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ist in the dark ocean of life the faint
[ 어둠 속 존재하는 희미한 생명의 바다 ]
- 크로니클 탐사대 -
No.33
달빛이 약간 기운 샴기르 석상 앞에 누군가가 괴로운 듯 비명을 지른다. 편의점에서 막 나와 사온 고기를 씹어넘기던 나는 그 광경에 무슨 일인가하고 석상 앞으로 달려갔다. 석상 앞에는 목에서 뿜어져나오는 검붉은 피를 막고있는 한 남자가 힘든 듯, 초점 없는 눈빛으로 나를 보며 힘 없이 말한다.
" 도. 도와줘요…. "
" ! "
도와달라는 말을 남긴 채. 그자는 픽하고 바닥으로 쓰러졌다. 당황한 나는 쓰러진 그에 의식을 파악하기 위해 애타게 그를 불렀지만, 그는 아무 말 없이 그대로 바닥에 얼굴을 묻고있었다. 입으로 뜯고 있던 고기를 호주머니에 집어넣고 쓰러진 그를 부축하며 서둘러 병원으로 끌고갔다.
정신이 없었다.
걷는 순간마다 피를 흘리는 그가 휘청거릴때마다. 나에 몸에 그의 피로 물들었다. 조금은 짜증나 중간에 두고 갈까하다 겨우 마음을 추스리고 가까스로 병원에 도착했다. 내 병실 내 침대에 그를 눕히고 뒤를 따라 들어오는 의사와 간호사가 자기 환자도 몰라보고 나를 내 병실에서 쫓겨낸다. 이건 무슨 경우인지.
" 크아아아악!! "
내 병실에서 피로 젖어든 그의 목소리가 퍼진다.
' 퍽! '
" ? "
내 병실에서 도대체 무슨 소리가 들린거지? 혹시 내가 잘못들은건가?
' 퍽! '
아니, 그런건 아닌 것 같다. 분명 저 묵직한 소리는 내 병실에서 들리는 소리다. 하지만, 그 소리가 왜 나는지는 저 안에 있는 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피를 토하는 그 남자만 알 것 같다.
한 참을 내 병실에서 이런 저런 소리를 방출하던 의사와 간호사가 피투성이가 되어 병실을 빠져 나온다.
" 그 사람은요? "
" 다행히 고비는 넘겼지만, 뭔가에게 심각하게 물려. 당분간은 깨어나진 못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건 환자 자신에 책임에 따르겠지만요. 그럼. "
뭔 말 같잖은 소리를 하곤 조용히 사라진다.
' 드르륵 '
병실 커튼을 치고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방금 전까지 피를 토하며 복통을 호소하는 장염환자처럼 시름 시름 앓고있는 소리가 들린다. 뭔가에 심각하게 물렸다곤 하는데. 심하게는 알아도 심각하게는 무슨 소린지 도통 모르겠다.
" 흐으으... 흐으으... 흐으윽!! "
내 침대에 누워 피를 이곳 저곳 묻힌 주제에 앓는 소리는. 당분간은 못 깨어난다길래 혼수상태인지 알았는데. 그냥 자고 있는 것 같다. 뭔 놈의 병원이 손님. 아니, 환자를 상대로 페이크를 쓰다니. 그동안 이 병원에 대해 몰랐던 것이 왠지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한 참을 뚫어지게 그를 쳐다보다 흥미가 떨어진 나는 조용히 병실 커튼을 치고 병원 밖을 나갔다. 방금 먹은 고기는 깜짝 놀란 탓에 먹은 것 같지가 않다. 다시 편의점으로 향했다. 안 그래도 병원에 있어. 배고플 때로 배고팠는데. 오늘따라 그 식욕이 더욱 풍성해진 것 같다.
' 띠링 '
다시 편의점에 들어오는 나를 보자 그 편의점 판매원이 더욱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본다. 아니 아까부터 왜 저런 표정으로 사람을 쳐다보는거야, 기분 나쁘게.
" 1,600st 입니다... "
말 끝을 늘린다. 아오 진짜.
" 저기요. "
" 네, 네? "
" 아까 전에도 신경 쓰였는데, 왜 저를 보고 그런 표정을 지으세요?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요? 아님, 제 얼굴에 불만이라도 있으신거에요? "
" 아, 아니 그게 아니라.. "
" 아니라면 제 얼굴을 보고 그따위로 표정을 지은 이유가 뭔데요? "
" 아니 그게. 저.. "
아무 말도 못한다. 역시 내 얼굴에 불만이 있는건가?
