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이야기

|  나는 작가가 될 테야! 글을 창작해요

2012.02.29 22:04

루에르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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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을 땐,
이미 이 세상은 내가 알던 세상이 아니었다.


루에르

- 망각의 덫 - 

12




  조금씩 그들의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지고, 사방에 놓여진 고문도구들의 떨림까지 느껴졌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그들의 교류에 나는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킬 수 밖에 없었고, 시간이 흐를 수록 더욱 기세를 뻗으며 점점 커져만 갔다.
  붉은 색의 파동과 푸른 빛의 파동이 서로를 향해 부딪칠 수록, 사당은 점차 흔들림이 가해졌고, 그 속에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내 몸도 조금씩 그들의 무게에 점차 짖눌리기 시작한다. 

  “ 의식을 치루기 전에는 무조건 마음 단단이 먹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되려 네가 집어 삼켜질 수도 있으니까. ”

  쿠피디타스의 의식을 치루기 전, 몸가짐을 제대로 갖춰야 한다는 라셀의 말이 지금에서야 떠올랐다. 자칫하면 내가 봉인 될 수 있다는 말에 조금은 걱정이 되지만, 이미 벌어진 일, 나의 운을 믿어보록 하였다. 아직까지는 그다지 큰 데미지는 없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더욱 더 거세지는 그들의 파동에 나는 서서히 의식이 몽롱해지기 시작한다.

  “ 명심해, 절대로 봉인 중에 의식을 잃어선 안돼. 봉인은 실패함과 동시에 너 또한 산산조각이 날 수 있으니까. ”

  계속해서 머릿 속을 맴도는 라셀의 말이 자꾸만 나의 불안감을 조성한다. 아까까지만해도 별 걱정 나는 조금씩 두려움이 커져만 갔다. 왜 그런 생각들이 지금에서야 드는지, 이럴 때 보면 참 나도 답이 없다며 괜시리 미소를 흘리며 꿋꿋이 제단 쪽을 바라봤다.
 
  " ! "

  그 순간, 알 수 없는 굉음과 함께 사당 안을 가득 메우던 두 개의 파동이 한순간에 모습을 감춘다. 빛들이 사라지자, 제단 위에 가만히 놓여져 있던 메달들이 약간씩 떨리기 시작했고, 이윽고 두 개의 메달이 제단 위로 두둥실 떠오른다.

  " ! 봉인에 성공한건가? "

  잠시동안 사색에 잠겨 있던 나는 이내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제단 쪽을 바라봤고, 공중에 뜬 메달들은 제단 주변을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허공을 돌던 메달들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큰 굉음을 냈고, 그 굉음 뒤로 불어 닥친 폭풍에, 나는 저항도 해보지 못하고 그대로 뒤로 나자빠졌다. 
  
  " 이 … 이런. "

  봉인에 실패한건가? 아니, 아직 그렇다고는 보기 힘들어. 그렇지만 성공 했다고 보기에도 너무나도 이상해. 라셀의 말대로라면 지금쯤 허공 위로 뜬 메달들이 서로와 융합을 하기 위해 활발히 움직인다 했어. 하지만 갑작스레 바닥으로 떨어진걸로도 모잘라, 알 수 없는 바람까지 불러 닥치다니. 분명, 의식 도중에 뭔가가 잘못된걸 수도 있어. 그렇다고해도 내가 어떻게 해야 되는거지?
  바닥에 주저 앉은 나는 제단 주위에 떨어진 메달을 연달아 쳐다보고는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까지도 바람의 여운이 남아 있는 사당은 언제 다시 바람이 불어 닥칠지도 모르는 상황에 나는 한순간도 방심 할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방금 그 폭풍으로 인해 제단 주위로 보랏빛 링 같은게 생겼다. 그 말은 즉 봉인의 문제가 생겼다는거겠지. 하지만 어디 부분이 잘못 됬는지 알 도리가 없는 나는 그저 답답할 뿐이였다.

  “ 의식이 잘못되면 그 순간 봉인도 끝이야. 그러니 한번에 성공해야해. 그렇지 않으면 위험할 수도 있어. ”

  그러니까 이런 생각은 시작하기 전에 떠올랐으면 좀 좋아. 지금 떠올라도 나는 아무 손도 못 쓴다고.

