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두커니 공주을 수호하던 기사들은
마도사의 불에 타 죽어버렷고
그런 마도사는 피부가 타들어간 기사의 시체를 지팡이로 가리키며 말했지.
왜 이렇게 약한 녀석들에게 너를 수호하게 하였느냐 라고.
마도사의 마력에 온몸이 구속되어있던 공주는 힘겹게 미소지으며 마도사를 바라보았고
마도사는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공주를 내려다보았지.
공주는 소중하지 않기에 곁에 두었다고 말했고
진정으로 소중한,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꼭 필요한 기사들은 왕의 곁에 두었다고 마도사에게 또렷하게 말했다네.
마도사는 공주의 강한 충효심을 느끼고는 공주를 감싸고있던 마력을 없엤고
공주는 구속에 풀리자마자 마도사의 심장에 은단검을 구겨넣었지.
마도사는 눈을 크게 벌려뜬채로 억류하는 피를 급급히 삼키며 바닥에 손을 짚었고
공주는 단검을 그대로 내버려둔채로 자연스럽게 뒷걸음질쳤다네
마도사의 심장은 푸른 불꽃에 의해 타들어갔고 마도사의 육신은 곧 불에 휩쌓이더니 잿더미가 되어버렸다네
공주는 잿더미 위에 떨어진 은단검을 쥐어들고는 옅은 미소를 얼굴에 그려냈고
그때 부터 은단검의 위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숫자가 그려졌다고 전해지지.
그리고 아마 그 이후부터 공주님이 우리 국경의 최전선을 지키고있다지?
냉혈의 여왕
"여자따위가 전선을 맡는다고?!"
흥겨운 섬나라 출신 용병의 노랫소리가 울려퍼지던 선술집안에 격양된 목소리와 표정으로 한 남자가 자리를 벅차고 일어났다. 맥주잔이 쓰러져 맥주가 엎질러졌고 의자가 뒤로 넘어갔다. 남자의 코와 볼은 마치 찬곳에 오랫동안 있었던 사람처럼 붉게 변해있었다. 그는 흐리멍덩한 눈매에 눈 아래서부터 턱까지 길에 늘어난 상처와 찢어진 옷 아래에 갈색의 브리간딘을 입고있었는데 의자옆에 놓여있다가 쓰러진 장검을 봐서는 이 근방 길드에서 일하는 용병으로 예상되었다.
"젠장… 맥주가 쏟아졌잖아?"
그는 방금전의 불만 가득해보였던 표정을 얼굴에서 싹 지우더니 의자를 일으켜세우고 주섬주섬 자리에 앉아 종업원이 달려와 쏟아진 맥주를 치우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 순간 그와 함께 술을 들이키려 선술집에 방금 막 도착한 청년은 흥이 깨져 기분이 좋지않아 보이는 섬나라 출신의 용병을 향해서 미안하다는 듯 손짓했다. 그 덕에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남자를 노려보고있던 섬나라 출신 용병은 고개를 까딱이며 천천히 의자에 앉았다.
"형… 많이 취하셧어요. 이제 그쯤 마시고 돌아가도 될 것 같은데…"