반 쯤 이성이 오락 가락 할 쯤에 그 사람이 내 얼굴을 닦은 수건을 꺼내더니 나에게 건넨다.
" 이 수건을 보세요. "
" … ! "
그가 건넨 수건엔 뭔지 모를 시뻘건 액체가 수건을 가득 채웠다.
" 아까 전, 편의점에 들어오실 때부터 얼굴에 피를 가득 묻히시고 들어오길래, 그런거에요. 악의는 없었어요. "
" 그, 그래요? "
" 그리고 지금도 얼굴에 피가 묻어있으세요. "
" 네? "
"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왠만하면 병원에 가셔서 치료 좀 받으시는게 어떨까싶네요. 지금 입고 계신 것도 환자복 같은데... "
그 사람이 건넨 수건을 받아들곤, 피가 묻지않은 다른 쪽으로 다시 한번 얼굴을 쓸어내렸다.
" ! "
이 사람이 말한 그대로다. 내 얼굴은 형태를 알아 볼 수 없는 빨간 피들이 수건에 묻어 하나의 형태를 자리 잡고 있다. 도대체 어디서 묻은 피지?
' 띠링 '
그 사람과 짧은 실랑이가 끝나고 누군가가 편의점에 들어왔다.
나는 슬쩍 편의점 문 쪽에서 비틀거리며 들어오는 사람을 보곤 슬쩍 눈을 흘겼다. 편의점에 들어온 사람이 내가 있는 쪽으로 걸어온다. 나는 한 손에 수건을 들고 계산대 쪽으로 다가오는 그를 위해 자리를 비켜줬다.
' 그릉.. 그르릉... '
? 이 녀석, 상태가 좀 이상하다.
' 그아아앙!!! '
씨'발. 갑자기 제자리에서 뛰어올라 앞도 아닌, 옆 쪽에 있는 나를 향해 발톱을 치켜세우고 나를 향해 공격을 시도한다. 한 손에 쥐고있던 고기막대기로 그 녀석에 얼굴을 후려쳤다. 하지만, 끄떡없다.
' 그앙! 그아아앙! 그앙!! '
" 아, 씨'발. 좀 보고만 있지말고 도와요!! "
멀뚱히 쳐다보고있는 그 사람에게 도와달라며 소리를 쳤다. 그 사람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계산대 아래 쪽으로 들어가더니 이내 나오질 않는다.
" 아, 이런 씨'발!! "
분명, 계산대 밑에 만들어진 지하실 창고로 들어간게 분명하다. 아, 저 개새끼. 도와달라니깐 지 혼자 도망을 가? 아오, 이런 씨'발.
' 그아앙! 그앙! '
" 좀 꺼져봐. 이 개새끼야! "
' 빠악! '
나를 집어삼킬 것 마냥, 입을 크게 벌리고 나에게 접근하던 그 놈이 갑자기 옆으로 힘 없이 쓰러진다. 그 녀석에 발톱에 찝혀 팔 한 쪽이 걸레가 된 듯한 통증이 느껴지지만. 사실상 쬐끔 까진 정도 밖에 안된다. 하지만 쓰리다.
〃괜찮습니까? 도대체 이게 무슨 일입니까?〃
" 라, 라고고 대리인? "
내 앞엔 땀을 흘리며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란 얼굴에 라고고 대리인이 짠하고 서 있었다. 나는 라고고 대리인에게 고맙다는 말을 할 겨를 없이, 나와의 약속을 결렬하고 어디선가 뿅하고 나타난 라고고 대리인에게 느끼는 감정은 분노였다.
