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을 땐,이미 이 세상은 내가 알던 세상이 아니었다.루에르- 영원의 신념 -1 - 1
“ 날 … 믿는가? ”
아니, 믿지 않아. 하지만 믿지 않는 것도 아냐. 이 세상을 살아 오면서 많은 생각과 후회도 해봤어. 그 결과, 나는 그 누구도 믿지 않으면 안돼. 그렇다고 누구든 쉽게 믿으면 되는 것도 아냐. 누군가의 대해 알고, 누군가의 대해 모른다면, 나는 아무런 행동도 못할거야.
“ 할 수 있겠어? ”
나도 잘 몰라. 그냥 한번 해보는거지. 못한다고 뒷걸음질 쳐봤자 나아지는건 없어. 나는 이미 뒤로 머물 때가 없거든. 나의 퇴보 아닌, 진보로 움직여볼거야.
” 너라면 할 수 있다. 너라면 알 수 있을거다.”
과연, 그럴까? 네 말대로 그렇게 쉽게만 풀린다면 좀 좋겠지만 나한테는 더 없이 무거운 짐일 뿐야. 네가 그런 말로 내 힘을 북돋아봤자, 나는 지금 너무나도 지쳐 있을 뿐이야. 정령, 날 도와주려면 그렇게 지켜만 보지 말라고.
” 조심해, 이제부터 이건 네 손에 달렸어. ”
말은 했지만 역시나 나는 아직 너무나도 떨려, 이걸 정말로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은 안 들어. 그냥 어거지로 등 떠밀려 하는 행동 같아. 하지만 그런 것치고는 내 의지가 더 많겠지만 말야.
” 꼭, 무사히 돌아와라. 내가 아닌, 그녀를 위해서. ”
조금은 가슴이 저려와. 쉽게 움직일 순 없을 것 같아. 나에겐 너무나도 이른 감이 없지 않아 있어. 쉽게는 할 수 없을거야. 그래도 네가 그렇게 말하고 나에 대한 기대감이 많다면 … 나는 할거야, 이 세상을 위해서, 다시는 볼 수 없겠지만 다시 한번 재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만들 기회로 ….
” 미안해, 루에르 ….”
다시는 내게 그런 말을 하지 못하게 할거야. 정작, 사과를 받아야 마땅한 사람은 내가 아닌 너니까. 줄곧 미뤄왔어, 너에 대한 사과를, 오늘만 오늘만을 넘기며 너를 뒤에서 보며 울 수 밖에 없었어. 늘 네가 내게 말했던 그 한 마디를, 쉽게 내뱉지 못한 나에 대한 실망 뿐이야. 내 자신은 쉽게 하지 못하는 말을, 너는 그토록 쉽게 하는 모습에 나는 정말로 내게 잘못이 없는 줄 알았거든. 하지만, 집에 돌아가서 침대에 누울 때면 네가 나한테 했던 말이 떠올라. 그때마다 나는 계속해서 후회를 하고 말아. 나는 너한테 한 번이라도 미안하단 말을 해본 적이 없어, 사과를 해야 하는건 난데, 되려 내가 너에게 사과를 받을 뿐이였어. 가슴이 아픈건 너였을텐데, 누구보다 더 나에 대한 실망과 아픔에 고통을 받았을 사람은 바로 넌데, 나는 그런 너에게 그런 모진 말 밖에 할 수 없었어. 나는 너를 그런 존재로 밖에 본 적이 없던거야. 한 번이라도 너를 소중히 여겼다면 지금의 나는 이렇게까지 슬프진 않을텐데 ….
" 난 … 지금까지 너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두 다리 쭉 뻗고 잔 적이 없어. 줄곧, 너에 대한 생각 때문에 나는 도저히 쉽게 잠에 들 수 없었어. 세상이 멸망하고 1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네 생각에 자꾸 눈물만 흘러. 이런 나를, 너는 용서할 수 있겠어 … ? "
' 난 그저 … 너를 그릴 뿐인데 …. '
미안해, 미안해 … 정말 미안해 …. 네 얼굴을 보지도 못하고, 맨 바닥에 사과를 하는 나를 미워해. 한 번이라도 내게 너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때는 틀림없이 네게 이런 말을 할거야.
" 미안해 … 지금까지 네게 하고 싶었어. 미안해 … 정말 미안해. "
사과의 대한 기억, 또는, 추억의 눈물 …. 난, 정말 바보 같은 녀석이다. 눈 앞에 있던 행복을 두고 곁에 없는 뭔가를 찾아 멀리 떠나버린 내 자신이 바보 같고 추악하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늘 내 곁에 있었구나 ….
' 나 역시 바보지만 … 너 역시 바보구나 …. '
힘들어도 괜찮은 척, 내게 기대는 모습, 다시는 볼 수 없는걸까? 언제나 너의 그 미소를 볼 수만 있을거라 생각했어. 지금까지 봐왔던 네 얼굴을 계속해서 떠올릴 수 있다고 생각했어. 하루가 지나고 한달이 지나고 수년이 지나도 네 얼굴만은 생생하게 떠오를 줄 알았어. 그런데. 지금 나는 너의 얼굴도, 목소리도 떠오르지 않아. 여기까지 달려온 이유도, 다 널 만나기 위해서인데, 정작 중요한 네 얼굴이 떠오르질 않아 … 난, 대체 지금까지 뭘 위해 달려온거지? 널 만나기 위해서라면 내 목숨 하나 버릴 각오로 달려 왔는데, 나는 네 얼굴조차 기억도 못해,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아, 너의 모습이 점점 옅어지며 흐릿한 실루엣만 남겨져. 나의 기억 속엔 너란 존재가 자츰 지워지는 듯해. 그럼에도 난 널 원해, 널 만나고 싶어, 또한 사과하고 싶어, 지난 날 내가 했던 모든 업보를 네게 사과하고 싶어. 미안하다고, 정말 내가 바보 같았다고, 지금껏 네게 한 모든 잘못을 용서 받을 순 없겠지만, 너에게 사과만 한다면 조금은 후련해질 것 같아. 그러면 너는 내게 소리 없이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했겠지.
