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니클 어비스 40

by 아인 posted Mar 07,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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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ist in the dark ocean of life the faint 

[ 어둠 속 존재하는 희미한 생명의 바다 ]

- 크로니클 탐사대 -

No.40



  〃갠디스 리. 범인은 갠디스 리, 그 자입니다.〃

  라고고 대리인이 한 말이 계속 머릿 속에 빙빙 돈다. 오늘 아침 있었던 살인사건의 범인이 다름 아닌 그 사람의 짓이라고 말하니 꽤 뭔가 복잡하다. 한동안 안 보이던 그가 불현 듯 나타나 한 행동이 살인이라고? 말도 안된다. 제정신인 사람은 아니라곤 생각했지만, 그정도로 멍청한 사람은 아닐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지, 이게 진짜가 아닐 수도 있잖아? 

  〃저는 어제 그 광경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았습니다.〃

  하아.
  나보고 어쩌라는거냐, 라고고 대리인.

  ' 벌컥 '

  " 형 형. "

  피유가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온다. 침대맡에 앉아 곰곰히 라고고 대리인이 한 말을 되뇌이던 나는 피유를 발견하곤 무슨 일이냐고 귀찮은 듯 물었다.

  " 조금 있으면 정예맴버 발표 시간이야! "

  " 뭔 정예맴버? "

  " 아, 그거 있잖아. 크로니클! "

  " ! "

  " 형도 어서 나와. 내가 뽑히는 장면을 두 눈으로 봐야지! "

  나의 손을 붙잡고 밖으로 나가는 피유. 한번의 저항도 없이 속수무책으로 끌려나가는 나. 그리고 샴기르 석상 앞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 사이로 보이는 라고고 대리인의 모습. 어느세 시간은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 뿌부붐 - ! 뿜뿜뿜 뿜 뿌부붐 - ! '

  하늘을 향해 높이 올라가는 나팔소리. 그 나팔소리와 함께 터져나오는 사람들의 환호성이 샴기르 마을 가득 채웠다. 나는 그런 모습에 찝찝한 표정으로 앞으로 걸어갔고. 피유는 신난 듯, 소리를 지르며 내 뒤를 쫓아온다. 한 참동안 사람들은 환호했고, 라고고 대리인과 그 앞에 있는 몇몇 사람들이 뭔가를 속닥거리며 뭔가를 진행했고. 잠시 후, 그때 그 사람이 앞으로 나오더니 하늘 위로 손을 높이 치켜세운다. 그 광경에 사람들은 무슨 영문인진 모르겠지만, 서서히 장래는 조용해졌고. 조용해진 샴기르 마을을 다시 한번 감싸려는 그의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입 밖으로 나왔다.

  " 지난 사흘간 진행되었던 크로니클 탐사대 지원자 모집을 마치고, 오늘 오전 11시에 그 모험의 시작을 알릴 5명의 정예맴버를 뽑는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여기에 모인 사람들도 그렇고 이 마을, 샴기르 마을 안에 있는 모든 주민들이 크로니클 탐사대 지원자일거라 압니다. 그럼으로 저는 이 자리를 맞이하여 영광스러운 정예맴버를 발표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주민들은 저에 말에 귀를 기울여주시고 잠시 후, 발표되는 5명의 맴버들을 향해 큰 박수와 환호 부탁드리며. 그 전에 라고고 대리인 님의 말씀이 있겠습니다. "

  그 남자는 조리있는 말을 내뱉은 후, 라고고 대리인에게 바통을 넘겼다. 라고고 대리인이 앞으로 나오자 많은 사람들이 ' 라고고 대리인 짱! ' 이라며 라고고 대리인을 환호한다. 라고고 대리인은 피식 웃으며 내가 있는 쪽을 향해 눈길을 돌린다. 

