또박 또박 머릿 속에 새겨 들으라는 당부의 말을 했고, 나는 그의 말에 알겠다는 고갯짓을 하며 그의 눈동자를 바라봤다. 그는 내가 마음의 준비가 된 것을 알고는 이내 깊은 숨을 들이 쉬며 천천히 숨을 내뱉는 속도로 내게 말하였다.

  “ 우리가 아는 쿠피디타스는 사실 하나가 아냐. 그 물체는 총 4개로 구성되며, 그들이 하나가 되는 순간 완전한 본래의 형태를 띄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이 세상의 파멸, 즉 우리가 사는 지금의 모습의 결정체가 되지. ”

  생각지도 못한 그의 말에 나는 잠시 놀란 얼굴로 그의 얼굴을 쳐다봤다. 오랜 전부터 메달로 인해 세상이 파멸 됬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그 메달이 하나가 아닌 여러 개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더군다나 우리가 아는 쿠피디타스는 온전한 상태가 아닌 분리가 된 상태라는 것에 또 한번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4개의 메달들이 하나가 되는 순간, 지금 우리 앞에 닥친 모든 시련과 고통들의 시작임을 알린다는 말에 나는 잠시 말을 잃을 수 밖에 없었다. 그토록 힘들게 지금까지 달려온 나한테는 너무나도 충격적인 발언이였다. 그 메달 하나 때문에 지금껏 많은 사람들이 희생됨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아직 제 모습을 갖춘게 아닌 뿐더러, 그 때문에 억울하게 죽음을 맞이한 란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 그는 이 세상과 자신의 마을을 위해 죽음을 택했다. 부와 명예 때문이 아닌, 오직 자신들의 세계를 더럽히는 존재를 이 세상에서 없애고 싶을 뿐이였다. 그런데 그런 존재가 하나가 아닌 넷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해야한단 말인가? 더군다나 그 때문에 자신의 딸을 보지도 못하고 낭떠러지에 몸을 던진 그 가련한 모습을 나는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나는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아니 들 수가 없었다. 지금껏 이 세계를 위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푹 빠져 있던 내겐 너무나도 큰 충격이였다. 이 모든 것의 근원을 뿌리 뽑고, 그 근원의 시작을 억제할 수 있을거라 믿던 내 앞에, 듣도 보지도 못한 새로운 누군가의 등장에 나는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나는 내 자신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아는 사실은 그의 반에 반도 안되는 진실, 그리고 그 대부분을 차지하는 나의 의문들 뿐이였다.
  말을 잇지 못하고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는 나를 보며 라셀도 조금은 말이 없어진 듯 싶었다. 하지만 라셀은 이 모든 사실을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말투와 행동에 나는 잠시 그를 노려봤다. 그는 아직 모든 사실을 내게 말해준게 아니였다. 엄청난 후유증을 앓게 할 말들 중, 일부분만이 입 밖에 나온 것 같은 그의 모습에 나는 다짜고짜 그의 어깨를 붙들고 그에게 물었다.

  “ 아직. 아직 내게 할 말이 남은거지? 그렇담 말해, 내가 알지 못하는, 네가 아는 모든 사실을 말야. ”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그의 어깨를 붙잡으며 말하는 나는 차마 뒷말을 이어 갈 수 없었다. 무엇 때문인지 나의 목을 누군가가 막아 놓는 듯한 통증과 함께 내 눈가에 뜨거운 기운이 올라 왔다. 묵묵한 표정으로 서 있던 라셀은 그런 나의 모습을 보곤 조금은 찡 했는지 천천히 고개를 끄덕거리며 내 손을 어깨에서 내려 놓는다.

  “ 지금부터 내가 할 말을 믿지 않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우리들이 알아낸 결과들이니까, 그리 부정적으로 보진 말아줘. ”

  “ 믿어. 그러니까 내게 말해줘. ”

  “ 후우 … 알았어. 그럼 지금부터 우리 수색꾼들이 갖고 있는 모든 정보를 네게 알려줄게. ” 

  라셀은 머리를 긁적거리며 또 다시 책장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가 가진 정보들과 수색꾼들이 얻어낸 자료들이 모두 책 안에 있는지 그의 손길이 분주해진다. 나는 그가 책들을 살펴보는 동안,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일들을 정리하고자 비틀거리는 몸을 가까스로 지탱하며 그가 건넨 책을 들여다보며 쿠피디타스의 관한 자료들을 하나 하나씩 눈에 담기 시작했다.