" 도대체 어떻게 된거에요? 분명, 저랑 약속했잖아요! "
〃죄송합니다. 갑작스러운 호출로 잠시 마을을 비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바벨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엔 면목 없습니다. 하지만, 바벨에게 급히 할말이 있어 한 걸음에 달려왔습니다. 부디 이성을 잠시 찾으시고 제 얘기부터 들어주세요. 그럼 다음 당신의 아버지를 만나게 해드리겠습니다. 이건 정말입니다. 믿어주세요.〃
라고고 대리인의 눈빛은 진짜였다. 한치에 거짓도 섞이지않은 그의 목소리에 잠시나마 이성을 찾고, 그에 뒤를 따라 촌장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르가 그래요? 제 아빠의 병을 고칠 수 없다고요. "
〃르도 상심이 큽니다. 천재적인 의사라고 자부하던 르마저도. 이 병에 대해선 손 쓸 수가 없다는 사실에요. 하지만, 르도 많은 노력을 합니다. 그러니 희망의 끈을 놓지 마세요.〃
라고고 대리인이 내뱉은 말을 참으로 가혹했다. 촌장댁에 들어와 한 참을 한 숨만 쉬던 라고고 대리인이 말한 두 가지 내용 중 하나. 기쁜 소식이라면 아빠가 살아있다는 것. 나쁜 소식이라면 살아는 있지만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것. 화가 치밀어 오른다. 하지만 겉으론 표출되지않는 나의 모습에 왠지 모를 씁쓸함만이 감돈다. 그 모습에 라고고 대리인도 조금은 당황한 기색이 보인다. 하지만 이내 다시 나를 보며 슬쩍 크로니클 탐사대에 대한 얘기를 꺼낸다.
" 아뇨, 저는 절대로 들어가지않을거니 그리 아세요. 아무리 그래도 저는 안 들어갑니다. "
〃정말입니까? 정말 안 들어오실거에요?〃
" 몇번을 물어도 대답은 같아요. 안 들어가요. 안 들어갑니다. 저는요. 아빠가 하는 해양탐사 일도 눈 감고 모른 척하면서 하루를 넘겼어요. 아무리 싫은 일이라도 아빠가 하는 일이라면, 부모님이 하는 일이라면 하루 이틀 지나면 자식들도 좋아질텐데도. 저는 싫어요. 지금도 지금까지도 10년이 넘게 일을 하신 해양탐사원이신 아빠한테도. 그 일만은, 제발 그 일만은 나가지말라고 말한 저에요. 그런데 저보고 그 지긋지긋한 크로니클 탐사대에 들어가 제 무덤을 파라고요? 저는 절대 못해요. 아니, 안해요! "
〃그렇게 해양탐사를 싫어하시는 이유가 뭡니까? 뭣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로 이를 갈면서 해양탐사를 반대하신 이유가 뭐죠?〃
" 말 안 할래요. 그때에 기억을 다시는 떠오르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말 한다고해서 당신은 이해 못해요. 그때에 저의 아픈 기억을요. 다시는 떠오르고 싶지 않은, 떠올라선 안될 기억을 말이죠. "
나의 확고한 결심이 섞인 말에 라고고 대리인도 할 말을 잃은 듯, 1분간에 짧은 침묵이 촌장댁을 가득 메꿨다.
〃…좋습니다. 그렇게 싫어하신다니, 저로썬 여기까지가 마지막입니다. 바벨이라면 이 탐사대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하핫. 그렇다고해서 싫다는 사람을 억지로 탐사대에 낑겨서 데려간다 한들, 진정한 힘이 발휘될거라 기대는 헛된거겠죠. 알겠습니다. 바벨의 의사는 잘 알았습니다. 더 이상 귀찮게 굴지 않겠습니다.〃
웃는 얼굴에 라고고 대리인에 한 쪽 얼굴은 꽤나 착잡한 표정이다. 하지만, 나는 절대 참가하지않겠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남은 시간이라도 아빠를 살릴 만한 뭔가를 찾아내, 아빠를 살릴거다. 그러기 위해선 이 하찮은 탐사대에 들어가있을 시간적 여유도 없을 뿐더러. 지금부터 정해진 일은 아빠를 살리는 것. 그것 뿐이다.
〃역시 그것 때문인가요. 파필로온을 살리기 위해 탐사대에 참가하지않겠다는겁니까?〃
또 다시 나의 마음 속을 읽었다.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비로소 바벨이 이 탐사대에 참가 할 수 있게 되어서.〃
뭐?
" 무슨 소리에요? 전 안 들어간다니까요? "
〃그래요. 저는 바벨을 탐사대에 참가시키지않을겁니다. 하지만, 바벨이 원한다면 저는 참가시킬 의무가 있고요.〃
" 제 말. 이해를 못하신거에요? 전 참가하지않겠다고요! "
〃파필로온을 살릴 수 있다면요?〃
!