  " 라고고 대리인 님! 저에요, 피유! 라고고 대리인 님 멋있어요!! "

  옆에 있던 피유가 자기 쪽을 쳐다보자 소리를 지르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 애를 쓴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며 나와 피유를 쳐다본다. 사람들을 의식한 나는 피유에게 조용히하라고 말하지만, 피유는 흥분한 듯 더욱 더 소리를 지르며 라고고 대리인에게 손을 흔든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그런 피유의 머리에 다시금 꿀밤을 먹여줬다.

  ' 뽟 - ! '

  명쾌하고 시원스러운 이펙트 후에 찾아오는 적막감. 사람들의 시선이 사라진다. 대신, 피유의 원망스러운 눈초리가 나를 콕콕 찌른다. 라고고 대리인은 조용해진 장래에 분위기를 깨트리려는 듯, 헛기침을 몇번하더니 이내 경건한 눈빛으로 우리들을 쳐다본다. 마을사람들 역시 그런 라고고 대리인의 눈빛에 모두 다 같이 입을 다물고 라고고 대리인의 말에 귀를 기울일 태세를 갖춘다. 그리고 잠시 후, 라고고 대리인이 입을 열었다.

  〃앞써 이분이 말씀하신대로 오늘 크로니클 탐사대에 해당 될 정예맴버 5명을 선발합니다. 선발과정은 지금 바로 이 자리에서 바로 선발 할 예정입니다. 뽑힌 5명은 이 자리가 끝나고 10분동안 저와의 간단한 대화 후에 제가 정해준 시간에 샴기르 촌장댁 앞에 모이시면 될거고. 그 전에 제일 중요한 원칙을 말씀드리고 바로 정예맴버를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모두들 잘 들어주시길 바랍니다.〃

  라고고 대리인의 말을 경청하는 사람들. 나 역시 그런 라고고 대리인의 말에 귀를 기울였고, 피유는 반 쯤 혼이 나간 상태로 라고고 대리인을 쳐다본다.

  〃전에도 말했다싶이 수중호흡소라는 각 마을에 5개씩 지급되며, 소라를 받은 탐사원들은 틈새동굴로 이동해서 아쿠아펄로 향할겁니다. 그리고 아쿠아펄을 지나 우리들의 목적지인 크로니클 어비스에 도착할겁니다. 하지만, 그 전에 말씀드립니다. 절대로 개인행동을 해서는 안되며, 수중호흡소라를 항상 몸에 지녀야합니다. 이게 크로니클 탐사대에 원칙이자, 이 일이 좋게 끝나냐, 나쁘게 끝나냐에 걸린 일이니 모두들 명심해주시길 바랍니다. 이것 뿐입니다. 이것만 꼭 명심하시면 아무도 다치는 일 없이 크로니클 탐사대는 무사히 일을 완주할테니 말이죠. 그럼 지금 즉시 정예맴버를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 오오오오 - ! "

  사람들의 환호성이 다시 한번 샴기르 석상 앞을 메꾼다. 아까보다 더욱 큰 환호의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덩달아 신나 소리를 지르며 자신이 뽑힐거란 기대감에 부푼 듯 소리친다. 피유 역시 그러했다.

  " 그 전에 한가지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크로니클 탐사대의 목적을 달성하신 정예맴버 5명에게는 수고한 댓가로 상금 300.000.000st 내려집니다. 그리고 부상으론 크로니클 탐사대 명예회원으로 이름이 올라갈겁니다. 크로니클 탐사대 명예회원의 이름이 올라가는 것은 크나큰 영광이자 명예입니다. 그러니 모두들 무사히 해내고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자, 그럼! 정예맴버 5명을 발표합니다! "