  “ 만약 봉인이 잘못 됬다면, 서둘러 그 장소에서 벗어나. 잠시라도 시간을 지체 했다간 큰일 나니까! ”

  그게 그렇게 말처럼 쉬운게 아니란 말야. 이게 정말로 봉인을 실패한건지, 아니면 봉인을 거치기 위한 절차인지. 네 조차도 봉인을 해본 적이 없다면서, 이게 실패인지 성공인지 어떻게 구별하겠다는거냐. 안 그래도 방금 전 불었던 바람 때문에 내 다리가 후들거리는 것도 모잘라, 손까지 부르르 떨린다. 이래가지곤 도망도 못 칠 것 같은데, 나보고 어쩌라는거야.

  " 젠장 …. "

  성공이든 실패든, 일단은 내 두 눈으로 지켜보겠어. 그게 만약 목숨을 건 모험이라 해도, 내가 두 눈을 뜨고 있는 한은 그 모습을 똑똑히 봐주겠어. 만약 이 일로 인해 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해도, 난 절대로 멈추지 않겠어. 모 아니면 도, 어처피 인생은 새옹지마니까!

  “ 부디, 내 딸 로라를 부탁하네. ”

  ….
  젠장, 어떻게든 되겠지!!



  “ 만약에 도망을 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면, 꼭 이걸 사용하도록 해. ”

  “ 그게 뭔데? ”

  “ 그 상황에서 널 도와줄거다. 꼭, 품에 지니고 있어. ”



  분명 그때, 라셀이 내게 뭔가를 건네줬다.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가지고 있으란 말에, 품 안에 소중히 지니고 있었지. 잠깐 사이에 정신을 잃었던건지, 자리에서 일어나니 머리가 띵하면서도 몽롱한 기분이 든다. 어떠한 상황이 닥쳐도 절대 의식만은 잃지 말라는 라셀의 말이 무색하게도 나는 멀쩡했다. 슬쩍 제단 쪽으로 시선을 돌린 나는, 제단 주위에 널부러져있는 두 개의 메달을 보곤 한숨을 내쉬었다.

  “ 결국, 실패하고 만건가. ”

  쓸쓸한 기분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제단 쪽으로 다가갔다. 정신을 잃은 사이 무슨 일이라도 벌어졌는지, 사당 곳곳에는 무언가로 인해 갈라진 곳이 보였고, 사당 구석에 놓여 있던 도구들 마저 산산 조각이 난 채로 사당 안에 맴돌았다. 라셀이 말한 최악의 상황이 바로 저걸 말했는가싶어 왠지 모를 안도의 한숨이 새어 나온다.
  
  “ 만약, 봉인에 실패 했다고 해도 좌절하지마. 어처피 처음부터 봉인에 성공할 수 있을거란 생각도 없으니까. 봉인은 준비만 된다면 몇번이고 할 수 있으니까, 너무 실망은 하지 말고. 그리고 봉인에 실패 했다면 내가 건네준 그 물건을 꺼내봐. 아마도 네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을거야. ”

  라셀이 한 말치고는 왠지 자신감이 있는 목소리였다. 지금껏 내가 봐온 라셀은 절대로 위급한 상황에는 장난을 치는 그런 녀석은 아니였다. 가벼운 조크라던가, 기분 전환을 위해 한 장난 말고는. 그런 그 녀석이 그런 얼굴로 내게 말했다는건 분명 내게 도움이 되는거겠지. 하지만 자기도 그리 확신이 서지 않는지 왠지 자신감이 없어 보이는 말투였달까. 아무튼 시도를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거겠지.
  나는 외투 안에 고요히 잠자고 있는 작은 주머니를 꺼냈다. 떠나기 전, 라셀이 꼭 필요하다며 건네준 작은 주머니 안엔 대체 뭐가 들었을까 심이 궁금하다. 분명 도움이 된다고 했으니, 무슨 대단한거라도 들어 있는걸까? 두근거리는 가슴 뒤로 나는 주머니 안에 손을 집어 넣었다.