〃파필로온을 살릴 수 있다면. 크로니클 탐사대에 지원하실 의향이 있는지 묻는겁니다.〃
" 그, 그게 무슨 소리죠? 아빠를 살릴 수 있다고요? 하지만, 방금 전 분명히. "
〃네, 제가 말했죠. 파필로온은 살릴 수 없다고.〃
" 이씨, 지금 나랑 장난해요!! "
〃하지만, ' 이곳 ' 에서 살릴 방법이 없을 뿐. 그곳이라면 가능합니다.〃
" 그곳이라뇨? "
〃크로니클어비스. 그곳이라면 파필로온을 살릴 약초가 있습니다. 그것만 있다면 당신의 아버지를 살릴 수 있고, 다른 사람들도 살릴 수 있는 효능이 있죠.〃
" 정말이에요? 정말 그런 약초로 우리 아빠를 살릴 수 있다는게. "
〃전 이 마을을 대표하는 대리인입니다. 이 나라에 사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거짓말을 칠 정도로 한가한 라고고가 아닙니다.〃
" …. "
〃자, 어쩌시겠습니까? 파필로온의 병을 고치기 위해 크로니클 탐사대에 들어오시겠습니까? 아님, 이곳에선 절대로 고칠 수 없는 병을 고치기 위해 혼자 생고생을 하시겠습니까? 선택은 당신에게 있습니다. 바벨.〃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출연자>
레인 홀리스 : 25男 - 인간(??)
로렌 : 300男 - 페트(베르푸스)
오니리스 레포 메네시스 : 540男 - 페트(골드드래곤)
바론 : 24男 - 인간(??)
카르베논 폰 라크라드 디 에이스 : 19男 - 인간 (석기미남)
바바라 갠디스 리 : 23男 - 인간 (어리버리)
오르셰르스 마쥬드 피유 : 14男 - 인간 (땅꼬마)
르 : 700男 - 페트 (쿠링)
베르시안 : 18女 - 인간 (울보소녀)
샤를 드 라펠루스 : 18男 - 인간 (석기미남)
리린 : 200男 - 인간 (사자소년)
이스리온 더 바벨 : 18男 - 인간 (이리소년)
이스리온 더 파필로온 : 43男 - 인간 (바람소년)
스리론크 인 샤론 : 41女 - 인간 (헤티안)
<기타 인물>
페트, 라고고 대리인, 무이 대리인, 고르돈 대리인, 도라비스 대리인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P.s : 즐감하세요.
" 도. 도와줘요…. "
" ! "
도와달라는 말을 남긴 채. 그자는 픽하고 바닥으로 쓰러졌다. 당황한 나는 쓰러진 그에 의식을 파악하기 위해 애타게 그를 불렀지만, 그는 아무 말 없이 그대로 바닥에 얼굴을 묻고있었다. 입으로 뜯고 있던 고기를 호주머니에 집어넣고 쓰러진 그를 부축하며 서둘러 병원으로 끌고갔다.
정신이 없었다.
걷는 순간마다 피를 흘리는 그가 휘청거릴때마다. 나에 몸에 그의 피로 물들었다. 조금은 짜증나 중간에 두고 갈까하다 겨우 마음을 추스리고 가까스로 병원에 도착했다. 내 병실 내 침대에 그를 눕히고 뒤를 따라 들어오는 의사와 간호사가 자기 환자도 몰라보고 나를 내 병실에서 쫓겨낸다. 이건 무슨 경우인지.
" 크아아아악!! "
내 병실에서 피로 젖어든 그의 목소리가 퍼진다.
' 퍽! '
" ? "
내 병실에서 도대체 무슨 소리가 들린거지? 혹시 내가 잘못들은건가?
' 퍽! '
아니, 그런건 아닌 것 같다. 분명 저 묵직한 소리는 내 병실에서 들리는 소리다. 하지만, 그 소리가 왜 나는지는 저 안에 있는 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피를 토하는 그 남자만 알 것 같다.
한 참을 내 병실에서 이런 저런 소리를 방출하던 의사와 간호사가 피투성이가 되어 병실을 빠져 나온다.
" 그 사람은요? "
" 다행히 고비는 넘겼지만, 뭔가에게 심각하게 물려. 당분간은 깨어나진 못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건 환자 자신에 책임에 따르겠지만요. 그럼. "
뭔 말 같잖은 소리를 하곤 조용히 사라진다.