  사람들이 미쳐간다. 환호를 지나 비명소리가 샴기르 마을을 우당탕탕 휘젓고 지나간다. 피유 역시 미쳐갔다. 돈 앞에 장사 없다는 사실은 맞다하지만, 저만큼 보상이 있다는건 그만큼 위험이 따른다는걸 모르는건가? 말해주고싶지만, 그렇다고 들어먹을 사람들과 피유가 아니였다. 나는 그저 한숨만 나온다. 사람들이 빨리 발표를 하라며 오도방정을 떨며 난리를 피웠고, 라고고 대리인과 몇몇 사람들은 뭔가 큼지막한 통 하나를 샴기르 석상 앞에 내려놓고 양손을 좌우로 흔들며 조용히해달라는 말과 함께 라고고 대리인이 앞으로 나와 통 안에 손을 집어놓고 종이 한장을 꺼낸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던 사람들이 라고고 대리인이 꺼낸 종이에 모든 시선이 꽂혔다. 라고고 대리인은 종이에 적힌 이름을 호명한다며 조용히 해달라는 말과 함께 첫번째 정예맴버의 이름을 발표했다.

  〃레인 홀리스. 앞으로 나와주십시오.〃

  " 오오오오오오!!!! "

  레인 홀리스? 설마, 그 남자도 크로니틀 탐사대에 지원을 한건가?

  " 오오, 주인님. 정말 존경합니다. "

  " 고맙소. "

  샴기르 석상 앞으로 걸어나오는 레인 홀리스와 그의 노예. 라고고 대리인은 앞으로 나온 레인 홀리스와 악수를 한 후, 다시 통 안에서 종이를 꺼낸다. 

  〃라이언 온 디스. 앞으로 나와주십시오.〃

  " 좋았으!! 야호, 내가 뽑혔다. 이거야!! "

  한 남자가 미'친 듯이 좋아하며 백덤블링으로 샴기르 석상 앞으로 나온다. 그 역시 라고고 대리인과 악수를 하며 기분이 좋다는 듯 겔겔거리며 웃는다.

  〃베르시안. 앞으로 나와주십시오.〃

  " 오오오오, 여자다, 여자!!! "

  이번엔 여자가 뽑힌건가? 한 여자가 인상을 구길때로 구기며 앞으로 나온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 어어! 누나!!! "

  옆에 있던 피유가 아는 사람인지 갑자기 손을 흔들며 그 여자에게 아는 척을 한다.

  " 여~ 피유. 여기에 있었냐? "

  ?! 저, 저, 저 여자는!!!

  〃크로니틀 탐사대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베르시안.〃

  " 반가워요, 라고고 대리인 님. "

  저 여자는 그때 그 마리너스 마을에서 봤던 그 왕 싸가지다. 저년의 이름이 베르시안? 이름은 좋은데 성격이 왜 저 모양이야! 

  " 형, 왜 그래? "

  " 아, 아무 것도. "

  피유가 이상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본다. 하아, 그렇다면 그때 피유가 말한 그 예쁘고 고상하다던 누나가 바로 저 여자? 하아,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더니.

  〃호크 후드. 앞으로 나와주십시오.〃

  " Yeah~! I'm so Good. Men~! "

  한 미'친놈이 발광을 하며 앞으로 나온다. 그의 등장으로 시끄럽던 장래가 차갑게 식어간다. 

  " Yo~! Ra ko ko! You very Cool. Men! "

  〃…아, 감사합니다.〃

  라고고 대리인이 어색한 악수를 하며 그 남자와의 안면을 익힌다. 그 남자는 유별나게도 라고고 대리인과의 스킨쉽을 좋아했다. 그걸보는 마을사람들의 눈빛과 촌장댁 관계자들의 눈빛이 썩어들어간다.

  〃그만 자리로 돌아가주세요.〃

  " Yes~ I'm Come Back! "

  라고고 대리인은 한 참을 그 남자의 후유증으로 가만히 서있다. 마지막으로 정예맴버에 뽑힐 사람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통 속에서 꺼낸다. 종이에 적힌 이름을 보던 라고고 대리인은 살짝 얼굴이 굳더니 이내 나와 피유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나는 라고고 대리인의 눈빛이 뭘 뜻하는지 몰랐지만, 순간적으로 직감했다. 설마, 설마..