" 미안한건 나야, 루에르한테 그런 짐까지 짊어지게 해서 … 미안해, 루에르. "
사과하지마. 사과를 해야 할 사람은 바로 나야. 네가 나한테 사과를 할 필요는 없어. 너는 내게 지난 날들의 잘못을 모두 사과를 받아야만 해. 그래야만이 나는 조금 더 네게 한 발자국 더 다가 갈 수 있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 그러니까 … 너는 내게 사과하지마. 사과를 하면 할 수록 내 마음은 찢어져서 붉은 눈물자국만이 남으니까, 그런 추한 모습을 네게 보여주기 싫어. 바보 같이 눈물 흘리는 내 모습을 보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언제까지나 나는, 너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서는 안되니까, 너에게만은 듬직한 녀석이 되고 싶으니까, 힘들 때 내 어깨를 빌려주고, 슬플 때 조용히 네 곁에 머무는, 난 그런 녀석이면 족해. 그럼으로 너의 웃음을 찾을 수만 있다면 ….
' 난 … 모든걸 버릴 수 있어. 널 위해서라면 모든지 …. '
“ 정신이 들어? 정신이 드냐고! ”
“ 정신이 들었으면 말 좀 해봐. ”
“ 다행이야 …. 난 또 혼자가 될까봐 … 두려웠어. ”
이 목소린 ….
“ 루에르 씨? 왜 그러세요? ”
“ 일어나셨어요? ”
“ 루에르 씨? ”
“ 루에르 씨! ”
” 루에르 씨 …. ”
로 … 빈?
“ 내 이름은 로빈이야. 네 이름은? ”
….
“ 루에르. ”
난 뭔가를 잊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이곳에 온 목적에 대해서도. 내가 줄곧 꿋꿋히 여기까지 달려올 수 있었던건 나 혼자만의 힘이 아니란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 나 혼자였으면 불가능했다는 사실을. 나는 잠시동안 과거의 눈이 멀어 미처 보지 못했던걸지도 …. 나는 역시 바보였던건가, 날 위해서 많은 도움을 준 사람들의 얼굴을 채 바라보지 못할 것 같아. 내 혼자만의 힘이였다면 절대 불가능 했을 일들을, 그들의 도움으로써 실행헤 옮길 수 있었다는 생각을 망각한 나의 대한 화가 한순간에 피어 오른다.
' 난 혼자서 이런 곳에 온게 아냐, 모두, 모두의 힘으로 인해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 아무 것도 모르는, 아무런 지식과 정보도 갖고 있지 않은, 그런 무책임한 녀석으로 남아 잇을 날 위해 그들의 희생이 있었어. 나는, 그들의 희생을 못 본 척 넘어갈 생각이었나? '
잊지 말아야 한다. 내 목적이 무엇인지, 내가 이곳에 온 이유가 무엇인지, 나는 무엇을 위해 여기까지 왔고, 그것을 마무리 짓기 위해 내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 나는 그 갈피를 잡아야 한다.
〃드디어 생각을 바로 잡은 모양이군, 그렇다면 말해봐라, 정말로 네가 원하는게 무엇인지, 네가 바라는게 무엇인지, 말해봐라, 너의 대답은 무엇이지?〃
무겁고 비장한 분위기가 주위에 소리 없이 흐른다. 정신을 잃고 쓰러진 나는 언제부턴가 돌아오는 의식을 부여 잡고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언제까지고 나는 이런 상황을 몇번이나 대면해야 할 것이다. 그때마다 나는 이런 시간을 허비해가며 할 시간적 여유는 없다. 지금껏 내가 바라던 모든 염원과, 내 뒤를 묵묵히 따라와준 그들의 목소리에 나의 각오는 점차 짙어져만 간다.
“ 자, 말해봐라. 너의 대답은 무엇이지? 네가 진정으로 바라는건 대체 무엇이냐. ”
…….
" … 거다. "
〃뭐?〃
" 돌아갈거다. 네 녀석의 방해가 없던 그때로!! "
P.s : 마지막화 ' 영원의 신념 ' 입니다. 휴식을 마치고 연재를 시작했지만, 방학 때처럼 하루 1회 연재는 조금은 무리일 듯 싶네요. 이틀에 한번 도는 사흘에 한번 꼴로 연재를 할 예정이니, 독자 분들의 양해 부탁드립니다. 즐감하세요.
+ 연재 날짜를 정하고 하려니까, 심리적 부담감도 생기고 소설을 쓰려는 태도가 나타나질 않아서 잠시동안 다시 한번 휴재 합니다. 마지막 화인만큼, 후회하지 않을 스토리를 만들고 싶은 생각 때문에 이런 결정을 하게 됩니다. 휴재기간이 일주일이 될지 한달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늦어도 4월 초부터는 다시 연재 할테니 참고 기달려주세요. [ 2012년 3월 6일 오후 6시 23분 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