' 드르륵 '
병실 커튼을 치고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방금 전까지 피를 토하며 복통을 호소하는 장염환자처럼 시름 시름 앓고있는 소리가 들린다. 뭔가에 심각하게 물렸다곤 하는데. 심하게는 알아도 심각하게는 무슨 소린지 도통 모르겠다.
" 흐으으... 흐으으... 흐으윽!! "
내 침대에 누워 피를 이곳 저곳 묻힌 주제에 앓는 소리는. 당분간은 못 깨어난다길래 혼수상태인지 알았는데. 그냥 자고 있는 것 같다. 뭔 놈의 병원이 손님. 아니, 환자를 상대로 페이크를 쓰다니. 그동안 이 병원에 대해 몰랐던 것이 왠지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한 참을 뚫어지게 그를 쳐다보다 흥미가 떨어진 나는 조용히 병실 커튼을 치고 병원 밖을 나갔다. 방금 먹은 고기는 깜짝 놀란 탓에 먹은 것 같지가 않다. 다시 편의점으로 향했다. 안 그래도 병원에 있어. 배고플 때로 배고팠는데. 오늘따라 그 식욕이 더욱 풍성해진 것 같다.
' 띠링 '
다시 편의점에 들어오는 나를 보자 그 편의점 판매원이 더욱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본다. 아니 아까부터 왜 저런 표정으로 사람을 쳐다보는거야, 기분 나쁘게.
" 1,600st 입니다... "
말 끝을 늘린다. 아오 진짜.
" 저기요. "
" 네, 네? "
" 아까 전에도 신경 쓰였는데, 왜 저를 보고 그런 표정을 지으세요?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요? 아님, 제 얼굴에 불만이라도 있으신거에요? "
" 아, 아니 그게 아니라.. "
" 아니라면 제 얼굴을 보고 그따위로 표정을 지은 이유가 뭔데요? "
" 아니 그게. 저.. "
아무 말도 못한다. 역시 내 얼굴에 불만이 있는건가?
반 쯤 이성이 오락 가락 할 쯤에 그 사람이 내 얼굴을 닦은 수건을 꺼내더니 나에게 건넨다.
" 이 수건을 보세요. "
" … ! "
그가 건넨 수건엔 뭔지 모를 시뻘건 액체가 수건을 가득 채웠다.
" 아까 전, 편의점에 들어오실 때부터 얼굴에 피를 가득 묻히시고 들어오길래, 그런거에요. 악의는 없었어요. "
" 그, 그래요? "
" 그리고 지금도 얼굴에 피가 묻어있으세요. "
" 네? "
"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왠만하면 병원에 가셔서 치료 좀 받으시는게 어떨까싶네요. 지금 입고 계신 것도 환자복 같은데... "
그 사람이 건넨 수건을 받아들곤, 피가 묻지않은 다른 쪽으로 다시 한번 얼굴을 쓸어내렸다.
" ! "
이 사람이 말한 그대로다. 내 얼굴은 형태를 알아 볼 수 없는 빨간 피들이 수건에 묻어 하나의 형태를 자리 잡고 있다. 도대체 어디서 묻은 피지?
' 띠링 '
그 사람과 짧은 실랑이가 끝나고 누군가가 편의점에 들어왔다.
나는 슬쩍 편의점 문 쪽에서 비틀거리며 들어오는 사람을 보곤 슬쩍 눈을 흘겼다. 편의점에 들어온 사람이 내가 있는 쪽으로 걸어온다. 나는 한 손에 수건을 들고 계산대 쪽으로 다가오는 그를 위해 자리를 비켜줬다.
' 그릉.. 그르릉... '
? 이 녀석, 상태가 좀 이상하다.
' 그아아앙!!! '
씨'발. 갑자기 제자리에서 뛰어올라 앞도 아닌, 옆 쪽에 있는 나를 향해 발톱을 치켜세우고 나를 향해 공격을 시도한다. 한 손에 쥐고있던 고기막대기로 그 녀석에 얼굴을 후려쳤다. 하지만, 끄떡없다.
' 그앙! 그아아앙! 그앙!! '
" 아, 씨'발. 좀 보고만 있지말고 도와요!! "
멀뚱히 쳐다보고있는 그 사람에게 도와달라며 소리를 쳤다. 그 사람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계산대 아래 쪽으로 들어가더니 이내 나오질 않는다.