  〃오르셰르스 마쥬드 피유. 마지막 정예맴버는 오르셰르스 마쥬드 피유입니다. 앞으로 나와주십시오.〃

  " 으아아아악!!! 내가 됬어. 내가 됬다고 형. 으아악!!! "

  피유가 좋다며 날뛰며 샴기르 석상 앞으로 달려간다. 나는 미처 그런 피유를 말라지도 못한 채,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충격을 받곤 멍하니 피유와 다른 4명이 서있는 석상 앞을 쳐다봤다. 정예맴버 다섯명이 모두 뽑히자 마을주민들은 잠깐에 상심은 있었지만, 곧 축하의 박수로 그들을 맞이했고. 다섯명의 정예맴버들은 마치 자신들이 뭐라도 되는지 아는 듯, 거만한 자세로 마을사람들의 환호를 가볍게 무시한다. 라고고 대리인과 관계자들이 그들의 당선을 축하한다. 라고고 대리인은 다섯명의 정예맴버를 양쪽에 서게한 후, 마을사람들을 쳐다보며 말한다.

  〃이로써 5명의 정예맴버가 발표되었습니다. 모두들 하나같이 용맹하고 정의롭고 지혜로운 사람들이 뽑힌 것 같아, 저 라고고 대리인은 기분이 좋습니다. 하지만, 모두들. 그렇다고 상심하거나 자책하지마세요. 그저, 이번에는 운이 없었을 뿐. 크로니클 탐사대에 지원하신 모든 분들이 이 다섯명과 똑같습니다. 모두들, 이 다섯명의 용사들에게 큰 박수와 환호 부탁드립니다.〃

  " 오오오오 - ! "

  마을은 축제가 되었고, 축제 속에 마을사람들과 다섯명의 정예맴버간에 안면트기 대작전이 펼쳐진다. 정예맴버의 손을 꼭 잡고 날 좀 잘 봐달라는 듯한 아부성 발언이 섞인 간신배들도 보일 뿐더러, 그들의 당선에 탐탁치않는 사람의 표정도 보인다. 나는 제일 먼저 라고고 대리인을 찾아가 피유를 정예맴버에서 빼달라고 말하지만, 라고고 대리인은 정색을 하며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들에 운을 짓밟은 생각인가요? 그들은 순전히 자신들의 운으로 뽑힌 것뿐. 사적인 감정은 전혀 섞이지않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군요.〃

  " 하지만, 피유는 아직 어리고. 거긴 너무 위험한 곳이에요! 그런 곳에 보냈다간 피유는. "

  ' 턱 '

  라고고 대리인은 내 어깨에 손을 홀리고 슬쩍 나를 쳐다본다. 나는 지금 라고고 대리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진 모르겠지만, 이 손과 그의 눈빛은 나를 안정시키려고하고 있다. 하지만, 안정은 커녕 계속되는 피유에 대한 걱정이 눈에 앞써 나타난다.

  〃걱정마십시오, 바벨. 피유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제가 안전하게 보살피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걱정하지마세요.〃

  라고고 대리인은 말했고, 나는 아무 말 없이 고개만 살짝 끄덕거렸다. 라고고 대리인은 걱정하지말라는 말을 한번 더 하고 이만, 피유와 작별인사를 하고 오라며 자신은 크로니클 어비스로 떠나기 전 간단한 것들만 준비해야해서 이만 촌장댁으로 가본다고하고 발걸음을 돌린다. 나는 라고고 대리인이 뒤돌아서는 순간 바로 피유를 찾기 위해 주위를 둘러봤다. 하지만, 피유는 사람들 속에 숨겨져 보이지않는다. 젠장, 피유. 너, 정말 갈 생각이냐.. .

  〃그런데, 바벨이 뽑히지않은게 좀 의외군요. 전 바벨이라면 꼭 뽑힐 줄 알았는데.〃

  " ! "

  〃사실, 방금 뽑힌 5명은 순전히 자신들의 운으로 뽑힌게 아닌. 꼭 그곳을 가고자하는 마음이나, 뭔가를 이루려는 마음을 가장 많이 갖고있는 분들이 선발된겁니다. 그렇다는건 바벨이 크로니클 탐사대에 지원하지않는 이상, 뽑히지않는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혹시, 파필로온을 살리고 싶지않으신건가요?〃

  " 그걸 지금 말이라고!! "

  !
라고고 대리인이 어느세 내 코 앞에 다가와 나를 쳐다보고있다. 나는 미동조차하지않는 라고고 대리인을 보고 살짝 긴장을 한 얼굴로 라고고 대리인을 쳐다보았다.