  " 이건 …. "

  주머니 안에 들어 있던 물체를 조심스럽게 꺼내본 나는 반쯤 넋이 나간 표정을 지으며 손바닥 위에 놓여진 물체에 시선을 멈췄다.

  " 돌 … 멩이? "

  라셀이 건네준 주머니 안에 든건 다름아닌 평범한 돌멩이. 봉인이 실패할시 사용하면 큰 도움을 준다는게 바로 이 듈멩이. 내가 좌절을 하고 힘들어할 때 사용하면 내게 기운을 준다는게 이 평범한 돌멩이. 내 손 위에 놓여진 이 돌멩이를 당장 라셀의 인중에 꽂아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지금 이런 긴급한 상황에 그딴 장난을 해버린 라셀에 대한 원망과 분노가 교차를 이룰 때, 문득 내 주머니 안에 들어 있는 또 다른 돌멩이를 꺼내 두 돌멩이를 서로 비교해봤다.

  " …. "

  분명 이 두 돌멩이는 그때.



    “ 너, 사로이한테 속았군. ”

  그는 실실 웃으며 내게 말한다. 나는 그의 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바라봤다. 나무 밑동 위에 철푸덕 앉은 그는 땅에 떨어진 돌 2개를 주어 들곤 내게 돌 2개를 보여주며 묻는다.

  “ 이 중에 뭐가 진짜 네가 갖고 있던 돌 같냐? ”

  “ 지금 뭐하는거에요? ”

  “ 내 질문에 대답해! 어떤게 네가 가지고 있던 돌이지? ”

  그의 황당한 질문에 말문이 막힌 나는 그를 멍하니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는 꿀 먹은 벙어리마냥, 말문은 닫은 나를 보며 낄낄대며 웃었고, 들고 있었던 돌멩이들 중, 왼쪽 손에 들고 있던 돌을 바닥으로 내팽개치며 나머지 오르손에 들고 있던 돌을 내게 건넨다.

  “ 이게 네가 갖고 있던 돌이야. 표면을 봐서는 뭐가 뭔지 모르겠지?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알아두는게 좋아. 앞으로 너에겐 그 돌이 도움이 될지도 모르거든. ”


  
  그 짓할 때 보여 줬던 돌멩이다. 그때 분명 그 녀석은 내게 이 돌멩이가 진짜라며 건네줬던 걸로 기억하는데, 사실은 그때 그 녀석도 이 돌멩이가 저 돌멩인지 구분이 안간게 아닐까? 그래서 나중을 위해 그때 사용한 돌멩이를 하나 더 챙겨준거고.

  " …. "

  참, 그 녀석다운 행동이다.
  허탈한 웃음을 짓던 나는 두 돌멩이를 바닥에 내려 놓고 곰곰히 생각했다. 도대체 라셀이 내게 이 돌멩이를 건네준 이유를 말이다. 분명 그때 라셀은 내게 도움을 준다며 건네준 것 같은데, 보니까 둘 다 같은 돌멩이 아닌가? 그렇다는 말은 라셀은 이 돌멩이들 중 하나가 날 도와준다는 말인데 ….

  " …. "

  대체 무슨 생각인거야, 그 녀석. 이런 돌로 뭘 어떻게 하라고. 이 둘 중에 하나는 수호신의 돌이겠지만, 하나는 평범한 일반 돌. 그런데 그 수호신의 돌마저 지금은 능력을 잃고 평범한 돌인텐데. 나더러 뭘 어쩌라는거야?

  " ! "

  설마 그 녀석 …. 지금은 평범한 돌이 된 돌을 준 이유가 그거였나? 

  “ 나는 사로이에게 그 돌을 너한테 준다면 그 녀석이 이 돌의 능력을 되찾을 수 있을거라고 했지. 그러더니 하룻밤 사이에 네 손 안에 그 돌이 들어있군. 하지만 틀린 말은 아냐. 너라면 틀림없이 그 돌의 능력을 갱생 시킬 수 있어.”

  콘스탄틴으로 위장한 라셀이 그때 내게 그런 말을 했었다. 사로이가 내게 이 돌을 넘긴 것도, 다 라셀이 꾸민 짓이라고. 그땐 그냥 라셀이 장난 삼아 한 얘기로 흘려 들었는데, 그게 사실이였단 말야?! 하지만 나는 이 돌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내가 그럴 수 있단거야? 더군다나, 이 돌은 지금 아무 짝에도 소용 없는 돌멩이에 불과한데!