" 아, 이런 씨'발!! "
분명, 계산대 밑에 만들어진 지하실 창고로 들어간게 분명하다. 아, 저 개새끼. 도와달라니깐 지 혼자 도망을 가? 아오, 이런 씨'발.
' 그아앙! 그앙! '
" 좀 꺼져봐. 이 개새끼야! "
' 빠악! '
나를 집어삼킬 것 마냥, 입을 크게 벌리고 나에게 접근하던 그 놈이 갑자기 옆으로 힘 없이 쓰러진다. 그 녀석에 발톱에 찝혀 팔 한 쪽이 걸레가 된 듯한 통증이 느껴지지만. 사실상 쬐끔 까진 정도 밖에 안된다. 하지만 쓰리다.
〃괜찮습니까? 도대체 이게 무슨 일입니까?〃
" 라, 라고고 대리인? "
내 앞엔 땀을 흘리며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란 얼굴에 라고고 대리인이 짠하고 서 있었다. 나는 라고고 대리인에게 고맙다는 말을 할 겨를 없이, 나와의 약속을 결렬하고 어디선가 뿅하고 나타난 라고고 대리인에게 느끼는 감정은 분노였다.
" 도대체 어떻게 된거에요? 분명, 저랑 약속했잖아요! "
〃죄송합니다. 갑작스러운 호출로 잠시 마을을 비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바벨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엔 면목 없습니다. 하지만, 바벨에게 급히 할말이 있어 한 걸음에 달려왔습니다. 부디 이성을 잠시 찾으시고 제 얘기부터 들어주세요. 그럼 다음 당신의 아버지를 만나게 해드리겠습니다. 이건 정말입니다. 믿어주세요.〃
라고고 대리인의 눈빛은 진짜였다. 한치에 거짓도 섞이지않은 그의 목소리에 잠시나마 이성을 찾고, 그에 뒤를 따라 촌장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르가 그래요? 제 아빠의 병을 고칠 수 없다고요. "
〃르도 상심이 큽니다. 천재적인 의사라고 자부하던 르마저도. 이 병에 대해선 손 쓸 수가 없다는 사실에요. 하지만, 르도 많은 노력을 합니다. 그러니 희망의 끈을 놓지 마세요.〃
라고고 대리인이 내뱉은 말을 참으로 가혹했다. 촌장댁에 들어와 한 참을 한 숨만 쉬던 라고고 대리인이 말한 두 가지 내용 중 하나. 기쁜 소식이라면 아빠가 살아있다는 것. 나쁜 소식이라면 살아는 있지만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것. 화가 치밀어 오른다. 하지만 겉으론 표출되지않는 나의 모습에 왠지 모를 씁쓸함만이 감돈다. 그 모습에 라고고 대리인도 조금은 당황한 기색이 보인다. 하지만 이내 다시 나를 보며 슬쩍 크로니클 탐사대에 대한 얘기를 꺼낸다.
" 아뇨, 저는 절대로 들어가지않을거니 그리 아세요. 아무리 그래도 저는 안 들어갑니다. "
〃정말입니까? 정말 안 들어오실거에요?〃
" 몇번을 물어도 대답은 같아요. 안 들어가요. 안 들어갑니다. 저는요. 아빠가 하는 해양탐사 일도 눈 감고 모른 척하면서 하루를 넘겼어요. 아무리 싫은 일이라도 아빠가 하는 일이라면, 부모님이 하는 일이라면 하루 이틀 지나면 자식들도 좋아질텐데도. 저는 싫어요. 지금도 지금까지도 10년이 넘게 일을 하신 해양탐사원이신 아빠한테도. 그 일만은, 제발 그 일만은 나가지말라고 말한 저에요. 그런데 저보고 그 지긋지긋한 크로니클 탐사대에 들어가 제 무덤을 파라고요? 저는 절대 못해요. 아니, 안해요! "
〃그렇게 해양탐사를 싫어하시는 이유가 뭡니까? 뭣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로 이를 갈면서 해양탐사를 반대하신 이유가 뭐죠?〃
" 말 안 할래요. 그때에 기억을 다시는 떠오르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말 한다고해서 당신은 이해 못해요. 그때에 저의 아픈 기억을요. 다시는 떠오르고 싶지 않은, 떠올라선 안될 기억을 말이죠. "
나의 확고한 결심이 섞인 말에 라고고 대리인도 할 말을 잃은 듯, 1분간에 짧은 침묵이 촌장댁을 가득 메꿨다.