  〃…….〃

  라고고 대리인은 아무 말 없었다. 

  〃바벨, 저는 그래도 당신을 믿었습니다. 그런데도 저의 믿음에 배신한 것까지 모잘라. 이젠 파필로온까지 져버릴려는겁니까? 제가 전에도 말했다싶이 파필로온은 이곳에선 절대로 치료할 수 없습니다. 치료한다해도 목숨만 조금 연장되는 것뿐. 파필로온은 어처피 죽습니다. 연장되는 목숨도 한 몇시간 정도. 그런데도 바벨은 이곳에 남을 생각입니까? 바벨은 정말 이곳에서 파필로온을 살릴 생각이십니까? 천재적인 선의로 오래 전부터 소문난 르도 고치지못한 병을. 의술도 모르는 바벨이 그런 파필로온을 살리겠다고 다짐한겁니까? 이건 정말로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다시 한번 생각해보도록 하세요.〃

  라고고 대리인은 그 말을 하고 뒤도 돌아보지않고 촌장댁으로 걸어간다. 나는 라고고 대리인이 사라진 후, 한 참을 그 자리에 서있었다. 피유를 찾을 생각도 없이 그저 방금 전 라고고 대리인이 한 말과 지금까지 내가 생각했던 생각이 마찰을 하며 나의 머릿 속이 엉킨다. 그럼, 어쩌라는거냐 라고고 대리인. 난, 정말 그곳이 싫은데. 정말, 해양탐사라면 지긋지긋한데. 그 악몽을 내 손으로 다시 이끌라는 말이냐? 니 말대로 아빠는 죽는다. 이곳에선 죽는다고. 하지만, 얼굴 한번 못본 아빠가 죽는다는걸 믿을 수 있어? 나는 아직까지도 불신이 가득 메워져있는데. 그런 아빠가 죽는다고? 태풍과 폭풍의 경계선이 지나간 이후, 크로니클 어비스가 다시 잠긴 이후. 그 전에도 아빠는 행방불명되어 엄마와 내 앞에 나타나지않는데. 너희 대리인이란 녀석들은 그런 아빠를 찾아내고 우리에게 하는 말이. 뭐? 죽는다고? 하아, 젠장. 젠장.. 젠장!!!

  " 하아... "

  나도, 정말로 니 말이 맞다면 신청을 했을거야. 아빠를 정말로 구하고싶거든. 다시 옛날로는 돌아갈 수 없겐 되어도. 나의 악몽을 아빠로 인해 지우고 싶거든. 그런데, 왜 나는 이렇게 망설이고 결국에는 아빠를 죽게 만드는건지 나도 잘 모르겠어. 그냥, 그냥. 나도 대책 없이 무조건 자기가 하고싶은 일을 하는 피유처럼 행동하고 싶어. 어떨땐 멍청해도, 어쩔땐 나보다 더 현명한 그 아이가. 어쩔땐 부러워. 그런데 나는 그 아이의 뒤에도 못 써. 나는 뭔가에 안 좋은 추억을, 기억을 잊을 수 없거든. 그리고 그 생각이 지금 이 사단을 만든거고. 결국엔 하나뿐인 기회를 내가 져버린거야. 그러니, 난 더 이상 아빠를 볼 면목도. 엄마를 볼 면목도 남아있지않고. 그저, 내가 지금 할 수 있는건 끙끙 앓거나, 안 좋은 기억만을 다시 되뇌이어 나를 힘들게 할 뿐. 이도 저도 아닌 나의 행동은 나를 힘들고 피로하게 만들고있어. 결국엔 나는.....