  “ … 쿠피디타스는 총 4개의 물체로 이뤄진 존재며, 그 4개의 물체가 하나가 되는 순간 그들의 본래의 모습으로 바뀐다. 우리들은 그 물체를 이렇게 부르기로 하였다. ”

  디 … 디시 … 디일 … 루? 라고 읽는걸까. 디시디일루, 대체 이 물체는 무슨 힘을 가졌길래 그런 어마어마한 결과를 낳게 되는거지? 나는 천천히 책을 읽어 내려가던 도중, 책에 기재된 ' 쿠피디타스의 능력 ' 이란 머릿말에 시선을 멈추고 말았다.

  “ 쿠피디타스의 … 능력? ”

  구미를 당기는 듯 싶으면서도 왠지 모를 찝찝한 기분을 불어내는 내용에 나는 조심스럽게 그 부분을 눈으로 읽어갔다.

  “ 푸른 달, 붉은 태양, 검은 별, 그리고 …. ”

  무(無)? 무라니, 이게 무슨 말이지?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글귀가 담겨진 책에 조금 더 가까이 눈길을 주던 내게로 라셀이 다가왔다. 한 가득 책을 두 손에 들고 오던 라셀은 뭘 그리 집중해서 보냐고 물었고, 나는 그런 라셀에게 그 내용이 적힌 페이지를 펼쳐 보여주며 그에게 물었다.

  “ 이게 무슨 말이지? 메달의 능력이 있다는게. ”

  “ 거기까지 알아낸거야? 후후, 역시 관찰력은 그때나 지금이나 대단한걸. 안 그래도 말해주려는 참이였으니까, 잠시만 기다려봐. ”

  한눈에 봐도 무거워보이는 책들을 가까스로 바닥에 내려 놓은 라셀이 식은 땀을 닦으며 자리에 주저 앉는다. 그리고는 내가 들고 있는 책을 슬쩍 쳐다보더니 이내 빼앗아 들고는 옆에 놓여진 책들 위로 살포시 올려 놓는다. 

  “ 왠만하면 책은 보지 않는게 좋아, 아무리 책이 지식의 결정체라 하지만, 그 책들엔 모두 진실이 있는게 아냐, 우리가 모르는 거짓도 진실 비스무리하게 집어 넣는 것도 있다는 말이지. 한마디로 무언가를 얻으려면 책이 아닌 직접 몸으로 부딪쳐봐야 해. 그건 너도 알거 아냐? ”

  라셀이 눈짓을 하며 내게 말했고, 나는 그런 라셀을 보며 피식 웃음을 지었다. 오래간만에 책 좀 읽으려고 했더니 이 녀석이 그 마음들을 싹 다 쓸어 내려가는군. 뭐, 이러는 편이 내게는 더 편할테지만 말야.
 
  “ 그래서 내게 해준다는 말이 뭐야? 내게 도움은 되는 말이겠지? ”

  “ 물론, 내가 한 말 중에 너한테 쓸모 없는게 있었냐? ”

  “ 아주 많이, 하지만 이번만큼은 너도 진정성이 담긴 말을 할거라 믿고 듣는거니까, 왠만하면 짧으면서도 굵게 해달라고. ”

  “ 훗, 내 말을 듣고 조금 위축된 줄 알았는데, 더 펄펄하군. 좋아, 이제부터 내가 할 말들을 양쪽 귀 활짝 벌리고 듣도록. ”

  장난 섞인 말들을 하며 긴장을 풀던 라셀이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나 또한 이제부터 그와의 진지한 대화를 나누기 위해 웃음을 잠시 거둬 들었고, 지금부터 라셀의 입 밖으로 나올 모든 진실과 의문들을 샅샅이 훑어볼 준비를 마친 나는 그의 눈을 바라봤고, 그는 나의 고갯짓과 함께 입을 연다.




  P.s : 요즘 들어 조금 연재하기가 버거운 것 같습니다. 조금 있으면 새학기를 맞아 개학도 할테고, 그렇게되면 준비하는 시간이 있을 수록 소설을 연재할 시간이 바쁠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 주 3~4회 연재를 고려하고 있는데, 자세한 사항은 나중에 알려드리겠습니다. 아무쪼록 즐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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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탓하지마라.

시간을 흘려보낸건 나 자신이다.

시간은 주어진게 아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 우연히 나라는 존재가 있을 뿐이다.

그 시간의 흐름에 어떻게 따라가느냐의 내가 증명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증명해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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