  “ 너는 할 수 있어, 너에겐 그럴만한 힘이 있거든. ”

  젠장 … 처음부터 그 녀석이 하는 말은 곧이 곧대로 듣는게 아니였는데. 중요한 순간엔 헛소리를 안할 놈이라 생각했는데, 내가 잘못 생각한건가? 그렇지만 장난이라고 보기엔 그 녀석은 너무나도 진지했다. 분명 내가 해낼 수 있을거라는 기대감이 가득찬 얼굴이였어. 하지만 정작 나는 아무런 힘이 없다. 그런데 어찌 내가 이 돌의 능력을 부활 시킬 수 있냔 말야.

  “ 널 도와줄거다. ”

  날 … 도와준다는 그 말, 왠지 지금은 장난이 아니였으면 좋겠군. 어찌 됬던간에 일을 저질러졌고, 이미 나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어. 내가 그런 힘이 있든 없든, 나는 지금 이 상황을 해결 해야만 한다. 한 번 봉인을 실패한 이상, 두 번의 도전마저 실패로 끝낼 수는 없어. 이번에는 기필코 봉인에 성공 해야만 해. 그렇지 않으면 지금까지 내가 해온 일들이 모두 물거품이 되버리고 말아.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이번에는 꼭 성공 해야 한다.
  바닥에 놓여진 두 개의 돌멩이를 집어 든 나는 조심스럽게 제단 위로 그 두 돌멩이를 올려 놓았다.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해선 라셀은 아무런 언급조차 하지 않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이 돌을 사용하는건 오로지 이 제단 위에서겠지.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모르나, 그런 생각은 잠시 잊도록 했다. 

  「 꽈작 」

  제단에 올려 놓기를 몇분 후, 두 개의 돌멩이 중 하나의 돌멩이가 큰 소리를 내며 산산조각이 났다. 멍하니 돌멩이를 보고 있던 나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두 개의 돌멩이 중 부서진 돌멩이가 가짜인건가? 아니면 진짜인건가? 알 수는 없었다. 부서진 돌멩이 옆에 놓여진 돌멩이도 방금 전 돌멩이처럼 부서질 듯한 움직임으로 부들 부들 떨리고 있었으니까.

  " ! "

  그러던 순간, 조금씩 그 돌멩이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그 빛은 내가 처음 잿빛산에 올랐을 때 봤던 그 빛과 아주 유사했다. 그렇다는 말은 이 돌멩이가 진짜인건가? 바들 바들 떨리기 시작했던 돌멩이의 움직임이 점점 거세지기 시작했다. 자츰 뿜어져 나오던 빛 또한 사당을 가득 채울 정도로 점점 빛이 나기 시작했다. 빛에 가려 검은 실루엣만은 남긴 제단의 벽면은 진정 수호신의 모습을 띄고 있었다.

  " 이게 … 그들이 말하던 수호신인가? "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처음 보는 광경에 놀라 말문이 닫힌건지, 아니면 이러한 상황이 믿기지 않아서 그런건지. 하지만 분명한건, 그들이 모신건 신을 모방한게 아닌, 진짜 신을 모셨다는걸 말이다.
  제단 주위에 덩그러니 놓여진 메달이 빛에 휩싸여 모습을 감추더니, 또 다시 강한 바람이 사당 안에 불어 닥친다. 제단과 가까이에 위치한 나는 그대로 바람에 직격 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사납고 날카로운 바람이 아닌, 따뜻하고 포근한 사람의 손길 같았다. 
  이윽고 사당 안은 영롱한 빛으로 가득 물들었다.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던 달이 제 모습을 나타낸걸까, 사당 안으로 모든 달빛이 비춰진 것 마냥 사당 안은 새하얀 달의 모습만이 감돈다.



  P.s : 즐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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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탓하지마라.

시간을 흘려보낸건 나 자신이다.

시간은 주어진게 아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 우연히 나라는 존재가 있을 뿐이다.

그 시간의 흐름에 어떻게 따라가느냐의 내가 증명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증명해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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