〃…좋습니다. 그렇게 싫어하신다니, 저로썬 여기까지가 마지막입니다. 바벨이라면 이 탐사대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하핫. 그렇다고해서 싫다는 사람을 억지로 탐사대에 낑겨서 데려간다 한들, 진정한 힘이 발휘될거라 기대는 헛된거겠죠. 알겠습니다. 바벨의 의사는 잘 알았습니다. 더 이상 귀찮게 굴지 않겠습니다.〃
웃는 얼굴에 라고고 대리인에 한 쪽 얼굴은 꽤나 착잡한 표정이다. 하지만, 나는 절대 참가하지않겠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남은 시간이라도 아빠를 살릴 만한 뭔가를 찾아내, 아빠를 살릴거다. 그러기 위해선 이 하찮은 탐사대에 들어가있을 시간적 여유도 없을 뿐더러. 지금부터 정해진 일은 아빠를 살리는 것. 그것 뿐이다.
〃역시 그것 때문인가요. 파필로온을 살리기 위해 탐사대에 참가하지않겠다는겁니까?〃
또 다시 나의 마음 속을 읽었다.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비로소 바벨이 이 탐사대에 참가 할 수 있게 되어서.〃
뭐?
" 무슨 소리에요? 전 안 들어간다니까요? "
〃그래요. 저는 바벨을 탐사대에 참가시키지않을겁니다. 하지만, 바벨이 원한다면 저는 참가시킬 의무가 있고요.〃
" 제 말. 이해를 못하신거에요? 전 참가하지않겠다고요! "
〃파필로온을 살릴 수 있다면요?〃
!
〃파필로온을 살릴 수 있다면. 크로니클 탐사대에 지원하실 의향이 있는지 묻는겁니다.〃
" 그, 그게 무슨 소리죠? 아빠를 살릴 수 있다고요? 하지만, 방금 전 분명히. "
〃네, 제가 말했죠. 파필로온은 살릴 수 없다고.〃
" 이씨, 지금 나랑 장난해요!! "
〃하지만, ' 이곳 ' 에서 살릴 방법이 없을 뿐. 그곳이라면 가능합니다.〃
" 그곳이라뇨? "
〃크로니클어비스. 그곳이라면 파필로온을 살릴 약초가 있습니다. 그것만 있다면 당신의 아버지를 살릴 수 있고, 다른 사람들도 살릴 수 있는 효능이 있죠.〃
" 정말이에요? 정말 그런 약초로 우리 아빠를 살릴 수 있다는게. "
〃전 이 마을을 대표하는 대리인입니다. 이 나라에 사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거짓말을 칠 정도로 한가한 라고고가 아닙니다.〃
" …. "
〃자, 어쩌시겠습니까? 파필로온의 병을 고치기 위해 크로니클 탐사대에 들어오시겠습니까? 아님, 이곳에선 절대로 고칠 수 없는 병을 고치기 위해 혼자 생고생을 하시겠습니까? 선택은 당신에게 있습니다. 바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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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자>
레인 홀리스 : 25男 - 인간(??)
로렌 : 300男 - 페트(베르푸스)
오니리스 레포 메네시스 : 540男 - 페트(골드드래곤)
바론 : 24男 - 인간(??)
카르베논 폰 라크라드 디 에이스 : 19男 - 인간 (석기미남)
바바라 갠디스 리 : 23男 - 인간 (어리버리)
오르셰르스 마쥬드 피유 : 14男 - 인간 (땅꼬마)
르 : 700男 - 페트 (쿠링)
베르시안 : 18女 - 인간 (울보소녀)
샤를 드 라펠루스 : 18男 - 인간 (석기미남)
리린 : 200男 - 인간 (사자소년)
이스리온 더 바벨 : 18男 - 인간 (이리소년)
이스리온 더 파필로온 : 43男 - 인간 (바람소년)
스리론크 인 샤론 : 41女 - 인간 (헤티안)
<기타 인물>
페트, 라고고 대리인, 무이 대리인, 고르돈 대리인, 도라비스 대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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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즐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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