  ' 척 '

  " ..? "

  내 앞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나는 고개를 들어 그 그림자의 정체를 확인했고. 내 앞에는 레인 홀리스와 그의 노예가 서있었다.

  " 당신은..? "

  " 괜찮소? 안색이 별로 좋아보이지않소. "

  그는 특유의 말투로 내 상태를 묻는다. 나는 아무 것도 아니라며 자리에서 일어나 피유를 찾기 위해 발걸음을 돌렸다. 그러나, 갑자기 머리가 핑 돌더니 이내 다리의 힘이 풀려 자리에 주저앉았다. 레인 홀리스는 그런 나에게 괜찮냐는 말과 함께 나를 부축한다. 옆에 있던 노예도 같이 나를 부축하며 나를 일으켜세운다.

  " 고마워요. 하지만, 그렇게 신경 쓸 일 아니에요. "

  " 하지만, 정말 어디가 아파보오. "

  " 하하, 걱정마세요. 별 일 아니니까요. 그나저나, 당선 축하드려요. "

  " 고맙소. "

  " 이곳에는 언제 오신거에요? 그리고 언제 신청까지 하신거죠? "

  " 이곳에 온건 태풍과 폭풍의 경계선이 나타났을때라오. 소인과 이 자가 살던 오두막은 그들로 인해 휩쓸려 갈 곳이 없어 한 참을 떠돌다가 발견한게 이 마을이라오. 마을주민들도 따뜻하게 대해주니 고맙게 지냈소. "

  " 아, 그런가요. "

  나는 웃으며 이젠 괜찮다며 손을 놓고 다시 피유를 찾아 움직였다.

  " 그런데, 당신은 신청을 하지않았나보오? 이름이 호명되지않은걸로 봐선. "

  " 아, 그게 사정이 있어서... "

  " 그럼, 이걸 받겠소? "

  " 네? "

  레인 홀리스는 검은 봉지 같은 망토 주머니에서 뭔가를 뒤적거리더니 이내 하얀색 종이 같은걸 내게 건넨다. 나는 무엇이냐며 묻자 레인 홀리스는.

  " 크로니클 정예맴버 회원증이라오. "

  " 네? 그런데 그걸 저에게 왜. "

  " 말로만 회원증이지 이름이나 자기 자신에 대한 내용은 하나도 적혀있지않으니 타인에게 양도해도 괜찮지 않겠소? 바벨, 당신을 보면 뭔가 가득한 근심이 내 눈에 보인다오. 그 걱정을 떨쳐내기 위해선 소인이 이걸 자네에게 넘겨주는게 좋을 것 같아 선택한 일이오. 그러니 사양말고 받아주오. "

  그는 내 손 위에 종이를 올려놓고 이내 웃는 얼굴로 뒤돌아선다. 나는 그런 레인 홀리스에게 괜찮다며 사양하려했지만, 입에선 그 말이 나오지않았다. 설마, 나 자신도 결국엔 선택한건가? 정말, 내 자신이 선택한 일인거야?

  " 바벨, 당신과 소인은 언제 또 만날겁니다. 아마, 이 세상이 아닌, 저 멀리 다른 세계에서 말이죠. "

  " …그게 무슨? "

  뒤를 돌아봤을땐 레인 홀리스는 없었다. 바람 한 범 불지않던 샴기르 마을에는 선선한 여름 바람이 조금씩 불어오고있다. 세상은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나는 레인 홀리스가 건네준 회원증을 만지막거리며 한 참을 그 자리에 서있었고. 곧 오후 12시를 알리는 나팔소리가 울리면 정예맴버 4명이 촌장댁 앞으로 모이겠지. 그리고...

  " …. "

  나도 함께.

  
  P.s : 즐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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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탓하지마라.

시간을 흘려보낸건 나 자신이다.

시간은 주어진게 아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 우연히 나라는 존재가 있을 뿐이다.

그 시간의 흐름에 어떻게 따라가느냐의 내가 증명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증명해보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